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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24화 (24/132)

〈 24화 〉 첫 대면, 그리고 계약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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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지. 계약이라는 것이 어차피 서로의 이익에 부합해야 하니까.”

사실 계약 기간이라는 것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이익을 담보하는 노예계약이라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기간에 구애를 받을 일은 크게 없다.

계약 기간이 3년이든 5년이든지 간에 그 기간 동안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라고 판단한다면, 어느 한쪽이 매달리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계약은 연장되는 것이다.

그리고 계약서에는 5년의 계약 기간에 내가 주연으로 출연하게 된다면 두 편, 조 단역으로 출연하게 된다면 매년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 계약 기간과 무관하게 주연으로 두 편의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다면, 기간과는 상관없이 나머지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진수와 나는, 오늘부로 예담기획의 식구가 되었다.

“당분간 한 배우와 계약했다는 사실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네.”

“좋습니다. 어차피 제가 예담과 계약했다고 해봐야, 아직 제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별 효과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한 배우에게는 섭섭하겠지만 아직 한 배우에게 밴을 지원할 수는 없네. 대신 계약서에서 명기된 차량지원은, 당분간 회사가 보유한 SUV 차량으로 할 테니 그 차를 이용하게나.”

“차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차를 그대로 사용하겠습니다.”

“왜?”

“아직 신인이잖습니까. 출연료 받은 것도 없는 신인이 차를 바꿨다고 하면 아무래도.......”

SUV 차량을 지원받는 대신 지금 타고 다니는 차에 들어가는 일체의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하기로 했고, 일정액 한도 내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덕분에 개인적으로 들어가는 차량 유지비와 밥값 등을 줄일 수 있었다.

물론 현재 출연하고 있는 ‘네 안의 야수’에서 받는 출연료는 회사와는 무관하게 체결된 계약이니, 회사에서는 그 출연료에 대한 권리는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어땠어?”

“제법 강단이 있겠더라.”

“치! 아빠 사윗감으로 어땠는가 물었는데?”

“인마, 네 마음에 들면 되지 아빠 생각이 뭐가 중요해. 그런데 잘해낼 수 있겠어?”

“그건 모르겠는데 강수하고 있으면 그냥 편해. 그리고 강수 씨 여동생도 그렇고.”

“그런데 정말 어젯밤에는 너도 모르게 잠이 든 거야?”

“응, 강수 씨 여동생하고 침대에 누워 이야기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었어.”

“아무래도 너하고 저 친구 하고 전생에 대단한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다.”

나와 진수가 예나 매니저의 안내로 회사를 둘러보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던 그 시간, 예나는 자기 부친이자 예담기획의 대표이사인 선준호 대표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팀장님, 오늘 우리 회사와 계약한 한강수 배우님이세요. 배우 2팀 소속이시고요.”

“한 배우님 환영합니다. 홍보팀장 강수민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 내가 소속될 배우 2팀장을 비롯한 2팀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인사를 끝낸 후, 홍보팀으로 자리를 옮겨 홍보팀장과 인사를 나눴다.

“‘네 안의 야수’가 끝이 난 이후부터 부탁드리겠습니다.”

“왜 그렇게 하시려고 하시죠?”

“장수한 감독님과 약속을 했습니다. 약속은 지켜야지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나에 관한 보도 자료를 뿌리겠다고 하는 것을 말리자, 홍보팀장은 그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다.

하지만 장수한 감독님과 출연계약을 맺을 당시, 극적인 효과를 위하여 크랭크업까지는 내 존재를 철저히 감추기로 약속을 했었다.

그리고 그 점과 관련해서는, 촬영에 투입된 스태프들뿐 아니라 모든 배우에게까지 함구령을 내린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작은 것을 챙기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리석음일 것이다.

예담기획과 계약을 맺어 예담기획 소속 배우가 되었지만, 겉으로 드러난 내 일상은 변하지 않았다.

나와 예나의 촬영분량이 저녁 시간에 잡혔기에, 나는 진수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촬영장에 도착했다.

촬영장에 도착하자 나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진수와 함께, 장수한 감독님을 시작으로 스태프들과 촬영장 곳곳에 대기하고 있는 배우들을 찾아다니면서 인사부터 했다.

“이거 하나 드세요.”

“매일 뭐 이런 걸 다......”

진수는 보온박스를 실은 손수레를 끌고 나는 박스에서 꺼낸 따뜻한 캔 커피를 하나씩 나눠드리면서, 촬영장을 한 바퀴 돌았다.

“한 배우, 소속사도 없다면서?”

“조만간 소속사를 정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거야 자네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할 것 같고....... 그런데 소속사도 없으니 누가 지원해주는 곳도 없는데 매일 이렇게 커피를 돌리면 그걸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에이~ 대형 마트에 가서 박스째 사면 얼마 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숫자가 얼만데......”

고마운 일이다.

모두들 ‘몇 백 원밖에 되지 않는 캔 커피 하나 가지고’라고 생각할 때, 이렇게 그 캔 커피를 사는데 들어가는 돈을 걱정해주시는 분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진수와 내가 영화출연이 확정된 후, 앞으로 계획을 이야기하면서 의견이 일치된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계절이 서서히 가을이 깊어지고 있으니 앞으로 기온이 점점 떨어질 것이고, 그러다가 보면 사람들이 따뜻한 것을 찾게 될 것이니, 돈이 좀 들어가더라도 지금처럼 이렇게 따뜻한 음료를 제공해서 스태프들뿐 아니라 조 단역 배우들에게 호감을 얻자는 작전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게 크게 부담이 되는 일도 아니었다.

캔 하나당 200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고 현장의 스태프나 조 단역 배우들의 숫자를 다 합해봐야 200명은 되지 않는 숫자니, 그 숫자의 사람들에게 한 달 동안 매일 커피 캔 하나를 건넨다고 하더라도 150만 원 정도면 되는 금액이다.

물론 당장의 현실을 생각하면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나중에 내가 지금보다도 조금 더 비중이 있는 역할을 맡게 되고, 또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 가야 하는 주연배우가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이런 소소한 투자는 지극히 경제적인 투자인 것이다.

현장의 분위기와 퀼리티라는 것이 주연배우의 뛰어난 연기력과 감독의 연출 능력에 의해 좌우되기도 하지만, 촬영현장을 구성하는 스태프들과 주연배우의 연기를 뒷받침해주는 조 단역 배우들의 분위기에서도,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왔어?”

“같이 출발하자니까.”

“같이 도착해서 다른 사람들 눈에 뜨여서 좋을 일이 뭐가 있다고.”

“어차피 숨기지 않기로 했잖아.”

“그건 그렇겠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남보란 듯 하는 것도 좋을 일 없어.”

“치!”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나니, 오늘 분량을 함께 찍을 예나가 현장에 도착했다.

“배우님들 스탠바이 하세요.”

드디어 오늘 촬영해야 할 분량을 찍을 준비가 끝이 난 모양이다.

살수차가 현장에 도착해서 물을 뿌려야 할 위치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요즘 시대에는 거의 무용지물 신세가 된 공중전화부스와 벤치 주변에는 임시로 설치된 가로등 불빛이 도로를 비추고 있었다.

“레디~ 액션!”

장수한 감독님의 사인이 떨어지자 나는 공중전화부스 옆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때 멀리서 독일 W사에서 제작한 딱정벌레차라고 불리는 소형차가 카메라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타!”

“괜찮습니다. 형수님, 그냥 말씀하십시오.”

“오빠! 우리 둘만 있는 데서도 그렇게 딱딱하게 굴어야 해? 타서 이야기해!”

“괜찮습니다. 그리고 형수님과 단둘이 한 차에 타고 있는 것을 누가 보기라도 하면 형님께 오해받으십니다.”

그 순간 가로등 불빛에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빗방울은 차의 천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비 오잖아. 빨리 타!”

“그냥 무슨 일로 부르신 것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오빠, 오늘 생일이잖아. 그래서 오빠랑 단둘이 저녁을 먹고 싶었어.”

그러고 보니, 오늘이 그간 잊고 살았던 내 생일이었다.

하긴 우리 같은 고아들에게 생일이란 것은, 다분히 형식적이자 별 의미가 없는 날이다.

특히 내가 자랐던 고아원은 고아원에 입소한 그 날이 바로 생일이 되는 것이니, 세상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생일의 개념과는 전혀 다른 그런 날이기도 했다.

“무슨 말씀인지는 충분히 알아들었습니다. 하지만 만구 형님은 형수님의 그런 마음을 알지 못하십니다. 그러니 형수님이 어떤 마음이신지는 충분히 알았으니 인제 그만 돌아가십시오.”

“오빠, 오빠가 예전에 이야기했었잖아. 오빠가 나를 평생 지켜줄 거라고.”

“그 약속을 지키려고 이러는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제 목숨이 사라지는 날까지 그 약속을 지킬 것이고요.”

“이게 날 지켜주는 것이야? 오빠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이....... 내 가슴이 어떤지.......”

하지만 울먹거리면서 내뱉던 예나의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상향등을 번쩍거리며 달려오는 차들이 눈에 보였고, 그것은 등 뒤에서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진구에게 빨리 애들 데리고 이곳으로 오라고 하십시오.”

“오빠, 이제 어떻게 해?”

“진구에게 전화부터 하세요. 그리고 절대 바깥으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상어파 애들이 예나 뒤를 미행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몰려온 차량의 숫자를 헤아려보니, 결코 쉽게 이 자리를 벗어나기 힘이 들 것 같았다.

물론 나 혼자라면 어떻게든 도망이라도 쳐보겠지만 앞뒤로 도로가 상어파 애들의 차로 막힌 상황에서, 예나를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결국 죽으나 사나 이곳에서 상어파 애들과 한판 붙을 수밖에 없었고,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진구가 동생들을 이끌고 올 때까지는 예나를 지켜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상어파 애들이 이곳에서 나와 예나가 만날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인지, 그것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의구심은 우선 젖혀두고 습격한 저들부터 막아 내야 했기에, 나는 화단에 들어가지 못하게 줄을 매어둔 나무 기둥을 뽑아 손에 쥐었다.

“어이! 강수! 또 만났네.”

“여기까지 웬일이야?”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여기까지 뭐하려고 왔을까?”

“성수야, 그냥 가라. 괜히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후회는 왜 하는데? 나도 복수는 해야지.”

강진이 형 뒤를 이어 상어파 보스로 등극한 성수가, 눈앞에서 깝죽거리고 있었다.

물론 다구리엔 장사가 없겠지만, 지난번 킬러 비슷했던 그 여자가 빠져 있는 상황이라면 붙어 볼만도 하단 생각이 든다.

“그럼 여자는 보내자.”

“지랄하네. 오늘 밤에 너하고 그년을 인천 앞바다에 수장시켜달라는 오더를 받았는데.......”

“뭐? 방금 뭐라고 짖었냐?”

“새끼 너하고 그년하고 인천 앞바다에 같이 수장시켜 주겠다고.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 저승에서라도 이룰 수 있게 해주라고 하던데.”

“이 새끼가! 방금 씨불인 말이 무슨 뜻이야?”

성수란 놈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자, 나는 황당함에 그 말이 무슨 뜻인지조차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기보다는, 믿기지 않았고 믿기 싫다는 말이 정확한 답이 될 것이다.

성수가 이렇게 급습한 이유가, 만구파 이인자인 나를 잡아서 우리 조직에 타격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누군가의 오더를 받아 나와 예나를 제거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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