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 미발견 지역에서 꿀 빱니다-63화 (63/69)

< 난리(2) >

난리(2)

난 이제 돈이 많다.

그것도, 아주 많다.

앞으로 더 많아질 예정이다.

그래도 여전히 씀씀이에 소극적이었다.

일평생 들여온 버릇이 그랬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돈 지랄 좀 하고 싶네.

“한 삼백만 원씩 보내드리면 될까요?”

그 말을 들은 부모들은 잠시 눈이 커지더니, 태도가 변했다.

“삼백이요?”

“부족할까요?”

고작 멍 좀 든 건데, 치료비로 부족할 리가 있나.

삼백, 이라는 말에 이 부모란 양반들의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정말이에요?”

“당연하죠. 그 대신.”

나는 민수와 광진이한테 맞은 녀석들을 가리켰다.

“쟤들이 저희 애들한테 고아라고 놀렸다고 하던데, 그거 안 되는 거잖아요? 가정 교육에 문제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나는 의도적으로 저들의 자존심을 긁었다.

고아보다 못한 가정 교육하는 작자들.

내 말에 부모들의 표정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일전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대놓고 무시하더니만, 지금은 머뭇거린다.

내가 앞서서 꺼냈던, 삼백이라는 숫자 때문이었다.

“제대로 사과시키세요. 우리 애들 말고도 쟤들이 괴롭힌 애들이 누군지 찾으셔서 사과하게 하고요.”

분명히, 민수와 광진이가 자기들한테 시비를 걸어서 싸운 게 아니라고 했지.

그게 사실이라면, 분명 피해자가 더 있을 거다.

고민하다가, 다시 무어라고 입을 열려는 부모들에게, 나는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 보였다.

“그럼 치료비로 오백만 원 드릴게요.”

이백만 원 더 얹었다.

그리고······.

“대신,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각오해야 할 겁니다.”

“······각오요?”

“아이들이 실수할 수 있지만, 잘못이 계속될 경우······ 보호자가 책임을 물어야 할 테니까요. 그리고 그때는······ 제가 더 많은 돈을 물어 들어야 할 것 같고요.”

부모들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잠시 가볍게 무장한 내 행색을 살폈다.

잠시 이어진 침묵을 깨곤, 부모 한 명이 제 아들의 팔을 잡아끌었다.

“너희 빨리 일어나! 너희도 잘한 거 없어!”

“그럼! 너희도 빨리 사과하고.”

반쯤 협박성이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거기에 오백만 원이 거절하기에는 절대 적지 않은 돈이지.

반대로, 우리의 자존심을 찾는 값이라고 생각하면 푼돈이고.

부모들은 아직도 분이 안 풀린 듯 씩씩거리는 아이들의 머리를 억지로 숙이게 해 화해시키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그러곤, 아이들의 등을 떠밀며 교무실을 떠났다.

“호호, 아이들 때문에 피차 고생이 많네요.”

“담임 선생님 통해서 연락드릴게요.”

폭풍처럼 일이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이렇게까지 했으니, 앞으로 조용하겠지.

하지만, 아직도 삼백만 원이라는 금액이 나왔을 때 변하던 부모들의 얼굴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일을 편하고 조용하게 끝내고 싶은 마음에 조금 크게 부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쉽게 끝날 줄이야.

내가 바랐던 대로 됐지만, 입이 꽤 쓰다.

그래도, 이번 일로 앞으로 민수와 광진이가 무시당하지는 않을 거다.

알게 모르게, 교내에 고아라고 무시 받는 분위기가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이번에 주먹으로도 돈으로도 증명했으니까, 이미지가 확 달라질 거다.

반면 저 녀석들은 면 좀 상하겠지.

말 그대로 돈 지랄이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교무실을 나서려는데, 누군가가 다가왔다.

“저······ 민수랑 광진이 보호자라고 하셨죠? 저는 아이들 담임입니다.”

“아, 네. 이거, 좋은 일로 뵙는 게 아니라 죄송하네요.”

“아, 아니에요! 그보다, 아이들 너무 혼내지는 마세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들끼리치고, 박고 난리가 났는데, 왜 혼내지 말라는 거지?

“사실······ 오늘 맞은 아이들이 좀 난폭한 짓을 자주 하는 아이들이거든요. 각성은 못 했지만 마나를 다룰 수 있어서 최근에는 그게 더 심해졌다는데, 교묘하게 선생님들 눈은 피해서 그런 일을 하는 바람에······.”

“아······.”

내가 학교에 다닐 때도 그런 놈들이 많았지.

당장 졸업 이후에도 종종 나를 귀찮게 하다가, 테니스공에 맞은 후, 보이지 않는 김기태 무리도 그랬으니까.

“오늘도 그렇게 괴롭힘당하던 아이를 도와주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 담임으로써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면목 없습니다.”

아이들의 말이 사실이었다.

자신들을 위해 싸운 게 아니라, 남을 위해 싸웠구나.

원장님의 가르침 그대로다.

“아닙니다. 언제나 그런 영악한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일단 아이들에게도 훈계는 해놓겠습니다.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학교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 애들, 마나를 쓸 수 있다고?”

“어. 걔들 그걸 핑계로 애들 더 심하게 괴롭혔다니까? 갓 마나를 다루게 된 애들은 힘 조절이 힘들어서 장난치다가도 다칠 수 있다면서 처벌 잘 안 받잖아!”

“걔들한테 당한 애들이 한둘이 아니야.”

갓 마나를 다룬 이들이 일으키는 사고.

그건 이 시대의 사회문제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똑같이 마나를 가지고 싸웠다가는 진짜 큰일이 벌어지는 거야.”

아직 이 녀석들은 마나가 가진 힘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

힘에 대한 무지와 경각 없는 사용은, 참혹한 결과를 불러온다.

나는 아이들이 혹시 그런 끔찍한 일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민수와 광진이는 침묵하다가, 억울하다는 투로 말했다.

“그래도, 무시할 수가 없었어. 괴롭힘당하던 애가 꼭 해나 누나 같았단 말이야.”

“해나?”

“응. 걔도 부모님들이 등탑하셨거든. 길드원들 구하겠다고 탑을 내려가다가 저주에 걸렸는데, 그게 걔한테 옮겨갔어. 그거 때문에 자꾸 저주받은 년이라고 욕하고 괴롭히잖아. 그래서······.”

어째, 사연이 깊다.

나였어도 해나 생각나서 그냥은 못 지나쳤을 것 같네.

내가 잠시 말이 없자, 녀석들은 눈치를 보다가 쭈뼛쭈뼛 다가와 말했다.

“형, 미안해. 괜히 우리 때문에 돈도 많이 쓰고.”

“그 정도까지 안 줘도 될 텐데······ 미안해. 잘못했어.”

“너희한테 쓰는 돈 안 아까워. 그런 상황인 건 몰랐네. 그래도 잘했다. 나였어도 못 참았을 거야.”

녀석들의 머리를 헝클이며 씩 웃자, 녀석들도 나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가는 길에 맛있는 거나 먹자. 원래 이런 거지 같은 날엔, 맛있는 거 먹고 푸는 거야.”

“오 진짜? 형, 나 소고기!”

“나도 소고기!”

아이들이 소고기를 연호하며 교문을 나서는데, 어떤 여자아이가 쭈뼛쭈뼛 앞을 막아서며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내밀었다.

“그, 아, 아까 도와줘서 고마워······ 나 때문에 괜히 혼나고······ 이거, 별거 아니지만 받아줘.”

얘가 괴롭힘당한 당사자인 모양이다.

민수와 광진이는 서로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음료수를 받았다.

“다음에 그놈들이 또 괴롭히면 말해.”

“아주 다시는 학교에서 입도 벙끗 못하게······.”

“이 녀석들이 정신 못 차리고!”

꽁, 꽁!

다시 녀석들에게 꿀밤을 놓자, 여자아이는 발을 동동 구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정말, 자신감 하나 없이 모든 게 제 탓인 듯 고개를 푹 숙이는 거 보니까 해나가 생각나서 딱하긴 하네.

“너는 이름이 뭐니?”

“아······ 저는 박희진이라고 해요.”

“그래, 희진이구나. 아직 저녁 안 먹었지?”

“네? 네······.”

“그럼, 우리 저녁 먹으러 가는 데 같이 갈래?”

“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내가 사는 거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희진이가 잠시 망설이자, 광진이랑 민수가 희진이의 등을 떠밀었다.

“그러지 말고, 같이 먹자.”

“그래. 우리 형이, 원래 이런 날엔 맛있는 거 먹고 푸는 거래.”

“어? 어어?”

그렇게, 우리 넷은 식당에 들어왔다.

나는 소고기를 구우며, 희진이에게 물었다.

“실례가 아니라면······ 저주는 언제부터 걸렸니?”

“아마······ 제가 중학교 올라가던 때부터요.”

“무슨 저주길래?”

“그게······.”

희진이가 잠시 경계하는 듯 주저했고,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투로 말했다.

“괜찮아. 나도 등탑자라 묻는 거야. 해주 약물을 만들 수 있는 사람도 알고 있고. 우리 가족 중에 증상이 심해서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던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도 지금 멀쩡히 걸어 다닐 정도로 나아졌거든.”

그 말에, 고민하던 희진이가 입을 열었다.

“‘불우한 정령의 친구’라는 저주래요. 온갖 정령이 찾아오는 신병 같은 거라고 들었어요.”

정령과 관련된 저주라······.

정령은 또 되게 드문 케이스긴 하네.

“무슨 등급인데?”

“B+요.”

그 정도면, 아마 해나와 비슷한 강력한 저주일 거다.

“그런 저주를 풀면, 강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건 아니?”

“네. 알고는 있지만······ 너무 힘들어서 멋모르고 ‘꽃의 정령’과 계약했어요. 정령들을 거부할수록 고열에 시달려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됐거든요. 그런데, 찾아보니 꽃의 정령은 그렇게 강한 정령은 아니라 별 도움이 안 된다고······.”

그 얘기를 들은 민수와 광진이가 서로를 보며 말했다.

“그것 때문에 꿀벌이 계속 찾아와서 수업하다가 몇 번은 난리 났었지.”

“꿀벌?”

“꽃의 정령은 꿀벌을 끌어모으거든요.”

“아.”

“그거 잡아서 내보내느라 힘들었어.”

세상에는 이런 저주도 있구나.

확실히, 꽃의 정령이라면 딱히 써먹을 데가 생각나지는 않네.

그보다······ 이 친구도 가정환경이 어려운가?

교복 여기저기에 찢어진 걸 기운 흔적이 보였다.

아마 괴롭힘을 당하다 찢어진 거겠지.

나쁜 녀석들.

“사정은 대충 들었는데, 부모님은 아직도 등탑 하시니?”

“아뇨, 부모님은 은퇴하시고 병원에 계세요. 저주 후유증이 심하셔서······.”

저런.

“그럼 생활은 어떻게 하고?”

“지원비가 조금 나오긴 하지만······ 할아버지는 아프시고,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동생도 챙겨야 하고······ 그래서 꼭 저주를 풀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해요. 등탑도 생각하고 있어요.”

희진이가 말끝을 흐리면서 말을 돌리자, 민수와 광진이가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얘가 알바 뛰어서 가족들 먹여 살린대.”

“진짜 열심히 사는 애야.”

우리 해나도 멀쩡하게 돌아다니면서 밭을 돌보기야 하지만, 아직 저주가 다 풀리지 않아서 종종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걸 생각하니 괜히 짠하네.

분위기가 잠시 우울해지자, 민수와 광진이가 희진이의 밥 위에 소고기를 얹어주며 말했다.

“근데, 걱정할 거 없어! 우리 형도 옛날에 가난해서 포션 한 병 못 사 먹었는데, 지금은 돈 많아.”

“맞아. 이제는 땅 사서 건물도 짓는다니까? 물론, 집 옆이지만.”

나는 또 녀석들의 머리에 꿀밤을 놓았다.

“이 녀석들이! 어디 가서 그런 얘기 하지 마!”

“아, 형! 그렇다고 때린 데만 계속 때리면 어떡해!”

“우리 바보 되면 형 탓이야.”

녀석들은 머리를 문지르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계속해서 소고기를 집어 먹었다.

멀쩡하면서 괜히 투덜대기는.

돈 얘기가 나오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희진이가 잠시 눈을 빛내다가 입을 열었다.

“저, 저 혹시!”

“응?”

“저도 돈을 벌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건 내가 섣불리 알려줄 수 없는 방법인데······.

“나와 같은 방법을 쓰긴 힘들 거야.”

“아······ 역시 그렇겠죠?”

그 말에, 희진이는 눈에 띄게 실망했다.

하지만 이 친구를 98층까지 올려다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모른척하자니 사정이 너무 딱한데.

그때,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도 꽃의 정령이라고 했으니, 해주 물약을 마시면서 천천히 능력에 익숙해지면······ 약초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약초도 꽃이 피고, 씨앗을 맺기 위해선 수분이 필요하니까.

아직 정확한 능력은 모르지만, 밭을 더 빠르게 늘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더라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앞으로 팔 물건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 손이 부족한 게 문제겠지.

희진이 이 녀석은 성실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고.

“흠······.”

어쩌면, 내가 이 친구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대신, 방법이 있긴 하지. 나중에 아르바이트하러 와볼래? 별 건 아니고, 식물을 좀 기르고 있거든. 그게 아니더라도 일할 건 많고. 일당은 세게 쳐 줄게.”

희진이는 눈을 크게 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까지 굽히며 연거푸 인사를 해댔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사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이라······.

그러고 보니 처음 듣는 호칭이네.

아직은 어색하지만······ 어쩐지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

학교에서 사고를 친 민수와 광진이를 집에 데려와 한참을 훈계한 다음 날.

나는 다시 탑을 올랐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톨른 마을이 부산스러웠다.

어쩐지 군단장 허크가 왔을 때보다 더 긴장감 넘치는 것 같기도 하고?

“2인 1조를 이루어 북쪽 숲 위주로 탐색을 나선다! 사소한 흔적이라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예!””

경비대원들은 완전무장한 채, 둘씩 짝을 지어 마을을 나갈 준비를 마쳤다.

나는 클라크에게 다가가 물었다.

“클라크. 대체 무슨 일이에요?”

“아, 정수. 이거, 돌아온 타이밍이 아주 좋지 않군.”

클라크는 심각한 얼굴로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곤 속삭였다.

“최근 제국 동부에서 마왕군 잔당 소탕 작전이 있었는데, 그 잔당들이 북부 산맥을 타고 이곳으로 도망쳤다고 하더군. 그래서 녀석들이 숨어들었을 만한 곳을 위주로 수색 중이야.”

마왕군 잔당이라······.

또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역시 이곳은 되게 위험한 세계라니까.

이런 촌구석까지 그런 위험한 놈들이 숨어들다니.

“마왕군이면, 몬스터 같은 건가요?”

“정확히는 마수지. 그보다 정확히는, 마수들을 다루는 흑마법사 놈들이고. 위험하니, 마을 밖으로는 되도록 나가지 말라고.”

흑마법사라······.

그러고 보니, 세 개의 균열 때도 균열을 유도한 게 흑마법사였지.

흑마법사 드라우스였던가?

최근 흑마법사라는 놈들에게 당한 게 있어서 그런지, 괜히 신경이 곤두서게 되네.

“젠장. 심지어 봉인된 신체까지 도둑맞았다고 하더군.”

“봉인된 신체요?”

“그래. 봉인된 마왕의 신체는 정확히 13개로 나뉘어 전 대륙에 봉인되어 있네. 그중에서, 제국이 보관하던 것 중 2개가 도난당했지.”

“네? 심각한 문제 아니에요?”

마왕이, 부활할 수 있다는 거잖아?

나는 98층의 메인 퀘스트가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 ‘마왕 사냥’이 시작됩니다】

젠장······ 벗어나려고 아무리 노력해봐도, 벗어날 수가 없네.

하긴, 그러니까 메인 퀘스트이긴 하지만.

“그래. 최근에 마왕군 잔존 세력이 점점 세를 넓히고 마왕의 봉인된 신체를 탈환하려는 등, 양지로 나오려고 발악하고 있어.”

“아······ 알았어요. 최대한 조심해서 다닐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우리는 바빠서 이만 가보지. 다들, 추적을 시작한다!”

콰앙!

경비대원들이 크게 발돋움하며, 순식간에 숲 이곳저곳으로 사라졌다.

“흑마법사들이 최근에 세를 넓히고 있다라······.”

어쩐지, 뭔가 실마리가 잡히는 기분이다.

아니, 사실 전부터 계속하고 있던 생각이다.

‘디아블로 컴퍼니’가 조종할 수 있다는 균열.

그리고, 그 균열을 유도한 흑마법사.

그렇다면, 디아블로 컴퍼니가 퀘스트를 받는다는 탑 꼭대기의 보스 몬스터는 마왕과 관련 있을 거다.

얼마 전, 고대 아카식 워리어들의 거주 구역에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아카식 워리어들은 고대 제국에서 마왕에 대적하기 위해 만든 특수 조직.

왜 나에게 아카식 아머리라는 아카식 워리어의 힘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흑마법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과 아예 연관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점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아직 내가 모르지만······ 아주 거대한 일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