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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3화 (3/132)

〈 3화 〉 2회 차 인생의 시작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점심을 먹고 난 후부터 진행된 오디션은 51번부터 시작되었다.

“57번 들어오세요.”

드디어 내 번호가 호명되었고, 나는 스태프의 안내로 오디션장 안으로 들어갔다.

“57번 한강수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해야지.”

“예. 잘하겠습니다!”

“그 친구 생긴 건 곱상하게 생겨서는 씩씩하네. 지정연기부터 해봐요.”

“아니 지정연기는 필요 없어. 지정연기 말고 즉석에서 자유연기를 해보지.”

“감독님, 갑자기 왜?”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거기, 자유연기 해봐요.”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지정연기를 하라는 말에 아까 화장실 옆에서 진수와 연습하던 부분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심사위원석 중간에 앉은 사람이 뜬금없이 자유연기를 하라고 한 것이다.

어차피 심사위원석 중앙에 있으니 그 양반이 최고결정권자일 것이란 생각이었는데, 아까 화장실 앞에서 만났던 그 양반이 이번 영화의 감독이셨던 모양이다.

남들이 다 하는 지정연기는 넘어가고 자유연기를 해야 했기에,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면서 머릿속을 정리한 후에 터벅터벅 심사위원석 쪽으로 다가갔다.

“얌마! 너 밥은 먹고 다니니?”

“응?”

“최소한 밥은 처먹고 다녀야지 주먹질이라도 제대로 하지.”

“그게......”

“따라와! 오늘은 이 형이 사줄 테니까.”

뜬금없는 내 말에 감독님은 순간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이셨고, 나는 그대로 내가 생각했던 대사를 이어갔다.

그리고 내 딴에는 확실한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는 욕심에, 감독님의 귀를 잡고 위로 끌어 올리자 주변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삿대질까지 해댔다.

“저....... 저....... 저런! 당신 뭐하는 짓이야?”

“끝입니다. 더 이상 진행하다가는 아무래도 제가 탈락 확정이 될 것 같아서요.”

“하! 하! 하! 이놈 이거 물건일세. 너 소속사가 어디야?”

“아직 소속사는 없습니다.”

“그럼 아까 화장실 앞에서 대사를 치던 그 친구는 누구고?”

“제 고등학교 친구인데 제 매니저를 하겠다고......”

“그놈들 참. 아직 데뷔조차 하지 않은 놈이 매니저를 달고 다니고. 이 전화번호가 맞아?”

“예. 맞습니다. 감독님.”

“알았어. 의논해보고 연락을 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나가 봐.”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마,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해야 한다니까!”

“예. 정말 잘하겠습니다.”

예전 전생에서 오디션을 봤었던 상황과는 많이 달라졌다.

감독이란 양반도 예전 오디션을 보고 출연했던 그 드라마의 감독님이 아니었고, 방금 요구받았던 자유연기 역시 예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 황당했던 것은 내가 갑자기 미친 것도 아닌데, 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감독님의 귀를 잡아당기면서 그걸 연기랍시고 펼쳤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감독이란 양반의 반응이 내게 호의적인 것 같았기에, 어쩌면 내가 오늘 이 오디션을 통과해서 캐스팅되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어떻게 잘했어?”

“응, 진수 네 휴대전화로 연락하겠다고 하시네.”

“잘했냐고?”

“지정연기를 하려니까 감독이란 양반이 보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자유연기를 해보라고 하기에 감독님 귀 잡아당기는 연기를 하고 나왔다.”

“뭐? 너 미쳤어!”

“워~ 워~ 진정해. 감독 그 양반 마음에는 든 모양이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아직 데뷔도 하지 못한 신출내기가 감독님 귀를 잡아당기는데 가만히 계셨다고?”

잔뜩 흥분한 진수를 달래가면서 조금 전 오디션을 봤던 내용을 차근차근히 해주자, 진수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인지 헷갈리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감독이라는 양반의 말과 행동으로 볼 때, 그 양반은 결코 내 연기에 대해 나쁜 점수를 주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자~ 우리 한 배우, 오디션도 끝이 났으니 영양보충이나 하러 가자.”

“영양보충은 무슨 영양보충. 그냥 집에 가서 라면이나 끓여 먹자.”

“그러는 것 아니야. 오늘처럼 몸과 머리를 잔뜩 쓴 날은 영양보충을 해줘야 체력이 유지가 되지. 그러니 고기나 좀 구워서 먹고 들어가.”

“도대체 너 돈이 어디서 나오는데? 네가 재벌가 셋째 아들도 아닌데 정말 신기하다.”

“그런 문제는 형님이 다 알아서 한다니까 그러네. 그러니 쓸데없는 일에 심력 낭비 그만하고 차나 타.”

그러고 보니 내가 전생에서 진수에게 아주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배우로서 성공하고도 진수는 여전히 내 매니저 노릇을 자청했었다.

그리고 따로 기획사를 차리고 난 이후에 대표로 있으면서도, 특별히 바쁜 일이 없다면 운전만 로드매니저에게 맡겼을 뿐 항상 나와 항상 동행했었다.

사실 전생의 지금 이 시점까지 나는 진수가 웬만큼 잘 사는 집의, 하다못해 중소기업 정도의 회사 정도는 운영하는 집안의 자식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내가 데뷔를 하고 제법 인기를 얻어 텔레비전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하면서, 진수에게 부모님을 찾아뵙자고 했고 그때서야 진수가 부모님뿐 아니라 형제조차 없는 천애고아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는 고아원에서 지낼 수 있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 대학생활을 하던 그 당시 진수의 삶은 이른바 노가다 인생이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진수는 밤에는 오토바이로 야식배달을 하면서 돈을 모았고,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아예 공사현장이란 공사현장은 다 찾아다니면서 노동으로 대학등록금을 충당했고, 대학졸업을 하고 난 후에도 노동일을 계속했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나는 오히려 호사스러운 생활을 했었다.

비록 진수와 마찬가지로 일찍 부모님을 여의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피붙이인 지수라는 여동생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집을 비롯해서 그리 많지는 않지만 쓸 수 있는 재산이라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 고깃집 말고 오늘은 네 집에 가자. 부모님들께 인사라도 드리게.”

“부모님 시골에 계셔. 그러니 인사는 나중에 드리도록 해.”

“시골이 어딘데?”

“여기서 멀어. 경상도거든.”

“경상도 어디? 그런데 넌 경상도 사투리 전혀 쓰질 않잖아?”

“선산이라고 있어. 구미 옆에 있는 작은 동네야.”

혹시 전생과 달라진 것이 있는지 싶어서 나는 진수에게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자고 했고, 그러자 진수가 당황스러워했다.

“그럼 지금 어디서 지내는 데? 학교 다닐 때도 집에 데려간 적이 한 번도 없었잖아.”

“신림동에 살고 있어. 혼자 있으려니 거기가 가장 편한 것 같아서.”

“신림동? 고시원에서 살아?”

“내가 집에 오래 있을 일도 없잖아. 따로 밥을 해먹는 것도 귀찮은데, 거긴 그런 점에서도 엄청 편하기도 하고.”

“야!”

“응?”

이번 생에서는 달라져야 했다.

나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내가 인간이라면, 내 친구 진수 또한 다른 삶을 살게 해줘야 한다.

매일 아침저녁을 컵밥으로 배를 채우고, 밤이면 창문조차 없는 고시원에서 쪽잠을 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때까지 아무런 가능성도 보여주지 못한 나를 위해, 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나를 배우로 만들어준 진수였다.

전생에서야 그런 사실을 몰랐기에 그랬다고 했다지만, 초반에 얼마나 힘들게 내 매니저 노릇을 한 것인지 알고 있는 이번 생에서는, 진수가 절대 그렇게 살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고시원으로 가자.”

“고시원은 왜?”

“그냥 가자고.”

진수는 가지 않으려고 악을 썼지만, 나는 차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가더라도 고시원을 찾아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결국 진수는 내 고집에 한숨을 쉬면서 고시원으로 향했다.

“뭐하려는 거야?”

“뭘 하긴 뭐를 해. 네 짐을 싸는 거지.”

“그러니까 짐을 왜 싸냐고?”

“우리 집에 가서 같이 살자고. 세상에 창문도 없는 이런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

“어차피 밤에만 들어와서 자고 나가니까, 창문이 없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어.”

“왜 상관이 없어. 문을 닫으면 아예 공기조차 통하지 않잖아. 이런 곳에서 무슨 내 매니저 노릇을 할 거라고. 잔소리하지 말고 짐이나 싸!”

“됐어. 그냥 여기서 살래.”

진수는 이사를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하긴 전 생에서도 웬만한 고집이었더라면 진작 포기했을 수도 있었던 삶이었으니, 진수의 그 고집을 단순한 방법으로 꺾기엔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최후의 방법이라고도 할 수가 있을 카드를 꺼냈다.

“인마, 너 날 스타로 만들겠다고 했지?”

“응.”

“날 스타로 만들어 놓고, 한방에 떨어트리려고? 그래서 끝없이 추락하는 날 보고 비웃으려고 그래?”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널 왜 떨어트려?”

“내가 스타가 되면 돈을 많이 벌겠지?”

“당연한 것 아니야?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자면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스타가 되려는 것 아니야?”

“그래 맞아. 넌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나는 빨리 돈을 많이 벌어서 호화롭게 살고 싶어. 그래서 지수 대학등록금도 걱정하지 않고, 또 지수를 시집보낼 때 신랑 집에서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혼수도 빵빵하게 해주고. 그런데 그렇게 잘나가는 배우란 놈의 매니저가 이런 골방에 살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사람들은 나보고 뭐라고 할까?”

“내가 배우도 아닌데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알아?”

“너 주변에 알고 지내는 사람 없어? 아니 편의점이나 컵밥을 파는 아주머니가 네 얼굴 몰라?”

“그 사람들이야 당연히 알지.”

“그럼 그 사람들이 네 얼굴이 텔레비전에 나오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그리고 그분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한강수 배우 매니저를 하는 저 친구가 우리 가게 단골인데’ 그렇게 이야길 하면?”

“........”

순간 진수의 말문이 막혔다.

사실 연예계란 곳은 한 방에 뜨기도 하고, 또 한 방에 훅 가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나 올라갈 때는 계단을 밟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경우도 많지만, 떨어질 때는 계단이 아닌 낭떠러지나 허공에서 떨어지게 되고,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끝도 보이지 않는 무저갱으로 직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빨리 싸! 이건 너 때문이 아니라 혹시 나중에 내가 떴을 때, 인간성 더러운 놈이라고 소문이 나서 한방에 훅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니까.”

“그냥 내가 이사를 할게. 월세 조금만 더 보태면 깨끗한 원룸을 얻을 수 있으니까.”

“우리 집에 남아 있는 방도 많은데, 뭐하려고 엉뚱한 곳에 돈을 써.”

“내가 네 집으로 들어가면 지수가 많이 불편해할 거야.”

“지수는 2층으로 가서 살라고 하면 만세를 부를 거다. 솔직히 내가 지수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핑계를 대고 2층에 있지만, 나도 옷 갈아입으려고 1층과 2층을 왔다 갔다 하기도 귀찮고.”

결국 진수는 책상 위에 늘어놓은 것들을 캐리어에 담기 시작했고, 옷걸이에 걸린 옷까지 모두 담은 후 고시원을 나와 차 트렁크에 캐리어를 실었다.

아직 기간이 남은 고시원 월세는 반환받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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