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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미발견 지역에서 꿀 빱니다-64화 (64/69)

< 추락(1) >

추락(1)

“마왕이라······.”

마왕의 추종자들이 마왕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13개의 봉인된 마왕의 신체 중, 2개가 탈환되었다고 한다.

“98층의 메인 퀘스트는 마왕 사냥······.”

그런데 생각해보면, 마왕이 아직 부활도 안 했는데 뭘 사냥하란 말인가?

“음······.”

각 층에 입장하면 다음 층으로 갈 수 있는 메인 퀘스트가 주어진다.

물론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건 아니고, 층을 탐험하다 보면 자연스레 힌트들을 준다.

나는 아직 98층을 모험하지 않았으니까, 메인 퀘스트가 사실상 진척되지 않았다.

“내가 너무 일찍 올라온 것도 있고.”

일부 등탑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탑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시나리오’가 있고 그대로 진행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마치 하나의 연극처럼.

그렇다면 나는 너무 빨리 후반 시나리오로 떨어진 게 아닐까?

진짜 시나리오란 게 있다면, 최상위 등탑자들이 98층에 도착했을 시점이 되어야 비로소 마왕이 부활을 끝마칠 것이고, 그래서 ‘마왕 사냥’을 마주하게 된다는 추론이다.

“······뭐가 됐든, 대비해야겠는데.”

마왕의 부활과 지구 침략.

확실하진 않지만, 그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돈을 더 빨리 벌어야지.”

돈이 곧 힘이다.

좋은 예시는 아니지만, 민수와 광진이 사건 때도 시끄러워질 수 있었는데 돈이 있으니 금방 덮을 수 있었잖아?

앞으로 내가 대비책을 강구하고 마왕이 지구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설득할 때, 돈이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고아 김정수가 멸망을 경고하면 아무도 안 들어주고, 미친놈 취급 받겠지.

하지만 대재벌 드래곤 마스터가 경고한다면?

그리고, 나에게는 그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확실한 사업 아이템이 있다.

다음 목표는 역시 꿀단지.

나는 잭의 양봉장으로 향했다.

“잭! 잭, 계세요? 저번에 말씀드렸던 꿀을 공급받으려고요!”

그러나, 한참이나 잭을 불렀음에도 잭의 대답이 없었다.

대체 어딜 간 거지?

나는 잭의 집 뒷마당, 꿀통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헉! 잭! 대체 무슨 일이에요!”

“아, 정수······.”

잭의 눈두덩이가 푹 패고, 다크써클은 길게 늘어졌으며, 볼이 핼쑥한 게 꼭 한 달은 폐인처럼 지낸 사람 같았다.

늘 에너지 넘치던 잭이었기에, 저런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나는 다급히 잭에게 달려가 몸 상태를 살폈다.

“잭, 괜찮아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아······ 어젯밤에 잠들지 못하고 뜬눈으로 보냈거든.”

“네? 잠을 못 잤다고요? 대체 왜······.”

잭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꿀통을 열었다.

그런데, 평소에는 가득 차 있었던 꿀이 보이지 않았다.

단 한 방울도.

“사실, 주기적으로 ‘숲의 주인’ 중 하나인 곰이 내려와 꿀통을 털어가.”

숲의 주인.

쉽게 말하면 숲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 격의 존재들.

물론, 몬스터라고 해서 꼭 나쁜 건 아니다. 일종의 영물들로 오히려 NPC에 가까운 존재들이다.

“평소에는 경비대원들이 그 녀석을 막아주지만, 그 곰 새끼는 워낙 꿀에 환장하는 바람에 쫓겨나도 다시 내려오지. 그런데, 이번에는 경비대원들이 바쁘다더군. 그래서 꿀통이······.”

“아······ 그런 일이······.”

잭이 수척해 보이는 이유를 이제 알겠다.

놈이 올 걸 알고도 꿀을 털릴 수밖에 없었으니, 열불이 날 수밖에.

경비대원들이 이번에 지켜주지 못한 건······ 아마 마왕군 잔당 수색 때문에 그런 거겠지.

잭은 눈물이 그렁한 눈을 꾹꾹 누르며 읊조렸다.

“이번 양봉은 다 망했어. 녀석을 막지 못한다는 걸 알았으니, 아마 내일도, 그다음 날도 꿀통을 털러 오겠지······ 어쩌면, 정수 너에게 약속했던 꿀은 공급하지 못할 수도 있을 거다.”

뭐?

큰일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내 큰 계획이 무너진다고!

나는 다급하게 잭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큰 위협을 느껴서 그런지,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거든.

“잠시만요! 혹시 그 곰이 꿀이라면 환장해서 앞뒤 안 가리고 먹는다고 했죠?”

“그렇지.”

“그렇다면, 방법이 있을 것도 같아요.”

“방법? 그게 대체 뭐야! 해결할 수만 있다면, 내가 뭐든 돕지!”

나는 ‘신선놀음의 병’을 꺼냈다.

그러자, 잭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대체 뭐야?”

“우리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마법의 물약이죠.”

나는 씩 웃으면서 신선놀음의 병을 살폈다.

【신선놀음의 병(S)】

─마법석 소켓 없음.

─호리병이 비어있으면, 자동으로 물약이 차오릅니다.

─차오르는 물약은 랜덤입니다.

─현재 ‘병아리 변신 비약’ 충전 중.

상대가 거대한 곰이 아니라 병아리라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

나는 신선놀음의 병에 있던 병아리 변신 비약을 조심스럽게 다른 병에 옮겨 담았다.

그러자, 병아리 변신 비약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병아리 변신 비약】

【옛날, 신선이라고 불리던 동쪽 먼 나라의 마법사들이 고약한 장난을 치기 위해 만든 비약입니다. 실상 비약이라기보다는 ‘저주’이며, 물약을 마신 이는 통제권자가 원할 때만 원래의 형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효과는 섭취자가 죽을 때까지 유지됩니다.】

비약이라기보다는 저주라······.

얼마나 강력한 저주인 건지, 주의하라면서 설명 밑에 붉은 해골이 세 개나 박혀 있었다.

이런 걸 쓰자니 조금 등골이 서늘한 것 같기도 한데······.

하지만 이쪽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고.

나는 잭에게 미리 병에 담아놓은 꿀을 받아 큰 그릇에 덜어놓고 병아리 변신 비약을 섞었다.

그리고, 꿀통 옆에 놓은 뒤 기다렸다.

녀석이 올 때까지.

잭은 나와 함께 잠복하면서도, 불안함 섞인 말투로 물었다.

“정수. 정말 이게 효과가 있겠어?”

“그럼요. 녀석이 꿀을 먹지 않으면 모를까, 먹는 순간 계획은 성공할 겁니다.”

노을이 지고 저녁이 다가올 때쯤.

드디어,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쿵, 쿵!

숲이 떨릴 정도로 거대한 울림.

대체 곰탱이가 얼마나 크길래, 숲이 이렇게 진동하는 걸까? 마치, 숲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만 같다.

그리고, 녀석이 나무를 무너트리며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는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Lv.110 자이언트 스위티 베어(유니크)】

“크워어어.”

미친! 무슨 곰이 저렇게 커?

세워놓으면 5m는 가뿐히 넘길 법한 거대한 신체.

사람 하나는 반으로 가르고도 남을 듯한 살벌한 앞발.

거기에, 제 덩치만 한 맹수와 싸운 건지 한쪽 눈에는 긴 흉터가 남아 있었다.

몸이 떨릴 정도로 두려운 생김새.

우리는 최대한 숨을 죽인 채 녀석을 지켜보았다.

녀석은 코를 킁킁거리더니, 천천히 꿀통 옆으로 다가왔고.

찹찹찹!

결국, 꿀을 핥았다.

제발 먹혀라. 제발.

그때······.

“크워?”

우우웅─!

녀석의 몸이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스위티 베어는 당황했는지 제자리에서 빙빙 돌며 무언가를 공격하듯 앞발을 이리저리 휘둘렀지만, 효과가 있을 리 없지.

녀석의 신장이 줄어들다, 마침내 앞발이 샛노란 날개가 되고, 뒷발은 닭발, 아니 병아리 발이 되었을 때.

“지금이에요!”

“알았어, 정수!”

우리는 쏜살같이 튀어 나가며, 녀석을 양쪽에서 압박했다.

“삐약!”

당황한 녀석이 미성숙한 날개를 파닥거리고, 짧은 다리로 발발거리며 도망칠 길을 찾았다.

이족보행이 익숙하지 않은 듯 몇 번이나 넘어지던 녀석은, 우리가 유도하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바구니로 만든 새 덫 말이지.

“삐약?”

온몸을 가린 그림자에, 녀석이 고개를 들고 바구니를 확인한 순간.

“잭! 지금이에요!”

“알았어!”

내 신호에, 잭이 바구니를 받치던 나무 막대를 당기자, 잠시 허공을 체류하던 바구니가 떨어졌다.

털썩!

“삐약, 삐약삐약!”

녀석이 발버둥을 치며 바구니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팔로 바구니를 꾹 누르며, 바구니 틈새로 스위티 베어, 아니, 병아리를 보며 씩 웃었다.

“잡았다!”

“삐약삐약!”

내 미소를 본 녀석이 미친 듯이 날개를 파닥거리며, 나에게서 멀어졌다.

자, 그래서 이 귀여운 녀석을 어떻게 하지?

“죽여야 하나?”

병아리로 변하면서 힘이 약해졌는지 바구니조차 벗어나지 못하는 스위티 베어.

하지만, 레벨은 그대로 110으로 표기되는 걸 보니, 죽이면 레벨업을 어마어마하게 할 텐데 말이야.

이거, 순식간에 강해질 뜻밖의 기회인걸?

하지만, 병아리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미친 듯이 고개를 저어댔다.

마치,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이.

“삐약삐약삐약!!”

“뭐야, 내 말을 알아듣는 거야?”

그 말에, 병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삐약삐약!”

흠······ 말을 알아듣는다는 거지?

그러고 보니, 숲의 주인들은 난폭하긴 하지만 인간과 교감을 하는 존재라는 이야기를 들었지.

녀석들 덕분에 숲의 균형이 유지되기도 하고, 몬스터들이 날뛰지 않는 거라고 하기도 했고.

이 녀석이 꿀에 눈이 돌아가는 바람에 재산적 피해를 주긴 했어도, 사람이 죽거나 다치진 않았다.

그리고 막상 이렇게 말까지 알아듣는 작고 귀여운 녀석을 죽이려니 기분이 조금 그렇긴 하네.

그때, 잭이 다가와 말했다.

“정수. 그래도, 숲의 주인을 죽이는 건 조금······ 물론 이 녀석이 그간 먹은 꿀을 생각하면 콱! 어떻게 해버리고 싶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숲의 균형이 깨질 테니까.”

그렇단 말이지?

흠······ 아무래도, 이 녀석에 대한 처분은 경비대원들과 상의해봐야 할 것 같다.

“알았어요. 일단 제가 데리고 있다가, 경비대원들과 어떻게 처분할지 의논해볼게요.”

“그러는 게 좋겠어. 정말 고맙군. 덕분에 양봉을 계속할 수 있겠어! 이 녀석! 앞으로 여기에 올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잭은 허허, 웃으면서 병아리가 담긴 바구니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다가, 기운을 차렸는지 꿀벌들을 살피러 갔다.

나는 바구니 아래쪽을 잘 밀봉한 후, 녀석을 톨른 마을의 여관으로 데려왔다.

“일이 해결될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콱! 알지?”

“삐약······.”

녀석은 힘이 빠졌는지, 바닥에 축 늘어진 채 대답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매가리가 없지?

“혹시, 너 배고프냐?”

“삐약, 삐약······.”

녀석은 대답하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래도, 처분이 결정되기 전까지 밥은 먹여야겠지?

이 녀석보다 레벨이 높은 경비대원들이 여태까지 쫓아내기만 한 걸 생각하면, 죽이는 것보단 방생하자는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럼, 살려놔야지.

나는 밑으로 내려가, 여관 주인에게 곡식 낱알 몇 개를 얻어왔다.

그리고, 문단속을 철저히 한 채, 조심스럽게 바구니를 열고 녀석에게 밀 낱알을 내밀었다.

“자. 먹어라.”

“삐약? 삐약······.”

녀석은 곡식을 몇 번 쪼아보더니, 곡식을 뒤로한 채 다시 바구니 안으로 들어가 풀썩 주저앉았다.

“뭐야, 이게 아니야? 그럼 병아리 모이로 대체 뭘 줘야 하는 거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릴 때 고아원에서 길렀던 병아리들은 잘만 먹었는데······.

원래는 곰이라서 입에 안 맞는 건가?

“쩝. 네가 먹을만한 걸 더 찾아볼 테니, 그거라도 먹고 있어. 나도 밥이나 먹으련다.”

나는 지구에서 가져온 빵과 초코잼을 꺼냈다.

98층의 빵도 괜찮긴 하지만, 부드럽고 쫀득한 지구의 빵과는 역시 다르단 말이지.

그렇게 초코잼의 뚜껑을 열고 식빵을 바르는 순간이었다.

“삐약? 삐약삐약삐약!!”

녀석이 호들갑을 떨며, 바구니에서 달려 나왔다.

얼마나 급한 건지,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졌는데도 다시 일어나, 내 주위를 맴돌았다.

“삐약삐약!!”

“뭐야? 왜 갑자기······ 아!”

생각해보니, 녀석은 꿀에 환장한다.

이름부터 스위티 베어니, 단 걸 좋아하는 건가?

“너도 단 거 좋아하는구나?”

“삐약삐약!”

나는 피식 웃으며 초코잼을 바른 식빵을 떼어주었다.

그러자······.

“삐약삐약삐약!”

녀석은 허겁지겁 식빵을 뜯어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맛있냐?”

“삐약!”

녀석은 힘차게 울더니, 내 다리에 고개를 비비고는 다시 식빵을 먹는 데 열중했다.

“체할라. 물 마시면서 먹어. 앞으로 나와 지내는 동안, 네 이름은 삐약이다.”

“삐약!”

녀석은 결국, 식빵 1/4쪽과 물을 조금 먹고는 배가 부른지, 뒤뚱거리면서 바구니에 들어가 잠들었다.

“녀석. 이렇게 보니 좀 귀엽네.”

피식 웃으면서 나도 식사를 마친 뒤, 잠들었다.

그렇게 다음날이 밝고.

나를 깨운 건, 햇살이 아닌 클라크의 외침이었다.

“오늘은 윌리엄이 우리를 도울 거다! 흑마법사 놈들을 놔두면 인신 공양을 위해 필연적으로 마을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을 수 있으니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예!!””

나는 눈을 비비며 창문을 열었다.

그 밑에는 수색을 위해 흩어진 경비대원들 대신, 클라크와 제임스, 윌리엄이 남아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윌리엄. 방법이 없겠습니까?”

“음······ 클라크, 자네도 알겠지만, 흑마법사 놈들의 흔적을 찾으려면 숲의 주인들과 거래하는 게 최선일세. 하지만, 하필이면 통역해줄 드루이드가 지금 제국 서부에 가 있어.”

“그럼 추적 마법 같은 거라도······.”

“그건 매개가 있어야 하는 데다, 나는 추적 마법에는 영 약해서 말일세.”

모두가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몰아쉬다가, 문득 대화를 곱씹어봤다.

숲의 주인과의 거래가 필요한데, 통역해줄 드루이드가 없다고?

잠깐만······ 나한테는 숲의 주인도, 숲의 주인과의 이야기를 통역해줄 수 있는 존재도 있잖아?

“무슨 이런 우연이 다 있지.”

나는 삐약이를 흔들어 깨운 뒤, 차원의 틈에서 센티넬을 꺼냈다.

─휴! 드디어 저를 불러주시는군요! 저 안은 정말, 어둡고, 춥고, 외롭고······ 불쾌한 공간이었습니다! 자꾸 이상한 물건들이 들어와 제 몸을 때리는 통에 영 잠을 잘 수가······.

이 말 많은 녀석.

꺼내자마자 쉬지 않고 입을 놀릴 줄이야.

나는 녀석의 말을 끊고 물었다.

“그건 나중에! 급한 일이 있어.”

─오우! 제가 활약할 일인가요? 어떤 일이죠?

“너, 217가지 생명체와 대화할 수 있댔지?”

일전에 이 녀석과 말이 통했을 때, 이 녀석은 온갖 언어를 다할 수 있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혹시······.

“혹시 곰이랑도 대화 가능해?”

내가 삐약이를 가리키자, 센티넬이 고개를 갸웃거리듯 구체 몸뚱이를 이리저리 굴려댔다.

─흠······ 마스터. 이건 곰이 아니라 병아리라는 생명체입니다. 닭의 유년기 상태죠. 만약 동물에 관한 기초 지식이 필요하시다면, 어린이를 위한 교육용 아카식 동화를 들려드릴 수······.

“그건 됐어!”

아, 맞다.

센티넬은 이 녀석이 어떻게 병아리로 변했는지 모르지.

“나도 그건 아는데, 얘는 병아리 모습을 한 스위티 베어야. 그래서, 대화할 수 있어?”

센티넬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삐약이에게 푸른 레이저 같은 것을 쏘더니, 펄쩍 날아올랐다.

─오! 마나 스캔을 해보니 정말 곰이군요. 거기다 그냥 곰이 아니라 영물이라고 부르는 타입의 특수한 개체입니다. 당연히 할 수 있지요.

“좋아. 그럼 지금부터 나와 이 녀석의 말을 통역해.”

─알겠습니다!

그러더니, 센티넬은 나와 삐약이에게 다시 한번 푸른 레이저를 쏘았다.

─이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겁니다.

나는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듯이 반쯤 누워있던 삐약이를 보며 말했다.

“너. 지금 숲에 있는 침입자를 찾을 수 있어? 침입자를 찾아내면 풀어줄게.”

그 말을 들은 삐약이는 눈을 빛내며 폴짝 뛰어올랐다.

그리고, 녀석의 울음이 자연스럽게 번역되어, 내 머릿속에 들려왔다.

“삐약삐약! 뺙! (그거 말고 달콤한 걸 줘! 어제 먹었던 검고 단 거!)”

아, 초코잼?

지금, 자유의 몸이 아니라 초코잼을 원한다는 거냐?

나는 씩 웃으면서, 녀석을 손 위에 올렸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협상 완료다!”

본의 아니게, 테이머가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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