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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서 나 혼자 재벌-44화 (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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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찍어 누르다.

며칠 만에 10층으로 돌아오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인파였다.

모험가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상주하는 숫자만 족히 수천 명은 되어 보였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숫자가 늘고 있을 정도니 말 다 했지.’

새로 유입된 2기 유저들로 저층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었다.

전투에 자질이 있거나, 좋은 직업을 가진 신규 유저들은 벌써 5층까지 진출한 상황.

기존 유저들은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10층 유저의 수는 날이 갈수록 폭증하였다.

‘근데 유저가 느는 게 꼭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네.’

나는 바이킹 투구를 쓴 서양인 유저가 여성 유저에게 껄떡대는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 길드에 들어오라니까? 내가 밀어줄게. 희귀급 아이템도 지원해줄 수 있어.”

“싫어요. 저는 이미 파티가 있어요.”

“내가 들어오라면 들어오는 거지, 뭔 말이 이렇게 많아?”

“꺅! 왜 이러세요!”

“크하하! 비명이 앙칼진데? 아주 듣기 좋아.”

거구의 사내가 가녀린 체격의 여인을 위협하는 모습은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경비병들은 도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건지 모르겠군.’

이럴 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경비병이었다.

괜히 비싼 돈을 주고 100명씩이나 되는 경비병을 고용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끝까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나는 혀를 차며 거구의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만하시죠.”

주변에서 탄성이 들렸다.

몇몇은 나를 남자라며 치켜세웠다.

“와, 여기서 나서는 사람이 있네.”

“이바노프가 누군지 모르는 거 아니야?”

“아마 그렇겠지.”

“그런데 저 사람도 꽤 강해 보이지 않아? 아이템 수준이 남다른데?”

이런 주변의 반응과 달리, 거구의 사내는 무척이나 분노한 기색이었다.

“너는 뭔데 나서는 거야? 내가 누군지 몰라?”

“당신이 누군지 내가 알아야 하나?”

내 퉁명스러운 반응에 이바노프라는 이름의 거구는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분노하였다.

동료로 보이는 이들이 옆에서 부추기고 있어서 더 분노한 거 같았다.

“풉. 이바노프, 많이 죽었다. 이런 뉴비 따위에게 무시당하고.”

“폭군이란 별명을 듣기엔 너무 과분하긴 했지. 크크.”

“10층의 랭킹 1위면 뭐해. 이런 취급인데.”

이바노프는 참지 않았다.

그는 대뜸 내 멱살을 잡았다.

“죽고 싶어?”

“이거 놔.”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네. 내가 누구인지···. 끄아아악!”

손이 아스러지는 기분을 느끼며 이바노프가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그의 동료들이 흉흉한 기색으로 무기를 꺼냈다.

평소에는 서로를 놀려대도 동료가 공격받을 때는 바로 힘을 합쳐 적과 싸우는 그런 끈끈한 관계인 듯 보였다.

물론 그들이 어떤 관계를 맺었든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그들이 나를 향해 무기를 꺼내 들었다는 사실이었다.

“커억!”

“뭐, 뭐야! 왜 이렇게 빨라!”

10층 유저의 평균 수준은 몇 주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랭커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마 이바노프 파티의 평균 레벨도 20을 넘길 것이 분명하였다.

‘하지만 그래 봤자 내 앞에서는 쪼렙일 뿐이지.’

레벨 차이야 얼마 안 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스탯 차이가 압도적이었다.

나는 사실상 모든 업적을 독점하였다.

다른 유저는 절대 얻을 수 없는 11층 이후의 업적들까지도 말이다.

이러니 이바노프 파티를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와. 혼자서 일곱 명을 쓰러뜨렸어!”

“레벨이 몇인 거야?”

“아니, 애초에 스킬도 안 쓰지 않았어?”

“스킬도 안 쓰고 이바노프 파티를 쓰러뜨리다니.”

주변에서 감탄과 경악의 반응이 터져 나왔다.

저들의 반응을 보건대, 곧 탑 전체에 내 소문이 퍼질 거 같았다.

이전까지 랭커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한 랭커가 존재한다는 그런 소문이.

‘뭐 상관없지.’

애초에 나는 내 정체를 감출 생각이 없었다.

그저, 할 일이 많아 유저들과 대면할 시간이 없었을 뿐.

오히려 지금 시점에 정체가 밝혀지는 것은 내게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슬슬 길드를 만들어 유저들을 영입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별일 아닙니다.”

“사례하고 싶은데···.”

“괜찮습니다.”

내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인벤토리를 여는 여성 유저를 만류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런데 갑자기 한 사내가 손뼉 치며 내게 다가왔다.

짝짝!

“정말 엄청난 광경이었습니다. 혼자서 일곱 명의 랭커를 쓰러뜨리다니!”

“누구 신지?”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사내가 명함 하나를 건넸다.

명함에는 금우 길드 마스터 진동민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런데요?”

“혹시 한국의 금우 그룹을 아십니까?”

“예.”

“제가 바로 그 금우 그룹의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내가 시큰둥한 기색을 내비치자, 그가 다급히 말했다.

“유저 님을 저희 길드에 영입하고 싶습니다. 월급은 카르마뿐만이 아니라, 한화로도 챙겨줄 수 있습니다. 물론 직급도 간부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같잖았다.

대기업이라고 나를 영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겨우 간부 자리 주는 것으로 유세 떠는 것도 우습게만 느껴졌다.

마스터 자리를 줘도 거절할 판에 고작 간부라니.

“거절하겠습니다.”

“···다시 생각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금우 길드는 단순히 지구에서의 영향력만 강한 것이 아닙니다. 탑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다시금 거절 의사를 표현하려고 할 때, 멀리서 병사들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경비대였는데, 뒤늦게 출동하는 모양이었다.

“이바노프는 경비대와 친분이 두텁습니다. 제가 지금 왜 이 말을 하는지 아시겠죠?”

진동민이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하였다.

나는 그가 그런 말을 꺼낸 의도를 바로 알아챘다.

만약 그의 말처럼 경비대가 이바노프와 친분이 두텁다면?

이바노프를 쓰러뜨린 나는 감옥에 갇힐 수도 있었다.

아마 진동민은 그걸 경고하려는 거 같았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 금우 길드는 탑에서의 영향력이 강합니다. 저희 길드에 들어온다면 이 정도의 사소한 다툼쯤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겁니다.”

“원만하게 해결되면 안 되죠. 이자들은 범죄자인데 말입니다.”

“···예?”

예상치 못한 말이어서 그런 것일까?

진동민이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가 네시아 왕국의 수도에서 소란을 일으켰는가!”

그러던 중 경비대가 바로 근처까지 다가왔다.

나는 그런 경비대를 향해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자들이 소란을 일으켰습니다.”

“미, 민건우 사장님이 여긴 어쩐 일입니까?”

경비대의 반응에 상황을 지켜보던 유저 전체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중 가장 놀란 것은 내 앞에서 ‘탑에서의 영향력’이 어쩌고 하던 진동민이었다.

“이자들이 소란을 일으켜서 제가 나섰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뭐하고 계십니까? 어서 끌고 가지 않고.”

“충!”

내 지시에 병사들은 이바노프를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감옥으로 끌고 갔다.

아마 며칠 정도는 옥살이해야 할 것이다.

‘유저들에게 며칠이란 시간은 굉장히 긴 시간이지.’

이바노프가 다시 감옥에서 나올 때면 이미 그는 한참 뒤처진 상태일 터.

더는 지금처럼 나대지 못할 것이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진동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경비대 병사들을 마치 부하처럼 다루는 모습을 봤는데, 어떻게 영입을 시도하겠는가?

그는 얼굴을 붉히며 말없이 물러났다.

‘시시한 사람이군.’

난 그렇게 별 생각 없이 그를 보냈다.

하지만 뜻밖에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의 이름을 듣게 되었다.

***

“생산직 유저를 금우 길드에 빼앗겼다는 말씀입니까?”

10층에서 아이템 거래는 반쯤 내가 독점하고 있었다.

룬은 잡화점에서만 거래가 이루어졌고 강화석이나 각종 장비 아이템들도 내가 소유한 대장간이나 강화소에서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나는 이 독점을 깨뜨릴 생각이 없었다.

생산직 유저들을 영입하려는 이유도 독점을 위해서였다.

아직 실력은 형편없었지만, 어쨌든 생산직은 생산직이었다.

일반급 아이템의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였고 생산직 유저들은 바로 이 일반급 아이템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어째서인지 다 그쪽으로 가더군. 분명히 좋은 조건으로 계약했었는데 말이야.”

“7:3이었죠?”

“그렇다네. 모든 재료를 지원받고 거기에 순이익 70%를 받는데, 이보다 좋은 계약이 어디 있는가?”

꼭 금우 길드에만 생산직 유저를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생산직 유저들은 자신과 같은 국적의 유저가 세운 길드에 들어가고는 했다.

우리보다 조건이 좋을 수가 없는데도 그러했다.

‘현실의 영향력을 이용한 건가.’

그럴 거 같았다.

당장에 금우 길드만 해도 금우 그룹의 로열패밀리가 세운 길드라고 하지 않은가.

한국 유저라면 쉽게 회유될 수밖에 없었다.

“우선 더 공격적으로 영입해보죠. 카르마라면 우리가 질 리는 없지 않습니까?”

“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영입하자는 말인가? 그러면 손해가 날 것인데···.”

“어차피 잠깐뿐입니다. 시장을 완전하게 독점할 때까지만 손해를 감수하면 될 일입니다.”

“하긴, 시장을 독점한다면 가격이야 우리가 책정하기 나름이긴 하지.”

생산직 유저들이 실력을 기르다 보면 언젠가 탑의 주민을 뛰어넘는 장인이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된다면 시장 지배력도 굳건해질 터.

아이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만 있다면 약간의 손해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

“죄송합니다. 저는 금우 길드에서 받는 대우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생산직 유저를 포섭하기가 쉽지 않았다.

“금우 길드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줄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봤자 일개 대장장이지 않습니까? 저는 그냥 장인이 되는 것보다, 회사의 주주가 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금우 길드는 영리했다.

그들은 주식회사를 만들어 생산직 유저들에게 지분을 나눠주었다.

다른 길드도 이와 비슷하였다.

형태는 달랐지만, 생산직 유저들이 지분을 소유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떤 곳은 아예 생산직 유저가 회사의 사장인 경우도 있었다.

‘이러니 영입이 어려울 수밖에.’

간단하게 보면 안정적인 공기업과 미래가 창창한 스타트업 중 후자를 선택한 격이었다.

당장은 월급이 적고 복지도 안 좋지만, 미래에는 훨씬 성공한 인물이 될 수 있었다.

10층까지 올라온 유저들 중, 야심이 작은 이는 없으니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뿐이군. 저들이 더는 블루오션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게 만들 수밖에.’

미래가 창창하다고 생각하니 지분에 만족하는 것이다.

지분의 가치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폭등할 거라 기대할 테니.

나는 그 기대를 완전히 박살 낼 생각이었다.

“저들이 주로 생산하는 아이템은 무엇입니까?”

“롱소드나 단검처럼 가장 인기 많은 아이템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네. 그리고 그렇게 대량 생산한 아이템을 우리보다 최소 10%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어.”

현재 건우 대장간에서는 다품종을 소량씩 생산하고 있었다.

유저의 직업은 다양했고, 직업이 다양한 만큼 유저가 사용하는 무기의 종류도 많았다.

나는 단 한 명의 유저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유저들이 원하는 모든 종류의 무기를 생산하였다.

하지만 다품종을 소량으로 생산하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롱소드 같은 무기가 수요 예측에 실패하여 매진되는 경우도 많았고.

반면에 경쟁 업체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인기 많은 직업을 5위까지 정하였다.

그리고 그 1위부터 5위에 해당하는 직업의 전용 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하였다.

이러니 수준이 낮아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도 희귀급은 만들지 말고 일반급만 대량으로 만듭시다.”

“희귀급을 배제하자고?”

“예. 가격도 저들보다 무조건 싸게 파는 겁니다.”

우리라고 대량 생산을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희귀급을 포기한다면 다품종 대량 생산도 얼마든지 가능하였다.

물론 여기서 희귀급을 포기한다는 말이, 앞으로 희귀급 이상의 아이템은 생산하지 않겠다는 말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나에겐 드워프가 있다.’

건우 대장간 소속의 인간 장인들은 일반급만 생산하게 하고 드워프가 희귀급과 영웅급을 생산한다면?

그 어떤 유저도 우리와 경쟁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품질은 훨씬 좋은데 가격은 이쪽이 더 쌀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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