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질 이유(2)
강해질 이유(2)
경비대원들은 해주 방법을 찾기 위해서인지, 보초를 서는 시간과 훈련 시간을 제외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반쯤 장난삼아서 시작한 내기였는데, 이렇게 열성적일 줄이야.”
이 동네 사람들한테 라면의 위상이 이 정도인가? 새삼스레 놀라울 정도다.
어쨌든, 해주 방법을 찾아오는 데 주어진 시간은 내가 다시 탑을 내려갈 수 있게 되는 6일 후까지.
그 사이, 나는 제임스와 함께 검술을 연습하기로 했다.
“정수, 이제 슬슬 다시 대련을 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어? 대련이요? 저······ 아직 힘들지 않을까요?”
처음 검을 맞댔을 때, 그 충격만으로도 팔이 부러진 적이 있기에 나는 섬찟했다.
“아니. 할 수 있다. 스승인 내가 보장하지. 따라와라.”
제임스가 의욕을 불태웠고, 나는 한숨을 푹 쉬면서 뒤를 따랐다.
이 녀석 이러는 이유가 설마······.
“이런, 쫌생이 같으니라고······.”
“뭐라고?”
“아, 아니에요. 가죠.”
내가 돌아온 뒤로 경비대원들은 제임스가 열심히 만든 요리에는 손도 대지 않고 라면만 후루룩거렸다.
엊저녁에도 그랬고, 제임스는 열심히 만들었으나 잔뜩 남은 음식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나를 향해 불이라도 붙을 것처럼 뜨거운 눈빛을 보내면서······.
오늘 갑자기 대련하자는 것도 그 일에 앙심을 품은 게 틀림없어!
하지만, 나도 궁금하던 차였다.
지금 검술의 숙련도는 13%쯤.
거의 진척은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레벨은 20을 달성했다.
이 정도면 제임스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자, 세 합을 양보할 테니까 와봐라.”
제임스가 검을 든 채 가만히 있었고, 나는 최대한 빈틈을 노려 검을 찔러 들어갔다.
따악!
“느려. 찌르기는 더 빠르게.”
따악!
“동작이 너무 커.”
따악!
“적어도 일부러 내준 약점은 구분해야지.”
세 번이 끝났고, 제임스가 순식간에 검을 휘둘러왔다.
콰앙!
우득.
“끄악!”
나는 또다시 제임스의 공격을 한 번도 막지 못한 채 손목이 돌아가고 말았다.
“끄응······ 아직 대련은 안 되겠네.”
“끄아아아! 이, 일단 마법사님 좀 불러주세요!”
내가 다시 바닥을 뒹굴자, 제임스가 한숨을 쉬면서 마법사를 호출했다.
그러나 마법사는 옆 마을로 출장을 가 있었고, 나는 한 시간이 나 돌아간 손목을 붙잡은 채 끙끙 앓고 있었다.
“정수, 미안해······.”
“으으으······ 복수할 거예요, 언젠가.”
이 쫌생이······ 그래도 마음은 약해서, 전전긍긍하면서 내 곁을 지켰다.
하루 같은 한 시간이 지나자 마법사가 도착했고, 뒤틀린 손목을 대충 돌리면서 힐링 마법을 사용했다.
“이 청년의 손목은 무슨 시곗바늘인가? 주기적으로 돌아가는구먼. 쯧쯧. 이거 원, 내가 이 마을에만 있을 수도 없고.”
힐링 마법은 빠르게 손목을 돌려놓았고,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아. 감사합니다.”
“약골이 열심히 배우는 건 기특하지만, 몸 좀 아끼게.”
“알겠습니다. 아, 답례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이것 좀 드셔보세요.”
나는 지구에서 가져온 초콜릿을 내밀었다.
명치까지 흰 수염을 길게 기른 마법사는 수염을 쓸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뭔가?”
“초콜릿이라고 하는 건데, 단맛이 강합니다. 머리 쓰는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하니, 마법사님께 도움이 될 거에요.”
마법은 마나를 움직이는 형태와 이미지, 그리고 술식으로 구성된다고 하니까 머리를 쓰는 일이다.
머리를 쓰는 일에는 또 당분만 한 게 없지.
“호오. 감사히 받지. 이렇게 먹는 건가?”
마법사는 포장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뒷면에 그려진 그림을 따라 포장을 뜯어 초콜릿을 베어먹었다.
오독.
마법사의 눈이 구슬만큼 커졌다.
“헛! 허엇! 이, 이 맛은!”
마법사는 큰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초콜릿을 한 입 더 베어먹었다.
초코바와 비슷하지만 다른 음식이었기에, 제임스는 계속해서 초콜릿을 입에 넣는 마법사의 옆에서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원래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이지.
“허, 신기하구먼! 딱딱한 것 같은데, 입에 닿으면 녹아 없어지는 데다가 향도 좋고 꿀처럼 달구먼. 그리고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아! 분명 귀한 음식일 텐데, 고맙네.”
마법사는 순식간에 초콜릿을 다 먹어버리고는 아쉽다는 듯이 빈 포장지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자꾸 포장지를 입가로 가져가려는 게, 우리가 없었으면 아주 포장지까지 핥아먹었을 기세네.
역시 머리가 흰 노인에 마법사라고는 해도 초콜릿은 못 참지.
“하하.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땅콩이 들어간 것도 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없네요.”
“허어! 이런 맛에 땅콩까지? 그거 정말······ 상상할 수 없는 맛이겠군.”
마법사는 땅콩이 들어간 초콜릿의 맛을 상상이라도 하는지, 입맛을 다셨다.
다음에는 홍삼 캔디도 좀 가져와 볼까?
그것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던 중, 궁금한 게 생겼다.
돌아간 내 손목을 순식간에 고칠 정도로 효과가 뛰어난 힐링 마법.
이 마법은 어떤 등급일까?
그리고, 내가 배울 수는 없을까?
등탑자 중 ‘치유’ 혹은 ‘해주’ 스킬을 배운 사람들은 ‘프리스트 조합’을 통해 프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프리스트’의 정의다.
흔히 생각하는, 신을 모시고 교단을 이루는 프리스트가 아니라 일종의 전문직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그런 귀한 스킬을 얻은 녀석들이 이권을 꽉 잡고 귀족처럼 군림하고 있으니, 치료 한 번 받기가 쉬울 리가 만무했다.
즉, 치유 마법을 배울 수 있다면 엄청난 이점이 생기는 셈이었다.
어쩌면 해나의 저주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물론, 치유 마법은 원체 배우기가 어렵기로 소문났다. 그래서 프리스트가 귀한 거고.
내가 배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뭐, 던져나 보자고.
“저, 마법사님. 혹시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응? 뭔가. 정수 자네, 또 어디 아픈 데라도 있나?”
그러고 보니, 이 세계는 마법사들이 의사 역할도 하고 있었지?
이참에 탑에 다시 올라오고 느낀 심장의 이질감도 물어봐야겠다.
“어······ 그러고 보니 제 몸 좀 진단받을 수 있을까요?”
“어디가 안 좋은가?”
98층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마나 부족 증후군이 해소되었다고 떴었다.
그렇다면 마나 농도와 관련이 있을 터.
나는 내가 추측한 걸 설명했다.
“심장이 좀 이상했어요. 이 동네에 오고 괜찮아졌는데, 예전에는 막 피로감이 심하고 심할 때는 코피까지 났거든요. 아마도 체내의 마나 농도? 수치? 그런 게 좀 문제인 것 같은데······.”
“흠. 실례하지.”
마법사가 심장에 손을 얹고 눈을 감자 손바닥에서 빛이 번져 나왔다.
마나의 흐름.
그것들이 내 몸 안으로 스며들어오며, 심장 부근에 조금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내 마법사가 눈을 뜨더니 씩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자네······ 마나 하트가 개화하고 있군.”
“예?”
뭐? 마나 하트?
모든 마법과 오러의 근본.
체내에 마나를 저장해놓을 수 있는 거대한 마나 창고.
모두가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닌, 등탑자의 5분의 1 정도에만 주어지는 귀한 재능.
대한민국 랭킹 1위, 박진혁의 오러 소드도 마나 하트를 기반으로 한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와 시너지를 일으켰고, 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정수 자네, 약골인 것 같더니만, 그래도 마나하트를 타고났군?”
마나하트는 배운다고 배워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탑을 오르다 보면 저절로 생성되는데, 적어도 30레벨은 넘어서야 생성의 징조가 보인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어떤 요행인지 20레벨에 마나 하트를 얻은 것이다.
왜지?
뭐가 됐든,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 전에 피로감이 들었다고? 가슴이 답답하고?”
“네, 그런데 최근에 괜찮아졌는데요. 뭔가 다른 기분이 드네요. 묵직한 게 들어찬 기분이에요.”
“음······ 자네, 혹시 마나가 부족한 곳에 살았었나?”
탑은 위로 올라갈수록 마나 농도가 짙어진다.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이건, 등탑자들에 의해서 밝혀진 사실이자 나도 알고 있는 정보였다.
그런 점에서 내가 오랫동안 체류했던 0층이 마나 농도가 가장 적다고 볼 수 있겠지.
“네, 아마도요?”
“모든 존재는 계속해서 마나를 흡수하지. 특히 생명체는 마나 순환이 굉장히 빠르고. 아, 다 알고 있는 이야기겠지?”
“어······ 예.”
당연히 잘 모른다.
지구에서 얻을 수 있는 탑의 정보야 대부분 습득했지만, 마나에 관한 건 아직도 연구가 진행 중인 미지의 영역이니까.
내 반응이 미적지근한 것을 눈치챘는지, 마법사가 턱을 쓸다가 설명을 이었다.
“생명체가 호흡할 때마다 가장 먼저 신체 곳곳에 마나가 퍼지며 축적되네. 그다음이 마나 하트지. 물론 마나 하트는 모두가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축복이지만.”
아, 98층에서도 마나 하트는 귀한 재능이구나.
설명만으로는 아직 확 와닿지 않았지만, 그것만은 알 수 있었다.
내가 축복받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네도 그 축복을 얻어서 마나 하트가 개화하려고 했는데······ 마나 농도가 옅은 환경에 체류하면서, 마나 하트가 충분한 마나를 흡수하지 못했을 거야.”
“아?”
“하지만 마나 하트는 한 번 개화를 시작하면 멈추지 않거든.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몸 안의 마나까지 빨아들이면서 피로감, 어지럼증 등이 벌어질 수 있다네. 흔치 않은 증상인지만은.”
내가 겪었던 증상과 딱딱 맞아떨어지는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흠, 그런데 자네 마나 하트의 패턴이 영······ 이상한데?”
패턴?
마나 하트에도 패턴이 있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이상하다는 말에 덜컥 걱정이 앞섰다.
“패턴이요? 저 막 또 무슨 병 걸린 건 아니겠죠?”
“그런 건 아니야. 오히려 지나치게 건강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중으로 보이네만. 마나 하트가 다른 이들보다 더 큰 건가? 음······ 일단 앞으로 더 지켜보자고.”
그런데 또 한 가지 의문.
왜 나한테, 그렇게 강한 마나 하트가 있는 걸까?
그게 내가 98층에 떨어진 이유와 연관이 있는 걸까?
의문이 다 해결되지 않았으나, 현재 할 수 있는 설명을 마친 마법사는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잠깐만, 마나 하트에 대해서만 물어보려는 게 아니었지.
아직 힐링 마법에 대한 부탁이 남았다.
“아, 저 마법사님!”
“응?”
“저······ 혹시······.”
“왜 그러나?”
“마법을 좀 가르쳐 주실 수 있겠습니까?”
경비병 중 말단인 제임스의 검술만 배워도 엄청난 성과가 있었다.
동네 마법사지만, 이 마법사의 레벨은 무려 경비대장 클라크와 같은 130.
이 할아버지의 마법을 배울 수 있다면······ 대마법사가 될지도 모른다.
“흠······ 미안하네만, 나는 바쁘다네. 이 근처에 마법사가 나뿐이라서, 어제부터 옆 마을까지 출장을 갔다 온 거고.”
아, 역시 안 되나?
실망한 기색을 최대한 감추며 고개를 끄덕이자, 마법사가 씩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수업료가 좀 비쌀지도 몰라.”
“어, 얼마나 비쌀까요?”
마법사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짐짓 진중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몇 번 내더니, 열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뭐야? 금화 10개인가?
아니, 비싸다고 했으니 어쩌면 100개, 1,000개일 지도 몰랐다.
잔뜩 긴장한 내게, 마법사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주일에 초콜릿 10개······.”
앵?
“아니, 10개는 너무 많은가? 8개를 주게. 그중에서 2개는 땅콩이 들어간 초콜릿으로 해주고, 또 다른 맛도 있나? 섞어서 주면 좋겠는데.”
내 얼굴이 어색하게 굳어가자, 마법사가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다가, 손가락을 두 개 더 접었다.
“이, 이것도 너무 많다면 6개! 6개로 하지! 허, 참. 단 음식이 비싼 건 알고 있지만, 내 마법 수업도 초콜릿 못지않게 비싸다구.”
죄송하지만, 초콜릿 여섯 개와 동등한 가치면 개 싸구려가 될 텐데요?
갑자기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하면 98층에서는 지구의 물건이 귀했지.
게다가 두 번이나 돌아간 내 손목을 통해 효과 하나는 확실하다는 걸 확인했다.
내가 손해 볼 건 없으니, 무조건 잡아야 하는 기회다.
“하, 하하······ 알겠습니다. 여섯 개. 여섯 개로 하죠.”
“좋아. 후회하는 일은 없을 걸세! 하하!”
*
이틀간, 나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마법사의 오두막으로 가서 마법을 배웠다.
가끔 순찰하던 경비대원들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라면이 다 떨어졌다면서 내게 아우성을 쳤다.
심지어는 순찰 중에 슬쩍 빠져서, 나한테 라면을 사러 오기까지 할 정도였으니······.
라면이 좋다고는 해도 계속 먹으면 몸이 괜찮을까 싶긴 하지만, 라면만 먹고도 몇십 년 동안 건강을 유지했던 할아버지도 있었으니 괜찮겠지.
“쯧쯧. 경비대원들이 순찰로까지 바꾸면 쓰나! 에잉, 뭐, 우리는 우리 일이나 신경 쓰자구. 자, 마나를 모아보게.”
선금으로 받은 초콜릿을 아껴먹느라 한 조각씩 입에 넣고 우물거리면서, 마법사 윌리엄이 내게 말했다.
초콜릿을 저렇게 좋아하는 데다가 마법 수업도 열심히 해주는 걸 보니, 초콜릿을 조금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계약은 계약이지.
또 너무 퍼주면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유통량을 최대한 줄여야지만, 내 힘이 유지된다! 일명 희소성 법칙!
“집중 안 하나?”
“아, 넵!”
나는 윌리엄이 시키는 대로 심장에서 팔을 거쳐 손바닥으로 마나를 흘려보냈다.
처음에 윌리엄이 내 심장을 진단했듯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일다가, 손바닥을 통해 푸른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우우웅.
“호오. 좋아. 수업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이 정도라니. 몸을 쓰는 건 재능이 없어 보였는데, 마법을 사용하는 건 이해가 빨라. 좋아, 그걸 화살 모양으로 만든다고 생각해서······.”
나는 열심히 윌리엄의 설명을 듣고 따라 했다.
검을 쓰는 것과 다르게, 칭찬도 많이 들었다.
신나기도 하고, 자신감이 붙었다.
어쩌면, 나 마법에 재능이 있을지도?
그렇게 마법을 배운 지 사흘째 되는 날······.
【마나 하트가 개화합니다】
후우욱.
마치 내가 태풍의 눈이라도 된 듯, 나를 중심으로 바람이 분다.
아니, 무언가가 빨려든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마나 하트가 개화하자마자 주위의 마나를 흡수하고 있었다.
내 모습을 바라보던 윌리엄이 눈을 크게 떴다.
“어, 엄청난 마나량이군! 자네는 재능을 타고났어!”
솔직히, 나도 조금 놀라고 있던 차였다.
윌리엄이 나에게 마나 하트 개화의 기미가 보인다고 한 이후로, 나는 열심히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마나 하트를 개화한 등탑자 중에서도 드물게, 레벨 30을 달성하기 전 마나 하트를 개화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아마······ 십만 명 중 한 명꼴이라고 했었나?
등탑자 중에서, 마나하트를 각성한 사람 중에서, 일찍 개화한 케이스는 굉장히 드문 편이지.
나는 내 진짜 재능을 발견한 것 같아 기분 좋게 웃었다.
“하하, 감사합니다!”
“허어. 이 정도면 곧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되겠어.”
칭찬에 서툰 검술 스승님 제임스와 달리, 마법 스승님 윌리엄은 반응이 격해서 좋네.
윌리엄이 흐뭇하게 웃으며,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자, 다음 마법을 진행해볼까?”
그때였다.
마나 하트가 개화한다는 메시지 밑으로 하나의 메시지가 줄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충분한 양의 마나를 확인하였습니다】
【‘아카식 아머리’가 마스터의 마나 패턴을 감지하여 작동합니다】
“응? 이건 또 무슨 말이지?”
【현재 마나 하트 등급으로는 소환할 수 있는 무기는 29등급뿐입니다】
눈앞에 웬 홀로그램 창이 떠오르며, 화려하게 생긴 여러 종류의 무기가 상품 카탈로그처럼 홀로그램 창을 채우기 시작했다.
촤르르르!
모두 어두운 회색으로 그려진 아이템들은 자물쇠 모양으로 가려져 있었으나, 가장 아래에 있는 작은 단검 하나는 온전한 색채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단검의 설명을 읽어내렸다.
【소환 가능】
【그림자 암수(S+)】 【Lv.20 이상】
- 마법석 소켓 ‘0/5’
- 스킬
1) 그림자 분신 : 그림자를 분신으로 불러낼 수 있습니다.
2) 그림자 은신 : 그림자 속으로 은신하여 기척을 숨깁니다.
“뭐, 뭣? S등급?”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금까지 S+ 등급의 무기가 있었던가?
내 기억에는······ 없다!
심지어 붙어 있는 스킬만 두 개에 마법석을 넣을 수 있는 소켓의 개수만 다섯 개.
거기에 내가 소환할 수 있는 거라고?
단검을 향해 덜덜 떨리는 손을 뻗자─
츠츠츠츠──
홀로그램이 사라지며, 황금빛에 휩싸인 단검이 허공에 떠올랐다.
마치 자신을 쥐라는 것처럼.
나는 단검을 잡았다.
마나 하트가 완성된 지금, 느낄 수 있었다.
단검 안에서 엄청난 파동, 마나의 격류가 느껴졌다.
대체 이건 뭐지?
아이템을 소환할 수 있는 마법이라도 되는 건가?
이런 건 배운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나는 고개를 돌려 마법사에게 물었다.
“마, 마법사님? 이건 무슨 증상인가요? 제가 마법을 쓴 건가요?”
그런데 나에게 이 현상을 설명해주어야 할 마법사는 멍하니 내 손에 쥐어진 단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마법사님?”
마법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몰라······ 뭐야 그거.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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