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49화 (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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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아카데미.

하지만 언제까지 당황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궁중백 각하, 지금 여기서 이러고 가만히 있어도 되는 겁니까?”

왕궁에서의 소란은 점점 커졌다.

심지어 화재까지 일어났는지, 왕궁이 붉게 타오르는 것이 눈에 보였다.

물론 총소리도 커져가고 있었고 말이다.

“거, 걱정하지 말게. 왕궁은 양주르 공작 따위가 넘볼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드뇌브 궁중백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였지만, 그의 표정은 정반대였다.

패닉.

그야말로 패닉에 빠진 사람의 표정이었다.

그러던 그때, 갑자기 왕궁에서의 소란이 멈추었다.

“하하하! 드디어 격퇴한 모양일세!”

“······.”

안심하는 드뇌브 궁중백과 달리 황시안은 불안에 떨었다.

‘아무리 봐도 X 된 거 같은데.’

그의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뇌브 궁중백의 저택으로 일단의 병사들이 찾아왔다.

쾅!

다짜고짜 문을 부수고 들어온 그들의 태도만 봐도 드뇌브 궁중백을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네는 여기서 꼼짝도 하지 말게나. 내가 잘 이야기하고 오겠네.”

드뇌브 궁중백은 용감하게 나섰다.

고위 귀족이니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라는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이게 무슨 짓이냐!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당신이 드뇌부 궁중백인가?”

“무, 무엄하도다! 내가 누구인 줄 알면서도 그런 태도를 보이다니!”

병사는 그런 드뇌브 궁중백을 향해 한심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머저리 새끼야. 네가 궁중백인 건 중요하지 않아. 네놈이 오늘 누구를 건드렸는지가 중요할 뿐이지.”

“뭐, 머저리? 평민 따위가 감히!”

“머저리와는 더 할 말 없다. 닥치고 따라와!”

“컥!”

양주르 공작의 사병으로 보이는 그들은 일체의 망설임 없이 행동하였다.

아무리 봐도 드뇌르 궁중백과 타협할 생각이 1도 없어 보였다.

‘멍청한 놈. 자신만만하게 나서더니, 이게 지금 뭐하자는 거야?’

드뇌브 궁중백이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본 황시안은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다.

이곳에서 도망치기로.

어차피 드뇌브 궁중백은 가라앉는 배였다.

굳이 가라앉는 배와 함께할 이유는 없었다.

‘제길. 이러면 모험가 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는 모험가 거리를 얻겠다는 일념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였다.

레벨?

여전히 15에 불과하였다.

그나마 아이템만 돈을 처발라서 5강으로 맞췄을 뿐이었다.

유저들과 친분을 쌓는 것도 포기하였다.

한때 동료였던 이들이 길드를 차리거나 11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그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모험가 거리를 얻기 위해 유저로서의 활동을 전부 포기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걸 희생하며 모험가 거리를 얻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시간과 돈, 인맥까지.

많은 것을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하지만 황시안은 이런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았다.

‘조금 돌아가는 거지만, 상관없다. 이미 한 번 성공한 일, 두 번이라고 성공하지 못할 이유는 없잖아?’

그걸 성공이라고 봐야 할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애써 자기 합리화를 하며 드뇌브 궁중백의 저택을 빠져나가려고 하였다.

“멈춰라!”

“쯧. 그냥 못 본 척하고 넘어갈 것이지···.”

황시안은 혀를 찼다.

병사들을 마주친 게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처리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5강으로 무장한 그라면 병사 몇 명을 처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내 경악하였다.

어둠 속에서 미처 보지 못했는데, 병사들은 손에 총을 들고 있었다.

타타탕!

“커어억!”

5강 방어구를 뚫고 들어오는 거센 충격에 그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레벨이 고작 15인 그로서는 총을 당해낼 수 없었다.

***

“이제 국왕 폐하라고 불러야겠군요.”

양주르 공작은 내 말을 듣고는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여전히 의문일세. 왜 자네가 왕이 되지 않는지.”

“전 유저입니다. 유저인 제가 왕이 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내가 가진 힘이라면 왕이 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네시아 왕국에서 평생 살 것이 아니라면 왕이 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국왕 자리는 양주르 공작에게 넘겨주고 뒤에서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나로서는 훨씬 좋았다.

양주르 공작이 내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짓더니 이내 다른 질문을 던졌다.

“내 조카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그가 묻는 조카란 사람은 곧 폐위될 국왕을 말하였다.

양주르 공작이 반란을 일으켰고 그 반란이 성공했으니 전대 국왕의 목숨은 사실상 파리 목숨과 다를 게 없었다.

“뜻대로 하시지요.”

“···살려두도록 하지. 어차피 조카의 목숨 따위는 더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원래 같았으면 그는 절대 조카를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후환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데도 이런 선택을 했다는 건, 어차피 왕위가 내 손에 달려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겠지.’

이번 쿠데타는 전적으로 나의 도움 덕에 성공할 수 있었다.

왕궁의 성문은 하윤이 부숴주었고 근위대 장수들은 휘니가 저격해주었다.

나는 도망치려던 왕의 발을 묶었으니, 쿠데타는 사실상 내 덕에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화승총의 지원도 있었다.

드워프가 더는 쓰지 않는 화승총들을 양주르 공작의 사병에게 제공해주었던 것이다.

‘처음 보는 무기라 무척 당황했다지?’

화승총으로 인한 사상자는 의외로 적었다.

아무리 드워프가 만든 화승총이라고 해도 방어구를 착용한 적군을 살상하는 건 쉽지 않았다.

다만 총격 소리가 전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총소리를 처음 경험하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령 군대를 경험한 유저라도 탑에서 총을 보게 된다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으리라.

“근데 드뇌브 궁중백과 황시안이라는 유저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그들이 제 모험가 거리를 노린 자들입니까?”

“그렇다네. 참고로 두 사람 다 자네를 찾더군. 자네를 만나면 제안할 게 있다면서 말이야.”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두 사람 다 죽이십시오. 굳이 그자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습니다.”

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직접 만나서 협상 같은 걸 한단 말인가.

내 것을 노린 자들이니, 그냥 죽이면 그만인데.

***

겨우 이틀 동안 네시아 왕국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였다.

네시아 왕국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거대한 영향력을 자랑하던 신전이 완전히 몰락하였다.

신전이 몰락하기 무섭게 쿠데타가 일어나 왕이 바뀌었다.

어린 왕이 폐위되고 30대 후반의 노련한 권력자가 왕이 되었다.

당연하겠지만 이 같은 변화에서 유저들이라고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일단 모험가 거리가 엉망이 된 것부터 유저들에게는 큰 변화였다.

잡화점, 대장간, 심지어 유저들이 묵던 여관까지도 폐쇄되었다.

여관에서 묶던 유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쫓겨나야 했다.

하지만 다행히 모험가 거리는 금방 정상화되었다.

새롭게 왕이 된 양주르 공작이 근위대가 잡아온 모험가 거리의 종업원들을 모두 풀어준 것.

“근데 신전은 어떻게 되는 거야?”

“모르겠어. NPC가 부활하지 않는 이상, 그냥 망했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그게 말이 돼? 이제 마지막 퀘스트만 남았는데 신전이 망하다니!”

“암담한 건 나도 마찬가지야. 11층 가야 하는데 이제 자격의 증표를 어디서 구해야 하는 거야?”

모험가 거리가 정상화되었으나 유저들의 혼란은 여전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저들에게는 모험가 거리만큼 중요한 시설이 신전이었다.

신전에서 각종 포션을 구매하고 퀘스트를 받았다.

자격의 증표라는, 11층으로 갈 열쇠도 오직 신전에서만 구할 수 있었다.

물론 자격의 증표는 중간 보스를 잡아도 나왔고 최종 보스인 미트 골렘을 잡아도 나왔다.

하지만 유저들은 여전히 그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네 마리의 중간 보스는 여전히 천자쥔의 파티가 독점하고 있었고 미트 골렘은 신전 때문에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니 유저들로서는 자격의 증표를 구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막힌 셈이었다.

“경매장에서 자격의 증표가 풀렸다는데?”

“진짜? 당장 가자!”

자격의 증표를 보유한 유저들은 이런 상황을 이용하여 자격의 증표를 비싼 가격에 팔기도 하였다.

“미친! 자격의 증표 하나가 4,500 카르마나 한다고?”

“하나가 저 정도 가격이면 파티 전부를 데려가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 거야?”

“빌어먹을! 왜 신전이 망해 가지고!”

10층 유저들 중, 탑 공략에 진심이던 유저들은 새롭게 형성된 자격의 증표 가격을 보고는 절망감을 느꼈다.

무려 4,500 카르마.

랭커 파티도 4,500 카르마를 모으려면 며칠 걸렸다.

하지만 그렇게 며칠 걸려 카르마를 모아도 겨우 한 명만 11층으로 보낼 수 있었다.

파티 전체를 11층으로 보내려면 최소 한 달은 10층에 머물러야 했다.

랭커들도 이러니 대부분의 유저는 암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탑 공략을 포기하는 유저가 무더기로 나왔다.

사실 자격의 증표가 아니어도 대부분의 유저는 탑 공략을 회의적으로 생각하였다.

왜 굳이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고 미지의 땅인 11층으로 가야 하는가.

더 강해지겠다는 욕심만 버린다면 10층에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안전하게 오크를 잡으면 하루에 최소 1,000달러를 벌고는 했다.

어떤 나라에서든, 이 정도 수익이면 고소득자였다.

그리고 어쨌든 오크만 잡아도 레벨은 올릴 수 있었다.

안전성을 추구하는 유저들로선 10층에 머무는 게 오히려 더 낫다고 여겨졌다.

“여기 게시판 봐봐! 모험가 아카데미라는 게 설립될 거라는데?”

“모험가 아카데미? 그게 뭔데?”

“유저 전용의 학교인데, 여기 졸업하면 자격의 증표를 수여한다고 쓰여있어!”

“뭐? 어디 봐봐!”

그렇게 자격의 증표 가격이 폭등할 때, 모험가 거리 곳곳에 설치된 게시판에 한 가지 공고문이 올라왔다.

곧 모험가 아카데미라는 곳이 개교하니, 입학 희망자는 나흘 뒤에 신청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고문이었다.

“자격의 증표를 뿌린다고? 도대체 왜?”

“지금 이유가 중요해?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해! 무조건 신청해야지!”

유저들은 열광하였다.

몬스터 사냥법을 비롯하여 야생 생존법, 검술, 궁술, 레슬링 등.

탑 등반에 필요한 각종 지식을 가르쳐준다고 하였다.

무엇보다 졸업하기만 하면 자격의 증표를 얻는다고 하니, 유저들로선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모험가 아카데미의 등장에 유저들은 대단히 긍정적으로 반응하였다.

하지만 모든 유저가 모험가 아카데미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못 믿겠는데? 대가 없는 호의가 세상에 어디 있어? 말이 학교지 뒤에서 무슨 개수작을 부릴지 누가 알아?”

“인정. 모험가 학교 따위, 좆밥들이나 다니라고 해. 난 남에게 의존하는 거 딱 질색이야.”

일부 유저.

그중에서 랭커라 불리는 유저들은 모험가 아카데미를 부정적으로 여겼다.

그들은 심지어 사기라고까지 생각하였다.

사실 그들의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건우도 순수한 의도로 모험가 아카데미를 설립하려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한편 이런 생각을 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돈도 많고 자격의 증표도 그리 가졌다면, 우리가 힘을 모아 뺏으면 되지 않아?”

10층은 조금 달랐지만, 1층부터 9층까지는 사실상 법이 존재하지 않는 무법 사회였다.

그리고 10층의 유저들은 전부 무법자로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 가까이 살아왔다.

무법자에게 약탈이란 일상과도 같았다.

그런 무법자들의 머리로 생각했을 때, 상대가 가진 것이 많고 약하기까지 하다면 뺏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존나 좋은 생각인데?”

“안 그래도 이 공고문 볼 때, 이 생각부터 했었어! 학교 같은 거 다닐 필요 없이, 그냥 다 뺏으면 되는 거잖아!”

순식간에 수십 명의 유저가 모였다.

레벨이 16 이상인 이들만 모였는데도 50명에 가까운 숫자가 모여든 것.

그 유저들 중에는 10층의 상위권 길드인 프로스트 길드, 파라곤, 블러드 군단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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