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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13화 (13/132)

〈 13화 〉 크랭크인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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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안녕하세요. 어~ 오빠도 와 있었네?”

“어서 와요.”

한창 감독님 옆에 마련된 의자에서 문지훈 배우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떡 일어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이번 영화의 여주인공 역할을 담당한 서예나 배우가 도착한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영화에 합류한 신인배우 한강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뭘 그렇게 딱딱하게 그래요. 앞으로 우리가 연인 사이가 될 텐데.”

“인마, 연인 사이가 아닌 불륜 커플. 그러고 보니 내가 너하고 이렇게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눌 상황이 아니네. 일마 이거 내 마누라를 꼬드긴 나쁜 놈이잖아.”

“오빤, 마누라는 무슨 마누라야. 오빠 본처는 따로 있으면서. 그러니 불륜도 아니고 강수씬 그냥 오빠와 연적(戀敵) 사이지.”

그랬다.

나는 이번 ‘네 안의 야수’ 이 영화에서 보스인 문지훈 배우의 조직에서 2인자 역할이었고, 어쩌다가 보니 문 배우의 애인인 서예나 배우와 불륜이 아닌 불륜을 저지르는 사이였다.

그러면서도 보스인 문지훈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상대 조직과 싸우고, 결국 문지훈 배우와 서예나 배우를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게 되는 역할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목숨을 잃는 마지막 장면이 ‘네 안의 야수’의 엔딩 장면이었고, 내가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면서 영화가 끝이 나는 것이다.

“감독님!”

“어~ 한 배우 오랜만이야.”

“에이~ 아직 일주일도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그동안에도 운동은 쉬지 않았지?”

“예. 매일 운동은 거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련이 없이 혼자 운동을 하려니 심심해서요.”

그러는 사이에 액션스쿨 투(鬪)의 스턴트 배우들이 도착했고, 나는 우선 김영웅 감독님께 인사를 드리고 스턴트 배우들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사범님 오셨어요.”

“응, 강수 씨. 이런 곳에서 보니 강수 씨가 진짜 배우 같네. 준비는 잘했어.”

“예. 많이 도와주십시오.”

“도와주고 말고 할 것이 어디에 있어. 그냥 평소처럼만 해. 그럼 그림이 잘 빠질 테니까.”

그렇게 하수경 사범과 인사를 하고, 창수란 스턴트 배우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과도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오늘 찍게 될 장면이 영화 도입부를 화려하게 장식할 장면이었고 감독님께서는 이번 영화의 스케일을 보여주자는 생각에서인지, 액션스쿨 투(鬪 )의 스턴트 배우들뿐 아니라 싸움판에 엄청난 숫자의 엑스트라가 참여하게 되어 있었다.

“자! 배우님들 모여주세요.”

조감독의 목소리가 메가폰을 통해 울려 퍼졌다.

그러자 촬영장 주변에서 웅성거리던 엑스트라나 스턴트 배우들뿐 아니라 조 단역 배우들이 촬영장으로 향했고, 나 역시도 사전에 예정된 위치로 향했다.

“한강수 배우님, 여기서 문지훈 배우님과 서예나 배우님 등 뒤를 따라가면서, 쫓아오는 상대조직의 조직원들을 막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문 배우님께서는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서 배우님이 담을 넘는 것을 도운  후에, 바로 골목 입구로 달려 나오시면 됩니다.”

그렇게 조감독에게 이번 장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는 다시 한 번 가죽 장갑의 끝을 당겨서 팽팽하게 만들었다.

“레디~ 스타트!”

장수한 감독님의 큐 사인에 문지훈 배우님과 서예나 배우님 뒤를 내가 숨을 헐떡거리며 쫓고 있었고, 내 뒤로는 헤아릴 수조차 없는 수많은 조직원이 몽둥이를 비롯한 흉기를 들고 우릴 쫓기 시작했다.

“형님, 제가 입구를 막고 있을 테니, 빨리 형수님과 함께 탈출하세요.”

“넌?”

“전 어찌 되었든 탈출할 수 있습니다. 빨리 가세요!”

“인마, 네가 없이 내가 무슨 일을 해?”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형님이 건재해야 우리 조직이 삽니다. 빨리 가세요!”

그러는 사이에도 상대 조직원들은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었다.

나는 단 한 명의 상대 조직원도, 우리 조직의 보스인 만구 형과 애인인 지혜 누나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맨몸으로 상대 조직원들을 막고 있었다.

“이 새끼 이거 독종이네.”

“넌 주둥이로 싸움을 하냐?”

어느새 골목 입구에는 내게 맞아서 쓰러진 상대 조직원들로 그득했고, 상대 조직원들 역시 나의 서슬 퍼런 독기에 질린 것인지 함부로 나서질 못하고 있었다.

그때 상대 조직인 상어파의 행동대장인 성수란 놈이 앞으로 나섰다.

“야! 강수야. 우리끼리 이럴 필요 없잖아? 그냥 모르는 척하고 만구만 넘겨줘. 그럼 넌 살려줄게.”

“지랄하네. 넌 내가 강진이 멱을 따겠다고 하면 모르는 척하고 넘겨줄래?”

“우리 조직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넘겨주지 못할 이유도 없지. 네가 대신에 강진이 형 멱을 따주면, 네 덕분에 내가 보스를 할 수가 있는데.”

“그러니까 네가 강진이 따까리밖에 하지 못하는 거야. 의리 없는 새끼!"

그러면서 나는 상어파의 행동대장인 성수의 관자놀이를 향해 발을 날렸다.

“으~윽! 새끼가......”

“병신 같은 새끼. 싸움하면서 딴 데 신경을 쓰니 아직 네가 그 꼴인 거다.”

지금 이 순간에 성수란 놈은 아무 생각이 없을 것이다.

아니 내 발에 목이 짓눌린 성수란 놈은, 어쩌면 정신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가진 급소 중에서도 급소인, 관자놀이를 발끝으로 강하게 찍힌 인간이 금방 정신을 차리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니 말이다.

“형! 뭐야? 빨리 가라니까!”

“인마, 이 형이 너만 놔두고 어딜 가냐. 그런데 얘는 왜 이리 널브러진 거야. 칼침을 맞은 것도 아닌데.”

하긴 이 무리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강수가 나자빠진 이상, 남은 애들은 나에게 별 위협도 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얘들도 알고 있는 것인지, 내가 몸을 움직이려고만 하면 순간 멈칫거리는 것이 역력히 느껴졌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우리 조직의 보스인 만구 형까지 돌아와 있으니, 상어파 애들은 바짝 겁을 집어먹은 상태가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허둥거리고 있는 것이다.

“윽!”

그런데 그 순간 내 오른쪽에서 서늘한 느낌이 들었기에,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본능적으로 만구 형을 걷어찼다.

그리고 방금까지 만구 형이 있던 자리로, 시퍼렇게 날이 선 단검이 날아들고 있었다.

“언놈이야! 건달이 몽둥이를 쓰는 것도 쪽팔리는 일인데, 언놈이 칼질을 하려고 지랄이야!”

“병신새끼 지랄하네. 야! 이 새끼들아! 빨리 저 새끼하고 만구 새끼 담그지 않고 뭘 하는 거야.”

“성수 형님이......”

“이 새끼들이! 성수 한 놈 때문에, 만구를 깰 기회를 놓치겠단 거야?”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는 중에, 무리들 뒤에서 상어파의 보스인 강진이가 나섰다.

그리고 강진인 자기 조직의 행동대장이 정신을 잃고 내 발에 목이 짓밟혀 있는데도, 조직원들에게 공격할 것을 강요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직원들은 만약 자기들이 나를 공격하면 내가 성수를 어떻게 할까 봐 걱정이 되어 멈칫거렸고, 그런 분위기가 되자 상어파의 보스인 강진인 아예 바닥에 널브러진 성수를 향해 또다시 단검을 날렸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내 발끝에 차인 단검이 벽에 부딪혀 떨어졌고, 상어파의 조직원들은 정말 자신들의 보스인 강진이가 조직원이자 행동대장인 성수를 죽이려고까지 했다는 사실을 느끼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이~ 강진이 형.”

“이 새끼! 어이~라니. 넌 만구가 그렇게 가르치데?”

“만구 형이야 아니지. 그런데 난 싸가지가 없는 편이잖아. 그런데 아무리 만구 형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다른 놈도 아닌 강진이 형 오른팔인 성수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내 목소리에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모르고 있던, 상어파의 조직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상어파 조직원들을 동요시키기 위해, 내가 일부러 크게 소리친 것이기도 했다.

그 순간 내 발밑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기에 살며시 눈을 아래로 깔아보니, 성수란 놈이 이제야 정신이 드는 모양이었다.

“인마, 너희 조직 정말 골 때리네? 조금 전엔 내가 강진이 멱을 딴다니까 좋다고 하더니, 그게 정말인지 강진이가 이번엔 널 골로 보내려고 하네.”

“시파! 그게 뭔 개소리야?”

“저 옆에 있는 단검 봐라. 그게 누구 단검인지는 알지? 네놈이 보스로 모시는 강진이가 널 골로 보내려고 날린 단검이다.”

그것으로 게임은 끝이 났다.

사실 상어파가 보스는 강진이였지만 실제 상어파 내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조금 전 내게 관자놀이를 직격당해 잠시 정신을 잃고 널브러져 있었던 상수라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덕분에 보스인 강진이는 언제 성수가 반기를 들까 하는 걱정으로 항상 두려워하는 중이었고, 반면 성수를 따르는 조직원들은 보스인 강진을 두고, 뒤에선 칼만 없으면 ‘좃밥’이라면서 비아냥거리는 것이 상어파의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조직 내의 분위기를 일소하려는 생각에, 상어파의 보스인 강진이가 이번 전쟁을 일으킨 것이기도 했다.

“시파! 나 말이나 좀 하게 발 좀 치워봐.”

그러면서 성수는 한 손으로 내 발목을 툭툭 쳤다.

“발 내리면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을 거지?”

“시파! 나 성수야! 상어파의 넘버 투 성수!”

“지랄! 넘버 투인데 보스가 죽이려고 칼침을 놓으려고 하냐?”

나는 성수의 약을 올리려고 일부러 비아냥거렸다.

그러면서 슬며시 힘을 줘서 성수의 목을 누르고 있던 발을 치우고, 성수가 자유롭게 움직이게 했다.

물론 당연하게도 성수가 허튼짓하는지를 살피기도 했지만 말이다.

“시팔 놈 발끝이 더럽게 맵네.”

“맞은 놈이 병신이지. 그런데 이제 어쩔래? 저런 새끼를 계속 형님으로 모실래?”

“진짜 확 돌아버리겠네. 강진이 형!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데?”

자기를 죽이려고 했다는 말에도 상어파의 보스인 강진이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자, 성수는 내 말이 사실이란 확신을 하고 울분에 찬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자 보스인 강진인 멈칫거리면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금 전 보스인 강진이가 한 행동을 지켜봤던 상어파 조직원들이 강진일 에워쌌고, 강진이가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이른바 강진이의 상어파 내부에서 자중지란(自中之亂)이 벌어진 것이다.

“꿇려!”

성수의 말에 상어파 조직원들은 조금 전까지 자기들에게 호령하던 강진일 바닥에 꿇렸고, 그걸 확인한 성수가 다시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만구 형, 미안하요. 여기서 끝내도 되겠소?”

“그래라. 그런데 강진이 쟤는 어떻게 할래?”

“내 맘 같아선 토막을 내서 고기밥으로 던져주고 싶지만, 아무리 나를 골로 보내려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잖소. 그냥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손모가지 하나만 받을 생각이오.”

그렇게 싸움 같지도 않은 싸움은 끝이 났다.

그리고 상어파는 이제 강진이의 조직이 아닌, 성수가 보스가 되어서 운영되는 조직이 될 것이다.

“컷! 오케이!”

그렇게 만구 형과 성수가 악수하는 순간, 장수한 감독의 입에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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