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51화 (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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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아이템을 얻다.

    -키야야야약!

    파티원에게 보스 몬스터를 잡을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보스 몬스터가 우리를 먼저 발견하고는 귀청이 찢어질 듯 울부짖었다.

    “아악!”

    “귀, 귀에서 피가 나!”

    단순히 기분 나쁘다고 포효를 내지른 게 아니었다.

    보스 몬스터의 포효에는 거대한 에너지가 담겨있었다.

    분명 귀를 막았는데도 전신에 상당한 충격이 전해졌다.

    ‘내구 스탯이 낮은 자라면 즉사할 수도 있겠어.’

    내구 스탯이 165에 달하는 나에게 이 정도의 충격을 준다면, 30 미만의 유저는 치명타를 넘어 즉사할 수준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파티에서 치명타를 입은 사람은 없었다.

    휘니 같은 경우는 내구 스탯이 낮았지만, 방어구가 워낙 좋아서 치명상을 피한 거 같았다.

    “삼촌! 시간 끌면 좋을 거 없으니 다른 패턴 나오기 전에 딜로 압살하자!”

    하윤의 제안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앙!

    가장 먼저 휘니가 마총을 쏘며 보스 몬스터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무휴르와 나는 근접에서 보스 몬스터를 공격하였다.

    서걱! 서걱!

    오러가 잔뜩 실린 공격을 날리자 무언가 베이는 소리가 들렸다.

    보스 몬스터를 보니 그의 양팔이 잘려있었다.

    무휴르 쪽도 공격에 성공한 모양이다.

    마지막은 하윤이었다.

    보스 몬스터가 새로운 공격을 시도할 속셈으로 하늘에 뜨려 하자, 하윤이 보스 몬스터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보스 몬스터가 있는 공간에 분열을 일으켰다.

    순간, 하늘이 일그러지는 착각이 들었다.

    완전히 착각은 아니었는지 보스 몬스터가 찌그러진 상태에서 비명을 질렀다.

    “지금이야!”

    하윤이 외치자 나는 하늘을 향해 날았다.

    보스 몬스터는 그런 나를 보며 또 한 번 울부짖었다.

    이번에는 포효 공격이 아니었다.

    갑자기 수십 마리의 미스트레이스가 하늘에 소환되었다.

    보스 몬스터가 소환한 몬스터들이었다.

    그때 지상에 있던 재영이가 안개 거울이란 아이템을 사용하였다.

    안개 거울에는 잠깐 정면의 안개를 없애는 스킬이 달려있었다.

    이 스킬은 보스 몬스터에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미스트레이스는 달랐다.

    비명을 지르며 거울을 피하기 바빴다.

    그러자 길이 열렸다.

    나는 너무도 쉽게 보스 몬스터에게 닿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내 검은 보스 몬스터의 심장을 꿰뚫었다.

    오러가 잔뜩 실린 공격이었기에 보스 몬스터는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였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최초로 ‘안개 군주’를 처치하였습니다!>

    보스 몬스터의 이름은 안개 군주였다.

    물론 이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드랍되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안개 군주의 드랍템은 내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바닥에 보랏빛 아이템이 하나 떨어져 있었다.

    영웅급 아이템이었는데, 그냥 영웅급 아이템이 아니었다.

    무려 장신구 아이템이었다.

    ‘드디어!’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처음으로 영웅급 액세서리 아이템을 득템했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

    드랍된 아이템의 이름은 소울 펜던트였다.

    옵션은 모두 세 가지였다.

    [영혼 구속], [영혼 전달], [영혼 분석]

    이렇게 세 가지였는데 세 가지 모두 전투에서는 써먹기 어려운 옵션이었다.

    ‘오직 영혼을 보관하려는 목적으로 존재하는 아이템이네.’

    구속이라는 단어를 보면 ‘보관’이란 표현이 옳지 않은 거 같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사람이 죽었을 때 이 [영혼 구속]이란 스킬을 사용하면 사람의 영혼을 펜던트 안에 보관할 수 있었다.

    만약 그 영혼의 새로운 육체를 찾는다면?

    [영혼 전달]이란 스킬로 새로운 육체에 영혼을 옮기는 게 가능하였다.

    즉, 이 아이템은 ‘부활’을 가능하게 하는 아이템이었다.

    ‘이건 무조건 독점해야 할 아이템이다.’

    나는 소울 펜던트의 옵션을 보자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

    이 이아템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독점해야 한다고.

    무려 죽음을 회피하게 할 수 있는 옵션이 달려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아이템을 잘만 활용하면 무인 기간트 군단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탑에서 내 최종 목표라 할 수 있는 게 바로 기간트 군단이었다.

    수십 m의 덩치를 가진 거대 로봇을 군단 규모로 거느리는 것.

    낭만도 낭만이지만, 실질적인 탑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이보다 적합한 것은 없었다.

    참고로 내가 길드를 창설하는 목적 중 하나도 바로 이 기간트 군단이기도 했다.

    내가 기간트 제작자로 전직한다고 해서 여러 대의 기간트를 조작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기간트 군단을 만들려면 사람 수도 기간트 수만큼 필요하였다.

    하지만 아무나 기간트에 태운다고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었다.

    평균 스탯도 높아야 했고 스킬의 요소도 중요하였다.

    즉,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가 될 수 있다는 뜻.

    무엇보다 ‘충성심’이 걸렸다.

    기간트를 줬더니 나를 배신한다면 그것만큼 뒤통수가 얼얼한 일도 없으리라.

    그래서 길드를 창설하려는 것이다.

    기간트 군단을 만든 이후에도 배신하지 않을 ‘내 사람’을 만들기 위해 말이다.

    ‘그런데 이 소울 펜던트가 있다면? 배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야?’

    아이템 하나로 기간트 군단을 조금 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이러니 나로서는 무조건 독점해야 할 아이템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우리 파티 전체가 이곳에서 죽치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안개 군주의 리젠 시간이 얼마인지는 아직 몰랐다.

    그래도 25층의 보스 몬스터이니 리젠 시간이 상당할 거 같았다.

    최소 한 시간은 이상은 걸리리라.

    그런데 그렇게 한 시간 기다려서 잡는다고 소울 펜던트가 반드시 나오리란 보장은 없었다.

    아니, 소울 펜던트의 가치를 생각하면 드랍률이 굉장히 낮을 게 분명하였다.

    많아야 3%?

    그리고 그 말은 수십 번을 잡아야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다는 뜻이었다.

    소울 펜던트의 가치가 아무리 귀해도 우리 파티 전체가 시간을 날릴 필요는 없었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분신이지.’

    원래라면 공격력이 낮아서 힘들었겠지만, 나는 ‘방출’이란 마력회로를 사용할 수 있었다.

    분신의 검에다 마력회로를 새긴다면 분신 혼자서도 안개 군주를 잡는 게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아직 그 귀환자를 처리하지 못했다는 건데···.’

    현재 분신은 11층에서 무한 대기 중이었다.

    켄타로란 귀환자가 돌아오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나는 분신의 상황을 볼 겸, 분신과 시야를 공유하였다.

    그러다 이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내가 말한 귀환자, 켄타로의 모습이 분신의 시야에 잡혔기 때문이다.

    ***

    지구로 귀환한 켄타로는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악!”

    그의 방은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귀환하는 도중, 건우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의 강인한 육체가 아니었다면 몸이 두 동강이 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공격이었다.

    ‘빌어먹을! 개 같은 조센징! 내 손으로 꼭 죽이고 말 것이다!’

    한참을 고통스러워하던 그는 독기가 잔뜩 서린 눈으로 복수를 다짐하였다.

    이세계에서 굴욕을 겪었을 때도 이 정도의 원한을 가진 적은 없었다.

    빠드득!

    이를 간 켄타로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복수도 복수지만, 우선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대충 상처를 지혈하고는 체내의 오러를 움직였다.

    부상 부위에 오러를 자극하자 자가 재생력이 극도로 강해졌다.

    하지만 상처가 워낙 컸기에 하루가 꼬박 지날 동안 부상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 정도 부상은 나중에 치료해도 괜찮아. 탑에선 어차피 포션 같은 것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우선 탑에 가보자.’

    켄타로는 지구에 돌아오고 대략 30시간이 지난 시점에 다시 탑으로 향하였다.

    비좁았던 그의 원룸이 거대한 나무로 빼곡한 원시림으로 바뀌었다.

    왠지 모를 향긋한 향기를 느끼던 켄타로.

    잠깐 미소를 지었으나 그의 입가에 핀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파바박!

    무언가가 그를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켄타로는 차라리 그것이 몬스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몬스터가 아니었다.

    “이, 미친놈! 나를 죽이겠다고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냐!”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건우의 모습을 보고 켄타로는 비명을 질렀다.

    만약 그에게 달려오는 건우가 진짜 건우가 아닌, 분신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건우에 대한 공포가 몸에 각인된 상태였다.

    원한만큼 두려움이 컸던 것.

    그러니 기겁하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 마력의 움직임은?’

    켄타로는 경악하였다.

    건우에게서, 정확히는 건우의 분신인 건일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매직 배리어!”

    그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지금 그의 수준에서 즉시 발동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방어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막 매직 배리어를 펼친 순간, 그의 정면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앙!

    ***

    분신이 마력 폭발을 사용한 걸 보고 나는 바로 11층으로 넘어왔다.

    물론 파티도 함께였다.

    “아직 살아있군.”

    “뭐, 뭐야. 네놈, 어떻게 멀쩡한 거지? 저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고?”

    켄타로가 나를 보며 경악하였다.

    마치 귀신을 본 얼굴이었다.

    나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분신이 자폭하는 모습을 바로 코앞에서 봤으니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진짜 놀라야 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나였다.

    ‘설마 그 폭발을 막아낼 줄이야.’

    그의 상태를 보면 막아냈다는 표현은 틀렸다고 볼 수 있었다.

    전신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으니까.

    그래도 그 폭발을 정면으로 맞고 살았다는 거 자체가 놀라웠다.

    나는 새삼스레 그가 가진 힘이 탐나는 걸 느꼈다.

    오러와 마법.

    그 두 가지를 얻는다면 나는 무적이나 다름없으리라.

    “무휴르. 당신이 나섰으면 좋겠는데.”

    “명을 따르겠습니다.”

    오러를 얻기 위해 무휴르를 보냈다.

    무휴르는 무술의 천재였다.

    심지어 흉내내기 특성도 가졌으니, 그라면 켄타로의 검술을 훔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사실을 모르는 켄타로는 내가 아닌 무휴르가 나섰다는 사실에 분노하였다.

    “조센징! 감히 나를 무시하다니. 죽고 싶은 것이냐!”

    하지만 그런 켄타로도 이내 무휴르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러를 보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 네놈도 가짜 오러를···!”

    “같은 가짜여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더라.”

    마력회로는 오히려 탑의 주민에게 더 유용하였다.

    그들에겐 스킬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킬과 마력회로는 중복해서 사용할 수 없었기에 유저보다는 탑의 주민에게 훨씬 더 유용하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무휴르는 무술의 천재였다.

    무술의 천재는 가짜 오러도 곧잘 사용하였다.

    캉! 캉!

    켄타로를 밀어붙이는 모습만 봐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마력은 나보다 훨씬 낮은데도 그의 오러는 나보다 강해 보였다.

    검에 새겨진 마력 방출을 극도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칙쇼! 내가 이런 곳에서 죽을 거 같으냐!”

    켄타로가 이번에도 마법을 사용하며 최후의 발악을 하였다.

    물론 한 번 통했던 수법이 두 번 통할 리는 없었다.

    “계집! 꺼져라!”

    “너나 꺼져!”

    무휴르에게 등을 돌리고 도망치던 켄타로의 앞길을 하윤이 막았다.

    하윤은 스킬을 사용하여 켄타로 주변의 공간을 묶었다.

    “뭐, 뭐야. 이건!”

    그가 당황한 사이, 무휴르가 바람처럼 달려왔다.

    서걱!

    “끄르륵.”

    무휴르의 검에 목이 베인 켄타로는 원한에 찬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그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가 눈을 감자, 그의 몸도 형체를 잃고 사라졌다.

    ‘미안하지만 너는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수 없을 거다.’

    켄타로의 죽음을 확인한 나는 인벤토리에서 소울 펜던트를 꺼냈다.

    그러고는 켄타로가 죽은 장소에 펜던트를 대고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영혼 구속.”

    마나가 빨려 나가는 것이 느껴짐과 동시에 소울 펜던트의 스킬이 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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