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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미발견 지역에서 꿀 빱니다-62화 (62/69)
  • < 난리(1) >

    난리(1)

    강무진이 내게서 차원석을 가져간 이후, 세상은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대한민국, 등탑 재개. 차원석 수급 원활 조짐.

    ─차원석 협상 결렬. 그러나, 기적적으로 수급된 다량의 차원석. 출처는?

    ─세계적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 대한민국 등탑계! 저력을 발휘하다!

    대서특필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기사 몇 개가 있었다.

    ─자이언트 로커스트 사태에 이어 차원석 사태에 대응한 주역, 드래곤 마스크로 밝혀져.

    ─균열감시대응청장 강무진, ‘드래곤 마스크의 정체 알 수 없지만, 탑 부산물 공급처’ 직접 밝혀.

    ─드래곤 마스크, 음지에서부터 이미 영웅이었다! 그의 정체에 쏠리는 관심들.

    내가 요청한 대로, 드래곤 마스크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댓글 반응도 뜨거웠다.

    ─얼마 전까지 드래곤 마스크 때문에 등탑 산업 포기해야 해서 경제 위기 왔다던 새끼들 다 어디 갔냐?

    └ㅋㅋㅋ그러게. 오히려 차세대 차원석 수입처로 경제 떡상했죠?

    └난 믿고 있었다. 킹갓제너럴충무공 드순신!!

    └이 새끼 댓글 기록 보면 싹 다 드래곤 마스크 때문에 경제 파탄 났다고 욕하는 건데?

    └어쨌든 해결됐다는 게 중요하지. 근데, 한국길드연합 놈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협상 실패할 때 혼자 문제 해결한 거면, 그놈들보다 드래곤 마스크 한 명이 더 대단한 거 아니냐?

    나는 그 댓글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어이없는 놈들이네. 얼마 전까지 그렇게 욕을 하다가도 한순간에 태도를 돌변하니······ 대체 뭐가 본심인지 모르겠구만.”

    하지만 중요한 건, 드래곤 마스크에 대한 이미지도 다시 좋아졌다는 거지.

    이렇게 되면, JS컴퍼니의 모델로 드래곤 마스크를 썼을 때 호의적인 반응이 있을 거다.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도 될까?

    어쨌든, 계획의 첫 번째 단추는 성공적으로 끼워진 것 같네.

    “자, 그럼 다음 단계로 가봅시다.”

    나는 I-브릿지 어플리케이션으로 정산을 확인했다.

    탑에서 내려오면서 라면 가게 수익 일부로 드워프 장인 다르곤이 만든 물건을 사서 경매에 올렸거든.

    ─경매 정산금이 수령되었습니다.

    내역 : 드워프제 무기 3정

    정산금 : 1,635,000,000원.

    *메시지는 I-브릿지 내부망을 이용한 개인 채널로 전송되고 있습니다.

    “크. 달다 달아.”

    탑에서 번 3천만 원어치의 골드가 16억으로 불었다.

    그 덕에, 돈 나갈 곳만 많고 수익은 나오지 않은 탓에 굶주렸던 통장이 다시 두둑해졌다.

    꿀물도 안 마셨는데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것 같네.

    그런데,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해 있었다.

    ─고객님이 판매한 물품 구매자께서 추가로 개인 거래를 원하시는데, 응하시겠습니까?

    나는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흠. 슬슬 식별번호를 보고 접근해오는 놈들이 있는 건가.”

    I-브릿지의 특성으로 내 신분은 절대 노출되지 않지만, 개인 식별번호는 존재한다.

    아마, 눈치 빠른 놈들은 그간 시장에 풀린 ‘더블 플러스’ 등급의 무기를 단 한 명이 공급한다는 것을 알아챘겠지.

    그중에서도 돈이 될 것 같은 큰손이 아니라면 매니저 선에서 걸러졌을 테니, 분명히 돈은 되는 놈들일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경매 올리면 잘 팔리는데 개인 거래를 틀 이유가 없지. 이거저거 귀찮은 거래 조건들을 붙이기라도 하면 짜증도 나고. 지금이 편해.”

    나는 어깨를 으쓱이곤 이제는 내 땅이 된 고아원 옆, 텅 빈 땅을 보았다.

    아니, 이제 텅 빈 땅은 아니지.

    삐─ 삐─

    “오라이! 오라이! 스탑!”

    “철근을 그쪽에다 두면 크레인이 못 들어간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텅 비었던 땅에, 각종 건설 자재들이 늘어섰고,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건물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가장 먼저, 본격적인 사업 시작에 필요한 창고와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할 트레이닝 룸 겸 벙커를 먼저 건축하기 시작했다.

    마법 공학 아이템을 이용한 건축 공법의 혁신으로, 석 달이면 공사가 끝난다나?

    “정수야.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규모가 꽤 크구나. 대공사겠어.”

    “아, 원장님.”

    원장님께는 이미 대략적인 계획에 대해 말씀을 드렸지만, 그런데도 공사 현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셨다.

    하긴, 기존 고아원 건물도 1층짜리라서 그렇지 막상 작은 부지는 아닌데, 지금 짓는 건물과 창고의 터는 천 평이 넘어가니까.

    “공사는 이제 시작이에요. 앞으로, 건물들을 몇 개 더 지을 거거든요.”

    “그래.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면 좋지. 옛날에 너희가 공도 마음껏 못 차는 걸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우리가 찬 공이 다른 사람들의 땅에 넘어가기라도 하면, 사과는 항상 원장님 몫이었다.

    그것 때문에 우리는 몇 개의 놀이를 금지했었고.

    “이제 그럴 일 없을 거예요. 동생들은 방도 하나씩 쓰고,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좋겠네요.”

    “최근 들어서 많이 느끼고 있는 거지만, 언제 이렇게 커서 든든한 큰형 노릇을 하고 있는지······ 네가 자랑스럽다. 정수야.”

    “원장님이 잘 키워주신 덕이죠.”

    “녀석, 말 한번 예쁘게 한다.”

    원장님은 흐뭇하게 웃으시며 내 등을 두드려주시곤, 다시 아이들을 돌보러 가셨다.

    그리고, 이번엔 좀 큰 아이들이 몰려왔다.

    “와, 씨! 형! 여기다 대체 뭘 짓는 거야?”

    “땅 엄청 넓은데? 혹시······ 우리 이사해?”

    “와! 이사해?”

    민희, 해나, 광진이, 민수.

    나 다음으로 고아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녀석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녀석들의 머리를 헝클였다.

    “아직 이사는 아니고. 여기에 창고 건물이랑 벙커 겸 트레이닝 건물을 지을 거야. 요즘 세상이 하도 흉흉하니, 그런 것도 필요할 것 같아서.”

    “와! 트레이닝 룸 생기면 진짜 좋겠다! 우리 이제 흙먼지 안 마셔도 돼?”

    “나이스! 트레이닝 룸에 표적도 놓으면 안 돼? 활 쏘는 연습도 하게.”

    나는 아이들의 반응에 피식 웃었다.

    어째, 나보다 녀석들이 더 신난 것 같네.

    하긴. 나보다 이 녀석들이 더 많이 쓸 시설이긴 하지.

    매번 흙먼지 위를 구르고 여기저기 살갗이 까지는 게 안쓰러웠는데, 앞으로 석 달이면 그럴 일 없을 거다.

    잔뜩 상기되어 방방 뛰다가 트레이닝을 하러 떠난 아이들을 뒤로하고, 나는 인부들에게 98층산 꿀물을 건네주었다.

    “자, 자! 사장님들! 시원한 꿀물 한 잔씩 쭉 들이켜고 하세요!”

    “이야, 여기 사장님이 센스가 좋으시네! 잘 먹겠습니다!”

    “마침 목이 타던 차였는데, 어린 사장님이 어떻게 이렇게 눈치가 좋으신지 몰라? 역시 성공의 비결이 있다니까.”

    인부들은 호탕하게 웃으며 꿀물을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엇! 이게 뭐야! 이게 뭔데 이렇게 힘이 솟아?”

    “죽던 사람도 살릴 맛이네! 크으, 달달하니 마시기 딱 좋구만!”

    “대체 이런 건 어디서 구한 겁니까? 일하다 한 잔씩 마시면 딱 좋겠네!”

    역시 이 꿀물, 사람을 가리지 않고 호평 일색이네.

    나는 방긋 웃으면서 답했다.

    “아는 사람이 곧 사업을 시작한다고 시제품을 보내줬더라고요. 아마 곧 시중에 풀릴 겁니다.”

    “그래요? 반가운 소식이구만.”

    “그러게 말이야. 아까부터 뒷산에서 찬바람이 자꾸 내려와서 으슬으슬 추웠는데, 꿀물을 마시니 몸에서 열도 나고.”

    “어디서 이렇게 찬 바람이 불지? 지금은 8월인데.”

    나는 등에서 나는 식은땀을 느끼며, 뒷산을 바라보는 인부들의 등을 떠밀었다.

    “저쪽으로는 절대! 접근하시면 안 됩니다! 저주에 걸린 아이템을 해주 하는 중이라, 잘못하면 목숨이 위험해요!”

    “어이쿠! 그럼 안 되지. 우리가 전파해놓고, 출입 금지 경시 쳐 놓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쇼.”

    “하하.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후,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

    차원석 공급 이후 호평 일색이었던 드래곤 마스크에 대한 의견이 차츰 갈리기 시작했다.

    ─근데 솔직히 랭킹 1위 드웨인 스미스가 62층인데, 98층이 말이 되냐?

    └이번에 세 균열 사태에서 사용된 독가스 알지? 사실 균열도 누군가 조작하고 있다는 말이 있어. 드래곤 마스크도 사실 그 계획의 일부일지도 모르지.

    └소설가냐? 음모론 개 좋아하네. 그래도, 드래곤 마스크가 98층에 도착한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긴 함. 한층 한층 올라간 게 아니라 하루아침에 98층으로 찍혔는데, 탑에 엘리베이터라도 없으면 말이 안 되지. 일종의 오류일 게 분명하다.

    └ㄹㅇ 오류일 거임.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공유하지 않았겠냐?

    대부분은 근거 없는 추측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가끔은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했다.

    “이 새끼들, 대체 어떻게 알았지?”

    탑에 엘리베이터가 있다는걸.

    나는 괜히 내 방에 내가 모르는 CCTV가 있는지 살펴보다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럴 리 없지.”

    피식 웃으며 다른 뉴스를 보려는데, 외출하셨던 원장님께 연락이 왔다.

    “네, 원장님.”

    ─정수야! 지금 민수, 광진이 학교에 가봐야겠다!

    원장님의 목소리가 다급해 보였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왜요?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

    ─민수랑 광진이가 장난은 자주 쳐도 그럴 애들이 아닌데, 누굴 때렸다더라.

    한순간 눈앞이 새까매진다.

    그 녀석들이 누굴 팼다고?

    나도 녀석들과 함께 컸으니, 그럴 녀석들이 아니라는 것쯤 알고 있다.

    하지만, 오해가 있다면 가서 풀어야지.

    “네. 제가 가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지금 내가 갈 수 없는 상황이라, 부탁한다. 미안하구나.

    “이따 애들 데려오면서 연락드릴게요. 별일 아닐 거예요.”

    나는 곧바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향했다.

    하필이면 방금 버스가 떠나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나는 텔레포트와 그림자 은신까지 섞어 쓰면서 빠르게 달렸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아이들의 학교에 도착했다.

    끼이익!

    “민수야, 광진아!”

    교무실 안에 들어가니, 벽에 붙어 손을 들고 있는 민수와 광진이 옆으로, 얼굴 이곳저곳에 멍이 든 아이들이 씩씩거리고 있었다.

    뭐야······ 진짜로 때린 건가?

    그리고, 그 앞에는 멍이 든 아이들의 부모들이 민수와 광진이를 타박하고 있었다.

    “아휴, 대체 이게 무슨 난리야? 우리 아이들 꼴 좀 보라고! 대체 집에서 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이 모양 이 꼴이야?”

    “얘네들, 고아원 출신이래요. 그러니 경우 없이 애들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놓지!”

    이건 좀 심기가 거슬린다.

    원장님이 우리를 어떻게 키우셨는데? 고아라는 오명이 붙지 않도록 인성 교육에 힘쓰셨다.

    그래서 어디 가서 모난 짓 하는 애들 하나 없었고.

    하지만, 애들 집에서 가르칠 생각 아니면, 일 키워서 좋을 건 없다.

    잠시 참고, 상황을 보자.

    나는 아이들의 부모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민수 광진이 보호자입니다.”

    부모들은 나를 위아래로 쓱 훑으며 물었다.

    “뭐, 나이대도 얘네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무슨 관계예요?”

    “이 녀석들 형입니다. 우리 애들이 이 아이들을 폭행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그럼, 우리 애들 얼굴 안 보여요? 여기저기 까지고, 터지고, 멍들고······ 아휴! 속상해, 정말! 그런데 고아원 출신이니까 형이면 친형은 아닐 텐데······.”

    “친형이나 마찬가지예요.”

    민수랑 광진이를 보자, 녀석들이 슬금슬금 눈을 피한다.

    아무래도, 팬 건 진짜인가 본데?

    나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물었다.

    “너희. 진짜 쟤들 때렸어?”

    “그건 맞는데······.”

    “내가 그러라고 너희 가르쳤어? 마나도 못 다루는 친구나 패라고?”

    꽝, 꽝!

    나는 녀석들에게 꿀밤을 먹였다.

    녀석들은 크게 휘청거리다가, 머리를 마구 비비며 다시 손을 들고 서며 볼멘소리했다.

    “씨······ 그런 거 아니야. 쟤네도 마나 다룰 줄 알아. 우리보다 먼저 다뤘다고.”

    “맞아. 원래는 저 자식들이 우리한테 시비 걸고 툭툭 치고 그랬었어! 고아라고!”

    “거기다, 이번에는 우리한테 시비 걸어서 싸운 것도 아닌데······.”

    이 부분에서는 나도 감정이 요동쳤다.

    입맛이 썼다.

    나도 겪었던 일들이니까.

    하지만 감정적으로 굴 수는 없다.

    폭력을 쓴 게 맞긴 한 것 같으니까.

    확실히 사과한 다음에 고아라고 놀린 것도 사과받아야겠다.

    “얼시꾸? 아무리 그래도 친구들 때리라고 배웠어? 원장님이 매일 같이 말씀하시잖아?”

    “응. 알지······.”

    “원장님이 늘 강조하셨지······.”

    나는 다시 아이들에게 꿀밤을 때리고는 아이들 부모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애들 얼굴 어떻게 할 거예요!”

    그러더니, 부모들은 우리의 행색을 슥 훑고는 시선을 돌리면서 읊조렸다.

    “고아원 출신 애들한테 치료비나 받을 수 있을는지 몰라?”

    나는 잠시 이를 악물었다가, 웃으면서 말했다.

    “치료비는 확실히 드리겠습니다.”

    “하, 고작 몇 푼으로 우리가 넘어갈 것 같아요?”

    “딱 보니까 푼돈으로 일 해결하려고 하나 본데, 어림도 없어요.”

    그러니까······ 치료비를 뜯어내고 싶은데, 고아원 출신이라니까 실망했다는 거지, 지금?

    피가 식는 기분이네.

    덕분에 죄인처럼 굴던 정신이 확 깼다.

    걱정하지 마라.

    나도 이제 돈 지랄할 정도는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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