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52화 (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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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드를 설립하다.

    -끄아아아아악!

    머릿속에서 켄타로의 비명이 울렸다.

    ‘일단 놈을 펜던트 안에다 구속하는 건 성공한 거 같은데···.’

    손에 쥔 펜던트가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마나도 계속 빠져나갔는데, 영혼이 된 켄타로가 발악이라도 하는 듯 보였다.

    나는 상황을 유심히 지켜봤다.

    누군가의 영혼을 구속하는 것은 당연히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이건 뭐냐! 내 몸이 왜 사라진 거야!

    비명을 지르던 켄타로는 뒤늦게 의문을 토해냈다.

    “너는 죽었다.”

    -이 목소리는? 칙쇼, 조센징! 네놈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이냐!

    원한에 찬 켄타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뜬금없는 의문을 가졌다.

    칙쇼도 분명 일본어인데 왜 번역이 안 되고 계속 칙쇼라고 들리는지 하는 의문을.

    ‘그나저나, 설마 계속 이렇게 시끄러운 건 아니겠지?’

    크게 상관은 없었다.

    평소에는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으면 그만이니.

    오히려 켄타로의 영혼이 멀쩡한 이성을 가지고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기뻐할 일이었다.

    내가 생각한 무인 기간트 군단의 가능성을 재확인한 셈이니까.

    물론 켄타로의 영혼에게 기간트를 주는 것은 영 꺼림칙한 일이니 그것만큼은 다시 생각해야겠지만 말이다.

    “펜던트 안은 어때?”

    -펜던트? 그게 무슨 소리냐!

    “아직 모르는 모양인데, 너는 지금 아이템 안에 갇힌 상태야.”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어떻게 사람을 아이템 안에 가둔단 말이냐!

    애써 부정하는 켄타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픽 웃었다.

    이 세계까지 갔었던 주제에 뭐 이렇게 의심이 많은가 싶었다.

    “죽은 네가 나와 대화하는 건 말이 되고?”

    -······.

    뒤늦게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던 것일까?

    켄타로의 말수가 사라졌다.

    아마 절망감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그런 켄타로에게 억지로 말을 걸지 않았다.

    그와 대화할 시간에 펜던트의 또 다른 옵션을 알아보는 게 나았다.

    “영혼 분석.”

    소울 펜던트에는 세 가지 옵션이 달려있었다.

    그중에는 영혼 분석이란 옵션도 있었는데 바로 이럴 때 써먹는 옵션이었다.

    내 마나가 미세하게 줄어들더니, [영혼 분석]이라는 스킬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영혼 분석]을 사용하자 내 정신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갔다.

    ***

    다시 정신을 차린 나의 눈에 전혀 낯선 풍경이 보였다.

    세 개의 붉은 달이 가장 먼저 보였는데 마치 소설에서나 보던 판타지 세계 같이 느껴졌다.

    ‘이게 켄타로의 기억인가.’

    손가락을 오므리는 것조차 내 뜻대로 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누군가가 보고, 듣고, 맛본 것을 같이 느낄 뿐이었다.

    물론 그 누군가는 켄타로였다.

    나는 지금 소울 펜던트에 구속된 켄타로의 기억을 엿보고 있는 것이다.

    부우웅! 부우웅!

    운이 좋았다.

    마침 기억 속의 켄타로는 밤하늘을 보며 검을 수련하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검을 수련하였는데, 의외로 노력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과거에 어떤 인간이었는지는 지금의 내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내가 집중한 것은 오직 하나.

    그가 느끼는 모든 감각에 온 신경을 집중하였다.

    발에는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팔은 어느 정도 벌리고 시선은 어디로 향하는지.

    켄타로의 몸으로 직접 이 모든 걸 느끼니, 마치 검술의 고수가 된 기분이었다.

    지금이라면 나도 오러 엑스퍼트 수준의 검술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나의 움직임 즉, 오러다.’

    겉은 지금도 대충이나마 따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의 검술을 잘 따라 해도 마나를 다룰 줄 모른다면 큰 의미를 보기 어려웠다.

    그의 검술은 마나를 기반으로 펼치는 검술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집중한 것은 마나의 움직임이었다.

    마나가 어디에서 어느 경로로 움직이는지.

    두뇌를 풀가동하여 그 모든 정보를 기억하려고 노력하였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켄타로의 마나는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 마나가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이걸 직접 배워야 했으면 진짜 몇 년이 걸렸을지도 몰랐겠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켄타로의 검술 수련이 끝이 났다.

    그 뒤로는 무의미한 시간이 흘러갔다.

    켄타로가 저녁을 먹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잘 준비를 하는 그런 장면이 빠르게 지나갔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비슷한 장면의 연속이었다.

    검술을 수련할 때는 온 신경을 집중하였지만, 그런 시간은 잠시뿐이었다.

    대부분은 켄타로의 일상이 나왔다.

    물론 켄타로란 사람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그가 누구를 좋아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빨간 머리의 여전사였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검술이나 마법을 수련하는 장면만 보고 싶었다.

    문제는 그게 내 뜻대로 안 된다는 점이었다.

    이 ‘영혼 분석’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바로 분석을 종료하는 것이었다.

    “그새 3시간이 지났다고?”

    영혼 분석이 종료되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켄타로의 과거를 며칠 구경했을 뿐인데, 3시간이 지나있었다.

    무려 3시간이나 내가 무방비한 상태에 놓여있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아찔하였다.

    ‘단기간에 오러 운용법을 얻는 건 힘들겠어. 마법이야 말할 것도 없고.’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는 말처럼, 조금 여유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찌 됐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오러와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니까.

    물론 그렇게 배운 오러와 마법을 마스터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펜던트는 건일에게 주자.’

    소울 펜던트는 분신에게 줘야 할 거 같았다.

    어차피 분신은 안개 군주를 잡으며 대기하는 시간이 길 테니, 그때 오러와 마법을 연구하면 시간을 보내면 딱 맞았다.

    ***

    모험가 아카데미의 개교일이 되었다.

    이날 무려 3,000명의 유저가 모험가 아카데미로 향하였다.

    “랭커들에게 무료로 가르침을 받는다니. 이건 못 참지!”

    “심지어 천자쥔이란 유저는 최초의 랭커라며?”

    “나는 그보다 자격의 증표가 탐나. 학교를 졸업하기만 하면 최소 4,000 카르마를 얻는 셈이잖아!”

    3,000명의 유저가 노리는 바는 다 달랐다.

    어떤 이는 랭커의 가르침을 노리고 모험가 아카데미로 향하였다.

    아카데미 교관으로 천자쥔을 비롯한 랭커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탑에서 지식은 굉장히 중요하였다.

    각 몬스터에게는 공략법이란 게 존재하였다.

    또한 스킬의 경우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스킬 룬은 무엇무엇이 있는지 등등.

    랭커의 가르침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각종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지만, 그 어떤 커뮤니티에서도 진짜 중요한 정보는 공유되지 않았다.

    유저들은 철통 같은 보안으로 자신이나 파티의 정보를 지켰다.

    수많은 선발대가 11층으로 향했지만, 아직 11층의 정보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그만큼 유저들이 폐쇄적이어서 그렇다.

    물론 선발대 중에 지구로 귀환한 이가 별로 없어서 정보가 공유되지 않은 것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정보가 이렇게나 귀했기에 랭커의 가르침은 더 소중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수천 명의 유저가 랭커의 가르침을 바라고 모험가 아카데미로 향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모든 유저들이 무언가를 배우려고 모험가 아카데미로 향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순하게 자격의 증표를 노리고 모험가 아카데미로 향하는 유저도 많았다.

    자격의 증표는 여전히 4,000에서 5,000 카르마 사이를 오가며 시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현재 드워프 코인의 시세가 100달러를 넘겼으니, 4,000 카르마면 사실상 4억이 넘는 돈이었다.

    그야말로 집 한 채의 가격이었으니 일반 유저에겐 까마득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모험가 아카데미를 졸업하기만 하면 바로 그 자격의 증표를 준다고 하였다.

    일반 유저들이 열광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이 정도로 많은 유저가 모였으면 인재도 많겠지?”

    “당연하지. 아마 히든 직업을 가진 유저가 최소 수십 명은 모일 거야.”

    “그렇담 기회로군. 안 그래도 히든 직업의 유저가 필요했는데.”

    “꼭 히든 직업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재능을 가진 유저는 무조건 영입하자고. 전투 재능을 가진 유저는 귀하니까.”

    자격의 증표나 랭커의 가르침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모험가 아카데미로 향하는 유저도 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건우와 같았다.

    바로 인재를 수집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

    중국의 청룡신검, 한국의 금우 길드, 미국의 파라곤 길드, 동유럽의 블러드 군단, 서유럽의 프로스트 등등.

    10층에는 현재 ‘대형’이라고 부를 만큼 외형을 확장하는 길드가 늘고 있었다.

    이들은 선발대가 탑 고층을 공략하는 동안, 10층에서 자본과 세력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두었다.

    거대 자본과 세력을 가진다면 탑 공략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11층이나 그 이후 층의 정보도 선발대에게서 구매하면 그만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력을 확장한다고 해서 아무 유저나 받는 건 의미가 없었다.

    싸울 줄 모르는 유저는 짐이 될 뿐이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히든 직업.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전투 재능을 가진 유저였다.

    마침 모험가 아카데미가 개교하여 수천 명의 유저가 모이고 있으니 인재를 수집하는 목적으로 이보다 좋은 일은 없었다.

    ***

    모험가 아카데미는 아무 유저를 다 받아주지 않았다.

    다 받기에는 너무 많은 인원이 모였다.

    그래서 입학시험이 치러졌다.

    지금 모험가 아카데미 입구에 긴 줄이 만들어진 것도 모두 입학시험 때문이었다.

    “이게 누구야? 한서린 아니야?”

    “왕웨이···.”

    한서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별로 반갑지 않은 얼굴이었다.

    반갑기는커녕 보는 순간, 거부감이 드는 관계였다.

    한때 무력 충돌까지 갔던 관계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연애도 안 하고 미친 듯이 사냥만 하던 한서린이 여기는 어쩐 일이래?”

    “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궁금해서 말이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던 한서린을 사냥터가 아닌 이런 곳에서 보게 됐으니 말이야.”

    왕웨이의 말처럼 한서린은 사냥에만 열중하던 유저였다.

    그녀가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몬스터를 죽이기 위해서 태어난 거 같았다.

    그 정도로 그녀는 몬스터 사냥에 미쳐있었다.

    하지만 그랬던 그녀가 모험가 아카데미에 온 이유는 다름 아닌, 자격의 증표를 얻기 위해서였다.

    ‘나는 반드시 이곳에서 자격의 증표를 얻어야 해. 자격의 증표를 얻어야지만, 고층에 갈 수 있으니까.’

    5층에서 우연히 상인을 만난 적이 있었다.

    기적의 상인이라 불리던 그 상인은 5층에서 볼 수 없는 수많은 아이템을 팔았다.

    한서린은 그 상인을 만났을 때 특별한 아이템을 요구하였다.

    죽은 이를 부활하게 해주는 아이템을 말이다.

    예상했던 대로 상인은 그런 아이템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단, 상인이 말하기를, 50층 이상의 고층으로 가면 그런 아이템이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때부터 한서린의 목표는 50층이었다.

    좀비 떼의 습격으로 그녀를 대신하여 죽은 동료들.

    한서린은 바로 그 동료들을 부활시키기 위해 어떤 위험도 마다치 않았다.

    모험가 아카데미로 온 이유도 자격의 증표를 얻어 11층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학교에 다닐 거라면 나를 적대해서 좋을 게 없을걸?”

    왕웨이는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 콧대를 세우며 으스댔다.

    하지만 한서린은 그런 왕웨이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원래 허세가 심한 남자였다.

    그의 말은 걸러 듣는 게 신상에 이로웠다.

    “이 아카데미의 교관들이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알아?”

    “······.”

    “그래, 맞아. 중국인이야! 스무 명의 교관 중, 무려 여덟 명이 중국인이지!”

    한심하였다.

    무슨 자신감인가 했더니, 국적에서 비롯된 자신감이었다니.

    “못 믿는 표정인데, 두고 보면 알 거야. 입학시험에 통과하는 유저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일 테니.”

    왕웨이가 그런 말을 내뱉을 때였다.

    “죄송하지만, 모험가 아카데미에서 특정 국가를 차별하거나 편애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당연히 중국 출신 유저들에게 특혜를 주는 일도 없을 겁니다. 교장인 저부터가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이니 말입니다.”

    웬 사내가 나타나 그리 말하자, 왕웨이가 성질을 부렸다.

    “뭐야, 당신! 왜 끼어들어!”

    “말했지 않습니까? 이 학교의 교장이라고.”

    “교, 교장? 당신이···?”

    한서린은 사내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5층에서 만났던 기적의 상인이 바로 눈앞의 사내였다.

    ‘기적의 상인이 소문만 무성하던 모험가 아카데미의 교장이었다고?’

    그녀만 놀란 것이 아니었다.

    입학시험을 기다리던 모든 유저가 사내를 보며 경악하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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