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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51화 (51/132)

〈 51화 〉 조연? 주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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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시간이 좀 되나?”

“예. 주소 찍어주시면 찾아뵙겠습니다.”

한창 편집에 바쁘실 장수한 감독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마지막 황후’ 촬영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장 감독님을 만나기 위해 편집실로 향했다.

“안녕하셨습니까.”

“그래, 바쁠 텐데 오라고 해서 미안해.”

“무슨 말씀을요. 그런데 저녁은 드셨습니까?”

“자네 오면 같이 먹을까 해서. 그동안 커피도 엄청 얻어 마셨으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동안 편집실에서 뜬 눈으로 보내다시피 하신 것인지, 장 감독님의 얼굴은 핼쑥하게 보일 정도로 엉망이었다.

“여기가 삼계탕을 잘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나야 사무실 근처 말고는 아는 곳이 없어서......”

“편집은 어떻게 잘 되고 있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불렀네. 자네 의견은 어떤가 싶어서.”

“제 의견이라고요?”

“응, 양산에서 찍었던 것처럼 해피엔딩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처음 찍었던 예나 무릎에 누워서 눈을 감는 장면으로 가는 것이 좋을지 도대체 갈피가 잡히질 않아.”

“정말 그 장면을 엔딩장면으로 쓰시려고요? 그럼 지훈이 형이.......”

“문 배우에겐 양해를 구했네.”

장수한 감독님의 디렉션에 따라 연기를 하긴 했지만, 내가 나오는 장면을 엔딩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통상 엔딩장면은 주연배우의 차지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인데, 주연이 아닌 조연인 내가 엔딩장면에 등장한다는 것은 관객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연을 맡은, 문지훈 배우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감독님께는 죄송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엔딩장면은 지훈이 형으로 했으면 싶습니다. 주연배우를 놔두고 제가 엔딩을 장식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가 있다 싶거든요.”

“한 배우, 내가 그 생각을 하지 않았던 줄 아나?”

“......”

“물론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아니었어. 하지만 한 배우도 촬영이 진행되면서 한 배우 비중이 조금씩 늘어났다는 것은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지훈이 그 친구에겐 사전에 양해를 구했던 사실이네. 그리고 지훈이 그 친구도 흔쾌히 동의했고.”

“......”

“다른 사람도 아닌 문지훈 정도라면, 이 영화 한 편으로 흔들릴 위치가 아니지 않은가?”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내 전생에 봤던 영화에서도, 강수 역을 맡았던 그 친구가 단숨에 스타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문지훈 배우가 무슨 생각으로, 장수한 감독님의 말에 그렇게 순순히 따른 것인지 그것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만약 내가 문 배우의 입장이라면, 결코 장 감독님의 제안에 동의할 수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어! 선....... 형님.”

“응, 어서 와.”

누가 내 어깨를 툭 하고 치기에 올려다봤더니, 문지훈 배우가 옆에 서 있었다.

“지훈이 네 생각이 맞더라.”

“내가 얘는 그럴 거라고 했잖아요. 싸가지는 있는 애라니까요.”

“싸가지가 아닌 인성이지. 아무튼 지훈이 네가 직접 이야길 해줘.”

“내가 동의한 일이라고 해도 안 하겠다고 해요?”

“그래. 나한테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엔딩장면은, 주연인 네 신으로 가는 것이 여러모로 맞겠다면서 사양하더라.”

“아무튼 내가 본 게 맞으니 형이 술이나 사요.”

“이런 술이라면 얼마든지 사야지. 아무튼 오늘 기분 좋다.”

나 모르게 장수한 감독님과 문지훈 배우 둘이서 내기를 한 모양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자, 순간 등 쪽이 서늘해지는 느낌이다.

두 사람이 내기를 했다는 것은, 문지훈 배우의 말대로 내가 싸가지가 있는 놈인지 아닌 놈인지를 테스트해봤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내가 장수한 감독님의 말에 ‘이게 내게 다가온 기회다!’ 싶어서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 하면서 덥석 받아들였더라면, 자칫 장 감독님과 문지훈 배우 두 사람에게 싸가지도 없는 욕심만 많은 놈으로 낙인이 찍혔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결국 영화판에 소문이 퍼져서, 내 앞길에 장애물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편집은 어떻게 됐어요?”

“어차피 이어붙이기만 하면 되는 수준이었으니까, 이제 한 달쯤이면 끝이 날 거야.”

“벌써요?”

“김 기사 실력 알잖아. 내가 그 친구를 데리고 일한 지가 벌써 몇 년인데.”

“그림은 괜찮게 나왔어요?”

“그렇게 궁금하거든 편집실로 한번 찾아오든지.”

“에이 그건 아니죠. 자칫 입 한번 잘못 놀렸다가, 나중에 월권이니 뭐니 하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데.”

“김 기사가 그럴 친구는 아니잖아.”

“그분이야 그렇지만 밑에 일하는 친구들이야 다르잖습니까. 그냥 형님만 믿고 가는 거죠.”

“아무튼 한 배우 이 친구 덕분에 그림은 확 살더라. 하수경이하고 붙는 신은 내 손에서도 땀이 날 정도일 정도니.”

“그런데 강수 너 드라마 들어갔다면서?”

이번 영화 ‘네 안의 야수’에 관해 한창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훈이 형이 뜬금없이 드라마 이야기를 꺼낸다.

“예나를 만나러 ‘마지막 황후’ 촬영장에 갔다가, 카메오 제안을 받았어요. 감독님께서 고정출연 제안하셔서요.”

“잘됐다. 일단 기회가 오면 그걸 네 걸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 이번처럼 기회를 주시겠다는데도, 괜한 부담감으로 사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야.”

“하지만.......”

“감독님이나 주연배우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

“예?”

“영화가 대박을 치는 거야. 그래야 감독님의 주가도 올라가고 주연배우도 몸값이 올라가니까. 그리고 장 감독님이 네 신을 엔딩장면으로 넣으시겠다는 이유도 영화를 흥행시키기 위한 방법이고, 그걸 나도 알기에 흔쾌히 그렇게 하자고 말씀드렸던 거야.”

“그거야.......”

“거기서 스톱! 정 부담이 되거든 나중에 술이나 한번 사.”

말이야 맞는 말이다.

어차피 아무리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영화가 흥행하지 않으면, 그 영화를 감독했다는 사실도 주연배우였다는 것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커리어일 뿐이다.

그리고 만약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서 망하기라도 한다면, 커리어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아무튼 영화의 흥행을 위해서라면, 주연배우가 가져야 할 자존심까지 버리는 문지훈 배우의 프로의식은 대단했다.

“참, 한 배우. 드라마 말고는 다른 특별한 스케줄은 없죠?”

“예. 아직 신인인데 불러주시는 분도 안 계시니까요.”

“그럼 당분간 다른 스케줄은 잡지 말아요.”

“예?”

“김형국 감독하고는 대충 이야기를 끝냈는데, 시사회 때부터는 한 배우가 앞에 나서야 하거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영화 홍보는 해야 하잖아요. 처음부터 한 배우를 히든카드로 숨겨두었다는 것이야 예전에 이야기했으니 기억할 테고, 시사회 때부터는 무대에 올라가야죠.”

제작발표회 당시에는 내가 빠졌던 것이 사실이고, 또 장수한 감독님께서도 내가 이른바 이번 영화의 히든카드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하신 적이 있었다.

전생의 기억으로도 어차피 뜰 것이야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렇게 판까지 깔아주시는데 그걸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더구나 ‘마지막 황후’의 김형국 감독님께도 장 감독님이 직접 양해를 구하셨다고 하니, 내가 따로 부담을 가질 일도 없는 것이다.

“왜 전화를 받지 않았어?”

“장수한 감독님하고 만나는 중이었어.”

“장 감독님하고? 갑자기 왜? 재촬영이라도 해야 한다고 하셔?”

“그건 아니고 엔딩장면 때문에.”

“아.”

“알고 있었어?”

“자세히는 모르고 지훈 선배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물어보기에 지훈 선배가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지. 자기 신으로 가자고 하면 너무 속보이잖아.”

“그런데 말도 하지 않고 어쩐 일이야?”

“치! 자기가 전화를 받지 않았으니 말을 할 기회도 없잖아. 그래서 그냥 온 거지.”

“실장님은?”

“2층에서 자고 있지.”

집으로 돌아오니 예나가 와 있었다.

예나와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마지막 황후’에 출연하는 것도, 또 ‘네 안의 야수’ 무대 인사 문제도 이미 나와는 무관하게, 이야기가 대충 진행된 상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형국 감독님과 장수한 감독님 사이에서 김영웅 감독님이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시고, 그렇게 대충 서로 간의 조율을 한 후에 소속사인 예담기획으로부터 동의를 얻고 그렇게 말이다.

결국 세상은 굳이 내가 간여하지 않아도,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잘 돌아가고 있었다.

‘마지막 황후’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예나가 거의 단독 주연인 드라마이고 예나의 연기가 물이 오른 상태였기에, 주연인 예나가 NG를 거의 내지 않자 촬영은 순조로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예나와 내가 출연할 부분의 촬영은, 정말 빡빡하다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장수한 감독님의 영화가 개봉하면 무대 인사를 다녀야 했기에, 그 기간 동안 방영될 분량을 미리 찍어둬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당장 내 보내야 할 촬영이 끝이 난 후에도 시간이 남을 때마다, 예나와 내가 찍어야 할 분량을 조금씩 찍고 있었다.

“저희 때문에 고생하시게 하여서 죄송합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찍어야 할 분량이고, 또 조금 빡빡하지만 이렇게 찍고 나면 촬영이 빨리 끝나잖아요. 그러니 우리로서는 빨리 다른 작품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 나쁜 일도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고맙고요. 아무튼 밥 맛있게 드세요.”

회사에서 예나와 내 이름으로, 뷔페 트럭을 보내주셨다.

예나와 나는 배식구 앞에서 음식을 챙겨서 나오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면서, 우리가 나오는 분량 때문에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오늘 첫 방송은 모두 함께 모여서 보기로 한 것 알죠?”

“예.”

“꼭 빠져서는 안 되는 스케줄이 있는 분들은 먼저 가시고, 아닌 분들은 정원 갈비로 8시 30분까지 모여주세요.”

드디어 ‘마지막 황후’ 첫 방송 날이 되었다.

사극이라서 시청률에 대한 기대는 크게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였기에 방송국 측에서 회식비를 지원한 모양이다.

“자기도 참석할 거지.”

“해야지. 중간에 낙하산으로 떨어진 놈이 이런 자리에 빠지면 나중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낙하산은 무슨. 자길 낙하산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런 생각은 절대 품지 마.”

농담을 한마디 했더니 예나가 정색을 했다.

그리고 낙하산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내게 주어진 역할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다가 보면, 주변 사람들 역시 언젠가는 나란 존재를 인정해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처음에는 설령 나를 낙하산이라고 색안경을 쓰고 보던 사람들조차, 마음을 열게 될 것이니까 말이다.

물론 오늘 방영될 분량에서 그리고 앞으로 6회까지는 내 분량이 전혀 없으니, 굳이 내가 오늘 회식자리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하지만 예나가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도, 나는 이 무리에 제대로 섞여야 한다는 생각에 참석하기로 마음을 굳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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