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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50화 (50/132)
  • 〈 50화 〉 내 밥그릇은 내가 챙겨야지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막상 촬영에 들어갔지만,  ‘마지막 황후’ 촬영은 정말 지겨움 그 자체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병이라도 날 것처럼 붕붕 날아다녔었는데, ‘마지막 황후’에서의 내 역할은 멀리서 순정효황후 지근거리서, 항상 눈을 희번덕거리며 주변경계를 하는 것이 내 역할의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을, 황후께서는 은근하면서도 안타까운 눈길로 지켜보고 있었고 말이다.

    “감독님, 지금처럼 스토리가 전개된다면, 굳이 제가 매일 출연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한 작가님이 머리가 좀 아픈 모양입니다. 한 배우 역할을 어느 시점에 임팩트를 줘야 할지 아직 제대로 결정을 하시지 못한 상황이라더군요. 사극 중에서도 배경이 궁중이다가 보니....... 그렇다고 아무리 을사늑약 이후에 외교권을 박탈당해 주권을 빼앗긴 상태라고 하더라도 대외적으로는 아직 엄연한 독립 국가인데, 벌써부터 매일같이 왜놈 사무라이들에게 궁궐 담을 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이른바 순간적으로 필이 꽂혀서 나를 출연시키기로 결정을 했지만, 작가님이 아직 내 역할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하고 계시는 모양이다.

    아직 신인인 내가 이렇게 감독님께 배역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었지만, 정말 출연료만 받으면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병풍이 된 기분은 견디기가 힘이 들었다.

    그런데 감독님 말씀 중에 나온 말에, 나는 순간 머릿속이 번쩍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감독님, 주제넘은 말씀이지만 한 가지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해 보세요.”

    “방금 감독님께서 담을 넘는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요.”

    “지난번처럼 사무라이들이 무리를 지어서 궁궐 담장을 넘는 것은 말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자객을 보내는 시도는 얼마든지 할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 아무래도 황후를 지금보다도 더 지근거리에서 호위할 수 있는 명분도 생길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뭔가 계기를 만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감독님 말씀처럼 사무라이를 계속 등장시킬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이미 이 시기는 명성황후 시해로 인해, 민초들의 반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그런데 명성황후 시해에 이어 며느리인 순정효황후까지, 사무라이의 칼날에 시해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을 한 번도 아닌 두어 차례 반복한다면, 아무리 이 부분이 상상을 도입해서 연출한 장면이라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어내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님 또한 역사적인 사실과 픽션 사이에서, 어디에 비중을 더 많이 두는가에 관해 고민이 많으실 것이다.

    “그렇지! 그런 방법도 있겠네요. 내가 한 작가님과 그 문제는 두고 의논을 해보죠.”

    사무라이들이 떼를 지어서 궁궐 담을 넘는 것이야 민초들의 분노를 살 수 있는 일이지만, 자객을 보내서 황후를 시해하려는 시도는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어차피 자객이야 잡혀봐야 자결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게 되면 배후를 밝힐 수도 없고, 또 잡히기 전에 죽임을 당한다고 해봐야 그 시체를 가지고 왜놈들에게 항의할 수 있는 증거도 되지 못할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감독님께 요청한 그 말의 결과는, 바로 다음 날 촬영에서부터 적용되었다.

    ‘챙!’

    ‘땡그랑!’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단검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순정효황후 침소 앞에 서서 침소를 지키던 나는, 단검이 날아오는 소리에 검을 휘둘러 단검을 막아내고 단검이 날아온 곳을 노려보았다.

    “주변을 경계하라!”

    “예!”

    이럴 때 단검을 날린 놈을 잡으려고 뛰쳐나갔다가는, 내가 지켜야 할 황후에게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는 일이다.

    따라서 나는 자객을 잡기 위해서 달려가는 대신에, 군사들에게 황후마마 침소 주변 경계를 더욱더 철저히 할 것을 지시했다.

    담벼락 옆의 나무 사이로 검은 야행복이 어른거리는 느낌이었지만, 나는 그 자객을 잡기 위해 뛰쳐나가고자 하는 마음을 꽉 억누른 채, 그놈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온 신경을 집중해서 혹시 그놈 이외에 다른 놈이 있는지를 살폈다.

    다행히 저놈 이외에는 다른 놈은 없는 듯했다.

    “위장! 어떻게 하실 요량이십니까?”

    “기다려라!”

    “저러다가 저놈이 도망이라도 치게 되면.......”

    “그냥 기다리라고 했거늘!”

    지금 상황에서 도망을 친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어쩌면 저놈을 잡으라고 명령하지 않았던 지금의 내 행동이, 나중에 내가 문책을 받고 또 어쩌면 내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결정이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저놈을 잡으려고 하다가, 혹시 나도 모르게 담을 넘고 기회만 노리고 있는 다른 놈이라도 있다면, 당장 황후의 안위가 위협받게 될 테니, 내게 가해질 문책보다는 당장은 황후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제법 오랜 시간 대치가 계속되었다.

    그놈이 있는 곳을 노려보느라 눈이 침침해질 무렵, 또다시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달빛에 반짝거리는 단검이 처소 문을 향해 날아왔고, 나는 다시 검으로 단검을 쳐냈다.

    그런데 그 순간 마치 화살처럼 하나의 인영이 나를 향해 쏘아져 오고 있었다.

    ‘챙!’

    ‘채~쟁!’

    저 먼 거리를 어떻게 이렇게 단숨에 날아올 수 있는지 그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자객의 칼끝이 내 심장을 노렸고, 나는 몸을 옆으로 살짝 피한 후에 칼날을 내리쳤다.

    그리고 자객과 나 사이에는 목숨을 건 칼부림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대부분 자객이란 존재는 숨어 있을 때나 무서운 법이지, 눈앞에 드러난 이상 크게 위협이 되는 존재는 아니었고, 오늘 담을 넘어온 이놈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웬 놈이냐?”

    “죽여라!”

    몇 합 겨루지 않고 위장인 나는 자객을 무사히 제압할 수 있었다.

    나는 그놈의 목에 칼을 겨눈 채 어디서 보낸 놈이냐고 물었지만, 이놈은 어눌한 목소리로 죽이라는 말만 되뇌고 있었다.

    역시 담을 넘어온 이놈은 왜놈들이 보낸 자객이 맞았다.

    “오케이! 컷! 한 배우! 바로 바스트 샷 한번 갑시다.”

    김 감독님 입에서 아주 만족해하는 오케이 사인이 나왔다.

    “한 배우, 아까 잔뜩 갈등하는 눈빛 있지? 그걸 다시 한 번만. 오케이?”

    한 작가님은 자객이 출몰하는 장면을 시의 적절하게 잘 사용하고 있었다.

    자객이 담을 넘는 일이 반복될수록 순정효황후의 침소 주변을 지키는 위장을 비롯한 군사들의 몸과 정신은 피폐해져갔고, 단 한 식경도 편하게 눈을 붙이지 못한 관계로 군사들뿐 아니라 위장인 나조차도, 실핏줄이 터져 눈자위가 빨갛게 변해 있었다.

    “위장, 낮에는 좀 들어가서 쉬세요.”

    “아니옵니다. 마마.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있사오니 염려 마시옵소서.”

    황후께서는 내게 휴식을 취하면서 몸을 돌보라고 하명하셨지만, 어찌 황족을 보위하는 임무를 맡은 위장이 자기 몸을 돌본답시고, 임무를 소홀히 할 수가 있겠는가?

    비록 우리 대한제국이 왜놈들의 협박에 외교권마저 빼앗겨 반쪽짜리 국가가 되었을지언정, 언젠가 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황제 폐하를 비롯한 황족의 안위는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위장! 나를 잠시 따라오시게!”

    “부원군 대감. 여기서 말씀하시지요.”

    “따라오래도!”

    “황제 폐하의 하명이 있으시기 전에는, 소관은 이 자리를 이탈할 수가 없습니다.”

    “뭐라? 내가 황후마마의 아비일세! 황후마마의 아비인 내가 황후마마의 안위를 해하려 하겠는가?”

    “부원군 대감의 충심을 의심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소관의 직무가 황후마마의 처소를 지키는 것이라, 소관은 황후마마의 처소를 벗어날 수 없사옵니다!”

    황후마마의 친정아버지인 해풍부원군이, 위장인 나를 바깥으로 불러내려고 하고 있었다.

    해풍부원군 윤택영 이 자는 이미 궁궐 내부에서조차 왜놈들과 밀통한 자라는 소문이 파다했으니, 아무리 황후의 아비라고 하더라도 이런 자의 말을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네 이놈! 네놈이 감히 황후마마의 아비인 나의 명을 거역하려고 하는 것인가?”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해풍부원군의 목에 칼을 겨눴다.

    “부원군 나리! 소관은 대한제국 황제 폐하의 신하이옵니다! 그리고 지금은 황후마마의 처소를 지키는 것이 소관의 임무이옵니다. 따라서 더 이상 황후마마의 존전을 어지럽히신다면, 국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부원군 나리께 불경을 저지를 수밖에 없사오니 이만 물러가시지요!”

    “이놈이! 감히!”

    “밖으로 모셔라!”

    “예!”

    그렇게 해풍부원군은 군사들에게 끌려 황후전 바깥으로 끌려 나갔다.

    군사들에게 끌려 나가면서 해풍부원군은 세상에 둘도 없을 악담을 퍼부었고, 이런 나의 행동은 후일 내게 큰 화가 되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의 이 결정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컷! 좋았어!”

    김형욱 감독 입에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저 친구 정말 신인이 맞아?”

    “그럼 넌 어디서 저 친구 얼굴을 본 적이라도 있어?”

    “없으니 묻지.”

    “그러니 당연히 신인이지.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한 적도 없고 연극무대에서도 저 정도였다면 이미 소문이 파다했을 텐데, 그쪽에서도 한강수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잖아.”

    “타고났네. 타고났어. 세상이 왜 이리 불공평하냐? 누구는 죽자고 해도 안 되는 것이 연기인데, 어떤 놈은 캐스팅되자마자 펄펄 날아다니고 있으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단역배우들이 나를 두고서 부러움이 섞인 뒷담을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굳이 내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내가 2회 차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 수도 없고, 또 내가 연기 천재이니 당신들은 날 따라올 생각을 아예 포기하라는 재수 없는 소리를 해줄 수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어차피 자기 인생은 자기에게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것이고, 자기 밥그릇은 자기 스스로 챙겨야 한다.

    잔인하면서도 싸가지 없는 소리이긴 하지만, 남이 잘 나가는 것을 부러워하는 대신에 죽으라고 연기연습을 하든지, 만약 그렇게 해도 발전이 없다면 차라리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이, 그 사람 인생에 이익이 되는 것이다.

    오히려 나는 지금 저들의 뒷담이 반갑기까지 했다.

    저들에서 시작된 나의 연기에 대한 부러움 섞인 뒷담이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지는 날이 온다면, 내가 예나의 남자친구로서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아니라, 내 연기 때문에 대중들이 내게 관심을 두게 된다는 말이 될 테니까 말이다.

    “자기 고생했어.”

    “이 정도로 고생은 무슨. 자기도 고생한 것은 마찬가지잖아.”

    “그래도 나는 방 안에서 연기를 한 거고, 자긴 바깥에서였잖아.”

    순정효황후 역의 예나가 침소 밖으로 나설 일이 거의 없어서, 예나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고 연기를 펼칠 수밖에 없는 내 상황이 안타까웠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담장이 바람을 일정 부분 막아주고 또 예나와 함께 나가서 사서 입은 내복 덕분이었는지, 아직은 별로 춥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렇게 촬영은 아무런 사고 없이 잘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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