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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18화 (18/132)

〈 18화 〉 네 안의 야수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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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은 전생의 기억을 더 하더라도, 정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주연배우인 문지훈 배우와 서예나 배우의 연기력이야 이미 검증된 배우들이고, 두 사람의 연기궁합 또한 그 어느 배우들과는 달리 좋은 편이었다.

그 덕분에 주연배우를 찍는 신(scene)에서는, 아예 NG란 소리를 듣기조차 힘이 들 정도였다.

오히려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 후에 두 주연배우가, 감독님과 함께 모니터링을 하다가 자신의 연기에 어색하단 점을 느끼면 둘이 먼저 재촬영을 요구할 때말고는 재촬영이 거의 없었기에, 촬영속도는 그 어떤 현장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사범님,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은 무슨. 며칠이나 됐다고.”

아직 하수경 사범은 내게 대해서 까칠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하수경 사범을 향해 서예나 배우가 달려왔고, 두 사람을 팔짱을 낀 채 호호거리면서 서예나 배우의 의자가 놓인 곳으로 향했다.

“한 배우, 준비됐어요?”

“예.”

“그럼 스프레이로 물을 좀 뿌릴게요.”

“예?”

“지금 장면에선 땀이 좀 흘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시나리오와 달라졌나요?”

“연락을 받지 못했어요? 수정한 부분을 휴대전화 메시지로 전송했는데.”

“죄송합니다. 어제 제가 변경된 전화번호를 말씀드리기 전에 번호로 주셨나 보네요.”

“아무튼 땀이 밴 장면이 필요하니까 우선은 물을 뿌리는 것으로 하죠.”

“그럼 죄송하지만 10분만 시간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거야 가능하지만 왜요?”

“물을 뿌리는 것보다는 진짜 땀이 실감이 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10분만 주시면 제가 운동을 해서 땀이 배게 하겠습니다.”

서서히 가을로 접어드는 시점이었기에, 땀이 쉽게 흐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무한정이질 않으니 조금은 과격하게 몸을 써서라도 땀을 빼야 했기에, 나는 잠시 촬영장을 벗어나서 몸 풀기부터 시작했다.

“여기서 뭐 해?”

“말 시키지 마. 땀 빼려고 이러고 있잖아.”

“도대체 바보도 아니고 넌 도대체 머리는 장식으로 들고 다녀?”

“또 웬 시비야. 남은 힘들어 죽겠구먼.”

“지랄하지 말고 이거나 입어.”

진수가 내민 것은 땀복이었다.

언제 준비를 한 것인지는 몰라도 우선 그걸 생각하기 전에 옷부터 갈아입고 온몸에 땀이 푹 배게 해야 했기에, 난 서둘러 땀복을 위에 걸치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한 배우 지금 들어가도 괜찮겠어?”

“충분합니다. 어차피 시나리오를 보니까 숨이 차서 헉헉거리면서 말하는 장면이잖아요. 그러니 오히려 지금 상태가 실감이 나지 않겠습니까.”

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조감독 쪽으로 다가가니, 조감독은 나의 그런 모습을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하긴 지금 내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본다면 정상이 아니었다.

어차피 분장 팀에서 옷 이곳저곳에 흙먼지를 묻히려 했을 것이기에, 나는 아예 바닥을 몇 차례 굴러서 옷조차 엉망으로 만들었고, 가쁜 숨 때문에 마치 여름철 개처럼 혀를 빼물고 연신 거친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찍을 장면이 떼로 몰려든 상대 조직의 조직원들을 모두 격퇴한 후에 거친 숨을 고르고 있을 시점이었고, 그때를 노려서 상대조직의 숨겨진 칼이 등장해서 나와 1:1의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상대조직의 숨겨진 칼이, 다른 누구도 아닌 하수경 사범이었고 말이다.

“어이~ 꼴통!”

“시팔! 넌 뭐야?”

“겨우 꼬맹이 열댓을 상대하고 빌빌거리는 꼬락서니라니. 그래가지고 만구 파의 넘버 투라고 할 수가 있겠어?”

“넌 뭔데?”

“나? 내가 누군지 모르면 넌 한 마디로 닭대가리고.”

이년의 몸에서 풍기는 살기가 보통이 넘는다는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년을 피해 도망치는 것 또한 불가능할 것 같았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잠시라도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이년에게 말을 시키는 것 이외엔 없었다.

“진짜 세상 좆같네. 상두 그 새끼는 애새끼들을 보내서 사람 열을 채우는 것도 부족해서, 이젠 기저귀를 차고 다니는 계집년 치마폭에 숨기까지 하나?”

“뭐? 기저귀? 야! 이 새끼야! 내가 나이가 몇 갠대 기저귀야.”

“지랄! 지금도 너 기저귀 차고 있구먼. 사타구니가 볼록한 것이 기저귀가 아니면 뭐야? 하필이면 재수 없게 싸우라고 보낸 년을 생리하는 년으로 보내고 지랄이야.”

“너, 뭐....... 뭐....... 나 생리하는 것 아니라고!”

“그럼 뭔데?”

“내 몸이 원래 이렇거든.”

“시팔! 상두 그 새낀 좋겠다. 너 같은 년 하고 떡을 치면 기분 끝내줄 텐데.”

좀 치사한 노릇이지만 이렇게라도 저년의 약을 올려서, 평상심을 잃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

살기 위해서 폼 나는 건달을 포기하고, 이 순간에는 양아치가 된 것이지만 어쩌겠는가?

저년에게 깨져서 아킬레스건을 잘려 평생 장애인으로 비참하게 살면서 갖은 구박을 당하는 것보다는, 당장은 쪽팔리더라도 저년을 꺾는 것이 우선인 것을 말이다.

아무튼 하수경 사범은 스턴트맨이 아닌 스턴트 배우라고 할 만하다.

대부분 단역 배우들은 별로 많지도 않은 대사 몇 마디에 버벅거리면서 NG를 내곤 하는데, 하수경 사범은 경력을 과시라고 하듯 제법 긴 대사를 아주 자연스럽게 맞받아치고 있었다.

아무튼 내가 자기 보스인 상두와 떡을 친다는 소리를 하자 이년은 잔뜩 열 받은 표정을 하고서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고, 내 눈앞에서 목검을 잔뜩 치켜들었다.

순간 나는 소위 무협소설에 나오는, 이른바 정파의 자손이라면 절대 하지 않는다는 나려 타곤 이라고 하는 그 자세로 바닥을 뒹굴었고, 조금 전 봐두었던 각목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굴렀다.

물론 단단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목검을 각목으로 막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당장 이 각목 이외에는 목검을 막아낼 다른 도구가 없었기에, 나는 각목의 모서리 부분이 목검과 부딪치게 각목을 손에 쥐었다.

“야! 이 새끼야! X 찬 새끼가 쪽팔리는 줄도 몰라?”

“쪽팔리기는 뭐가 쪽팔리는데?”

“사내가 되어서 쥐새끼도 아니고 도망이나 다니고 있어? 그렇게 쥐새끼처럼 도망이나 다니려면 차라리 X이나 떼고 다녀!”

“지랄하네. 사내고 계집년이고 그 목검에 맞으면 바로 내 대갈통이 빵구가 날판인데 그걸 맞고 있으라고? 그리고 계집년이면 계집년답게 살아라. 계집년 입에서 X이 뭐고? 입에 걸레를 문 것도 아니고.”

나는 나를 깨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상두파의 숨겨진 칼인 이년의 약을 살살 올리면서, 이년의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년의 추격을 피해 도망갈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년의 추격을 피할 방법이 보이질 않았다.

결국 나는 지리적 이익을 위해서라도,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고물들이 잔뜩 쌓인 언덕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높은 곳에서 방어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었고 고물로 언덕을 이룬 곳곳에 구멍이 패 있었기에, 나도 움직이기도 쉽진 않겠지만 이년 역시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싸울 것을 포기하고 마치 기다시피 후다닥 고물로 이루어진 언덕을 기어 올라가자, 이년이 완전히 황당하단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순간 손바닥이 쓰라려 왔다.

압축된 철판 이곳저곳에 삐쭉삐쭉 튀어나온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고 긁혀서, 손바닥이 엉망이 된 것이다.

“시발, 이러다가 맞아 죽는 것이 아니라, 쇠 독 올라서 죽겠네.”

솔직히 녹이 슨 쇳덩이들이었기에 혹시 파상풍이라도 걸려서 죽을까 겁나서, 나는 입으로 상처가 난 곳을 쪽쪽 빨았다.

비릿한 피 냄새가 입안에 가득했지만, 그렇게 피를 빨아내고 시뻘건 침을 바닥에 뱉었다.

“시발 년! 이제 올라와 봐!”

나는 각목을 위로 치켜들고 그년의 약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년은 기도 차지 않는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헛헛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사실 내가 이렇게 고철로 이루어진 언덕에 올라오면서 이곳에서 맞붙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올라온 것처럼 이곳까지 올라오려면 두 발로는 거의 불가능했고, 나처럼 기어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만약 저년이 이곳까지 올라오려고 하면, 위에서 각목으로 대갈통만 내리치더라도 게임은 끝이 나는 것이었고, 그걸 저년 또한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약은 오르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서 저렇게 황당해 하는 것이다.

“야! 이 새끼! 너 오늘 계 탄 줄 알아. 다음에 만나게 되면 국물도 없어!”

“지랄! 내가 계집년들처럼 계나 하는 줄 알아? 난 계 같은 것은 안 해! 그런데 나를 깨려고 왔다가 그냥가면 상두 그 새끼가 가만히 있겠냐? 하긴 오늘 밤에 열심히 위에 올라타서 헉헉거려주면, 그 새낀 발정 난 개새끼처럼 헤헤거리겠지만.”

“너....... 너....... 진짜 한 번만 더 개소리 씨불이면 대갈통을 빠개버린다.”

결국 혼자 열이 받아서 방방 뛰던 그년은, 더는 내 말에 대꾸조차 할 가치가 없다는 표정으로 타고 온 차를 타고 휑하니 가버렸다.

나는 쇠 가시에 찔리지 않게 아래를 내려다보며, 고철 언덕을 내려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아! 오늘 정말 엿 될 뻔했네. 그런데 이 새끼들은 온다고 한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오지도 않아.”

그렇게 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혼잣말을 지껄였고, 순간 장수한 감독의 입에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괜찮아?”

“네 눈에는 이게 괜찮아 보이냐? 의사 선생님한테나 가자.”

나는 진수가 가지고 온 생수를 상처가 난 손에 붓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의사 선생님 쪽으로 다가갔다.

사실 오늘 이 장면 또한 올라가는 부분까지는 어차피 등만 보이는 장면이었기에, 대역배우가 찍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왕이면 크게 어려운 장면도 아니었기에, 내가 직접 하겠다고 자청한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우선 상처를 소독하고, 진수에게 천을 펼쳐서 앞으로 가리게 한 후에 내게 엉덩이를 까 내리라고 했다.

그렇게 엉덩이에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고서야, 오늘 오전 촬영을 마칠 수가 있었다.

“손은 괜찮아?”

“괜찮습니다. 사범님.”

“그런데 전직이 양아치였어?”

“예?”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완전 예술이던데? 솔직히 아까 너 때문에 나 오줌이 찔끔거리더라.”

“예?”

“내가 그런 비릿한 욕을 들으면 잔뜩 흥분하는 체질이거든.”

어떻게 이놈의 촬영장에는 제정신을 가진 인간이 없는 것 같았다.

“엉뚱한 말씀 그만하시고 점심이나 먹으러 가죠.”

“네가 사냐?”

“사범님이신데 당연히 제가 대접해드려야지요.”

딱히 배웠다고 하는 것 보다는 맞지 않으려고 발악을 한 것이 전부였지만, 아무튼 맞지 않으려고 하수경 사범의 목검을 피해 다녔던 덕분에, 그동안 도장에서 수련했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검도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액션과는 크게 상관도 없는 서예나 배우까지 하 사범과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데, 내 특기이자 장점 중의 하나인 액션이 내 밥벌이인 판에, 내가 액션스쿨 투’(鬪)의 실질적 이인자인 하 사범과 거리를 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랬기에 나는 흔쾌히 밥을 사겠다고 말하면서, 하 사범을 내 차에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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