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48화 (48/132)

〈 48화 〉 Comeback하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도대체 이게 얼마만이야?”

“웬 호들갑이야. 그제도 왔다 갔었잖아.”

“그게 어떻게 오늘 온 것하고 같아. 그제는 잠시 왔었던 거고, 오늘은 완전히 온 거니까.”

“이 매연 많고 복잡하기만 한 서울이 뭐가 좋다고.”

“딱히 좋다는 것보다는, 서울은 낯설지 않잖아.”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놈이, 웬 호들갑인가 싶었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에 친구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그 수많은 친구란 존재 중에 유일하게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놈이 바로 이 진수란 놈이니, 이 정도 호들갑은 애교로 그리고 재롱으로 봐줘야지 않겠는가.

아무튼 해운대 해수욕장 초입에 있는 예전 6공구라는 집창촌이었다가 이젠 유흥가가 된 그곳과, 해운대 신시가지 쪽에서의 촬영은 무사히 끝이 났다.

그리고 촬영을 마치고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과 배우들과 작별하고, 진수와 나는 어제저녁 이야기한 대로 기장군으로 넘어와 전복죽을 사서 서울로 올라온 것이다.

“회사에 먼저 들러야겠지?”

“다른 건 몰라도 전복죽 때문에라도 회사부터 가야지.”

그렇게 예담기획을 향해 출발했다.

“이게 뭡니까?”

“전복죽입니다.”

“이 귀한 전복죽을 어떻게 이렇게 많이......”

“부산에서 촬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회사 식구들 조금씩 맛이라도 보시라고요.”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시장에서 사서 수세미로 빡빡 씻어 깨끗이 만든 대형 플라스틱 용기 세 개에, 전복죽을 가득 채워 가져온 것을 확인한 영양사 선생의 얼굴 표정이 가관이었다.

하지만 이 양반은 내가 누군지도 아직 모르고, 그냥 회사 소속 배우 중 하나이겠거니 할 것이다.

아직 홍보팀의 직원들 이외에는, 나를 알 정도로 내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차별하는 것 같아 조금 껄끄럽긴 했지만, 팀장급들에게는 따로 전복죽 집에서 포장으로 해서 판매하는 도시락을 하나씩 따로 챙겼기에 그 도시락은 진수가 나눠주기로 하고, 나는 대표님을 만나기 위해 대표실로 향했다.

“어~ 한 배우 어서 와. 피곤할 텐데 집에 가서 쉬지.”

“인사나 드리고 들어가려고요.”

“이건 뭔가?”

“해운대서 촬영을 끝내고, 연화리에 잠시 들러서 사온 겁니다. 댁에 가셔서 데워서 드시면 됩니다.”

“뭘 이런 것까지 사서 오고 그러나. 아직 출연료 정산도 되질 않았는데.”

그렇게 잠시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벌써 가려고?”

“예. 서 배우 촬영장에 가보려고요. 약속했거든요.”

“그래, 참. 지난번에 찍었던 장면은, 목요일 예고편에 내보낼 거라고 하더니만.”

“예?”

“지난번 카메오 촬영한 분량 말일세. 김 감독이 그리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면 제법 잘 나왔던 모양이야.”

하긴 카메오로 출연해서 촬영하던 그날, 감독님의 표정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워 하신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양반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화면이 나왔으니, 언제 시간을 내서 한 번만 더 촬영에 협조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아무튼 배우가 해야 할 역할은 촬영에 임해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감독님의 손에 맡겨두면 될 일이다.

“한 배우님, 잘 먹을게요.”

“별말씀을요. 솔직히 제가 돈이 별로 없어서 다른 분들 드실 것을 따로 사 오질 못했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구내식당에 가시면, 한 그릇씩 주실 거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맛이나 보세요.”

섭섭해 할 수는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내가 돈이 많다면, 모든 직원에게 전복죽 한 그릇씩 돌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아직 내가 그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니, 우선은 내게 당장 도움이 될 사람부터 챙겨야 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게 세상살이이자, 이 험난한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니 말이다.

“한 배우, 왔어.”

“고생 많으시죠. 감독님.”

“고생은 무슨 고생. 다 내가 잘 먹고 잘살자고 하는 일인데. 참 지난번에 찍었던 것 아직 보지 못했지?”

“목요일 예고편에 나간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그래, 기대해 봐. 내가 봐도 끝내주게 편집되었으니까.”

촬영장에 도착해서, 우선 김형국 감독님께 인사부터 드렸다.

그런데 지난번 카메오 촬영 덕분에 호의를 가지신 것인지, 말투부터 달라져 있었다.

“그런데 지난번에는 커피트럭하고 밥차 또 오늘은 이렇게 직접 간식거리까지 나눠주면, 우리 한 배우 남는 것이나 있어?”

“나중에 많이 벌면 되죠.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이런! 남의 집이라니. 한 배우도 우리 드라마에 출연했으니, 이제 남이 아닌 한 식구지.”

“정말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고마운 일이고요.”

정말 별 대수로울 것도 없는 카메오 출연 하나로, 충분히 본전을 넘어 이익이 난 것 같은 느낌이다.

김형욱 감독님 성격이 원래 이렇게 쉽게 곁을 내주시는 분인지는 몰라도, 나로서는 과분할 정도의 환대였다.

“그런데 지금 찍고 있는 ‘네 안의 야수’ 그건 언제 크랭크업이야?”

“장 감독님 말씀으로는, 늦어도 일주일이면 모두 끝이 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그럼 다음 스케줄은?”

“이제 데뷔하는 놈에게 다음 스케줄이라고 할 것이 있기나 하겠습니까. 지금부터 오디션 자리를 찾아다녀야지요.”

“그래? 그럼 혹시 우리 드라마에 정식으로 합류해볼 생각은 없나? 우리 드라마가 사극이어서 제작비가 빠듯한 탓에, 출연료는 많이 책정하지 못하겠지만 대신 그림은 죽여주게 잡아줄게.”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어차피 당장 일거리도 없다면서. 거기에다 서 배우하고 계속 붙어 다닐 수 있고 좋잖아.”

순간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 말씀대로 목요일 예고편에서 내 활약상이 펼쳐지면, 자연 시청자들에게 주목받을 기회는 마련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출연하는 장면이 방영되는 순간, 정말 헛된 기대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장면의 순간 시청률이 의미 있는 수치로 나타난다면, 제작사나 방송국의 감독님들과 작가님들의 러브콜을 받는 것도 꿈이 아니다.

“하지만 작가님께서도 동의하셔야지요.”

“그럼 우리 한 배우는 생각이 있단 말이지?”

“이렇게 절 예뻐해 주시고 기회를 주시려고 하시는데, 제가 감히 어떻게......”

“좋았어! 그럼 당장 월요일부터 촬영장으로 나와.”

“예? 작가님은 어쩌시고요?”

“한 작가가 나한테 부탁했던 일이야. 지난번 한 배우를 찍었던 장면을 보고 잔뜩 필을 받아서.”

작가님이 이미 동의하셨고 감독님께서 출연요청을 한 상태니 회사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하겠다고 결심한다면,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계약 문제야 제작 PD가 회사와 조율하게 될 테니, 그 문제에 관해서는 내가 신경을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기 왔어.”

“응, 우선 패딩부터 걸쳐.”

찍던 신이 끝나자 예나는 내게로 달려왔고, 그 덕분에 김 실장님도 예나의 패딩을 들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얼굴이 많이 상했네.”

“상하고 말고 할 것이 뭐가 있어. 밥 잘 먹고 실컷 땀 잘 빼고 왔는데.”

“치! 우리 자기를 내가 옆에서 챙겨줘야 하는데.”

“나 월요일부터 계속 여기 나오게 될 것 같은데.”

“응? 방금 뭐라고 했어?”

“월요일부터 여기 매일 나올 것이라고.”

“나 보고 싶어서?”

“감독님께서 나보고 여기 출연할 생각이 없느냐고 하셔서, 그러기로 했어.”

“그럼 고정출연을 하기로 했단 말이야? 그 말이 정말이야?”

당연한 반응이었겠지만, 예나는 내가 앞으로 이 드라마를 함께 찍는다고 하니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그리고 이 촬영장의 선배로서, 이 촬영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꼬치꼬치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기 쫄쫄이는 있어?”

“쫄쫄이? 그건 왜?”

“여기 엄청 춥거든. 물론 실내에서 촬영할 때는 그럭저럭 견딜 만하지만 야외 신을 찍을 때는 안에다가 꼭 쫄쫄이를 입어야 해.”

“나 몸에 열이 많아서 이 정도는 괜찮아.”

“입어야 해. 위에도 내복을 입어야 하고. 자긴 소품실에 있는 옷 입어보지 않았지?”

“지난번에 입었었잖아.”

“그때는 다른 옷 위에 입어서 그렇지. 아무튼 오늘 촬영 끝내고 나랑 내복 사러 가자.”

양산에서 액션 신을 찍을 때는 그다지 춥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양산에서 ‘네 안의 야수’를 찍을 때와는 많이 다를 것 같았다.

황후를 지키는 위장의 역할을 하게 되겠지만, ‘네 안의 야수’에서와는 달리 이번 드라마에서는 몸 쓰는 장면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 거의 홑껍데기 같은 옷을 입고 몇 시간 동안이나 야외에서 찬바람을 맞아야 할 수도 있으니, 예나 말처럼 내복이라도 안에 입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무튼 뜻하지 않게 드라마 ‘마지막 황후’ 출연이 결정되었다.

물론 방송국과 예담기획이 출연료를 비롯한 세부사항에 대한 조율을 마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확정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작가님과 감독님이 원하는 일이고 소속사로서는 지금 당장에야 내 스케줄이라고 할 것이 딱히 없으니, 출연 결정이 어그러질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대표님께 여쭤보지도 않고 결정한 것은 성급한 것 아니야?”

“딱히 내가 바쁠 일도 없잖아. 그러니 반대하실 일은 없을 거잖아.”

“하지만 영화 촬영을 마치자마자 바로 또 드라마에 들어간다는 건.......”

“빨리 얼굴을 알려서 돈 벌어야지.”

기억에 김형국 감독님에 대한 것은 없었지만, 최소한 이번 드라마가 망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만약 드라마가 엉망이었다면, 선 대표님께서는 다른 사람도 아닌 딸인 예나를 망하는 드라마에 집어넣지는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한 배우님, 이메일로 대본 보냈습니다.”

어차피 일요일까지는 할 일이 없었기에, 나는 아침에 집 부근에 있는 산에 올라갔다 오는 것이 이외의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내가 출연하게 될 장면에 대한 수정이 끝이 난 것인지, 조연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보내온 대본은 딱히 흠잡을 곳이 없이 무난했다.

단지 신인에게는 조금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사 대신에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순정효황후에 대한 안타까움이 섞인, 연민 또는 연모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그것은 순정효황후 역시 마찬가지였다.

법도가 지엄한 궁궐에서 그것도 일국의 황후란 사람이, 황제가 아닌 다른 사내에게 연모의 염을 품는다는 자체가 불경이고, 만일 그것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당장 목이 떨어져도 할 말이 없을 일이다.

‘도대체 이 양반은 뭘 믿고 이렇게 썼지?’

대본을 받아들고 처음 느낀 것이, 바로 이 생각이었다.

물론 나야 전생에 소위 말하는 국민배우 소리까지 들으니 이런 대본을 받아들고도 크게 걱정하진 않았지만, 한 작가님과 김 감독님의 입장에서는 나는 생짜 신인이 아닌가 말이다.

아무튼 두 분이 내가 이 정도 연기는 소화해 낼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 믿음에 화답해주면 될 일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