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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아카데미.
다행히 단 한 번 오러와 부딪쳤다고 8강까지 한 검이 박살 나지는 않았다.
“그 검, 오래 못 가겠는데?”
하지만 켄타로가 비웃으며 한 말처럼 내구성이 크게 깎였다.
이가 나간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멍청하게 서 있는다고 내가 봐줄 거 같아?”
파바박!
켄타로가 달려왔다.
레벨이 낮으니 민첩 스탯도 그리 높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속도가 나만큼 빨라 보였다.
‘저것도 오러의 힘이겠지.’
그의 체내에서 마나가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그의 마나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대기의 마나도 움직임을 보였다.
마나가 그의 몸속으로 흡수되는 걸 보면, 마나를 소모하면서 동시에 충전까지 하는 거 같았다.
“오, 막아? 근데 막으면 어쩔 건데?”
“······.”
빈정대는 상대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열심히 검을 휘두르는 것밖에는.
검을 막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상대의 검술 실력은 분명 대단했지만, 내 스탯이 워낙 사기 수준이었다.
물론 상대가 본래의 경지를 못 찾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검격을 교환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역시 오러였다.
검과 검이 부딪칠 때마다 충격이 전해졌다.
내 몸으로는 얼마든지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내 검은 아니었다.
충격이 누적 댈수록 검의 내구성이 깎여나갔다.
제아무리 8강 검이라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이대로는 어렵다.’
그나마 검이 있어서 이 정도로 버티는 것이었다.
검까지 없다면?
맨몸으로 오러를 맞는다면 어떨까.
내 몸이 아무리 단단해도 죽음을 피하기 어려웠다.
“근접전은 답이 없어요! 대장! 스킬을 쓰세요! 멀리서 놈을 죽여야 해요!”
재영이 나를 걱정하며 그리 외쳤다.
하지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조언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써먹을 스킬 따위는 없었다.
내 직업은 마도 공학자이기 때문이었다.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방어 아이템에다도 공격 스킬을 달았을 것이다.
방어구에다 공격 스킬을 다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드워프라면 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리 나라도 이런 상황까지 예상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갑자기 귀환자와 전투가 벌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귀환자가 이렇게 강할 것이라고도 생각지 못했었다.
원작 주인공이야 탑에 들어오자마자 먼치킨이었지만, 그건 주인공이니 그런 것이었다.
귀환자는 지구로 돌아오면 본래의 힘을 잃는다.
아마 켄타로란 사내 역시 본래 가지고 있던 마력을 잃은 상태일 터.
그런데도 무지막지하게 강했다.
드워프들이 제작해준 아이템이 아니라면 상대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정도로.
“바퀴벌레 같은 놈. 더 버티는 것도 이제 끝이다!”
투툭!
마침내 검이 부서졌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켄타로는 그런 나를 비웃었다.
“후후, 검도 없는데 이제 어쩔 거지?”
“······.”
“무릎을 꿇고 내게 복종해라. 그렇다면 혹시 모르지 않는가. 내가 관대함을 보여줄지?”
되도 않는 소리를 하였다.
복종이라니.
놈은 벌써 전투가 끝이 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검이 부서졌다고 전투에서 패배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켄타로의 검술이 어느 정도 눈에 익었기에 압도적인 민첩 스탯을 잘 활용한다면 꽤 오래 버틸 수 있었다.
방어구가 전부 8강이기도 했고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도망치기만 해도 켄타로는 나를 쫓지 못할 것이다.
나에겐 이동속도 증가라는 마력회로도 있었으니 내가 작정하고 도망친다면 나를 쫓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그렇기에 목숨이 위험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준비해놓고 막상 귀환자가 오니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슨 방법이 없을까?’
나는 생각했다.
놈을 쓰러뜨릴 방법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분신이었다.
지구에 있는 건일을 불러 같이 싸운다면 조금이라도 이길 가능성이 올라갈 거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생각을 바로 포기하였다.
다른 유저들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스탯을 가진 나조차도 상대의 공격을 간신히 막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분신은 내 스탯의 겨우 30%밖에 안 되니 아마 한 번의 검격도 막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마도 공학자의 스킬 중에 활용할 것이 없을까?
잠깐 생각해봤지만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그나마 리빙 아머라는 방어 스킬이 있을 뿐, 이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공격 스킬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지. 사용할 스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야. 나에겐 마력회로가 있잖아?’
시야 공유, 이동속도 증가, 폭발.
이 3개의 마력회로는 지금 상황에서 써먹기 어려웠다.
그나마 폭발이라는 마력회로를 분신에게 사용한다면 불시의 일격을 날릴 수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나라고 그 폭발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귀환자를 죽이겠다고 자폭할 생각은 없었기에 폭발은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게 마력회로가 이 세 개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10층에 오면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었다.
그건 바로 룬을 분해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20층에서의 일이 마무리되었을 때도 나는 10층에 돌아오자마자 룬을 분해하였다.
내가 며칠 20층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룬이 꽤 많이 쌓였었다.
금우 길드의 무기 상점을 인수하면서 추가로 더 많은 룬을 모았다.
다 합하면 1,500개가 넘는 룬이었다.
나는 이 룬을 모두 분해하였고 몇 개의 룬 문자를 획득하였다.
그 룬 문자를 지금 써보려고 하였다.
“오러라는 건 결국, 마나를 방출하는 거 아닌가?”
“음? 네놈이 어떻게 오러를 아는 거지?”
놈이 미간을 좁혔다.
갑작스러운 내 말에 당황한 거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인벤토리에서 검 하나를 꺼냈다.
원래 사용했던 5강 검이었다.
희귀급이었으니 거인의 검보다는 훨씬 안 좋은 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거냐? 뭐 좋다. 어디 열심히 발버둥 쳐봐라. 조센징.”
나의 저항을 그저 최후의 발악이라고 생각했는지, 놈은 나를 비웃기 바빴다.
하지만 그런 놈의 오만한 태도도 내가 마력회로란 스킬을 사용하자 확연하게 달라졌다.
“그, 그건 뭐냐?”
“네가 쓴 오러와 같은 거다.”
새롭게 /방/, /출/이라는 두 개의 룬 문자를 얻었다.
이 두 개의 룬 문자를 조합한 결과, 방출이라는 마력회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방출의 효과는 마나를 방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방출의 효과를 체험하자, 바로 실전에서 써먹었다.
‘미트 골렘을 상대로 엄청난 위력을 보여줬었지. 한 방에 녹을 정도로 말이야.’
물론 마력을 얼마나 방출하느냐에 따라 위력이 천지 차이였다.
마력을 많이 방출할수록 더 강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웃기는 소리! 그딴 게 오러라고? 오러는 그렇게 무식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야! 네놈의 오러는 가짜다!”
“가짜라면 뭐 어쩔 거지? 가짜라고 진짜를 이기지 말란 법은 없다.”
“칙쇼! 진짜의 위력이 뭔지 보여주마!”
놈이 다시 나에게 덤벼들었다.
나는 방출을 사용하여 놈의 검을 막아냈다.
“크하하하! 어떠냐. 이게 가짜의 한계다!”
확실히 놈의 말처럼, 내 가짜 오러가 놈의 오러에 밀렸다.
몇 번 검격을 교환하자, 내가 만든 오러는 당장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흐릿해졌다.
오러가 약해지자 검에도 충격이 전해지는지 벌써 흠이 이곳저곳에 생겨났다.
‘그렇다면 방출하는 마나의 양을 더 늘리면 될 일이야.’
비효율의 끝판 왕이었다.
내가 가진 어떤 스킬도 이렇게 많은 마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내 마력 스탯은 200이 넘는다.’
이 정도 마력이라면 조금 비효율적으로 마력을 사용해도 됐다.
“마, 말도 안 돼!”
놈이 당황한 모습만 봐도 내 의도는 통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캉! 캉! 캉!
가짜 오러라는 내 오러는 놈의 오러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놈의 오러가 점점 약해지는 것이 내 감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놈은 마력이 그리 많지 않은지, 꺼져가는 오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주인공도 아니고 그렇게 빨리 본래의 마력을 되찾을 리는 없겠지.’
놈의 마력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닐 것이다.
그저 부족한 마력을 지독하리만치 효율적으로 운용하여 많게 느껴진 것일 뿐.
“이건 인정할 수 없어! 가짜 오러 따위가!”
“너의 인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오러가 거의 꺼져갔다.
이제 놈의 목숨도 경각에 다다랐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나는 놈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이미 놈의 검술은 배울 만큼 배웠다. 후환을 남길 이유는 없어.’
지구에서 분신이 검술을 수련하고 있었는데, 놈의 검술을 그대로 베끼는 중이었다.
계속 연습하다 보면 놈의 검술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내 동료 중엔 검술 천재도 있으니, 그들의 조언을 받는다면 더 완벽해질 것이다.
“조센징! 내가 네놈 따위에게 죽을 거 같으냐!”
갑자기 놈이 발악하였다.
마치 동진어귀할 것처럼 무모하게 달려들었다.
나는 놈과 같이 죽을 생각이 없었기에 뒤로 물러났다.
여유롭게 상대해도 놈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 날아왔다.
‘마법이라고?’
높은 감각 스탯이 아니었다면 반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한줄기 번개가 놈의 손끝에서 발현되어 나를 향해 날아왔기 때문이다.
서걱!
검으로 놈의 마법을 베어냈다.
오러가 잔뜩 담긴 검이기에 일반 유저가 날린 마법이라면 아무런 충격도 느끼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놈의 마법을 벤 순간 나는 강력한 저항을 느꼈다.
놈의 마법에는 절대 무시하지 못할 위력이 담겨있다는 의미였다.
‘마검사라니.’
검술 실력으로만 따져도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원작의 기준으로 보자면 대략 오러 엑스퍼트 수준.
3차 전직자는 물론이고 4차 전직자까지 존재하는 원작에서야 발에 치이는 게 오러 엑스퍼트다.
하지만 그거야 원작 기준이고 현재 시점에서 4차 전직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4차 전직자는커녕 3차 전직자도 존재하지 않았고 2차 전직자도 하윤과 나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러 엑스퍼트의 수준은 그야말로 절대 강자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켄타로란 자는 오러 엑스퍼트이면서 그와 동시에 마법사였다.
사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설령 네가 마검사라 해도 달라질 건 없다!”
나는 그리 외치며 놈을 향해 돌진하였다.
검격을 날리기 직전, 또다시 마법이 날아왔다.
그 마법에는 상당한 위력이 담겨있었기에, 공격을 멈추고 검을 휘둘러 놈의 마법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 사이 놈이 뒤를 돌아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나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었다.
“이 쪽바리 새끼야! 어딜 도망쳐!”
“꺼져라, 조센징!”
“컥!”
재영이 놈을 막으려 하였으나, 전혀 상대가 안 됐다.
승산이 없어서 도망치는 것일 뿐, 어디 다친 것은 아니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도망치게 놔둘 거 같냐!’
나는 놈을 쫓았다.
민첩 스탯이 높았기에 금방 쫓을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상하게 거리가 줄어들지 않았다.
‘마법이군.’
켄터로에게 공격 마법만 있는 것이 아닌 듯싶었다.
내 예상이지만, 원작에서도 나온 적 있는 헤이스트 마법을 사용한 거 같았다.
***
켄타로는 운이 좋았다.
도망치는 와중에 보스의 방을 발견하여 11층으로 넘어갈 수 있었으니까.
만약 보스의 방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미로에 갇힌 채 건우의 손에 죽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켄타로는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정글에서 도망치던 켄타로의 입에서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의 입장에선 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탑의 유저들은 그가 보기에 한심한 실력을 갖췄고, 이들이 상대라면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건 정해져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고작 며칠 만에 그의 꿈이 깨졌다.
그것도 하필 한국인이었다.
그가 증오하는 한국인의 손에 그의 꿈이 깨진 것이다.
‘이건 말도 안 돼. 그놈은 어떻게 오러를 사용한 거야!’
지구에서조차 주인공이 되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자 입술이 바짝 말랐다.
켄타로의 가장 큰 무기는 오러였다.
그런 오러를 다른 유저가 사용하는 모습을 봤으니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였다.
“칙쇼! 계속 쫓고 있잖아!”
완전히 도망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건우는 여전히 그를 쫓고 있었다.
헤이스트까지 써가며 거리를 벌렸는데도 지치지 않고 따라왔다.
무슨 추격 스킬이라도 있는 모양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리 강할 수 있는 거지?’
기본적인 피지컬부터 엄청났다.
근력, 민첩, 동체시력 등.
검술은 분명 오러 유저 수준인데도 육체는 용사 후보가 되어도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심지어 마력도 무지막지하였다.
만약 건우처럼 오러를 사용한다면 그는 단 1분도 오러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 정도로 무식하게 만들어진 오러였다.
하지만 건우는 그런 오러를 장시간 유지하였다.
켄타로 쪽이 오히려 먼저 지칠 정도였다.
‘레벨이란 걸 올리면 놈처럼 강해질 수 있는 건가?’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와중에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존심을 버리고 유저의 능력을 사용하자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