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54화 (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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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오리진 연합.

    “모든 사냥터를 통제하겠다고요? 아니, 그보다 보스라니요. 10층에도 보스 몬스터가 있었나요?”

    사냥터를 통제한다는 선언도 선언이지만, 보스 몬스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더 놀란 분위기였다.

    대형 길드쯤 되면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10층 지리도 거의 다 꿰고 있을 것이고.

    그런 그들도 아직 보스 몬스터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

    그만큼 나의 통제는 완벽하였다.

    천자쥔과 양주르 국왕을 동원하여 정보가 알려지는 것을 원천 봉쇄하였던 것.

    “바로 이것들이 보스를 잡으면 얻게 될 아이템들입니다.”

    “헉!”

    나는 인벤토리에서 몇 가지 아이템을 꺼냈다.

    부서진 골렘의 핵부터, 각종 마정석, 일반급 액세서리 등.

    아마 처음 보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랭커쯤 되는 안목이라면 알 수밖에 없었다.

    이 아이템들이 가진 가치를.

    애초에 10층까지 도달한 랭커가 처음 보는 아이템이라니.

    그것부터 이미 심상치 않았다.

    “만약 여러분이 저희 길드에 들어오시면 이런 아이템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영웅급 장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웅급 장비? 설마 소문이 사실이었나.”

    “어떤 소문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으나, 10층에서 유통되는 영웅급 장비는 모두 제가 구한 장비들입니다.”

    이번에는 큰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눈을 부릅뜨거나 입을 떡 벌린 얼굴로 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큰 충격을 받은 표정들이었다.

    “도대체 영웅급 아이템은 어떻게 구한 거지? 설마 직접 제작한 건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도 구한 겁니다. 20층에서.”

    “20층!?”

    “마, 말도 안 돼!”

    네 명의 표정에는 경악과 불신이 서렸다.

    20층은커녕 15층을 돌파한 이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나는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20층에 갔다 왔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잠깐의 침묵이 끝나고, 알테아가 무거운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당신은 도대체 몇 층까지 갔다 온 겁니까?”

    “현재 25층까지 갔습니다.”

    나는 25층까지 갔다 온 사실을 숨김없이 말하였다.

    ‘어차피 금방 또 30층까지 갈 텐데 굳이 숨길 이유는 없지.’

    이 정보는 오히려 공개하는 게 이득이었다.

    그래야 고층에 대한 정보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

    “그럼 당신이 세운 길드에 들어가면 11층부터 25층까지, 각 층의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건가?”

    “물론입니다.”

    길드를 세운 목적 중 하나가 각 층의 보스 몬스터를 독점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이유는 없었다.

    ‘안 그래도 트롤과 와이번, 아나콘다를 놀리고 있는 게 너무 아까웠는데 잘 됐지.’

    세 몬스터는 명색이 보스 몬스터답게 상당한 가치를 지닌 아이템을 드랍하였다.

    일단 전직 증명서부터 최소 1만 카르마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그 외에, 트롤의 피, 아나콘다의 가죽, 와이번의 비닐은 여러 재료로 쓰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 세 마리의 몬스터에게서 양질의 마정석이 드랍된다는 것.

    마도 공학자에게 있어 마정석은 굉장히 중요한 재료였기에 세 마리 몬스터는 젠이 될 때마다 잡는 것이 좋았다.

    “길드 이름이 뭐죠?”

    프레야가 갑자기 내가 세울 길드의 이름을 물었다.

    나는 그녀의 질문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설득은 끝났다고.

    “제가 세울 길드의 이름은···, 오리진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세울 길드의 이름을 밝히자 네 명은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가입 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오리진 길드는 길드를 설립하기 무섭게 10층의 대형 길드 4개를 합병하였고 설립 단 하루 만에 소속된 유저가 수백 명이 넘는 가장 거대한 크기의 길드가 되었다.

    ***

    “이바노프! 석방이다.”

    간수가 쇠사슬을 풀어주고는 이바노프를 향해 경고하였다.

    “또 사고 쳐서 끌려오면, 그때는 진짜 죽을 줄 알아.”

    “간수 양반. 사람 몇 명이나 죽여봤어?”

    “뭐?”

    이바노프는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간수에게 말했다.

    “나는 셀 수도 없는 사람을 죽여봤어. 살인이란 단어가 무감각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야.”

    “······.”

    “경고하건대, 이번만 참고 넘어가는 거야. 다음은 없어.”

    “아, 알았네.”

    그에게 폭군이란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었다.

    간수는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바노프는 그런 간수를 일별하고는 모험가 거리로 가 자신의 파티원을 찾았다.

    하지만 파티원들은 약속된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원래라면 아이언홀드 여관에서 그를 기다려야 할 텐데 말이다.

    ‘배신인가.’

    빠드득!

    예상했던 일이다.

    파티 내에서도 폭군처럼 굴던 그였다.

    감옥에 갇힌 사이 파티가 뿔뿔이 해체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예상했던 일인데도 기분이 나빴다.

    ‘마주치면 다 뒤질 줄 알아라.’

    한때 부하였다고 용서해주는 일은 없었다.

    그는 관대함, 아량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으니.

    파티원을 기다리는 걸 포기한 이바노프는 곧바로 사냥터로 향하였다.

    오크 정도야 사실 파티가 없어도 그 혼자서 잡을 수 있었다.

    “A급 사냥터, 다크우드 숲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건 뭐야?”

    이바노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주 가던 사냥터에 낯선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다.

    낮은 크기의 목책이 사냥터 입구에 설치되어 있었던 것.

    심지어 목책의 입구에는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

    원래는 빈땅이었던 곳인데 말이야.

    “혼자서 오셨습니까?”

    “그런데?”

    “입장료는 5 카르마입니다.”

    “뭐? 입장료?”

    입구를 지키던 유저가 대뜸 손을 내밀었다.

    이바노프는 유저의 행동에 어안이 벙벙해지는 걸 느꼈다.

    “나를 상대로 돈을 뜯는다고? 나, 디스트로이어를 상대로?”

    타인의 돈을 갈취하면 갈취했지,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돈을 갈취당한 적이 없던 그였다.

    그런 그가 삥(?)을 뜯기는 상황에 처했으니 황당함을 느끼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유저 분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사냥터는 오리진 길드 소유의 사냥터입니다. 사냥터에 입장하시려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셔야 합니다.”

    “오리진? 그건 또 뭐야?”

    열흘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수감 생활을 했는데, 그 사이 10층에 많은 변화가 생겨있었다.

    물론 신전이 몰락하고 왕이 바뀌었다는 소문은 그도 들었다.

    하지만 설마 자신이 자주 가던 사냥터까지 변화가 생겼을 줄이야.

    “오리진이 뭐냐고요? 가장 강하고 세력이 큰 길드입니다. 10층에서는 사실상 정부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겁니다. 치안도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는 길드니까요.”

    랭킹 9위였던 이바노프는 들어본 적도 없는 길드를, 유저는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설명하였다.

    “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뒤지고 싶지 않으면 꺼져.”

    “잘 생각하고 움직이셔야 할 겁니다.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싶지 않으면.”

    유저의 협박에 이바노프는 더 기분이 나빠졌다.

    감히 자신을 상대로 협박하다니.

    “이 새끼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이바노프는 도끼를 하늘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정문을 지키던 유저는 다급히 자신의 무기를 들었지만 이미 이바노프의 도끼가 그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고 있었다.

    “컥!”

    치명적인 일격에 당한 유저는 그대로 쓰러졌다.

    이바노프가 마무리하고자 다시 도끼를 들어 올릴 때, 바로 근처에서 웬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삐이익!

    분노한 이바노프가 고개를 돌리니 망루에서 누군가가 열심히 호루라기를 불고 있었다.

    파바박!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섯 명의 유저가 입구로 달려왔다.

    다섯 명의 유저들은 하나같이 영웅급 아이템을 손에 들고 있었다.

    “저것들은 또 뭐야?”

    이바노프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다섯 명의 유저를 보며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지만,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

    모험가 거리의 한 술집.

    술을 마시던 유저들이 뭐가 그리 불만인지 온갖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오리진, 이 개 같은 새끼들!”

    “아주 독재자가 따로 없다니까!”

    “자기들이 무슨 귀족인 줄 알아! 자기들만 중세시대로 회귀한 거냐고!”

    유저들이 욕설을 퍼붓는 대상은 다름 아닌, 10층의 초대형 길드인 오리진이었다.

    오리진은 어느 날,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등장하였다.

    네 곳의 대형 길드가 합병되더니 길드 이름을 오리진이라 밝힌 것.

    이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유저는 오리진이란 길드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길드 소속의 유저들만 관심을 둘 뿐이었다.

    하지만 오리진에서 각 사냥터를 통제하기 시작하자, 일반 유저들은 뒤늦게 오리진이란 길드에 비상한 관심을 보냈다.

    오리진은 각 사냥터를 통제하며 입장료를 걷었다.

    오크 사냥터는 5카르마.

    고블린 사냥터는 3카르마.

    늑대 사냥터는 2카르마.

    일반 유저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액수였다.

    “목책을 몰래 넘고 사냥터에 갔더니 어떻게 한 줄 알아? 다짜고짜 무기를 휘둘렀다니까? 그때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살긴 살았네. 소문 들어보니 몰래 사냥하다 걸리면 아예 죽이는 일도 있다더라.”

    “미친 거 아니냐고. 자기들이 뭔데 사냥터를 통제하는 거야!”

    “심지어 입장료가 싼 것도 아니야. 5 카르마면 하루 수입의 50%나 마찬가지니까.”

    오리진을 향한 불만은 끝도 없었다.

    “블러드터스크 협곡이라고 알아?”

    “그게 뭔데?”

    “지리 명이야. 수도에서 북쪽으로 쭉 가면 있어.”

    “그래? 근데 그곳에 뭐가 나오는데?”

    “보스가 나온대. 그리고 오리진은 바로 그 보스 몬스터를 독점하고 있고!”

    소문은 사실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블러드터스크 협곡의 중간 보스만 독점하는 것이 아니었다.

    10층에 존재하는 4마리의 중간 보스와 1마리의 최종 보스를 모두 독점하고 있었다.

    “존나 개 같은 놈들이네? 좋은 건 자기들이 다 독점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아주 빌어먹을 일이지!”

    “젠장, 그놈들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떻게 할 수 없나?”

    불만을 토로하던 유저 중 몇몇은 주먹을 불끈 쥐며 당장에라도 오리진 길드를 공격할 거 같은 기세를 보였다.

    뒤에서 구시렁대는 상황이지만, 그들도 어쨌든 유저였다.

    레벨이란 게 있고 각종 스킬과 아이템을 가진 그들은 한 명, 한 명이 초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꿈 깨. 오리진이 금우, 프로스트, 뱅가드, 블러드 군단이 뭉쳐서 만든 길드라는 걸 잊은 거야?”

    하지만 한 사내가 찬물을 끼얹는 소리를 하자, 들끓던 유저들의 목소리는 잠잠해졌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모든 유저가 힘을 합친다 해도 4개의 길드 중 단 한 곳도 상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오리진은 바로 그 4개의 길드가 힘을 합쳐서 세운 길드였다.

    유저들의 기가 죽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심지어 그 소문 못 들었어? 오리진의 길드 마스터가 랭킹 1위라는 소문?”

    “민건우라는 유저를 말하는 거지?”

    “시발. 그거 헛소문 아니야? 랭킹 1위가 왜 10층에 있는 거냐고. 말이 안 되잖아!”

    “랭킹 1위가 아니라면 왜 오리진 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알렉이나 프레야가 아니라, 민건우라는 사람이겠어?”

    “애초에 입학시험을 지켜본 사람이 몇 명인데! 수백 명의 탱커와 근딜을 스킬 없이 압도한 그 실력이 랭킹 1위가 아니면 누가 1위겠어!”

    4개의 길드가 힘을 합친 것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은 바로 오리진 길드의 길드 마스터였다.

    모함가 아카데미 교장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민건우는 오리진 길드를 설립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였다.

    이제 10층뿐만이 아니라, 모든 층을 통틀어 그가 랭킹 1위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유저는 거의 없었다.

    물론 그런 랭킹 1위인 민건우가 길드 마스터로 있는 오리진이 세계 최강, 최대 길드라는 사실에도 이견이 없었고 말이다.

    “젠장! 그럼 이대로 저들의 독재에 순응해야 하는 거야?”

    “어쩌겠어. 여기서 민주주의를 주장한다고 통할 것도 아닌데.”

    그렇게 중얼거리던 사내는 이내 자신의 희망을 담은 이야기를 하였다.

    “아니면 또 모르지. 네 개의 길드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길드가 오리진에 대항하여 힘을 합친다면 새로운 역사가 열릴 수도···.”

    ***

    유저들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는 세력이 있었다.

    중국의 창룡신검과 미국의 파라곤이란 길드가 바로 그 세력들이었다.

    두 길드는 원래 앙숙과도 같았지만, 오리진이란 길드가 생기면서 힘을 합치게 되었다.

    오리진은 강해도 너무 강했다.

    길드 규모?

    말할 것도 없이 탑에서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였다.

    자본은 또 어떨까?

    이것 역시 두말할 필요가 없었는데, 환전소부터 잡화점, 강화소, 무기 상점 등등.

    하루에도 엄청난 단위의 카르마가 오가는 사업체가 모두 민건우의 개인 소유였다.

    오리진 길드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무력이었다.

    영웅급 아이템을 생산한다고 알려진 길드답게 말단 길드원조차 영웅급 아이템으로 무장한 길드가 오리진이었다.

    간부급은 7강 이상의 영웅급 아이템으로 무장했을 정도.

    길드 유저의 평균 레벨도 23이라 하니, 창룡신검과 파라곤뿐만이 아니라, 탑의 모든 세력이 오리진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창룡신검과 파라곤이 연합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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