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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6화 (6/132)

〈 6화 〉 조연으로 확정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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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똥~’

[한강수 배우님, 오늘 오후 3시까지 영화사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 영화사]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휴대전화의 알림이 울려 확인하니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서둘러 문자를 확인하니 어제 오디션을 본 대한 영화사에서 보낸 문자였고, 거기엔 아주 간단하게 오늘 오후 3시까지 영화사로 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무슨 문자야?”

“오디션 합격문자.”

“그래? 언제부터 크랭크인 한다고 해?”

“그런 이야기는 없이 오늘 오후 세 시까지 영화사로 나오라는데.”

“엑스트라도 사전 소집을 하나?”

내 생각으로는 결코 엑스트라 때문이 아닐 것이다.

예전 삶에서 기억으로도 조연으로 발탁되어 급부상했던 김현우란 그 친구도, 엑스트라 오디션 참가 다음 날 영화사에 불려가서 배역을 받았다고 한 인터뷰를 봤던 기억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오늘 내가 문자를 받았다는 것은, 예전 삶에서 김현우란 친구가 맡았던 그 역할이 내게로 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따로 뭐 준비해서 오라는 것은 없고?”

“준비야 내 우월한 기럭지와 탄탄한 복근,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잘난 얼굴이면 충분하잖아.”

“재수 없는 새끼.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네 입으로 그렇게 말하면 남들이 욕해.”

“인마, 내가 그렇게 팔불출인 줄로 생각했어? 너하고 나만 있으니 그러는 거지.”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도 있잖아. 아무리 우리 둘만 있더라도 말은 항상 조심해야 해.”

“알았다. 아이고, 무슨 시어머니가 따로 없다니까.”

“그게 네 매니저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진수 말이 맞는 말이긴 하다.

꼭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한두 번 농담으로 말을 내뱉다가 보면 어느새 그것이 습관이 되어,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이 평소 속으로 나를 고깝게 보던 사람 귀에 들어가게 되면, 언젠가 그것이 비수가 되어 나를 파괴시킬 수도 있는 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바닥에서 인기를 얻어서 위로 올라가는 것은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바닥에 내리꽂히는 것은 순간인 것이 이 바닥의 생리였으니 말이다.

“혹시 우리가 찍는 영화 시나리오를 어디서 봤어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니 아직 시나리오가 제대로 나온 것도 아닌데, 한강수 씨의 옷차림과 연기하는 모습이 꼭 내가 염두에 두고 그리려는 그 친구 하고 비슷해서.”

“그냥 제목을 ‘내 안의 야수’라고 하셨기에, 감독님께서 어떤 그림을 그리실 것인지 고민하다가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요. 아무튼 내 작품을 이해해주는 배우가 생겼다니 좋긴 하네. 그런데 내가 밤새 고민을 했는데 한강수 씨를 엑스트라로 쓰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혹시 다른 곳에 스케줄이 있나?”

“아뇨. 아직 들어온 곳은 없습니다.”

“그래. 나로선 다행이네. 여기 보면 강수라는 배역이 있어. 조연급인데 내 생각으로는 자네에게 딱 맞을 것 같아서 맡겨볼까 하는데 어떤가?”

“맡겨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또 그런다. 열심히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잘해야 한다고 했지 않나.”

“예! 열심히, 잘하겠습니다!”

비록 배우는 김현우에서 나로 바뀌긴 했지만, 과거의 역사는 변하질 않았다.

김현우 그 사람이 하던 배역이 바로 내 이름과 같은 강수라는 이름이었고, 김현우 그 친구는 강수라는 배역을 맛깔나게 소화하면서 단박에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었던 것이다.

“정말이야?”

“여기 시나리오도 있잖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래?”

“그게 다 이 형님의 위대한 능력 때문이지. 너도 생각해봐라. 이 형님이 모자라는 것이 뭐가 있어. 이 정도 사기적인 외모에다가 딕션은 또 얼마나 대단해. 거기에다가 액션하면 이 형님 아니겠어.”

“액션도 많이 들어가?”

“많이 들어가는 정도가 아니라 액션이 90%야.”

“그럼 준비를 해야 하잖아?”

“그러지 않아도 감독님께서 파주에 있는 ‘투’라는 액션스쿨에 이야기해두었으니, 준비되는 대로 크랭크인 전까지 매일 그리로 출근하라고 하셨어.”

전생에도 내가 액션에서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액션에서는 일가견이 있었고, 회귀한 지금 생에서도 예전부터 액션 배우를 꿈꾸고 있었던 탓에, 나는 계속 운동을 해왔던 덕분에 굳이 액션스쿨에 등록을 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상태인지 잘 알지도 못하고, 또 나 또한 장수한 감독님에 대해서 따로 알고 있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감독님의 지시사항을 내 임의로 어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 언제부터 갈 거야?”

“이왕 하기로 했으면 당장 내일부터 가야지.”

“그럼 뭘 준비할까?”

“그냥 집에 있는 운동복만 가지고 가면 돼. 그러니 진수 네가 신경 쓸 일은 없어.”

“그래. 알았다. 그럼 내일 몇 시에 출발하려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니까.”

“인마, 내가 태워줘야지.”

“그냥 버스를 타고 갔다가 오면 돼.”

“너 파주에 가보긴 했어? 여기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아무리 빨라도 두 시간 가까이 걸려. 결국 한 시간 가까이 길에다가 낭비한다는 뜻이거든.”

진수의 말은 맞았다.

이미 오늘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젯밤 포털 사이트의 지도검색에서 확인을 해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과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에는 거의 1시간 가까운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진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게 되면, 나야 편할지 몰라도 내가 액션스쿨에서 훈련을 받는 그 오랜 시간을, 진수는 멍청하게 차에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럼 네 시간은? 내가 훈련을 받는 동안에 넌 꼼짝 못 하고 있어야 하잖아. 그렇다고 서울까지 돌아왔다가 다시 파주에 온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내가 할 일이 없을까 봐 걱정이야? 요즘 세상에 인터넷 되지 않는 곳은 없고, 인터넷만 되면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거든.”

“무슨 일을 하려고?”

“내가 그것은 알아서 할 테니까 우리 강 배우님께서는 어떻게 인기를 얻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시고, 제대로 연기를 해서 감독님 눈에 확 들 방법이나 고민해.”

크랭크인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으니, 언제까지 파주의 액션스쿨에서 훈련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게 몇 주가 될지 아니면 서너 달이 될 것인지는 장수한 감독님만 알고 있으니, 매일같이 나를 파주까지 태우고 가고 돌아오고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온종일 내 훈련이 끝나기만 기다려야 할 진수 생각을 하니 미안하기만 했다.

만약 내가 진수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과연 내 삶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새삼 진수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고, 하루라도 빨리 스타가 되어서 진수 또한 내가 누리는 것을 함께 누리게 해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고맙다. 내가 뜨면 꼭 보답할게.”

“지랄한다. 친구 사이에 그런 것까지 꼭 따지고 싶어.”

“아무튼 고맙다. 네가 없었더라면 내가 과연 어떻게 살았을지.”

“원래 너 잘난 맛에 사는 놈이었잖아. 그런데 뭐가 걱정이야.”

그렇게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고, 그러면서도 진수와 시나리오를 보면서 서로 대사도 치고 또 액션까지 해가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정말이야? 오빠가 정말 영화에 출연하기로 한 거야?”

“그냥 조연이야. 그러니 그렇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어.”

“이게 호들갑이야. 드디어 우리 오빠가 배우로 데뷔한다는데. 내가 뭘 도와줄까?”

“넌 그냥 학교에 열심히 다니는 것이 나를 도와주는 일이다.”

“그래도 오늘 파티는 해야지. 드디어 오빠가 영화배우로 데뷔하는 날인데.”

“그래. 우리 삼겹살이나 먹으러 가자.”

“가긴 어딜 가. 그냥 마트에 가서 삼겹살하고 채소를 사서 집에 가. 오늘은 내가 맛있게 구워줄게.”

“인마, 세상에 어느 오빠가 수험생인 여동생을 부려 먹는 다더냐. 까불지 말고 따라와.”

“아냐. 집에서 구워 먹는 것이 훨씬 맛있어. 그리고 삼겹살집에 가면 옷에 고기 냄새 다 배이잖아. 괜히 쓸데없이 돈 낭비하는 일이기도 하고.”

결국 지수 말대로 마트에 들러서 삼겹살과 채소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번 진수가 우리 집으로 이사를 온 날처럼, 2층 베란다의 평상 위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게 되었다.

“오늘 같은 날은 거국적으로 건배해야지. 자 한잔 받아.”

“오빠, 나도.”

“인마, 고등학생이 웬 술이야?”

“피~ 요즘 고등학생 중에서 술 마시지 않는 애들이 몇이나 된다고. 그리고 요즘 맥주를 술로 쳐주기나 해.”

“그럼 너도 술을 마셔봤어?”

“마셨다고 하기보다는 작년에 2박3일로 현장학습 갔을 때, 맥주 딱 한 잔만 마셨던 적이 있어.”

고등학생들이 몰래 술을 마신 것이야 하루 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다.

진수와 나 역시도 시험을 끝내고 나면 학교 뒤편에 숨어서 몰래 맥주 캔을 뜯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처럼 여동생이 있는 경우에는, 현실 남매니 뭐니 하면서 여동생과 매일 다투면서 마치 원수처럼 지낸다고 하는데, 우리 남매는 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신 탓인지 마치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는 점도 좀 특이했다.

“그럼 오빠가 맡은 배역이 어떤 역할인데?”

“조폭 보스의 오른팔이지.”

“그럼 싸움도 좀 해야겠네? 그렇다면 오빠가 딱 적격이다.”

“인마,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가 예전에 애들 많이 패고 다녔었잖아. 예전에 내 친구 중에서 오빠한테 맞아보지 않은 애들은 거의 없을 걸?”

“인마, 그게 언제 이야기인데.”

“그래 맞아. 혹시라도 어디 나가서 절대 그런 이야기는 하면 안 돼. 자칫하면 일진이니 뭐니 하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거든.”

“초등학교 때 이야기인데도?”

“대중들은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심각하게 듣질 않거든. 그냥 누굴 때렸다는 말만 나와도 일진이니 뭐니 하면서 비난하기 바쁜 사람들이니까.”

그렇게 우리 셋은 2층 베란다의 평상에 앉아서, 밤이 이슥하도록 삼겹살을 구우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일어나.”

“몇 시야?”

“지금 일어나서 아침밥 먹고 바로 출발해야 해.”

“지수는?”

“내가 태워다 줬으니, 이제 너만 준비하면 돼.”

확실히 진수는 매니저 체질인 모양이었다.

둘이서 똑같이 맥주를 마셨고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진수는 진작 일어나서 지수를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 온 것이다.

나는 서둘러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면서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썼고, 진수가 차려놓은 밥상에 앉아 아침밥을 먹기 시작했다.

“자! 가자!”

출발 준비를 끝내고 내가 조수석에 앉자, 진수는 마치 어디 전쟁에라도 나가는 것처럼 손까지 번쩍 치켜들고 고함을 질렀다.

아무튼 진수의 그 고함소리처럼 이제 배우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첫날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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