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 미발견 지역에서 꿀 빱니다-29화 (29/69)

사업 확장(3)

사업 확장(3)

다니엘은 어깨를 축 늘인 채 어디론가 사라졌고, 금세 작은 상자를 들고 왔다.

잠깐, 큰 게 오는 게 아니었나? 상자가 왜 이렇게 작아?

은근히 실망하려던 찰나, 플로라가 말했다.

“다니엘이 커피 대금으로 만 골드에 포션과 아이템을 줬다고 들었어요. 전략물자이기도 한데, 그걸로는 어림없죠. 오만 골드를 내어줄게요. 모두 백 금화에요.”

나는 작지만 묵직한 상자를 받아 열었다.

그 안을 가득 채운 건 새하얗게 반짝이는 금화 500개!

백 금화라고 하면 무려 개당 골드 100개의 가치니까, 정확히 5만 골드다.

처음에 이곳에 올라와 라면을 팔았을 때 받았던 돈이 천 골드.

그걸로 아이템을 사서 한국에서 팔면 현금으로 백만 원쯤 나온다.

천 골드라는 수치가 작아 보일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 천 골드면 빵이 천 개고, 튼실한 말도 두 마리는 살 수 있는 큰 금액.

그런데, 오만 골드라니?

그러니까······ 지금, 오천만 원을 일시불로 받게 된 셈이란 거다!

솔직히, 98층에 떨어졌을 때는 이 정도까지 큰돈을 벌게 될 줄은 몰랐는데,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웃음이 나온다.

역시 장사는 귀족을 상대로 해야 하나? 통이 커도 너무 크네.

“하하하! 감사합니다, 아가씨. 다음에 물자를 구매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하겠습니다.”

“호호, 별말씀을. 앞으로도 백작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네요.”

플로라의 얼굴을 반쯤 가린 부채 밖으로, 플로라가 미소 짓는 것이 보였다.

그래, 서로 웃을 수 있는 거래가 진정 훌륭한 거래지.

물건을 사는 데 쓰겠다고는 했지만, 나는 상자를 가방 깊숙이 넣어두었다.

여태까지는 돈이 생길 때마다 아이템으로 바꾼 뒤, 지구에서 팔아 현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빚도 다 갚았겠다, 애들 굶을 일 없겠다, 지구의 생활도 나아졌으니 이곳에서 더 비싸고 좋은 아이템을 찾았을 때 구매하기 위해서 비축해놓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상자를 봉인해 두기로 마음먹자, 두 사람이 떠날 준비를 했다.

커피를 소중하게 챙겨 드는 다니엘을 향해, 플로라가 말했다.

“다니엘? 이제 다른 마을로 가볼까요?”

“하지만 아가씨, 이제 갈 곳이 없습니다. 이미 근처의 마을은 다 돌아보시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대로는 안 돼요. 이번엔 아주 중요한 자리라고요.”

갑자기 무거워진 분위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아, 정수. 그게······ 아니에요. 다니엘? 돌아가죠.”

플로라가 고개를 저으며 돌아서자, 다니엘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가씨. 정수에게 도움을 청해보는 건 어떨까요? 정수가 구해 오는 신비한 물건이라면, 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방금도 아가씨가 반한 아포가토를 준비해주지 않았습니까?”

나는 다니엘의 말에서, 맡아버리고 말았다.

그래, 단내를 풀풀 풍기는 돈 냄새를 말이지.

나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열의를 다해서 돕겠습니다. 라이언 백작가는 제게 은인이기도 하니까요.”

“그게······.”

잠시 고민하던 플로라는 부채를 접었다.

그리고 가리고 있던 왼쪽 볼에 자리한 거대한 여드름과 곳곳에 여드름을 짜낸 자국, 수분이 부족해 갈라진 피부가 드러났다.

“하아. 얼마 뒤에 공작가에서 초청한 무도회가 있는데, 이 꼴로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거절할 수도 없는 자리인데······.”

플로라의 눈가에 살짝 눈물까지 맺힌 걸 보니, 어지간히 마음고생한 모양이네.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습니다. 아가씨, 피부를 가꿀 수 있는 물건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피부를 가꿀 수 있는 물건이요? 정말 그런 것도 가지고 있나요?”

“물론이죠. 저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은 항상 쌀쌀하고 굉장히 건조한 편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는 피가 날 정도로 갈라졌었지.

이곳의 기후에 적응했고, 또 피만 안 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성인 남성들은 대충 기름 좀 바르고 넘겼지만, 성장기인 아이들은 대부분 피부가 심하게 좋지 않았다.

그런데, 무도회에 참가해야 하는 성장기의 여자아이라면, 그것도 귀족가의 여식이라면 고민이 클 만도 하지.

어쩌면 그 무엇보다도 가장 큰 근심일 터!

나는 가방을 뒤져 보습 크림과 염증 연고를 꺼냈다.

보습 크림이야 쩍쩍 갈라진 피부를 며칠이면 촉촉하게 만들어 주는 성능을 이미 내가 확인했다.

여드름 흉터가 문제인데, 아무리 포션으로 빨리 회복할 수 있다고는 해도 자잘한 상처가 생겨 염증은 나기 마련이라서 챙겨 다니던 건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이야.

플로라는 내가 내민 연고와 크림을 받아서 들었으나, 무슨 문제인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특이한 포장이 되어있어서 특별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네요. 트롤 지방까지 발라봤는데 소용이 없었지만······ 고마워요. 한 번 써볼게요.”

“트롤 지방이요? 하, 하하······ 뭐, 그것보단 효과가 좋을 겁니다.”

어쩐지, 사람들이 얼굴에 기름을 바르더라니, 그게 무슨 지방 같은 거였나?

피부를 관리할 때 고작 지방을 바르는 이곳에선, 현대 의학과 현대 화학의 결정체인 보습 크림과 연고는 훌륭한 아이템일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이건 얼마나 드려야 하죠?”

“이번에는 돈을 받지 않겠습니다. 커피를 비싼 값에 쳐주신 고객이신데다가, 이곳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 확실치 않으니까요.”

방금 플로라의 떨떠름한 반응을 보건대, 당장 돈을 받는 건 오히려 좋지 않다.

그러나 플로라가 효과를 본다면, 화장품을 사기 위해 다시 나를 찾을 거다.

이번에 받은 돈도 있고, 앞으로 거래를 자주 할 것 같은데, 이 정도 서비스야 샘플인 셈 치면 되지.

분명히 언젠가 더 큰 돈으로 돌아올 거다.

“그렇게 보증한다면야······.”

“혹시 효과가 없다면 다음에는 다른 것도 가져와 보겠습니다. 여성을 위한 물건도 있으니까요.”

지금은 크림도 남녀 겸용으로 산 거라 효과가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걸로 끝은 아니지.

최근에 외국 여성들도 한국에 올 때 반드시 사야 할 아이템에 들어갈 정도로 좋은 기능성 화장품이 있었다고 한다.

민희가 그런 화장품의 샘플 세트를 공짜로 구했다고 소리 지르는 걸 들었으니 나중에 민희에게 여성용을 따로 물어봐야지.

“좋아요. 다니엘? 모든 용무를 끝냈으니 백작가로 바로 돌아가죠.”

“모시겠습니다.”

“정수, 반가웠어요.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네. 저도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나는 황금알을 들고 돌아올 새 고객님이 탄 마차가 마을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고, 나는 볼일을 전부 마쳤기에 귀환의 쿨타임이 끝나자마자 탑에서 내려왔다.

지구로 돌아온 뒤, 가장 신경이 가는 건 단연 균열.

그 균열의 정체가 뭔지, 왜 나에게만 보이는 건지, 더 정보를 얻을 수는 없을지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아야 속이 후련할 것 같다.

물론, 그 전에 짐을 정리하러 고아원으로 향했다.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습관이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자, 나를 가장 먼저 맞이한 건 민희였다.

“아, 오빠! 왔네? 잘 다녀왔어?”

“어. 별일 없었고?”

“고아원에는 별일 없었는데, 누가 오빠 찾는 전화를 했었어.”

“나를? 누가?”

“어떤······ 연금술사라고 한 것 같은데, 오빠가 납치범에게서 딸을 구해준 은인이라나 뭐라나? 꼭 만나서 보답하고 싶대. 대체 언제 그런 대단한 일을 한 거야?”

저번에 흑마법사들과 연루된 납치범을 때려잡고 구해준 여자아이.

그 아버지는 연금술사 조합의 고위직이라 바쁘다고 하더니, 결국 연락이 왔었나 보다.

솔직히 어떤 보상을 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호기심이 등탑자를 죽이는 법.

이런 찝찝한 일에는 되도록 엮이지 않는 게 상책이다.

특히나 나는 홑몸이 아니지 않은가? 고아원에 해가 될 수 있는 건 되도록 피해야지.

“뭐, 그냥 지나가다가. 다음에 또 전화 오면 답례 같은 건 괜찮다고 전해줘. 해나는 텃밭에 있어?”

“응. 요즘 자주 웃는 게, 텃밭 가꾸면서 되게 행복한가 봐. 해나가 괜찮아지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 말에, 나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텃밭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제는 푸르게 수놓아진 약초밭을 볼 수 있었다.

“세상에.”

고작 자리를 비운 일주일 사이, 약초들은 슬슬 뽑아서 사용해도 될 정도로 가까이 커져 있었다.

앞으로 2주는 더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해나가 밭을 가꾼 덕인지 상상 이상으로 약초가 많이 자랐네.

“아, 오빠!”

약초밭을 가꾸던 해나가 나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어, 나 왔어. 그런데, 이 밭을 너 혼자 이렇게 가꾼 거야?”

“응. 약초들이 너무 잘 자라주니까, 매일 와서 쓰다듬는 게 일상이 됐어.”

해나는 방긋 웃으면서 약초를 쓰다듬었다.

“몸도 안 좋으면서······ 그 정도로 무리하지는 마.”

“아냐, 괜찮아. 약초밭에 있으면서 나도 점점 건강해지는 것 같아. 뭐랄까, 원래는 오빠가 준 약을 마시고 나면 일주일 뒤에는 힘이 쭉 빠졌는데, 약초밭에 있으면 그 이상도 버틸 수 있더라고.”

“정말이야?”

“응, 얘들이 내 몸의 나쁜 한기를 흡수해주는 것 같달까? 그리고 이것 봐!”

해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다가, 손바닥에서 얼음송곳을 만들어 자신의 주위를 돌게 했다.

······빙결 능력?

나는 잠시 감탄했으나, 이내 화들짝 놀라며 해나에게 다가갔다.

“그만. 그 힘을 다루면 아프니까 하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해나가 짓궂게 웃으며 얼음송곳을 허공으로 흩트렸다.

얼음송곳이 부수어지며, 눈송이 같은 것이 약초밭 위로 살짝 흩날렸다.

“이제, 이 고드름을 조금 움직이는 정도로는 약효가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저주의 힘을 끌어다 썼는데도 안색이 눈에 띌 정도로 창백해지지 않았다.

······정말로 약초들이 해나의 치료에도 영향을 주는 건가?

마치, 지구와 탑 0층에서 비실대던 내가 98층에 도착하자마자 그 높은 마나 농도에 적응해 건강해진 것처럼 말이지.

어쨌든, 해나의 몸도 마음도 치료된다면야 좋은 일이다.

“그래도 조심, 또 조심해. 알았지?”

“알았어. 가끔 보면, 내가 오빠 동생이 아니라 딸인 줄 알겠다니까? 나 먼저 내려갈게. 오늘은 벌써 밭을 다 가꿔서 할 일이 없네.”

해나가 웃으면서 밭을 내려갔다.

“할 일이 없다라······.”

나는 텃밭의 뒤쪽, 텅텅 비어있는 임야를 바라보았다.

우리 고아원 부지의 십여 배에 이르는 땅.

약초가 이 정도로 잘 자란다면, 텃밭 뒤의 임야까지 사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물론, 해나의 건강이 더 좋아져 더 넓은 밭을 안정적으로 가꿀 수 있을 때나, 믿을 수 있는 빙결 마법사가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돈 벌 궁리를 하던 중, 피식 웃음이 나왔다.

“참나, 그런데 나 요즘 사고방식이 진짜 장사꾼 같네.”

하지만, 돈을 많이 벌어서 나쁠 건 없지.

그렇게 고아원을 살피고, 모두와 인사를 마친 뒤 나는 도심으로 향하며 심호흡했다.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균열에 다가가야 하니까.

도심에 가까워질수록, 허공에서 검붉게 빛나는 불길한 균열이 또렷해졌다.

윌리엄이 말하길, 저 포탈이 붉은 건 마기가 섞여서 그런 거라고 했다.

불길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당연하지.

몬스터가 나올 게 확실하니까.

균열에 가까이 가는 길에도 뉴스를 확인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균열이 보이는지 확인했지만, 아무래도 저건 나에게만 보이는 게 확실한 것 같다.

“어떤 균열인지 알 수 있으면 좋겠는데······.”

나는 주위를 살피다가, 균열을 가까이서 살필 수 있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균열을 살폈다.

그때─

우우웅.

“어? 그림자 암수?”

그림자 암수가 진동하며, 처음 소환되었을 때처럼 마나를 뿜어냈다.

마치, 할 말이 있다는 듯이.

내가 그림자 암수를 뽑아 들자, 그림자 암수는 나를 균열을 향해 이끌었다.

그렇게 그림자 암수가 균열에 닿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아카식 아머리’가 마기가 담긴 포탈을 분석합니다······】

【분석 완료】

【4등급 포탈】

─포탈 가동 : 43일 17시간 32분

─연결 위치 : 제국 동부, 크레이지 호넷 둥지

─포탈 유도자 : 흑마법사 ‘드라우스’

“뭐?”

지금, 포탈에 관한 정보를 분석한 거지?

“허, 참나······ 무기에, 트레이닝룸에, 블루문이 반응하질 않나······ 이젠 균열 분석까지? 아카식 아머리, 너 대체 정체가 뭐야?”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꽤 자세한 정보를 얻을 줄은 몰랐기에, 나는 입을 쩍 벌린 채로 메시지를 살폈다.

“크레이지 호넷이라······”

레벨 30에서 40 사이의 꽤 위험한 몬스터.

육식성이라 포악한데다가 레벨도 꽤 높고, 크레이지라는 수식어로 녀석들의 위험성을 알 수 있었지만, 더욱 큰 문제는 녀석들이 무리 생활을 하는 데에 있다고 들었다.

나는 등탑자들의 오픈 백과 ‘타워 위키’를 켜서 크레이지 호넷에 대해서 검색했다.

“보자······ 크레이지 호넷. 평균 30에서 40 사이의 레벨. 가장 높은 게 레벨 50의 여왕. 그 레벨로 25층의 재앙이 되었다.”

여태 크레이지 호넷이 등장한 것은 25층에서 딱 세 번.

그러나, 녀석들은 그 세 번의 등장으로 모든 등탑자의 뇌리에 강하게 자리 잡았다.

녀석들이 등장할 때마다, 녀석들과 비슷한 레벨의 등탑자들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놈들이 쏜 독침에 마비된 채 체액만 쪽 빨려 미라처럼 죽어 나갔으니까.

결국, 놈들이 등장할 때마다 더 높은 층을 공략하는 등탑자들이 우르르 나서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여왕벌 1마리, 정예 벌 29마리, 수색벌 70마리. 총 100마리라고 했지.”

이게 한 벌집을 구성한다고 추정되는 평균 전력.

50cm에 가까운 그놈들은 일벌이라는 개념 대신, 흩어져서 먹이로 삼을 동물을 찾는다.

그야말로, 하나하나가 사냥하고, 잡아먹고, 약탈하는 데 특화된 괴물 곤충들.

“그런 놈들이 이곳에 풀리면······.”

나는 옥상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8차선 도로. 인도로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

말 그대로 번화가다.

“······끔찍한 일이 일어나겠는데.”

공중을 빠르게 날아다니는 녀석들을 정확히 요격할 수 있는 병력이 도착하기 전까지 어마어마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겠지.

판단이 섰다.

홀로 대응하는 건 불가하다.

최소한, 내가 녀석들을 사냥하는 동안 누군가가 체계적으로 대응하며 민간인들을 대피시켜야 한다.

하지만 누구에게?

균열 상황을 통제할 역량이 있는 대형길드에 알린다면, 내가 균열을 사전에 예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리는 꼴이다.

당연하게도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고, 이곳저곳 끌려다니며 험한 꼴을 보겠지.

균열을 통해 큰 이득을 보겠다는 내 계획이 끝인 건 물론, 앞으로 마음대로 탑에도 오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위험 요소가 너무 크다.

하지만, 지금 가장 믿을만한 투견 길드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균열을 막아내면서 민간인을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없다.

그렇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알려야 할까?

어떻게 하면 좋지?

복잡한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던 그때, 한수 형에게 전화가 왔다.

“아, 네. 한수 형.”

─아, 정수야. 돌아왔다는 얘기 듣고 전화해봤다. 식충식물은 구해 온 거지?

“물론이죠. 일단 시험 삼아 심어 볼 씨앗을 한 줌 정도만 들고 왔어요.”

─좋아. 마침 정부 쪽 사람과 미팅이 잡혔다.

지난번에, 정부 쪽 라인에 접촉해보겠다고 하더니 드디어 닿은 모양이었다.

─마력재난관리부 소속 균열감시대응청 사람인데, 이 사람과 한번 거래 트면 대형길드도 우리에게 함부로 손 못 대.

“오 역시 한수 형! 발 빠르시네요.”

─이쪽에서 빨리 미팅했으면 하는데, 혹시 오늘 중으로 시간 괜찮아?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몇 가지 정보가 스쳐 지나갔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식충식물을 재배하는 것이지 않나?

그리고 균열에서 등장하는 건 크레이지 호넷.

즉 벌레형 몬스터다.

마침 한수 형이 물어온 정부 쪽 인사도 균열에 관한 전반적인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균열감시대응청’ 소속이고.

이거······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금방 갈게요. 어디로 가면 되죠?”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