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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57화 (57/132)

〈 57화 〉 500만 가자!(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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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말처럼 그렇게 하겠다고 우리가 결정한다고 해봐야, 그것이 현실화되려면 제작사의 동의와 도움이 필요했다.

우선 김영웅 감독님과 조율해서 스턴트 배우들을 동원해야 했고, 또 광화문 광장에서 행사를 개최하려면 서울시의 협조를 얻어 광장사용 허가를 받아내야 한다.

“그럼 나하고 예나 너는 뭘 하고?”

“오빠하고 나는 사인을 해주면 되죠.”

“인마, 그거 한번 하려다가, 며칠 동안 어깨 제대로 못 쓴다.”

“500만 가자면서요? 500만 가려면 그 정도 고생은 해야죠.”

“그냥 간단하게 키스 한방이면 끝낼 수 있는 일을.......”

아무튼 지훈 형은 툴툴거리면서도, 영화촬영 도중에 제작사를 대리해서 현장에 출입했던 제작 PD에게 전화를 걸어 이곳으로 오게 했다.

“소속사에서는 동의하신 내용입니까?”

“우리가 하겠다는 데 동의하고 말고 할 것이 뭐가 있어요. 그냥 회사로 협조 공문이나 하나 보내줘요.”

“그럼 문 배우님을 믿고 추진하겠습니다.”

“그런데 대역 배우들 개런티 말고, 김 감독님 액션스쿨에도 어느 정도 금전적인 지원은 해주실 거죠?”

“그렇게 보고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제작 PD에게 우리가 결정한 내용을 전하자, 제작 PD는 기쁜 얼굴을 하고 회사로 돌아갔다.

“형님, 지훈입니다.”

“응. 웬일이야? 지금 한창 바쁜 것 아니야?”

“이제 좀 놀아야죠. 물로 내일부터 또 전국을 한 바퀴 더 돌기는 해야겠지만. 그런데 영화사에서 전화가 올 겁니다.”

“영화사에서 무슨 일로?”

“애들 좀 쓰자고 할 거거든요.”

“응?”

제작 PD가 돌아가자 지훈이 형은, 휴대전화를 들고 대뜸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액션스쿨 ‘투’의 김영웅 감독님과 통화를 하는 것 같았다.

“강수가 관객 500만을 돌파하면, 액션 신을 무대에서 펼치기로 했거든요. 그리고 제작사 반응을 보니, 거기서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고요. 그러니 애들 개런티 말고도 적당히 챙겨서 살림에 보태시라고요.”

가만히 보면 지훈이 형의 오지랖도 보통이 넘었다.

이미 제작 PD에게 따로 챙겨주라고 이야기를 했고 또 김영웅 감독님 또한 알아서 챙길 것인데, 이렇게 전화까지 걸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김영웅 감독님하고 친해요?”

“너처럼 무술을 배운 것도 아니고, 또 나 같은 몸치가 그 양반하고 친할 일이 뭐가 있어. 이따금 감독님들하고 술자리에서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지.”

“그런데 어떻게?”

“같이 먹고 살아야지. 김 감독님이나 스턴트맨들이 없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살아. 항상 도움을 받고 사니까, 이런 기회에 한 손 거드는 척이라도 해야지. 이렇게 하지 않으면 500만이 아니라 1,000만이 들어와도, 제작사 놈들이 저 양반들에게 밥값이라도 제대로 챙겨줄 것 같아?”

지훈이 형 말이 맞을 것이다.

제작사라는 곳이 투자를 받아서 영화를 만드는 곳이다 보니, 가장 먼저 배려하는 것이 자기들을 먹여 살려준다고 믿는 투자자들이고, 그다음 순서가 감독과 주연배우들이다.

그리고 액션스쿨 ‘투’와 거기 소속된 대역배우들은, 그냥 감독님이 알아서 섭외하는 수많은 스태프 중의 하나일 뿐인 것이다.

이런 지훈이 형의 마음가짐은 내가 앞으로 좀 더 큰 배우가 되기 위해서, 꼭 배우고 실천해야 할 내용이기도 했다.

“이렇게 우릴 불러줘서 고마워.”

“지훈이 형 생각이었어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우리야 이렇게 불러주지 않으면, 그냥 이 산속에 박혀서 운동이나 하고 지내는 거지”

지훈이 형, 예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모여서 공약으로 뭘 할까 논의하는 그 장면을 찍은 영상이 A 튜브를 통해 공개되자, 그 영상을 공유하는 네티즌들이 늘어났고 제작사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나와 액션스쿨 단역 배우들과의 대련을 요구하는 글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사에서는 500만을 돌파하게 되면, 나와 액션스쿨 ‘투’의 단역배우들이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련과 동시에, 문지훈 서예나 배우 두 사람의 사인회를 하게 될 것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그렇게 공식적으로 공지가 올라가자 네티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고, 잠시 주춤거리던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이 또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관객 숫자가 500만을 돌파하게 되었고, 공약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하 사범하고 단독 대련하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

“그건 없었던 장면이잖아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관객들이 즐겁게 볼 수만 있다면 좋은 일이지.”

광화문 광장을 사용하는 것은 허가를 받지 못해서, 시청광장에서 공약이행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

수많은 관중이 이미 시청광장을 꽉 메운 상황이었기에, 우리는 어떻게 행사를 진행할 것인지 말로 간단히 맞춘 후 사회자가 부르기를 기다렸다.

[지금부터 영화 ‘네 안의 야수’ 500만 관객 돌파를 기념하는, 공약 이행 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무술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한강수 배우와 액션스쿨 ‘투’의 스턴트 배우들 간의, 실전 대련을 시범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와서 연기하는 것이었기에, 합을 맞추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시청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영화에서 봤던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온 무대에서 펼쳐지는 액션 신에 연신 탄성을 질렀고, 액션스쿨의 대역 배우들과 나는 온몸이 땀에 흠뻑 정도로 열심히 연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대역 배우들이 바닥에 쓰러지자, 환한 조명을 받은 하 사범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사람은 누구야?”

“은향이란 그 여자 같은데?”

관중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무대에까지 들려왔다.

그리고 ‘핫!’하는 기합과 함께 하 사범님은 마치 무협 영화에서처럼 몸을 공중으로 날렸고, 나도 동시에 몸을 공중으로 날려 하 사범님과 합을 겨뤘다.

[우리 영화사에, 이런 팬서비스는 없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공약 이행 서비스]

[한강수 배우와 무협영화를 보는 것 같은 연기를 보여준, 여배우는 누구?]

[사인회를 마친 문지훈 배우, 어깨 통증을 호소]

[서예나 배우, ‘내 안의 야수’를 사랑해주시는 관객 여러분 고맙습니다.]

공약이행 이벤트를 끝내자, 또다시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대부분 영화의 공약이라는 것이 팬 사인회나 프리 허그 정도였는데, 이번 ‘네 안의 야수’ 공약이행 팬 서비스는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궤에서 벗어났던 것이다.

그렇게 서울에서 행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라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그렇게 인천을 시작으로 서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공약을 이행하는 행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이벤트는 제작사와 소속사가 협의 끝에, 500만 돌파 이후의 관람 수입에서 관객 1인당 러닝개런티를 받기로 했다.

당연히 액션스쿨 '투‘ 소속 대역배우들 역시, 각자의 활약에 걸맞은 러닝개런티를 보장받았음은 물론이었다.

“홍보팀장님 말로는 600만은 무난히 넘길 것 같다던데.”

“그래? 그럼 가외 수입이 좀 되겠다.”

“좀 되는 것이 아니라, 네가 받은 출연료 몇 배 아니 몇 십 배는 될 거다.”

물론 지훈이 형과 예나가 받는 만큼은 아니지만, 약 보름간의 일정만 소화해내면 영화를 찍으면서 받았던 출연료의 몇 배를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좀 억울하지 않아?”

“뭐가?”

“아무리 생각해도 재주는 네가 부리고, 돈 자루는 문 배우하고 서 배우가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이름값이지. 같은 시간이어도 지훈이 형이나 예나 시간하고 내 시간의 값은 다르잖아.”

“그렇지만 두 사람은 사인만 열나게 하고, 넌 그게 아니잖아........”

“됐어. 그게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어떻게 하면 나를 빨리 스타로 만들까? 그 고민이나 해. 그렇게 되면 그때는 다른 사람들이 우릴 보고 그렇게 이야길 할 테니까.”

진수야 억울해했지만, 지금 내 처지에서는 억울해할 일이 아닌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진수 말대로 내가 지금 상황을 억울해한다면, 무대에 오르기만 하면 나한테 맞아서 넘어져야 하는 스턴트 배우들은 나보다 훨씬 더 억울할 것이다.

나야 몸을 쓰긴 하지만 폼까지 잡고 때리면서 돈을 벌지만, 스턴트 배우들은 맞아가면서 돈을 벌면서도 나보다도 훨씬 적은 돈을 가져가고 있으니 말이다.

“한강수 배우님, 사인 좀 해주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그렇게 전국을 순회하면서 공약 이행 팬서비스를 하자 영화는 또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심지어  공약이행 팬서비스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 지방까지 내려오시는 팬들도 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지방에서도 음식점이나 커피숍에 들어가게 되면, 내게 사인을 요구하는 팬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기 우리 영화가 600만 넘었다는 소식 들었어?”

“벌써?”

“응, 영화사가 난리이라던데. 이러다가 정말 천만 가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온다고 해.”

“그건 정말 오버다. 500만 넘긴 것도 기적인데, 쓸데없이 무슨 욕심을 그렇게나 내고 있어.”

“치! 천만이 들면 좋지. 그럼 나도 3천만 배우가 되는 건데.”

“그럼 자기 생각에, 이번 영화가 그 정도까지 관객을 동원할 정도의 영화라고 생각해?”

“그건 아니겠지. 그냥 뭔가 미쳐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아마 ‘미쳐 돌아간다.’라는 예나의 말이 정답일 것이다.

솔직히 ‘네 안의 야수’는, 액션 장면 이외에는 크게 특별한 것이 없는 영화다.

그냥 흔하디흔한 조폭의 세계를 그린 내용에, 로맨스로 살짝 양념을 친 정도의 영화였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번 영화가 예나의 말처럼 미쳐 돌아간다면, 그것은 그동안 영화를 홍보했던 무대 인사를 비롯한 평범한 방법에서 벗어나, 영화의 한 장면을 관객들 앞에서 실제로 연기하게 된 500만 돌파 이벤트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 열기는 우리가 이곳 부산에서 동해안을 따라 다시 서울을 향해 올라가고, 그것이 서울에 도착하는 순간 열기는 수그러들게 될 것이다.

‘한강수 배우님.  ’네 안의 야수‘ 러닝개런티가 입금되었습니다.’

아직 정산까지 한참 남았는데, 회사에서 문자가 왔다.

아무튼 돈이 입금되었다는 소리야 언제 들어도 좋은 일이었기에 휴대전화로 확인하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입금되어 있었다.

‘헉!’

“갑자기 왜 그래?”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는 금액에, 나는 나도 모르게 ‘헉!’하는 신음을 토해냈다.

갑자기 내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자, 조수석에 앉아 있던 진수는 고개를 돌려서 내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냐고 물어왔다.

영화가 600만을 넘어 650만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니, 당연히 제법 큰 금액이 러닝개런티로 책정될 것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회사에서 입금한 돈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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