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50화 (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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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아이템을 얻다.

    프로스트 길드의 길드 마스터이자, 윈터 워록이라 불리는 여인이 유저들을 향해 외쳤다.

    “가죠! 아카데미가 세워진다는 부지로 가서 자격의 증표를 모두 되찾아오는 거예요!”

    “유저의 것은 유저의 손으로!”

    “와아아아아!”

    여관 거리를 지나면 커다란 부지가 있었다.

    공터였던 그곳에 어느덧 큰 건물 하나가 들어섰다.

    그 건물이 바로 모험가 아카데미였다.

    개교를 준비하는 것인지, 모험가 아카데미 내부에는 사람이 여럿 보였다.

    하지만 이미 작정한 유저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위풍당당하게 아카데미 내부로 들어갔다.

    “관계자가 아니면 출입하실 수 없습니다.”

    아카데미의 경비로 보이는 이가 유저들을 막았다.

    “경비 양반. 비키는 게 좋을 거요.”

    “좋은 말 할 때 꺼져! 죽고 싶지 않으면!”

    경비는 당황하였다.

    무기를 들고 위협하니 죽인다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를 향해 전사 직업을 가진 유저들이 움직였다.

    경비를 포박하기 위함이었다.

    “멈춰라!”

    그때 아카데미 내부에서 누군가가 달려왔다.

    새로 등장한 인물은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투구부터 갑옷, 바지, 신발 모든 아이템이 영웅급이었다.

    심지어 강화도 6강 이상으로 보였으니 범상치 않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네놈은···. 천자쥔?”

    “처, 천자쥔이라고? 그놈이 왜 여기서 나와?”

    하지만 몇몇 유저는 사내의 방어구가 아닌, 사내의 얼굴을 보며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사내는 한때 랭킹 1위였던 천자쥔이었기 때문이다.

    “학교는 아직 개교 안 했으니까, 입학하고 싶으면 나중에 다시 찾아와라. 이렇게 말했는데도 학교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면 좋은 꼴은 보지 못할 거야.”

    천자쥔은 장검 하나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어깨에 걸치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물론 그 장검도 영웅급에 6강 이상까지 강화된 아이템이었다.

    “지랄! 우리가 입학하려고 여기를 온 줄 알아?”

    “그러면 뭐 때문에 온 거지?”

    천자쥔이 되묻자 유저는 입을 다물었다.

    학교를 약탈하러 왔다고 말하기는 껄끄러웠다.

    아무래도 천자쥔이 모험가 아카데미의 관계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뭐 때문에 왔냐고? 여기에 보물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왔다!”

    하지만 모두가 침묵한 것은 아니었다.

    알렉이란 유저가 앞으로 나서며 모험가 아카데미를 찾은 목적을 대놓고 말하였다.

    참고로 알렉은 챔피언이란 별명을 가졌다.

    사설 결투장에서 늘 이겼기에 붙은 별명이었다.

    “보물이 있다면? 약탈하려고?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될 거다. 학교의 보물을 노리는 놈은 내 손에 뒤질 거거든.”

    “천자쥔! 네놈이 아직도 랭킹 1위인 줄 알아!?”

    알렉이 다짜고짜 ‘차징’ 스킬을 사용하며 자신을 공격하자 천자쥔은 픽 웃었다.

    “내가 이전보다 랭킹이 낮아진 건 사실이야.”

    “컥!”

    “근데 내가 약해졌다고 너 같은 허접이 나보다 강해질 리는 없잖아?”

    같은 차징 스킬이었다.

    하지만 천자쥔은 제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 것에 반해, 알렉은 종잇장처럼 날아갔다.

    그 한 번의 충돌로 유저들은 천자쥔의 수준을 알아차렸다.

    랭커급.

    그것도 10층의 랭커급이 아닌, 이미 11층 이상까지 진출한 ‘진짜’ 랭커급 강자였다.

    “천자쥔 씨. 혹시 당신이 이 학교의 설립자인가요?”

    “나? 일개 교관인데?”

    “당신 같은 사람이 일개 교관으로 있다니.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네요.”

    여성 유저의 질문에 천자쥔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하였다.

    그러자 여성 유저가 돈으로 그를 회유하려 들었다.

    그녀는 프로스트 길드의 길드 마스터였기에 자금력이 상당하였다.

    “돈 때문이라면 저희와 함께하시지요. 이곳에서 받는 돈의 최소 두 배 이상은 벌게 해드릴게요.”

    “돈도 좋지만, 그 돈도 살아있어야 의미가 있는 거 아니겠어?”

    천자쥔의 그 같은 말에 여성 유저는 눈을 부릅떴다.

    그녀의 눈에는 절대 강자 그 자체로 보이는 천자쥔이었다.

    그런 천자쥔을 위협하는 존재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당신을 위협하는 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신의 안전은 저희가 보장해 드릴게요.”

    “너희가 나를 지켜주겠다고?”

    “네. 그러니 저희와 함께 해주세요.”

    여성 유저의 말에 천자쥔은 같잖다는 듯 그녀를 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니 저런 말을 할 수 있었다.

    “만약 나를 죽이려는 자가 레벨 50이 넘는 괴물이라면?”

    “50이라니. 벌써 그 정도로 레벨을 올린 자가 있을 리 없잖아요.”

    “그래서 대답해봐. 50이 넘는 괴물이 나를 노린다면 지켜줄 수 있냐고.”

    “······.”

    입을 다문 그녀를 보며 천자쥔은 조소를 흘렸다.

    “거봐. 대답 못 하지? 겨우 50을 상대로도 그리 겁먹는데, 그 이상의 강자라면 아예 엄두도 못 내겠어?”

    천자쥔은 그리 말하고는 자신의 방어구를 가리켰다.

    “그리고 애초에 네놈들은 이런 아이템 못 주잖아.”

    영롱하게 반짝이는 그의 방어구를 보며 그녀는 이번에도 침묵을 선택하였다.

    자신도 영웅급 아이템을 하나밖에 못 맞추었는데 길드원을 어떻게 풀무장 시킨단 말인가.

    말문이 사라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

    10층에서 여러 가지 일을 벌인 나지만, 그 결과까지 확인하지는 않았다.

    모험가 아카데미를 세운다고 선언하고는 후속 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곧바로 20층으로 넘어왔다.

    뒷일이야 나중에 언제든지 수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최초로 ‘21층’에 도달하였습니다.>

    업적 문구를 본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동안 너무 다른 일에 집중했던 거 같았다.

    ‘30층까지는 스트레이트로 가야겠어.’

    21층에 도착한 우리 파티는 모두 합해서 5명이었다.

    기존 멤버 세 명에 두 명이 추가된 것인데, 한 명은 최재영이었다.

    약제사로 2차 전직한 그가 우리 파티에 정식으로 합류한 것.

    다른 한 명은 놀랍게도 탑의 주민이었다.

    그것도 한때는 적이었던 이였다.

    바로 바투루 왕국의 국왕, 바이칸의 그림자 무사였던 무휴르였다.

    확실하게 내 사람이 되었다는 확신이 들자, 그를 21층으로 데려왔다.

    근접전에서는 나 다음으로 강했으니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었다.

    “뭐야! 이번에는 안개 맵이야?”

    “대장님! 앞이 안 보이는데요? 이거 맞아요?”

    21층으로 넘어오자, 하윤과 재영이 뭐라고 떠들었다.

    하지만 바로 근처에서 말하고 있는데도 마치 물속에서 대화하는 것처럼 잘 들리지 않았다.

    소리만 잘 안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야였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안개, 오직 안개뿐이었다.

    내 감각 스탯으로도 안개 너머가 잘 보이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까다롭겠는데?’

    아마 안개를 꿰뚫는 특수 아이템을 얻기 전까지는 조심해서 움직여야 할 거 같았다.

    이렇게 시야가 제한된 상태에서 중간 보스급 몬스터가 나온다면 아무리 나라도 위험할 수밖에 없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하게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신중하게 움직이되, 발걸음은 빠를 것이다.

    “잘 따라와. 내 등만 보고 걸으면 따라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야.”

    “잠시만요. 일단 우리, 약부터 먹어요.”

    그 말을 듣자 나는 가볍게 탄성을 질렀다.

    그러고 보니 우리 파티에 재영이가 있었다.

    재영이는 시력을 상승시켜주는 약을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역시 파티에 약제사가 있으니 이럴 때 편했다.

    내 감각 스탯으로도 앞이 살짝 흐릿하였는데 그가 건네준 약을 섭취하자, 앞이 훤히 보였다.

    “대장. 저 1인분 한 거죠?”

    “올! 최재영이! 꽤 하잖아?”

    “누님, 저도 이제 2차 직업입니다. 하하하!”

    “히든은 히든이네. 벌써 이렇게 써먹다니.”

    우리는 재영의 능력에 감탄하며 빠르게 이동하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몬스터가 나왔다.

    가장 먼저 등장한 몬스터는 미스트레이스란 몬스터였다.

    단어 그대로 안개 귀신이었는데, 귀신이라서 그런지 물리적인 공격이 잘 통하지 않았다.

    “마력 방출.”

    하지만 내게는 마력회로가 있었다.

    서걱!

    -끼아아아악!

    귀신답게 무서운 외형을 가졌으나, 그런 외형과 달리 전투력은 형편없었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 스탯은 아직도 21층에 있는 게 미안하게 느껴질 정도로 높았다.

    미스트레이스 한 마리가 아니라 수백 마리가 덤벼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몰이사냥 개꿀이라고 기뻐할 것이다.

    탕!

    휘니도 몬스터 사냥에 적극 나섰다.

    아예 미스트레이스가 접근하기도 전에 총을 쏴서 없앴던 것.

    나머지 세 명도 기회가 될 때마다 각자 스킬을 사용하여 미스트레이스를 처리하였다.

    우리의 이동속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빨라졌다.

    ***

    우리 파티는 순식간에 21층을 돌파하였다.

    21층뿐만이 아니었다.

    22층, 23층, 24층.

    네 개의 층을 하루도 안 돼서 연달아 돌파하였다.

    21층에서 주로 출몰하는 몬스터는 미스트레이스였다.

    22층은 비슷하면서 조금 달랐다.

    조금 더 강하고 소리를 질러 공격한다거나, 채찍 같은 걸로 공격하는 레이스가 나왔다.

    가끔 안개 독사라는 몬스터가 나오기도 하였다.

    정확히는 출몰한다는 표현보단 길목에 숨은 채로 기습 공격한다는 표현이 옳았다.

    아마 다른 유저 파티라면 이 같은 안개 독사의 매복에 치명적인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우리 파티는 전부 감각 스탯이 높았고 약제사인 재영이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미스트레이스든, 안개 독사든 우리의 진격을 멈춰 세울 수 없었다.

    23층부터 출몰하는 각종 안개 야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안개 표범, 안개 원숭이, 안개 곰, 안개 박쥐 등등.

    다양한 야수형 몬스터가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하였지만 소용없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그 거대한 크기 때문에 중간 보스인 줄 알았던 포그 타이탄이란 몬스터 역시 우리 파티에겐 쉬운 상대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상대하기 쉬운 몬스터라고 경험치를 안 주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우리 파티에게만 쉽게 느껴질 뿐, 감각 스탯이 낮은 파티라면 이보다 어려울 순 없었다.

    <사용자 정보>

    이름 : 민건우

    레벨 : 38

    성별 : 남성

    직업 : 마도 공학자

    잔여 포인트 : 0

    보유 카르마 : 2,741,213

    [근력 : 165] [내구 : 165] [민첩 : 165]

    [체력 : 165] [마력 : 263] [감각 : 158]

    [행운 : 158]

    내 상태창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동안 정체했던 레벨이 다시 탑 공략을 시작하면서 7이나 올랐다.

    230대를 유지하던 마력 스탯은 순식간에 250을 넘기더니 263까지 오른 상황.

    행운 스탯이 150을 넘겼다는 점도 굉장히 유의미한 결과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번에도 나는 룬을 써먹지 못한다는 점이지.’

    21층부터는 중하급 룬이 나왔다.

    중하급 룬은 스탯이 30 이하라면 1씩, 50 이하라면 0.5씩, 100 이하라면 0.2씩 올려주는 효과가 있었다.

    평균 스탯이 100을 뛰어넘는 나는 당연히 써먹을 수 없었다.

    물론 크게 개의치 않았다.

    분해로 써먹으면 되니까.

    그리고 중하급부터는 스킬 룬이 꽤 좋은 것이 나오기도 했으니 그걸 노려도 됐다.

    “건우. 북쪽에 새로운 몬스터가 보여.”

    그러던 중, 휘니가 내게 새로운 정보를 전해주었다.

    저격수인 그녀는 특성의 영향으로 나보다 눈이 좋았다.

    나도 보지 못한 몬스터의 존재를 그녀는 먼저 발견하였다.

    “어떤 유형의 몬스터인데?”

    “유령 몬스터야. 근데, 엄청 커.”

    “크다고?”

    의아한 표정을 짓던 나는 북쪽으로 접근해보았다.

    조금 걸으니 내 눈에도 보였다.

    ‘저건 딱 봐도 보스인데?’

    크기는 포그 타이탄이란 몬스터가 더 컸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몬스터는 아우라부터 남달랐다.

    심지어 눈에서는 붉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저 몬스터가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면 그게 더 이상할 거 같았다.

    ‘보스는 놓칠 수 없지.’

    업적 때문에라도 새로운 몬스터는 무조건 잡고 봐야 했다.

    그런데 그 몬스터가 보스 몬스터라면?

    참을 수 없었다.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반드시 잡아야 했다.

    특히 25층쯤 되면 보스에게서 엄청난 아이템이 드랍될 게 분명하였다.

    나조차 매력을 느낄 그런 아이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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