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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34화 (34/132)

〈 34화 〉 첫 키스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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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원래 이런 일은, 오래 버티는 놈이 장땡이인 법이다.

그리고 평소 지수의 급한 성격을 생각하면, 지금 저렇게 뻗대는 것이 오래 가지도 않는다.

어차피 지수가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에 원론적으로 반대하는 상황도 아니니,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내가 적당한 조건만 제시하면, 흔쾌히 동의할 분위기였기에 내가 서두를 일은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당장 카메라를 설치해서 공개해야 할 일도 아니었으니, 버텨볼 만큼 최대한 버텨본 후에 내가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 선에서 타협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카메라를 설치해서 어떻게 하려고?”

“응, 그러지 않아도 네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실시간으로 중계할 생각이야.”

“실시간 중계를 하겠다고? 그럼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겠다는 거야?”

“나 같은 신인이 개인 홈페이지를 만든다고 누가 찾아오기나 해. 좋은 곳 있잖아. U 튜브에 계정을 하나 만들어서 거기에 올리면 되지.”

“그런데 누가 보기나 할까?”

“어차피 많이 보라고 카메라 설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잖아. 예나하고 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의 의심을 해소하려는 이유뿐이니.”

보통 연예인들이 U 튜브 계정을 운영하는 목적 대부분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방송국에서 불러주지 않을 때 인터넷방송을 통해서나마,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방편으로 U 튜브 계정을 이용한다.

그런데 진수는 내가 U 튜브 계정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하겠다고 하니, 순간적으로 애초에 내가 왜 U 튜브 방송을 이용하려고 했었던 것인지 그 목적을 잊은 모양이다.

결국 누가 보든지 말든지 집안에 설치한 몇 대의 카메라로, 예나가 우리 집에 와서 잠을 자고 간다고 하더라도 대중들이 궁금해 하는 그런 일은 없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하려는 것뿐인데 말이다.

“그러지 말고 이왕 카메라를 설치하는 김에, 상시적으로 U 튜브 계정을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

“왜?”

“어차피 한 배우도 인기를 얻어야 하잖아.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인기를 얻는 것이 좋고. 그러니 서 배우와의 관계를 이용해서, 대중들의 관심을 조금 더 증폭시켜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서.”

“됐어. 배우가 무슨 예능인이야. 배우는 연기로 대답하면 되는 거야.”

물론 진수 말대로 예능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도 있고, 그것이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직 연기로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도 없이, 먼저 연기가 아닌 다른 것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아직 내 머릿속에는 예능이라는 것은, 인기가 한물간 배우나 가수들이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기 위한 구차한 발악이라는 느낌이 강했고 말이다.

“그런 건 뭐하려고 준비했어. 촬영장에 가면 다 준비가 되어 있을 텐데.”

“혹시 모르잖아. 그런데 잘할 수 있지?”

“잘하고 말고 할 것이 있기나 해. 살짝 입술만 부딪치는 것뿐인데.”

“하지만 첫 키스 신이잖아.”

하긴 이번 생에 들어 와서는 첫 키스 신이 맞긴 했다.

하지만 그다지 설렌다는 등의 그런 느낌은 없었다.

어차피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는 생각과 또 전생에서는 수도 없이 경험했던 장면이었고, 비록 손조차 잡아보지 않은 사이이긴 하지만, 이미 예나와는 사귀기로 했지 않은가 말이다.

아무튼 진수는 언제 준비를 해둔 것인지 모르겠지만, 촬영장으로 가려고 차에 올라타니 입안 세정제와 옷에 밴 냄새를 없애는 탈취제까지, 내게 건네는 오지랖을 부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촬영이 많이 남았는데 왜 벌써 마지막 장면까지 찍는다고 난리야?”

“예나가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결정됐잖아. 그리고 엔딩장면 말고는 이제 예나가 촬영할 것이 더 남은 분량이 없기도 하고. 그러니 감독님께서 먼저 촬영을 끝내주시기로 한 모양이야.”

“이제 촬영장에 올 낙이 없는 인간들, 제법 많이 생기겠네.”

“응?”

“별 특별한 것도 아니고 스태프들하고 매니저 중에서, 예나 얼굴을 보는 낙으로 산다는 놈들이 제법 되거든.”

“참 별 희한한 사람들이네. 자기하고 별 관계도 없고 자기 여자도 아니면서.”

“그런 점은 우리 한 배우도 마찬가진데?”

“뭐? 나는 예나하고 사귀기로 했는데 그게 뭐가 마찬가지야.”

“그 뜻이 아니고 여자 스태프 중에서도, 우리 한 배우 얼굴 보는 낙으로 촬영장 온다는 아가씨들이 좀 있거든. 그래서 한 배우 연락처 달라는 여자 스태프도 제법 있어.”

“됐다고 해.”

내 자랑 같기는 하지만 사실 고등학교 시절 아니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여자들에게 시달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심지어 고등학교 1학년인 나에게, 대학에 다니는 누나가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었던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여자란 존재에 대한 호기심 또는 설렘이 사라졌고, 그 때문인지 막상 예나가 사귀자고 했을 때조차 내가 무덤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우리는 촬영장에 도착했다.

“안녕하십니까!”

“어! 한 배우, 어서 와. 좋은 꿈 꿨어?”

“예. 어젯밤엔 좀 피곤했는지 푹 잤습니다.”

“푹 잤다고? 꿈은 꾸지 않고?”

“저 원래 꿈같은 것은 잘 꾸지 않습니다.”

“그래? 그럼 혹시 설레서 잠을 자지 못했던 것은 아니고?”

“그게 무슨.......”

“아니야? 그럼 벌써 진도를 그 이상으로 뺐었던 거야?”

먼저 감독님께 인사를 드리고, 선배 배우이자 연기 파트너인 문지훈 배우께 인사를 하니, 문 배우는 빙글거리면서 나를 놀리려 하고 있었다.

“진도라니요?”

“오늘 예나하고 키스 신이 있잖아. 그런데 처음으로 키스 신을 찍으니 설레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에이~ 그게 무슨 키스 신입니까. 애들 뽀뽀하는 수준을 가지고요.”

“얼레, 이 친구 봐라. 와~ 세상에 대한민국 국민 여동생 소리를 듣는 예나하고 키스 신을 찍으면서 이런 담대함이라니! 역시 우리 한 배우는 내 동생 자격이 있어.”

그러면서 문 배우는 내 등을 팡팡 두드리신다.

그런데 문 배우의 손매가 장난이 아닌 것이, 혹시 이 양반이 감정을 실어서 나를 때리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다.

“빨리 대기실로 가봐.”

“대기실은 무슨 대기실이요?”

“예나 지금 가슴이 콩닥콩닥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을걸. 그러니 사내인 한 배우가 가서 진정을 시켜줘야지.”

“에이~ 서 배우가 알라도 아니고 키스 신이 처음도 아니잖아요.”

“처음이야.”

“예?"

“예나 키스 신 찍는 것이, 오늘 한 배우하고가 처음이라고.”

이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소리란 말인가?

지금까지 예나의 연기경력이 얼마고 또 예나가 출연했던 로맨스 드라마가 몇 개인데, 아직 키스 신을 단 한 번도 찍지 않았다니 이게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예나하고 나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은 알고 있지?”

“예. 형님하고 오빠 동생으로 잘 지내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빠 동생하고 지내는 관계가 난 제법 되지만, 예나에겐 내가 유일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

“예?”

“예나가 예전 그 사건으로 대인기피증까지는 아니지만, 남자를 극히 경계해. 같이 출연한 배우들끼리 모이는 술자리에는 물론이고 감독님이 함께 하시는 자리조차, 거의 참석한 적이 없거든. 그런 애가 무슨 키스 신을 찍어. 살짝 손잡는 신을 찍을 때조차 걸핏하면 NG를 내는 통에, 감독님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황당한 일이다.

“손잡는 신에서 NG를 낸다고요?”

“응. 상대 배우가 손을 잡기만 해도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니 당연히 NG가 나지. 그래서 작가님과 감독님들께 예나는 한마디로 계륵과도 같은 존재기도 해. 예나의 티켓파워와 연기력을 생각하면 예나만한 여배우가 없잖아. 그런데 예나의 그 점 때문에, 작가님이나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달달한 그림을 뽑아내려면 정말 진땀을 흘려야 하니 답이 없는 거지. 물론 애초에 예나가 그런 신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는, 출연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말이 돌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정말 황당한 이야기였다.

예나가 그동안 찍었던 드라마나 영화는 로맨스 장르가 거의 대부분으로 기억한다.

아니 예나처럼의 외모를 지닌 여자 배우가, 출연할 장르라고 해봐야 로맨스가 대부분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수많은 로맨스 물을 찍으면서 키스 신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도 이해가 되질 않았고, 심지어 손을 잡는 장면조차 거의 없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남녀가 손잡는 장면조차 없었음에도 예나가 지금처럼 대한민국 뭇 남성들의 사랑을 받는 국민 여동생으로 각인되었다는 것은, 예나가 지닌 연기력 또한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그것 훨씬 이상의 연기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무튼 여기서 이렇게 쓸데없는 소리 할 시간에 빨리 예나에게나 가봐. 그래서 진정할 수 있게 거들어 줘.”

“제가 간다고 뭐 달라질 것이야 있겠습니까.”

“너하고 사귀기로 했다면서. 손은 잡았을 것 아니야.”

“아직......”

“이거 둘 다 똑같네. 이러다가 오늘 또 밤샘하는 것 아니야?”

사실 시간상 그렇게 할 기회도 별로 없었지만, 예나는 어땠는지 몰라도 나는 손을 잡는다는 등의 스킨십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기에 무신경하게 지냈었다.

아무튼 문지훈 배우는 내가 아직 예나와 손조차 잡지 않았다는 말에 일말의 의심도 없이 믿는 눈치였고, 오히려 그 때문에 오늘 또 NG가 나서 촬영이 지연될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아무튼 문지훈 배우의 말대로라면, 정말 예나를 찾아가서 진정시킬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예나와의 키스 신이라고 하지만, 나 역시도 NG로 인해 촬영이 늦어지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으니 말이다.

말이야 그럴싸하게 뭐나 있는 것처럼 주연배우 대기실이라고 이름이 붙었지만, 실상은 바람을 막기 위해 천막을 치고 그 안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소파와 간단히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게 화장대와 의자를 가져다 놓은 것이 전부였다.

물론 기름을 때는 히터가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말이다.

대기실이란 것인 천막으로 되어 있어 노크를 대신해서 두드릴 만한 것이 없었기에, 나는 천막으로 된 대기실 입구에서 노크대신에 예나의 매니저인 김 실장님을 불렀다.

“김 실장님, 한강숩니다.”

그러자 난감한 표정의 김 실장님이, 천막을 걷고 얼굴을 내밀었다.

“한 배우님.”

“예. 혹시 잠시 서 배우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그게......”

김 실장님의 처음 표정에서, 지금 저 안의 상황이 어떤지 대충 짐작되었다.

그리고 김 실장님은 내가 예상한 것처럼, 내가 예나와 잠시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말에 난감한 표정과 함께 말을 잇질 못하고 있었다.

“강수 씨, 들어 와.”

김 실장님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몸을 돌리니, 그때 안에서 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 보시지요.”

“예. 고맙습니다.”

나는 김 실장님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인 후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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