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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왕의 보물.
25층으로 돌아온 우리 파티는 안개 군주가 나오는 곳에 분신을 떨구고는 26층으로 이어진 포탈로 향하였다.
<최초로 ‘26층’에 도달하였습니다.>
업적 문구를 치우고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하나.
바다.
드넓은 바다였다.
“이번에는 바다야? 와, 진짜. 별의별 게 다 나오네.”
하윤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며 암담함을 느낀 것이다.
다른 파티원들의 표정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있는 곳은 작은 무인도였다.
이정표라도 있으면 모를까,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바다뿐이니 암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대장, 어떻게 해야 해요?”
“바다를 건너야지.”
“어떻게요? 배라도 만들어야 하나요?”
재영은 답답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왜 뻔한 대답을 하느냐고 화내는 거 같았다.
나는 픽 웃고는 그의 손가락을 턱으로 가리켰다.
“네 손에 있는 반지는 장식이야?”
“오틴의 반지요? 근데 아무리 오틴이라도 우리 다섯 명을 어떻게 태워요?”
세 명을 태우는 것도 힘든데, 다섯 명을 태우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였다.
“셋만 타고 가. 휘니는 내가 업고 갈게.”
“뭔 소리야. 삼촌은 안 타?”
“나에겐 스킬이 있으니 괜찮아.”
“아···.”
26층부터 바다 맵인 걸 미리 알고 있던 나는 방어구 아이템의 옵션으로 [수중 호흡]과 [수상 보행]을 넣었다.
이 두 개의 옵션이 있는 이상, 나는 바다에서도 무적이었다.
“건우, 등 넓다. 헤헤.”
“꽉 잡아.”
“응.”
휘니를 업은 나는 정면의 바다로 움직였다.
“수상 보행.”
스킬을 사용하자, 몸속에서 마나가 빠져나갔다.
그 마나를 대가로 나는 물 위를 걷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와아아!”
“삼촌, 개쩐다!”
“예수세요. 대장?”
내가 휘니를 태우고 바다를 걷는 사이, 재영은 오틴을 소환하였다.
세 명이 오틴을 타고는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남자가 두 명이나 타서 그런지 오틴이 부쩍 힘들어하는 거 같았다.
반면 나는 전혀 힘든 기색을 내비치지 않은 채 바다를 걸었다.
‘마나 소모가 상당하긴 해도 몇 시간 정도는 충분히 달릴 수 있겠어.’
다른 유저라면 수상 보행 스킬이 있더라도 최대 한 시간이 최대일 것이다.
250이 넘는 괴랄한 마력 스탯을 가진 유저는 나 말고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단순히 마력 스탯만 높은 것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마나를 흡수하는 것인가.’
켄타로에게 배운 오러 운용법.
나는 바로 그 오러 운용법을 활용하여 마나 소모를 크게 줄였다.
그와 동시에 호흡으로 대기의 마나를 흡수하여 체내의 마력을 늘렸다.
그러자 스킬의 유지력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아직은 이 정도밖에 활용할 수 없지만, 그래도 벌써 쓸만한데?’
오러 같은 건 아직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겨우 며칠.
켄타로의 오러 운용법을 수련하고 겨우 며칠 만에 이 정도 실력이었다.
만약 몇 달을 더 수련하게 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미래가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
“바다 속에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어.”
휘니도 그렇고 무휴르도 그렇고 26층에 오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크게 내색은 안 했지만, 아마 처음 본 바다에 두려움을 느낀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휘니의 경우, 금방 멘탈을 회복하였다.
지금도 마치 견시병처럼 나를 대신해서 주변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었다.
‘상어인가?’
그녀가 가리킨 곳을 보니 상어의 지느러미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 그냥 상어는 아닐 것이다.
몬스터일 테지.
“총 쏠까?”
“내가 잡을게.”
바다 몬스터라 조금 까다롭게 느껴졌지만 못 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설령 힘들더라도 업적을 얻을 기회니 무리해서라도 잡아야 했고 말이다.
파바박!
내가 달리자 상어처럼 보이는 몬스터도 속도를 높여서 돌진하였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상어가 나를 향해 엄청난 크기의 입을 벌렸다.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한 상어의 입안을 보면 절로 공포가 밀려왔다.
하지만 나는 발걸음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마치 상어 입속으로 뛰어들어가듯, 계속 정면으로 돌진하였다.
결국, 나와 휘니는 상어 입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나는 수상 보행 스킬을 해제하였다.
그 대신 ‘방출’이란 이름의 마력회로를 사용하였다.
오러를 대신할 나만의 스킬이었다.
상어 입이 내 방어구를 갉아먹기 직전, 나는 빛이 나오는 검을 상어의 입천장에다 휘둘렀다.
서걱!
두렵게만 느껴지던 상어 입이 순식간에 반으로 잘렸다.
상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였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최초로 ‘암초 상어’를 처치하였습니다.>
***
암초 상어의 습격 이후로 몇 번의 습격이 더 있었다.
휘니와 나만 습격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하늘을 날던 오틴 쪽도 공중 몬스터에게 습격을 당하였다.
“이 갈매기 새끼들! 왜 이렇게 세!”
“잔말 말고 내가 묶어둘 때 잡아!”
재영이와 하윤에게 공중 몬스터의 업적을 챙기게 두고는 나는 바다 몬스터를 잡으며 업적을 차곡차곡 모았다.
<최초로 ‘독성 해파리’를 처치하였습니다.>
<최초로 ‘크라켄 라바’를 처치하였습니다.>
<최초로 ‘낚시 물고기’를 처치하였습니다.>
역시 바다는 바다인 것일까?
수많은 종류의 몬스터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말은 26층에서 수집할 수 있는 업적이 역대급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벌써 열 개나 얻었다고?’
새로운 몬스터를 업으면 업적 하나를 얻었다.
업적의 효과는 올스탯 +1.
나에게도 올스탯 +1은 작지 않았다.
그런데 26층에서만 올스탯 +10을 얻었다.
이는 레벨을 20 이상 올렸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다른 유저가 본다면 경악이 절로 나올 상황이었다.
“건우, 저기에도 아이템 하나가 떠있다.”
그러던 중, ‘낚시 물고기’라는 몬스터를 잡고 특별한 아이템 하나를 얻었다.
바다에 떠있는 것을 휘니가 발견한 것.
“해적왕의 보물 지도라는데?”
“해적왕?”
휘니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하지만 나라고 이 이상 알고 있는 정보는 없었다.
“나도 잘은 모르는데, 일단 보물 지도라고 하니 보물을 찾는 게 좋을 거 같아.”
마침 작은 무인도가 보였다.
하윤에게 메시지를 보내 무인도에서 합류하자고 연락하였다.
그렇게 우리 파티는 무인도에서 다시 모였다.
“와, 진짜 미친 듯이 넓네요. 오늘 안에 27층 갈 수 있는 거겠죠?”
“오틴을 타고 편하게 이동했으면서 뭔 엄살이야, 짜샤. 삼촌 고생한 거 못 봤어?”
“헤헤, 대장이 고생하는 건 저도 알죠.”
하윤과 재영, 두 사람이 그런 대화를 나눌 때, 나는 해적왕의 보물 지도를 그들에게 내밀었다.
“이것을 봐봐.”
“응? 지도네?”
“여기 보면 알겠지만, 이건 보물 지도야. 정확한 이름은 해적왕의 보물 지도.”
“와! 히든 피스다!”
보물 지도라는 말에 하윤은 대뜸 히든 피스라고 외쳤다.
재영이도 신이 난 기색이었다.
“갑자기 뉴비 시절이 떠오르는데요? 2층에서 처음으로 보물 상자를 얻었을 때, 얼마나 기뻤던지!”
하지만 그런 기쁨을 느낀 것도 잠시, 하윤은 이내 막막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근데 이 지도만 보고 보물을 어떻게 찾게?”
“오틴을 타고 찾아야지. 하늘 위에서 보면 대충 보일 테니까.”
지도에는 마치 열도처럼 다섯 개의 섬이 연달아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중간에 있는 섬에 보물 상자가 그려져 있었다.
“찾을 가치가 있는 거 맞겠지?”
“그건 찾아봐야 아는 거지.”
나도 어떤 보물이 나올지는 몰랐다.
‘하지만 바다 몬스터를 소환하는 그런 아이템을 하나만 얻어도 보물 상자를 찾는 게 절대 손해는 아니야.’
오틴의 반지를 얻고 얼마나 재미를 많이 봤던가.
옵션이 하나뿐이니 분류상으로는 일반급이었지만, 영웅급 아이템과 바꾸라고 해도 바꾸지 않을 정도로 소중하였다.
아마 바다 몬스터를 소환하는 아이템을 얻어도 비슷한 편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진 수중 호흡이란 스킬을 생각하면, 심해도 갈 수 있었으니까.
***
무게를 고려해서 하윤과 단둘이 정찰에 나섰다.
하윤을 낀 이유는 직업을 고려한 결과였다.
파티가 집결한 장소에 좌표를 찍은 상태.
공간을 이으면 바로 파티원들을 불러올 수 있었다.
“삼촌! 저거 포탈 아니야?”
몇 시간 동안 지루한 탐색이 이루어졌다.
그 사이 27층으로 향하는 포탈도 발견하였다.
우리는 이제 마음만 먹으면 27층으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히든 피스를 포기하기엔 지금까지 쓴 시간이 아깝지.’
보물 상자에 무엇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만약 엄청난 아이템이 나온다면?
그리고 그 아이템을 다른 유저가 먹는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배가 아팠다.
나는 최소 3일 이상 투자하겠다는 생각으로 정찰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마침내 발견하였다.
다섯 개의 무인도를.
“중앙으로 가자.”
무인도는 작았다.
따로 몬스터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에 띄는 것은 오직 하나.
야트막한 언덕과 그 언덕에 파여 있는 굴이었다.
“애들 불러올까?”
“불러와.”
하윤이 공간 이동을 한 사이, 나는 굴에 접근하였다.
‘확실히 뭔가 있군.’
사람 형체로 보이는 것이 대략 열 개 정도 있었다.
그 뒤에는 보물 상자도 보였고.
나는 대충 상황이 파악되었다.
사람처럼 보이는 저것은 몬스터일 것이다.
아마 보물을 지키는 그런 몬스터겠지.
아니나 다를까.
조금 더 가까워지니 사람 형체로 보였던 것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건 바로 해골이었다.
“대장, 저희 왔어요.”
“잘 왔다. 물약 하나만 줘.”
“어떤 물약 드릴까요?”
“어둠을 없애주는 물약.”
내 감각으로도 어둠이 잘 안 뚫렸다.
정면의 굴은 일종에 던전과도 같아서 어둠이 베이스로 깔린 거 같았다.
물론 우리 일행에 재영이가 포함된 이상 어둠 정도는 문제 될 게 없었다.
꿀꺽.
재영이에게 받은 물약을 마시자, 어둠이 사라지며 동굴 속이 훤히 보였다.
“몬스터는 총 열 마리다. 가장 뒤에 있는 애가 보스인 거 같아. 덩치가 크다.”
“삼촌이 맡을 거지?”
“그래.”
“잡몸은 우리가 잡을게.”
역할을 분배한 우리는 곧바로 굴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전까지 가만히 서 있던 해골들은 우리를 발견하자, 갑자기 붉은 광채를 뿜어내더니 맹렬한 공격성을 드러냈다.
휘이익!
궁수 해골이 가장 먼저 화살을 쏘았다.
꽤 날카로웠는데, 화살의 공격력만 보면 휘니보다 더 높아 보였다.
‘무슨 스킬도 있는데?’
고개를 꺽어서 쉽게 피했다 생각했는데 화살은 유도처럼 삥 돌더니 다시 내 뒷머리를 찔러왔다.
그 와중에 궁수 해골이 다시 두 발의 화살을 쏘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양옆에서는 암살자처럼 날렵한 해골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아마 근접 딜러를 담당하는 해골이 아닌가 싶었다.
“이거 무슨 유저들을 상대하는 느낌이야!”
“유저가 이렇게 셌어요? 오리진 길드 고렙들도 이 정도는 아닐 거 같은데!”
파티원들은 처음 겪어보는 스타일의 적을 보고는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평균 스탯이 높고 스킬까지 보유한 해적 무리였다.
유저들과 별로 충돌을 경험한 적이 없는 우리 파티였으니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평균 레벨 40 정도 되는 유저라고 생각하면 대단할 것도 없지.’
서걱! 서걱!
양옆의 암살자 해적을 베어냈다.
좀비처럼 목을 잘라야 죽을 거 같았기에 아예 처음부터 몸을 절단시켰다.
업적이 뜨는 것을 보면 확실히 죽었다.
나는 그 뒤로 궁수까지 처리하였다.
이미 휘니가 날린 총에 맞고 빈사 상태에 빠진 터라 쉽게 잡았다.
내 앞에 남은 것은 보스로 보이는 망치 든 해골밖에 없었다.
부우우웅!
거대한 망치가 내 머리를 노리고 떨어졌다.
보는 순간 느껴졌다.
저 공격은 직접 맞지 않아도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주변에 있으면 영문도 모른 채 죽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정면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내가 믿는 것은 오직 하나.
화르륵!
검에 피어오른 푸른 오러였다.
비록 가짜 오러 소리를 들었던 오러지만, 이 안에 담긴 힘만큼은 진짜였다.
아니나 다를까.
내 주변 땅이 꺼지며 온몸으로 압력이 가해졌으나, 직접적인 데미지는 입지 않았다.
오러가 망치 든 해골의 공격을 베어낸 것이다.
그리고 내 오러가 잔뜩 실린 검은 망치 든 해골의 공격을 베어낸 이후, 해골의 몸까지 베어냈다.
서걱!
스킬을 쓴 건지 중간에 뭔가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막히는 것도 잠깐뿐이었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최초로 ‘해적왕’을 처치하였습니다.>
문구가 뜬 걸 보면 알 수 있듯, 망치 든 해골은 결국 내 공격을 당해내지 못하였다.
‘해적왕이라. 조금 거창한 이름인데?’
거창한 이름답게 아이템도 좋은 거 떴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리고 이런 내 바람을 들어주기라도 하듯, 바닥에 보랏빛을 띠는 조그만 아이템이 보였다.
열쇠 형태의 아이템이었다.
‘무엇을 열 수 있는 아이템이지? 역시 보물 상자인가?’
마침 뒤에 보물 상자가 있기에 나는 당연히 보물 상자를 여는 열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명을 읽으니 열쇠의 쓰임새는 내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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