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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 켄타로.
나를 발견한 바투루 병사들이 나를 열심히 쫓았다.
하지만 말로 아무리 달려봐야 하늘에 있는 나를 잡을 수는 없었다.
다그닥다그닥!
‘저건 또 어디서 온 병력이야?’
처음 나를 쫓는 바투루 병사는 수백 명 정도였다.
그런데 특수한 방법으로 신호를 보내기라도 했는지, 내가 날아가는 방향에서 새로운 병사들이 출현하였다.
초원을 내려다보면 기병이 초원을 뒤덮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던 중, 몇몇 병사들이 하늘을 향해 시위를 당기는 모습이 보였다.
오틴이 떠 있는 높이를 생각하면 무의미한 짓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건 탑의 주민이 가진 특성의 힘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었다.
휘휘휘휙!
수십 개의 화살이 정확하게 내 쪽으로 날아왔다.
엄청난 거리인데도 전혀 속도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올라가!”
더 높이 떠서 화살을 피하려 하였으나, 너무 늦었다.
이미 몇 발은 오틴의 몸에 박힌 것.
-키아아아악!
오틴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거리가 거리라서 데미지가 많이 경감됐을 텐데도 오틴은 고통스러워하였다.
그 정도로 바투루 병사들의 궁술 실력은 무시무시하였다.
‘무슨 휘니가 수십 명 있는 느낌이네.’
그나마 다행인 건, 모든 병사가 오틴을 노리고 활을 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하긴, 하늘 위에 있는 몬스터를 요격할 수 있는 능력자가 그렇게 많을 리는 없겠지.
[정하윤 - 바깥 상황은 어때?]
마침, 하윤이 나의 상황을 물었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내려 초원의 상황을 확인하였다.
지상에서 오틴을 보면 조그만 점으로밖에 안 보일 것이다.
그런데 바투루 병사들은 그 조그만 점을 어떻게 그리 잘 보는지, 내가 어디로 가도 끈질기게 따라왔다.
몽골인보다도 더 시력이 뛰어난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바투루 병사들이 가지고 있을 특성을 생각하면 몽골인보다 시력이 좋다고 봐야 했다.
‘싸우면 이길 수 있을까?’
살인 페널티를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아무리 살인 페널티가 무서워도 내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았다.
저들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한다면 결국 싸우는 것밖에 방법이 없으리라.
그리고 지금 상황을 보면 저들의 추격은 도저히 뿌리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즉, 싸우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뜻.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너무 많다.’
얼핏 보이는 바투루 병사들의 숫자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00명이 넘었다.
심지어 그것도 끝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인원이 추가되고 있는 상황.
그야말로 초원을 다 덮은 수준이었다.
실로 막막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강해도 저 정도 숫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었다.
일단 궁기병이라는 것부터 문제였다.
저들이 내 무력을 확인하면 원거리로만 승부를 보려 할 것이다.
내가 다가가면 말을 탄 채 뒤로 도망치는, 치고 빠지기 전술을 시도할 테지.
물론, 민첩 스탯이 워낙 높으니 말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도 가능하였다.
하지만 수백, 수천 명의 바투루 병사들이 전부 그런 식으로 공격한다면 체력 스탯이 높은 나라도 금방 한계를 맞이하리라.
‘그렇다고 황금 문 쪽으로 갈 수도 없는 일이지.’
드워프가 있는 지하 도시로 가면 드워프 족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바투루 왕국과의 국력 차이를 생각하면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게 되리라.
사실상 물귀신이 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단순히 생존이 목적이라면 21층으로 향하는 포탈을 타는 게 최선이었다.
설마 포탈을 타면서까지 나를 쫓아올 자는 없을 것이니.
‘하지만 내가 21층으로 갔을 때, 저들이 황금 문을 발견한다면 하윤과 휘니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거야.’
그러던 그때, 문뜩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의 상황을 역이용하자는 그런 생각이.
나는 바로 오틴에게 지시를 내렸다.
“마경으로 가자.”
마경.
인간이 지배하지 못한 대수림이 지금의 나에게는 오히려 활로였다.
물론 바투루 병사들에게는 사지가 될 것이고 말이다.
***
건우는 자신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하윤에게 전하였다.
황금 문 근처로 바투루 왕국의 정찰 부대를 발견했다는 정보를 시작으로 그 정찰 부대가 자신을 쫓기 시작했다는 정보까지.
하윤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제아무리 군대라고 해도 겨우 수백 명이 건우를 어쩔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우를 쫓는 병사의 수가 백 단위를 넘어 천 단위에 이르자 그녀는 위기감을 느꼈다.
“지금 당장 삼촌을 도우러 가야 해요! 여러분이 도와주지 않으면 삼촌이 위험하다고요!”
드워프들을 향해 하윤이 다급하게 말했다.
현재 건우를 쫓는 바투루 왕국 병사들의 수는 대략 3,000.
건우가 어림짐작으로 계산한 수였지만, 설령 계산이 틀렸어도 엄청난 수가 그의 뒤를 쫓는 건 분명하였다.
그녀의 삼촌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 정도의 군대를 상대로는 방법이 없을 터.
하윤이 생각하기로 드워프가 돕지 않으면 건우의 생명이 위험하였다.
“하지만 자네가 말하지 않았나. 민건우를 쫓는 기병이 최소 3,000명이 넘는다고. 우리 전투 인력은 그 정도가 안되네.”
시그마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종족의 운명이 달려있었기에 냉정해질 수밖에 없었다.
“은인이라면서요! 은인을 버리시려는 거예요?”
“아무리 은인이라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은인을 구하겠다고 우리 종족을 멸망시킬 수는 없는 일이니.”
당연하겠지만 이렇게 말하는 시그마의 표정도 썩 좋지는 않았다.
그가 말한 것처럼 그 역시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었다.
드워프가 모든 전사를 동원하면 5,000 정도의 숫자는 만들 수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모든 전사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부족 인구에 절반의 인력을 동원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 5,000명을 무장시킬 장비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아직 마총의 수는 2,000정, 이전까지 사용하던 화승총도 500정뿐이었다.
3,000명에 달하는 바투루 군대에 대항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약한 전력이었다.
적어도 마총의 수를 5,000정까지 만든 이후에야 제대로 된 전투다운 전투를 할 수 있으리라.
[민건우 - 드워프에게 마총 생산에 집중하라고 해줘. 내가 바투루 왕국의 군대를 유인하며 시간을 벌게.]
그때 건우가 보낸 메시지가 왔다.
최초의 파티라는 업적 달성으로 얻은 귓속말 기능이었는데, 하윤은 그 메시지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삼촌은 왜 드워프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려는 거야? 드워프는 삼촌을 버렸는데···.’
감정적인 성격의 그녀로선 건우의 판단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이어지는 건우의 메시지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민건우 - 내가 바투루 군대를 마경에 묶어놓으며 시간을 벌고 있을 테니, 드워프들은 모든 준비가 끝나는 대로 곧장 바투루 왕국의 수도를 치라고 해.]
‘수도를 치라고?’
이른바 빈집 털이를 하자는 건우의 말에 하윤은 깜짝 놀랐다.
가능성은 둘째 치고 파격적이었다.
물론 파격적인 만큼 효과도 클 수밖에 없으리라.
반대로 실패했을 때의 여파도 그만큼 크겠지만 말이다.
***
기마병이 산에 약하다는 건 일반 상식이었다.
그런데 내 뒤를 쫓는 수천 명의 기마병은 전혀 속도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하늘을 날며 이동하고 저들은 풀숲과 비탈진 구릉을 타고 달리는데도 그러했다.
‘하지만 이곳은 마경이다.’
언제까지 내 뒤를 바짝 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크오오오오!
마경의 최상위 포식자, 와이번의 포효가 바로 근처에서 들렸다.
원래라면 이 포효를 듣고 긴장감을 느껴야 했을 것이다.
그 엄청난 크기의 와이번이 달려드는 모습을 떠올리면 2차 전직한 지금도 전혀 만만하지 않았다.
괜히 보스가 아니었던 것.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 와이번의 존재가 반갑게 느껴졌다.
와이번이 공격할 대상은 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오틴을 역소환하였다.
오틴은 얌전히 반지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와이번이 당황하는 모습이 감각으로 느껴졌다.
처음 오틴을 노리고 날아왔다가 갑자기 오틴의 존재감이 사라지니 당황한 것이다.
물론 와이번이 당황한 것은 잠시뿐이었다.
그의 영역에 접근한 건 오틴뿐만이 아니었다.
수천 마리의 짐승과 그 짐승 위에 탄 수천 명의 인간.
와이번은 상대가 누구든 간에 자신의 영역에 침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잠시 와이번의 기척이 멀어지더니 커다란 굉음과 함께 바투루 왕국군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단 한 번의 공격에 최소 수십 명이 당했다.
이것만 봐도 와이번은 무시할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심지어 와이번만 있는 것도 아니지.’
보스는 두 마리가 더 있었다.
아나콘다, 그리고 트롤.
그리고 보스 몬스터가 아니어도 마경에는 위협적인 몬스터가 수두룩하게 있었다.
“리, 리자드맨 군대다!”
“빌어먹을! 도마뱀 따위가!”
한쪽에서는 와이번과 사투를 벌였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리자드맨 무리와 사투를 벌였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시작에 불과하였다.
마경에는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몬스터도 많았다.
당연히 그 몬스터들은 인간의 접근을 용납하지 않을 터.
곧 전쟁이라 부를 만큼 거대한 규모로 몬스터와 인간의 격전이 벌어지게 되리라.
***
콰직!
“히히힝!”
“내 팔이!”
거대한 방망이가 휘둘러지자 사람과 말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지른 사람은 오히려 운이 좋았다.
방망이에 맞은 대부분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무능한 것들 같으니.”
병사들이 죽는 모습을 본 바이칸은 이를 갈았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민건우라는 이름의 유저가 도망치기 전에 반드시 붙잡아야 했다.
그런데 수백에 달하는 그의 병사들이 겨우 몬스터 한 마리에 의해 발이 묶이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겨우 트롤 한 마리 때문에 몇 명이나 죽는 거야!”
트롤이 마경을 지배하는 세 마리의 몬스터 중 하나라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무슨 마왕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
사실 바이칸은 소싯적에 트롤을 몇 번 잡아본 적도 있었다.
바이칸뿐만이 아니라, 바투루 왕국에서 용맹하다는 전사들은 한 번씩 트롤 사냥에 도전하고는 했다.
그래서일까?
겨우 트롤 한 마리를 어쩌지 못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왕의 몸인데도 불구하고 직접 앞으로 나섰다.
“짐이 직접 놈을 잡겠다.”
근위대는 그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존경하는 눈을 보내며 양옆으로 비켜서 길을 열어주었다.
그건 자신감이었다.
자신들의 왕이 겨우 몬스터 따위에게 당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
그리고 그들의 예상대로 바이칸은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부우웅!
엄청난 높이에서 날아오는 트롤의 방망이.
바이칸은 트롤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가만히 선 채 트롤의 방망이를 양손으로 막아냈다.
놀랍게도 바이칸은 제 자리에서 트롤의 공격을 버텼다.
아니, 버티는 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트롤의 방망이를 텁석 잡고는 강하게 잡아당겼다.
그러자 트롤이 앞으로 넘어졌다.
실로 괴물 같은 완력이 아닐 수 없었다.
쓰러진 트롤은 다시 일어서서 저항하려고 했으나, 트롤의 몸에 박힌 수백 대의 화살이 증명하듯 트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쾅!
바이칸이 괴물 같은 완력으로 트롤에게 빼앗은 방망이를 휘두르자, 트롤의 뇌는 그대로 곤죽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제아무리 트롤의 생명력이 강해도 뇌가 박살 난 상태에서 되살아날 수는 없었다.
“와아아아아!”
“바이칸! 바이칸!”
“국왕 폐하 만세! 바투루 왕국 만세!”
환호하는 병사들을 향해 바이칸은 오른손으로 정면을 가리켰다.
“놈을 잡아라! 놈을 잡는 자에겐 만 카르마를 주겠다!”
“와아아아아!”
바이칸은 단순히 명령만 내리지 않았다.
그 역시 민건우를 직접 잡을 생각으로 가장 선두에서 민건우의 뒤를 쫓았다.
‘놈! 내 손으로 친히 네놈을 찢어 죽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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