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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10화 (10/132)

〈 10화 〉 액션스쿨을 수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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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제법인데. 한강수 어디 산속에 가서 도라도 닦고 왔어?”

“제가 사범님 도를 막으니 신기하십니까?”

“신기할 일이 뭐가 있어. 짐승도 자꾸 맞다 보면, 몽둥이 날아오는 것을 느끼는데. 강수 네가 짐승보다는 그래도 똑똑하잖아.”

어떻게 말 한마디를 해도 저렇게 싸가지 없이 하는 것인지, 미워하지 않으려 해야 미워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하수경 사범 역시, 내가 자신의 공격을 심심찮게 막아내니 슬슬 약이 오르는 모양이다.

“감독님, 합은 언제부터 맞춰봅니까?”

“합은 무슨 합? 아직 시나리오도 넘어오지도 않았고, 또 합을 맞추고 말고 할 것이 뭐가 있어. 이미 다 맞췄잖아.”

“예?”

“합이라는 것이 뭐 별거 있어. 칼이 들어오면 막고, 또 찌르고 하면 그게 전부지.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잖아.”

“그러다가 촬영 중에 찔리게 되면요?”

“그거야 네가 재수가 없는 놈이란 거지. 재수 없게 한칼 맞으면 하차하면 될 일이고.”

“그게 무슨 무책임한 말씀이십니까?”

“인마, 내가 전에 그러지 않았어. 아무리 연습을 열심히 해봐야, 실전에 들어가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그냥 감각으로 반응하는 것이 최고야.”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지금처럼 대련을 계속하면 맞지 않으려고 계속 발악을 해야지.”

저녁이 되자 김영웅 감독님이 오시더니, 뜬금없이 오늘 자로 액션스쿨을 수료한 것이라고 선언하셨다.

이게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소리인가 하고, 김 감독님에게 통상 액션스쿨에서 배우들이 하는 스턴트맨들과의 합 맞추는 것에 대해 질문했더니, 이놈의 액션스쿨에서는 합 맞추는 것은 없다는 뉘앙스로 말씀하신다.

그냥 지금처럼 대련을 하면서 상대방의 공격을 쳐내고, 내가 상대방을 공격해서 상대를 쓰러트리면 그것이 전부라는 식의 말을 말이다.

“중급반은 가지 않아도 됩니까?”

“인마, 너 같은 약골들은 중급반에 올라가면 죽어.”

“예?”

“중급반은 전문 스턴트 교육을 받는 애들부터 하는 과정이거든. 그러니까 이제 가봐. 촬영 잘하고.”

“아직 장 감독님께서 퇴소하라는 말씀이 없으셨는데요.”

“아마 두어 달쯤은 더 걸릴 거야. 시나리오를 조금 수정할 모양이더라고.”

“그럼 그때까지 전 뭘 해야 합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야 장 감독 오더에 따라 네가 대충 어울릴 수 있을 정도까지, 널 단련시키는 역할일 뿐인데.”

“그럼 촬영 전까지 이곳에 계속 나오면 안 됩니까?”

“그러든지. 그렇게 하다가 보면 촬영 도중에 칼 맞고 병원 실려 갈 일이야 줄어들겠지.”

솔직히 이대로 퇴소하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련을 하면서 내 몸속 어딘가가 간질거린다는 느낌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얼마 전부터는 누군가 나를 공격하려고 하면 공격부위가 따갑다는 느낌까지 들기 시작했는데, 정말 지금과 같은 강도로 연습을 계속하다가 보면, 실전에서 무언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훈련을 받다가 보면, 하다못해 길 가다가 눈먼 칼을 맞을 걱정은 덜 수가 있게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너 뭐해?”

“가서 입을 옷, 싸잖아.”

“그러니까 가방은 왜 싸느냐고?”

“영화촬영이 시작될 때까지 액션스쿨에서 먹고 자고 하려고.”

“뭐? 지수는 어쩌고?”

“당분간은 네가 지수를 좀 챙겨줘.”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캐리어에 갈아입을 옷들을 챙겨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수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었던 내가, 갑자기 어디 여행이라도 가는 줄 알았던 것이다.

물론 액션스쿨에서 기숙하겠다는 생각은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그리고 내일 다시 액션스쿨로 가서 김영웅 감독님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김 감독님이 기숙을 허락할지 그것 또한 정해지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김 감독님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나는 김 감독님께 애원이라도 해볼 생각이었고, 정히 그것이 불가능해지면 그곳에서 가까운 숙박업소에서 먹고 자고 하더라도 서울과 파주를 오가는 시간을 아껴볼 생각이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데?”

“김 감독님 말로는 이제 배울 것 다 배웠다고 하시는데, 솔직히 아닌 것 같아. 촬영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거기 있으면서 감각을 좀 더 키워야 할 것 같아.”

“감각? 그게 무슨 뜻이야?”

“너한테 뭐라고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내 느낌에 뭔가 간질간질 거리는 것이 있어. 이걸 해결하고 나면 뭔가 달라질 것 같은 느낌이거든. 그러니까 날 믿고 기다려 봐.”

진수는 못내 불안해했지만 우선은 내 말을 믿고 내게 맡겨보기로 했다.

어차피 ‘네 안의 야수’의 촬영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내가 특별히 준비해야 할 것이 없었기에, 그 기간 동안에 몸을 만들어 두는 것이 손해가 날 것이 없다는 판단 또한 작용한 것이다.

“수료한 놈이 뭐하려고 다시 왔어?”

“크랭크인 할 때까지 신세 좀 지겠습니다.”

“너 집 없어?”

“당연히 집이야 있죠. 여동생도 있는 걸요.”

“그런데 뭐하려고 와. 그냥 집에 가서 쉬다가 영화나 찍어.”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그 감각이라는 것을 좀 키워보려고요. 개인적으로 수강료도 내겠습니다.”

“수강료는 됐고, 정말 빡세게 훈련받아볼 생각은 있고?”

“최선을 다해서 받겠습니다.”

그렇게 내가 자청한 지옥훈련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훈련은 장수한 감독님 지시로 받았던,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닌 내가 먼저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그런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먼저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산을 달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도 쉬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이 눈에 보이면 대련을 자청했고, 그 주된 타깃은 아직은 전적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하수경 사범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사범님, 대련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강수, 너 지겹지도 않아. 이제 너 때리는 것도 지친다.”

“사범님도 이따금 얻어맞지 않습니까.”

“인마, 그건 내가 봐주느라고 그런 거지. 원래 애들 기를 살려주려면 이따금 맞아주기도 해야 하는 거야. 그래야지 뭔가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하고 죽어라 덤벼들거든.”

“그럼 앞으로 절대 봐주지 말고 대련에 임해주시지요.”

“됐어. 그냥 네 수준에 맞는 놈을 찾아서 해.”

“겁이 나십니까?”

“뭐?”

대련이라는 것이 나보다 실력이 나은 사람과 해야 효과가 있는 것이지, 나하고 비슷한 수준의 상대와 대련을 해봐야 별 얻는 것이 없다.

그런데 한 달이란 기간 동안 끊임없이 체력을 다지고 대련을 하다가 보니 어느새 내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격투기뿐 아니라 검도에서조차도 하수경 사범을 제외한 나머지 관원들과는, 거의 비등할 정도의 수준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하수경 사범은 내가 대련을 하자고 요구할 때마다 갖은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갔고, 결국 나는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방법까지 사용하게 된 것이다.

“내가 심하게 다룬다고 원망하기 없기다.”

“당연하죠. 사범님도 저한테 깨졌다고 악감정 가지기 없깁니다.”

그렇게 하수경 사범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런데 하 사범은 정말 잔뜩 열이 받은 것인지,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아예 살벌하기까지 할 정도의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저 꼬맹이가 하 사범을 들이받았다면서?”

“간덩이가 부은 거지. 그런데 피자 내기치고는 너무 살벌한 것 아니야? 잘못하다가 송장 치우는 사태가 일어날 것 같은데?”

“제 놈이 알아서 하겠지. 어디 몇 군데 부러지고 싶은 모양이지.”

“맞아. 우리야 느긋하게 앉아서 구경하다가 피자만 먹으면 되지.”

“그런데 저놈은 배우라는 놈이 뭐하려고 저렇게 악착같이 굴어. 감독님께서 가라고 하셨을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니야?”

피자 스무 판을 걸고 하는 내기였기에 소문은 금방 퍼져나갔고, 특별한 훈련이 없는 사람들은 모두 하수경 사범과 내가 대련하는 체육관으로 몰려들었다.

“자~ 준비됐죠. 시작!”

심판을 보는 관원의 입에서 시작이란 구령이 떨어졌지만, 나는 성급하게 공격에 나서질 못했다.

아무리 눈이 아프도록 하 사범을 지켜봤지만, 하 사범의 자세에서 빈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언젠가 느꼈던 그 감각을 느끼기 위해 집중했다.

‘탁!’

나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하 사범이 먼저 공격을 해왔고, 나는 손이 가는 대로 죽도를 올려 하 사범의 공격을 막아 냈다.

몇 차례 공격이 이어졌지만 하 사범의 공격은 번번이 가로막혔고, 그런 가운데서도 나는 하 사범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내 눈에는 하 사범의 자세에서 빈틈을 발견할 수가 있었고, 나는 그곳으로 죽도를 깊게 찔렀다.

순간 “헉!” 하는 소리와 함께 하수경 사범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짝! 짝! 짝!’

갑자기 박수 소리가 들렸고 나뿐 아니라 관원들 역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김영웅 감독의 모습이 보였다.

“보였었나?”

“예?”

“선이 보이더냐고?”

“선이라니요?”

“네가 공격할, 그러니까 저길 찌르면 네가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드는 부분이 보이더냐는 말이다.”

“예. 그 비슷한 느낌이.......”

김영웅 감독님은 내가 봤던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김 감독님 말에, 관원들은 정말 이게 무슨 말이냐는 듯 황당한 표정이었다.

“참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말이 맞긴 하구먼. 어떤 놈은 몇 년을 뼈 빠지게 훈련해도 감도 찾지 못하는데, 또 어떤 놈은 겨우 석 달 만에 그걸 보기까지 하다니.”

“......”

“하 사범. 어땠어?”

“벽 같이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어딜 공격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을 정도였거든요.”

“하 사범이 바로 본 거야. 조금 전 저놈은 틈이 없었던 거지. 아무튼 넌 앞으로 어디 가도 얻어맞고 다니진 않겠구나.”

“......”

“너 나중에 뜨면 액션은 우리 하수경 사범에게 배웠다고 말해야 한다. 알았지?”

“예. 감독님.”

하수경 사범에게 많이 배운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동안 나는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으로 합기도와 검도를 차례로 수련해왔고, 또 세 가지 모두 공인 4단 심사를 통과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는 하수경 사범뿐 아니라 겨우 공인 2단이라는 창수란 친구에게까지, 아예 샌드백이라도 된 것처럼 얻어맞았었다.

“감독님 하나 여쭐 것이 있습니다.”

“뭐?”

“창수 선배가 정말 검도 공인 2단이 맞습니까?”

“맞아. 그런데 왜?”

“솔직히 제가 공인 2단에게 얻어맞은 것은 처음이거든요. 그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같은 유단자라고 하더라도 2단과 4단은 엄연히 실력에서 차이가 난다.

그런데 처음에는 아예 생각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했던 것이다.

그것도 같은 죽도를 들고 말이다.

내가 다니던 도장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도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 이곳에서는 버젓이 일어났었고, 그 때문에 나는 나대로 이해할 수 없는 사실에 대해 엄청난 고민과 갈등을 겪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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