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55화 (31/59)

────────────────────────────────────

반 오리진 연합.

“저도 반 오리진 연합에 가담하겠습니다.”

“오오!”

“현명하신 선택을 하셨군요!”

두 세력이 오리진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합치자, 관망하던 유저들이 대거 연합이 가담하였다.

그중에는 랭커도 있었는데, 오리진 길드에 속하지 않은 랭커는 사실상 전부가 가담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철벽의 사무라이, 히로시도 연합에 합류했다던데?”

“와, 그 사람 랭킹 13위 아니었어?”

“디에고랑 볼프강 듀오도 합류한다지 않았나?”

“이 정도면 연합이 이기고도 남을 거 같지 않냐?”

“그러니까. 연합에 가담한 랭커가 몇 명인데?”

10층 유저들은 연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큰 희망을 품었다.

오리진의 독재에서 해방되어, 사냥터 입장료라는 걸 더는 내지 않게 되는 상황을 기대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반 오리진 연합의 지도부는 유저들의 바람처럼 오리진이 만든 시스템을 없앨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오리진 길드를 말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의 힘을 보여서, 지분을 얻어내는 게 우리의 목적입니다.”

“당연한 이야기 아닙니까? 오리진과 피 터지게 싸워서 두 세력이 공멸한다면 관망한 유저들만 어부지리를 취할 텐데, 그 꼴은 절대 볼 수 없습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전투에서 적당한 우위를 보여준 뒤, 협상을 유도하는 게 최고의 선택입니다.”

그들이 전쟁에 임하는 각오는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오리진을 없애고 이전의 자유를 되찾는 것?

연합 지도부는 자유니, 해방이니 그런 순수한 목적으로 오리진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오리진과 같았다.

10층의 이권.

즉, 사냥터의 소유권을 갖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최소 절반. 오리진이 가진 사냥터의 절반을 획득하여 우리 연합도 10층에서 제대로 된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반 몬스터가 출몰하는 사냥터 절반과 보스 몬스터가 출몰하는 사냥터를 최소 두 곳을 얻어내는 것.

이것이 그들이 정한 목표였다.

“만약 오리진의 저항이 거세다면 어쩔 겁니까?”

“이렇게 많은 유저가 모였는데 설마 그럴 리 있겠습니까?”

“하하, 맞습니다. 오히려 초전에 압도하여 목표치보다 더 많은 이권을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진짜로 그렇게 되면 오리진을 없애고 우리끼리 이권을 분배하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그들은 오리진과 있을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을 예상하였다.

물론 누구도 패배를 생각하지 않았다.

패배를 생각하기에는 반 오리진 연합에 가담한 유저의 전력이 너무도 엄청났기 때문이다.

***

반 오리진 연합은 ‘유나이티드 블레이드’란 이름으로 힘을 합쳤다.

파라곤과 창룡신검이 주축이 된 연합 길드였는데, 두 길드뿐만이 아니라, 무수한 유저들이 연합에 합류하였다.

“독재자, 오리진을 타도하자!”

“와아아아! 혁명이다!”

유나이티드 블레이드, 일명 UB에 합류한 유저들은 마치 정의의 사도가 된 기분을 느꼈다.

그들의 상대가 오리진이란 사실에 더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무려 1,000명.

오리진을 징벌하기 위해 모인 유저의 수가 1,000명에 달하였다.

숫자가 주는 힘은 무시무시하였고, 유저들은 용기백배할 수 있었다.

“갑시다! 악을 징벌하러!”

1,000명의 유저는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진군하였다.

오리진 길드의 본부는 북쪽에 있었다.

놀랍게도 오리진 길드의 본부는 한때 신전이 있던 곳이었다.

네시아 왕국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는 걸 자랑이라도 하듯, 신전의 자리를 꿰찼던 것.

‘하지만 그 권력도 이제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우리에게 패배한 순간, 오리진의 명성은 바닥으로 추락할 테니!’

파라곤 길드의 한 간부는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며 열심히 유저들을 지휘하였다.

탕!

그렇게 1,000명의 유저가 도로를 행군하던 중, 전혀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렸다.

바로 총소리가 들렸던 것.

“컥!”

“마, 마스터!”

총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휘부 쪽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근처에 있던 유저들이 고개를 돌리니, 연합의 주축인 파라곤 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피를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모, 모르겠는데?”

“보면 모르겠어? 총에 맞은 거잖아.”

“하지만 총이라니. 탑에서 총이 웬 말이냐고.”

유저들이 그렇게 현실 파악을 못 하고 있을 때, 다시금 총소리가 들렸다.

타아앙!

“끄르륵!”

이번에는 세 명이 동시에 피를 흘렸다.

총알이 관통하여 세 명을 연속으로 공격한 것.

그리고 그 세 명은 모두 창룡신검 길드의 간부였다.

“저격이다! 몸을 엄폐해!”

“비, 빌어먹을! 탑에서 저격이라니!”

아직 죽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탑에서 총격을 겪은 유저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5강 아이템을 착용한 유저들이 당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두 길드의 간부들도 저리 당할 정도면 일반 유저들은 즉사할 게 분명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꺄아아아!”

“시발! 방패를 들고 있는 전사까지 당했다고?”

“탱커가 한 방에 죽었어! 진짜 저격총이야!”

전사 직업을 가진 유저가 한 방에 녹았다.

유저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탑에 들어오고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일방적인 공격은 말이다.

적은 보이지도 않는데 아군은 한 방에 죽어나간다니.

사기가 꺼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나, 나는 이런 곳에서 죽을 수 없어!”

“냉병기로 총을 어떻게 이겨! 이건 도망쳐도 무죄야!”

수많은 유저가 후퇴하였다.

단 한 명.

심지어 유저도 아닌 탑의 주민 때문에 수백 명의 도망자가 발생하였다.

***

유나이티드 블레이드의 군대가 신전으로 향하는 동안 저격이 계속 이어졌다.

1,000명에 달했던 군대는 신전에 도착한 순간,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뜻밖에 신전에 모인 적군 즉, 오리진의 군대도 숫자가 적어 보였다.

겨우 200여명 정도밖에 안 보였던 것이다.

“왜 저것밖에 없는 거지? 저쪽 유저 수가, 최소 500명은 될 텐데···.”

“뻔한 거 아니겠어? 우리가 무서워서 도망친 거야. 알고 보니 오리진도 오합지졸이었던 거지.”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근데 난 왜 그게 아닌 거 같냐.”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젠장!”

적의 숫자가 적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유저는 극소수였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오히려 적의 숫자가 적은 것을 보고 정체 모를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끼아아아아악!

그러던 그때였다.

하늘에서 정체 모를 괴성이 들렸다.

유저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디에도 본 적이 없는 몬스터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뭐, 뭐야. 저거는?”

“독수리인데?”

“설마 저것도 몬스터인가?”

“아니, 몬스터가 갑자기 왜 여기서 나와?”

그렇게 유저들이 당황할 때, 하늘을 날던 몬스터 위에서 한 사내가 뛰어내렸다.

투구부터 신발까지 전신의 방어구가 흑백으로 칠해진 사내였다.

“제길. 뭐가 계속 이상한 게 튀어나와!”

“히, 히든 직업 같은 게 아닐까? 몬스터를 소환하는 그런 히든 직업 말이야.”

“뭐가 됐건 저놈이 적이라는 거잖아! 그럼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공격하라고! 적의 지원이 오기 전에 죽여버려!”

정신을 차린 유저들이 흑백의 사내를 향해 스킬을 날리기 시작하였다.

휙휙휙!

궁수 유저들의 화살이 먼저 흑백의 사내를 노리고 날아갔다.

뒤이어 마법사 유저들의 마법이 사내를 공격하였다.

불, 바람, 물···.

마법 스킬 중에는 히든 직업의 것으로 보이는 화려한 색상의 마법도 보였다.

서걱, 서걱!

하지만 궁수의 화살도, 마법사의 마법도 사내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흑백의 사내가 검을 휘두르자 사내를 향한 모든 공격이 차단되었다.

“헐.”

“저런 게 가능하다고?”

이번에는 오리진 쪽에서 감탄과 경악의 반응이 흘러나왔다.

오리진 길드에 소속된 유저들도 이런 기예는 처음 봤다.

백 명에 가까운 원딜 유저가 날린 공격을 모두 무효화 하다니.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흑백의 사내에게 공격한 유나이티드 블레이드 쪽에서는 감탄의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흑백의 사내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데 한가하게 감탄하고 있을 수는 없었던 것.

“마, 막아! 전사들은 뭘 하는 거야!”

“미친! 이걸 어떻게 막으라고!”

“빨라도 말이 안 될 정도로 빨라! 민첩이 저렇게 높은 게 말이 돼?”

단 한 명의 존재.

이번에도 탑의 주민, 단 한 명 때문에 수백 명의 도망자가 발생하였다.

500명밖에 남지 않은 군대에서 수백 명의 이탈은 결정적이었다.

유나이티드 블레이드 진영은 5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진영이 붕괴하였다.

그리고 진영이 붕괴한 순간 전투는 끝이었다.

오리진의 유저들은 검 한 번 휘두르지 않았는데,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

두 거대한 세력의 전쟁은 오리진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리고 이번 승리로 10층은 오리진에 의해 완전히 평정되었다.

더는 오리진에 저항할 수 있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곳인가.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가.”

한 유저가 두 세력의 격전이 벌어진 장소에 혼자 나타났다.

마실이라도 나온 듯,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유저의 이름은 말라치.

두 세력 중 어떤 세력에도 소속되지 않은 평범한 유저였다.

말라치는 겉으로 보이는 방어구의 강화 수준도 지극히 평범해 보였다.

심지어 그의 레벨도 16으로 10층에서는 딱 평균이었다.

하지만 모든 게 평범하게 느껴지는 말라치에겐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그의 직업이었다.

“데스 비전.”

그가 직업 스킬의 이름을 작게 읊조렸다.

그러자 갑자기 어둠이 찾아온 듯, 그의 시야가 검게 변하였다.

빛 한 점 없는 흑백 세상이었지만, 말라치에게는 이 세상이 너무도 익숙하였다.

‘저기 있다.’

흑백 세상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말라치가 한쪽으로 이동하였다.

말라치가 향한 그곳에는 흐릿한 형체의 무언가가 공중에 붕 떠 있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너, 내가 보이는 거냐?

흐릿한 형체의 존재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그가 굉장히 놀라고 있다는 사실을.

“이름을 알려주세요.”

-내 이름은 자오슝이다. 창룡신검에서 전투 팀장을 담당했던 탱커지.

“레벨은요?”

-25다.

그 말을 들은 말라치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죽은 자의 레벨과 직급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이 정도면 대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당신은 살고 싶습니까?”

-당연한 소리! 살고 싶다. 나를 부디 살려다오. 살려만 준다면 평생 은인으로 모시며 살겠다.

살려달라고 부탁하는 주제에 말투는 어딘지 아랫사람을 대하는 듯하였다.

하지만 말라치는 그런 사소한 것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되살아나면 싫어도 자신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할 수밖에 없으니까.

‘물론 지금 당장 되살릴 수는 없지만 말이야.’

속으로 아쉬움을 느낀 말라치는 그에게 물었다.

“살고 싶은 이유가 뭡니까? 당신을 살려줘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십시오.”

-복수! 나는 오리진, 그놈들에게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제가 오리진 소속이면 어쩌려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상관없다! 내가 되살아나려는 이유는 오직 복수를 위해서니, 네가 오리진 소속이라면 나를 부활시키지 않으면 될 일이다!

말라치는 자오슝이란 사내에게서 엄청난 감정의 파도를 느꼈다.

그 감정의 파도를 느끼며 말라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떤 감정이든, 강렬한 감정을 가진 영혼이라면 그에게 있어 유용한 자원이었다.

하물며 자오슝처럼 레벨도 높은 이라면 말할 것도 없으리라.

‘대형 길드의 간부가 될 정도면 재능도 있다는 뜻이겠지.’

흡족한 미소를 지은 말라치는 이내 두 개의 스킬을 사용하였다.

하나는 방부였다.

자오슝의 육체를 보전하기 위한 스킬이었다.

이 스킬을 사용하면 훗날 전직하였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소울 하베스팅이란 스킬이었다.

이 역시 훗날을 위한 스킬이었는데, 방부가 육체 보전이라면 소울 하베스팅은 영혼의 힘을 보전하기 위한 용도였다.

‘내가 전직하면 아주 강한 소환수를 얻고 시작할 수 있겠어.’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