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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미발견 지역에서 꿀 빱니다-23화 (23/69)

수면 밑에서(1)

수면 밑에서(1)

나는 그림자 분신을 소환한 채, 새로 얻은 아이템의 활용법을 고민했다.

쐐애액!

분신이 하늘을 향해 전력으로 검을 던지면, 나는 아카식 건틀렛으로 검을 당겨온다.

우우웅, 착!

“받아!”

후우웅!

다시 분신에게 검을 던지면, 분신이 검을 받고 허공을 향해 던진다.

어릴 적을 생각나게 하는 캐치볼 같기도 하지만, 검을 던지고 받을 때마다 착실하게 무기의 활용법을 익히고 있었다.

우우웅!

어느 정도는 내 의지대로 자기력을 이용해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었고, 날아오는 방향을 조절할 수도 있었다.

이번에는 자기력을 조절해, 검이 곡선을 그리도록 움직였다.

착!

그 누가 검이 허공을 날아오리라 생각할까?

이런 변주가 늘어날수록, 실전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겠지.

그뿐만 아니라, 이제 10m라는 거리 제한에도 익숙해져서 쇠붙이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어야 조종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수고했어. 들어가.”

내 말에 분신은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이제 건틀렛을 다루는 방법도 대충 감을 익혔으니, 2단계 트레이닝을 시작할지, 아니면 이대로 돌아갈지 선택할 차례였다.

【현재, 2단계 트레이닝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트레이닝을 시작하시겠습니까?】

【YES】【NO】

나는 생각에 잠겼다.

1단계 트레이닝 보상으로 아카식 건틀렛이라는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은 걸 생각하면, 2단계는 대체 어떤 보상을 줄지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골절 48회. 발목은 60번 돌아갔고, 쏟은 피만 10리터쯤 되나?”

아무리 최상급 회복 포션에 버금갈 정도로 뛰어난 치료를 받았다지만, 이제는 현기증까지 나기 시작해서 도저히 도전할 상태가 아니었다.

긴장이 풀리니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해 까딱하다간 싸우다가 잠들 것 같기도 하고.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와야지.”

나는 휴식을 결심하곤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동굴 밖을 나오자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뭐야, 그렇게 싸웠는데 아직 해가 안 졌네?”

내가 동굴에 들어간 건 점심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은 건가?

“그렇게 고생했는데 말이지.”

하품이 멈추지 않고 나오고 눈꺼풀의 움직임도 느려진 느낌이다.

빨리 침대에 눕고 싶네.

마을로 돌아오자, 옷 이곳저곳이 찢겨 거지꼴로 돌아온 나를 보며 제임스가 외쳤다.

“아니, 정수! 대체 어딜 갔다 온 거야? 어제 산책을 한다고 나간 이후로 보이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몬스터에게 쫓기기라도 한 건가?”

아, 어쩐지 시간이 오래 지난 것 같은데 해가 안 졌더라.

하루를 꼬박 싸웠으니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졸릴 만도 하지.

나는 애써 웃으며 답했다.

“처절한 전투였죠. 내가 이겼어요.”

나는 죽을힘을 다해 싸웠던 목각인형을 떠올리며 하늘을 향해 힘껏 주먹을 뻗었다.

“그래. 이겼다니 다행이군. 저번에는 파이트 래빗의 이빨을 부러트렸으니, 이번에는 엘크 뿔을 부러트리기라도 했나?”

제임스가 풉, 하고 웃음을 참았지만, 지금은 반응해줄 힘조차 없었다.

“엘크면 다행이죠. 더 무서운 놈이었어요. 아무튼, 저는 피곤해서 좀 자러 가볼게요.”

“그래. 푹 쉬라고. 아, 참. 소스가 거의 다 떨어져서 그런데, 혹시 다음은 언제 고향에 갔다 올 예정이지?”

귀환 스킬의 쿨타임을 살피자, 하루가 채 남지 않았다.

아마, 내일 아침쯤에는 돌아갈 수 있겠지.

다행히 내려갈 때 챙겨야 할 물건들은 이미 챙긴 후였기에, 바로 귀환할 수 있는 상태다.

“오늘은 푹 자고, 내일 아침에 출발할게요.”

“좋아. 잘 다녀오라고.”

마을의 여관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진 나는, 12시간이 넘는 수면을 즐긴 뒤 탑을 내려왔다.

*

고아원으로 돌아오자마자 원장님을 비롯해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 뒤, 나는 텃밭을 찾았다.

그런데, 텃밭에 선객이 와 있었다.

“해나?”

“아, 오빠.”

쪼그려 앉아 약초밭을 바라보던 해나는 내 목소리에 반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몸이 괜찮아진 이후로 종종 주변을 산책하며 햇볕을 쐬는 듯했다.

“왜 나와 있어? 산책하는 거야?”

“응. 요즘 몸 상태가 좋아져서 산책 좀 하고 있었어.”

“다행이네. 그래도 아직 완벽하게 나은 게 아니니 몸조심하고. 텃밭에는 너무 가까이 가지 마. 중요한 걸 심어놨거든.”

해나의 저주는 빙결.

그 저주 때문에, 해나가 건드리는 식물들은 얼어붙어 죽어버리기 일쑤였다.

민희가 키우던 방울토마토를 얼려버린 날에는 민희와 해나 둘 다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지.

해나의 상태가 호전되어 한기가 흘러나오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어떤 영향이 생길지 몰랐다.

그러나 해나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오빠가 뭘 걱정하는지 알겠다. 하지만 잘 봐.”

해나는 손가락을 들어, 이제 싹이 올라오기 시작한 약초를 천천히 쓸었다.

신기하게도, 해나가 약초를 쓰다듬을 때마다, 약초가 주위의 마나를 더 많이 흡수하기 시작했다.

약초는 마나를 쭉쭉 빨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다른 약초들보다 빠르게 자라기 시작했다.

“세상에······ 죽기는커녕, 오히려 자라고 있잖아? 어떻게 된 일이야?”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나는 해나가 건드린 싹을 살펴보았다.

【서리를 머금은 상급 해독초 새싹】

【서리를 머금은 해독초 새싹. 약초로 성장이 끝나면, 상급 해독초보다 더 큰 해독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섭취 시, 몸의 독소를 배출하여 체력이 상승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윌리엄이 이 약초에 관해서 설명했던 게 떠올랐다.

원래 설산 식생이었다고 했었다. 온난한 곳에서 재배가 가능하지만, 그 효과가 떨어졌다고 했고.

그 때문인지, 해나의 냉기를 받은 약초는 단순히 빠르게만 자라는 게 아니라, 추가 효과가 어마어마했다.

블루문의 기운을 머금은 약초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새싹을 보면서 말을 잃은 내 옆으로 다가오며, 해나가 말을 이었다.

“나도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며칠 전에 산책하다가 발을 헛디뎌서 실수로 이 싹들을 건드렸어. 죽을까 봐 걱정했는데, 신기하게 죽기는커녕 내가 건드린 싹만 빨리 자라더라고.”

해나는 그 어느 때보다 기쁜지, 여태 보았던 것 중 가장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하긴, 저주 때문에 그 누구보다 외로웠을 아이인데, 자기가 기를 수 있는 식물이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되었겠지.

해나는 내 눈치를 보더니, 슬쩍 물어왔다.

“괜찮으면, 오빠가 없을 때 텃밭 관리는 내가 해도 괜찮을까?”

해나가 약초를 가꾸면 약초가 더 빠르게 자랄뿐더러, 98층에서 블루문의 달빛을 받은 약초들처럼 효과도 좋아진다.

더군다나 내가 없을 때 약초들의 상태를 봐줄 사람이 생기면 마음도 놓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좋아. 약초들을 심어놓은 건데, 주의할 사항은 나중에 알려줄게. 앞으로 우리 고아원을 먹여 살릴 소중한 친구들이니까, 잘 부탁해.”

“알았어! 열심히 할게!”

고아원을 먹여 살릴 아이템이라는 말에, 해나가 주먹을 쥐며 의욕을 불태웠다.

녀석, 오랜만에 생기가 돋는 걸 보니 기분이 좋네.

나는 탑에서 가져온 마력토와 샘물을 뿌린 뒤 마나 농도를 측정했다.

─ 65%

뿌리기 전에 측정한 것이 53%쯤.

주에 한 번 마력토와 샘물을 뿌려주면, 마나 농도가 50% 미만으로 떨어질 일은 없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하면, 썩 쓸만한 땅이 되겠지.”

약초가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에는, 주위의 마나를 끌어당겨 자연스럽게 이 땅을 마력토로 바꾸어 놓을 테니까.

약초밭을 가꾼 후, 나는 고아원을 돌며 아이들을 살폈다.

주로 고장 난 시설이나 필요한 걸 물어보았으나, 최근에 전체적으로 고아원 시설을 수리해서 그런지 크게 눈에 띄는 건 없었다.

그렇게 고아원을 한 바퀴 돌았을 때쯤.

부웅, 붕!

“그렇게 휘두르는 거 아니야!”

“아냐, 민희 누나가 이렇게 휘둘렀어!”

이제 중학생이 된 몇 아이들이 뒷마당에 모여, 검을 휘두르거나 운동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들고 있는 훈련용 무기들은 민희가 쓰라고 놓아둔 물건.

저걸 쟤들이 왜 가지고 있는 거지?

내 의문은, 복도 끝에서 나타나 반갑게 손을 흔드는 민희가 해결해주었다.

“아, 오빠. 돌아왔네?”

“어. 그런데, 왜 훈련용 무기를 애들이 휘두르고 있어?”

“아······ 그거? 하하······.”

민희는 민망한 듯 답을 피하며 볼을 긁었다.

나는 한쪽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바른대로 말해. 네가 쓰라고 했지?”

“으응······.”

“내가 저거 사줄 때, 분명히 아이들한테 주는 건 금지라고 했지?”

“하지만, 애들이 한 번만 휘둘러보면 안 되냐고 사정하는 통에······ 대신 스파링은 절대 금지라고 했고, 애들도 가만히만 있는 것보다 몸을 좀 움직이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나는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는 민희를 째려보다가, 고개를 돌려 아이들을 보았다.

확실히,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는 건 육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좋긴 하지.

내가 운동하는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민희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다 운동을 시작하니까, 그 덕에 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애들도 나와서 운동을 시작했어. 트레이닝 붐이 불고 있달까?”

“하아. 알았어. 대신, 등탑에 관한 이야기는 아이들한테 절대 비밀로 하고. 아이들이 위험하게 연습하면, 네가 막아야 해. 알았지?”

“응! 알았어!”

운동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이 늘어난 건 좋지만, 동시에 등탑에 가까워지는 일이기도 하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래도 요즘은 ‘균열’ 현상으로 몬스터의 출몰이 잦아져서 아이들에게 호신용 검술을 가르치기도 한다니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고아원을 나와 아이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뒷마당에서도 아이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민수와 광진이가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 녀석들은 제일 친하면서 항상 저렇게 싸운다니까.

근데, 저 녀석들 이마가 왜 저렇게 잔뜩 부어있지?

나는 민수와 광진이가 있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가자, 퉁퉁 부은 이마를 비비던 민수가 광진이를 향해 외쳤다.

“한 판 더 해! 이번엔 두 대 걸어!”

“좋아. 덤벼, 허접아. 이번에도 발라준다.”

녀석들은 무슨 내기를 하는 것 같더니, 활을 집어 들고 화살을 걸더니 저 멀리 있는 표적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피잉, 탕!

녀석들, 활 쏘는 솜씨가 제법인데?

그렇게 다섯 발을 쏘더니, 결과가 나왔다.

둘 다 대부분 정 가운데를 맞추었으나, 광진이가 쏜 화살 한 발이 빗나가며 4점을 맞췄다.

근소한 차이로 민수의 승이었다.

“아싸! 주광진 딱 대라. 허접? 넌 뒤졌다.”

“아, 씨! 때린 곳 또 때리지 마라.”

“내가 명사수라 어쩔 수 없는데? 보이는 표적을 어떻게 안 쏘냐?”

머리카락을 들어 올려 이마를 드러낸 광진이를 보던 민수는, 씩 웃으며 가차 없이 퉁퉁 부은 곳에 딱밤을 갈겼다.

딱! 따악!

“아악! 한민수 이 개새끼! 한 판 더 해!”

“콜!”

녀석들, 활쏘기로 딱밤 내기 중이었구만?

나는 피식 웃으면서 다시 활을 잡으려는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민수, 광진이. 너희는 활이야?”

“어. 활쏘기가 생각보다 재밌더라고. 나 꽤 재능있는 것 같아.”

광진이의 대답을 들은 민수가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광진아, 너 방금 나한테 져놓고 재능있다는 소리가 나오냐?”

“아, 그러니까 다시 하자고! 어차피 지금 99전 49승이거든? 한 판만 더 하면 무승부야!”

“응~ 아니야~ 내가 더 많이 이겼어. 너 활 개 못 쏘잖아~ 허접이랑 게임 안 함.”

민수가 혀를 내밀며 광진이를 놀려대며 내기를 피했고, 결국 광진이는 민수에게 피할 수 없는 도발을 걸었다.

“쫄?”

“쫄은 무슨 한 판 더 하던가!”

나는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얘들아. 살살 해라, 살살. 경쟁상대가 있는 건 좋은데, 뇌진탕으로 먼저 죽겠다. 신궁이 되려면 백 년은 더 살아야 할 텐데, 오래오래 살아야지.”

“얘가 신궁되는 거 보다가 내가 늙어 죽을걸?”

“뭐? 이 자식이! 빨리 한 판 더 해!”

“덤벼, 허접아.”

민수와 광진이는 다시 활을 잡았다.

그렇게 아이들이 운동하는 것을 돌아보며 다치지 않는지 살피던 찰나.

저 멀리에서 놀고 있던 한 무리의 아이들이 시끌시끌하더니, 고아원 안으로 부리나케 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나는 고아원으로 들어가는 아이 중 하나를 붙잡고 물어봤다.

“무슨 일이야?”

“밖에 검은 차가 잔뜩 들어왔는데, 저번에 왔던 깡패 아저씨가 내렸어.”

나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게 느껴졌다.

깡패라면, 아마 박대수 무리를 이야기하는 거겠지.

분명히 빚은 다 갚았는데, 대체 여긴 왜 온 거지?

나는 아이들에게 방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당부하며, 빠르게 고아원 앞마당으로 뛰어갔다.

고아원 앞마당에는 척 봐도 위협할 의지가 가득해 보이는 각성자 무리가 진을 치고 있었다.

그사이에 서 있는 박대수가, 한 남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마스터.”

“박 과장. 우리 일 처리는 똑바로 하자고. 응?”

착, 착.

남자는 박대수의 뺨을 가볍게 치더니,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의 정체는 박대수가 소속된 ‘골드 몽키’ 길드의 마스터, 최진웅.

듣기로는 30층 너머를 공략하고 있을 정도로 레벨과 실력이 올랐다고 하는데, 그렇게 등탑에 목숨을 건 놈이 왜 여기에 온 거지?

녀석은 금색으로 빛나는 어금니가 보이도록 씨익 웃더니,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왔다.

“이거, 이거. 우리 고객님 아니신가?”

“고객은 무슨. 분명 빚은 다 갚았을 텐데, 대체 여긴 왜 오신 거죠? 꼭 싸우러 오기라도 한 것처럼 뒤에 원숭이까지 잔뜩 달고.”

“이런 개새끼가!”

원숭이라는 말에 발끈한 박대수가 나를 향해 달려들려고 했으나, 최진웅이 팔을 뻗어 박대수를 저지했다.

“박 과장. 너무 그러지 말라고. 애 상대로 뭘 그렇게 열 내고 있어? 그래. 왜 왔냐고 물었나? 우리 고객님께서 빚을 다 갚으셨다고 해서 감사 인사 좀 드리러 왔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녀석은 허리춤에 걸린 쇠몽둥이를 만지작거렸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날 것 같은 순간.

“거기 누구시죠?”

다행히, 투견 길드원 세 명이 다가왔다.

내 부탁대로, 교대로 우리 고아원을 지켜주는 이들이었다.

“저거, 골드 몽키 길드 아니야?”

최진웅은 투견 길드 사람들의 마크를 확인하더니, 잠시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피식 웃었다.

“이거, 못 보던 고아들이 들어왔네?”

그 도발에, 투견 길드 사람 중 한 명이 발끈했다.

“뭐라고? 이 자식이······.”

“잠깐! 저 인간, 골드 몽키의 마스터다. 길드에 연락해.”

투견 길드 사람들은 골드 몽키 길드 마스터를 보며 긴장한 듯, 무기에 손을 얹었다.

지원을 부른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최진웅은 여유로운 태도로 쇠몽둥이를 들어 어깨에 걸치고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칙, 칙!

“후우. 김정수씨. 빚을 갚은 것까진 좋아. 그건 칭찬할 일이지. 근데 말이지······ 우리 직원들이 여기서 처맞고 왔다고 하더라고.”

놈은 담배를 입에 문 채로 소매를 걷더니, 야구라도 하는 듯 쇠몽둥이를 허공에 휘둘렀다.

파앙!

단순히 휘둘렀을 뿐인데,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

내가 슬쩍 자세를 낮추며 싸울 준비를 마치자, 녀석이 웃었다.

“빚을 갚자마자 새 빚을 지셨네? 오늘은 내가 그거 직접 받아 가야겠어.”

놈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골드 몽키 길드원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그러나 최진웅은 눈치채지 못했다.

자신의 그림자 안에서 꿈틀거리는 존재를.

그리고, 그 존재가 품고 있는 날카로운 단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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