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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서 나 혼자 재벌-39화 (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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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 켄타로.

[탑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탑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예/아니요.]

마스다 켄타로는 눈앞에 이런 문구가 뜬 순간, 속으로 ‘요시!’를 외쳤다.

그가 기다리던 문구였다.

켄타로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예’를 눌렀다.

그러자 눈앞으로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어둠.

끝없는 어둠이었다.

‘이곳이 심연의 미로라는 곳인가.’

일본 유저들이 1층에서 5층까지의 구간을 흔히 심연의 미로라고 불렀다.

“진짜 왔잖아!”

“탑이다! 나도 이제 초인이 될 수 있어!”

“히든 직업은 무조건 내 거야!”

여기저기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비명은 아니었다.

오히려 흥분에 찬 목소리들이었다.

최초의 유저들이 탑에 들어왔을 때 보인 반응과는 천지 차이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보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그만큼 컸으니.

2기 유저들은 사실상 자의적인 판단으로 탑에 들어온 것이었다.

탑에서 힘을 얻기 위해 탑의 유저가 된 것.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 거 같군. 나는 다를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던 과거의 나 말이야.’

켄타로는 피식 웃었다.

지금은 웃고 떠들며 신난 모습을 보이는 유저들이었다.

하지만 과연 저들이 언제까지 웃고 떠들 수 있을까?

켄타로는 확신하였다.

저들의 웃음은 단 하루도 가지 못할 거라고.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작게 중얼거린 켄타로는 미로를 향해 걸었다.

심연 같은 어둠이 시야를 가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현재 그의 경지는 오러 유저.

체내의 오러를 눈으로 움직이자, 어둠이 사라졌다.

“저기 미로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도 갑시다. 어차피 1층엔 아무것도 없어요!”

그가 앞장서자 다른 유저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파바박!

켄타로는 달렸다.

어둠은 그에게 어떤 장애도 되지 않았기에 달리는 것에도 제약이 없었다.

“뭐, 뭐야. 저 사람?”

“어떻게 미로에서 달릴 수가 있지? 야간투시경이라도 쓴 거야?”

“모, 못 쫓겠어.”

“젠장! 이쪽 경로에 있는 보물상자는 저 사람에게 다 뺏기겠군!”

어떤 유저는 그가 보물상자를 독점할 것을 걱정하였다.

하지만 켄타로는 1층에서 보물상자를 찾는 것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1층 보물상자에서 얻을 것은 룬과 약간의 식량 정도.

이미 정보를 알고 있는 켄타로였기에 비효율적인 행동을 할 이유가 없었다.

2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로에 있는 보물상자만 열어볼 뿐, 남들처럼 악착같이 보물상자를 찾지 않았다.

켄타로에겐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남들이 그토록 바라는 히든 직업조차 큰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그저 검 한 자루를 원할 뿐이었다.

‘그리고 검은 3층부터 나올 좀비들을 잡고 얻으면 될 일이지.’

아니면 유저에게 빼앗던가.

“와, 아직도 2층에 사람이 있었나?”

“행색이 깔끔한데? 뭐지?”

“뭔가 히든 피스 같은 거 발견한 거 아니야?”

“그렇다면 그냥 보낼 수 없지. 먼저 3층에 온 선배로서 말이야. 크크.”

마침 유저가 나타났다.

켄타로에게 적대감을 표출하는 유저가.

“잠시 얘기 좀 하자.”

거지꼴의 유저들은 켄타로의 앞을 막아섰다.

초라한 행색이었으나, 각자 무기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처음 탑에 들어온 유저라면 위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켄타로는 하찮은 것을 보듯, 경멸 어린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유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컥!”

검을 든 유저의 복부를 치고 그대로 검을 빼앗은 켄타로.

서걱! 서걱!

켄타로는 단 한마디도 대화를 나누지 않은 채, 자신의 앞을 가로막던 유저들의 목을 베었다.

3층에선 나름대로 알아주던, 평균 레벨 5인 유저들이 그렇게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였다.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감히 내 앞을 막아?”

그는 자신의 앞을 막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몬스터든, 아니면 인간이든 간에.

***

바투루 왕국의 국왕, 바이칸은 신하들을 향해 노기를 토해냈다.

“아직도 잡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쾅!

신하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는 그냥 왕의 아들로 태어나서 왕이 된 것이 아니었다.

바투루 왕국 최고의 전사가 그였다.

가진 특성만 열 개.

그중 전투 특성은 일곱 개였다.

포효라는 특성도 있었는데 그가 소리를 지르기만 해도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왕을 지키는 근위대조차 왕인 바이칸에게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뭐라고 말을 해봐! 왜 못 잡고 있는지 변명이라도 해보란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폐하!”

“죽여주시옵소서!”

죽여달라 외치는 신하들의 모습을 본 바이칸은 그들의 소원을 들어줄까 진지하게 고민하였다.

만약 그가 술을 마신 상태였으면 진짜 그랬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이성이란 게 남아있는 상태.

“각 부족에 전해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전사를 동원하라고.”

수백 명을 동원하였는데도 찾지 못했다면 수천 명을 동원해서 찾으면 될 일이었다.

바이칸은 이 간단한 이치를 신하들이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에 통탄함을 금치 못하였다.

물론 신하들 입장에서는 겨우 왕자 시해범 하나 쫓겠다고 수천 명이나 동원한다는 발상을 할 수 없었다.

돈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었던 것.

하지만 정작 바이칸이 이 말도 안 되는 의견을 내세울 때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바이칸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땅딸보 놈들, 그놈들도 다시 확인해보도록.”

“드워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폐하?”

“그래. 놈들이 있는 곳으로도 전사들을 보내라. 혹시 놈들이 일을 저지른 것일 수도 있으니.”

바투루 왕국이라고 황금 문의 존재를 모르지 않았다.

황금 문 안으로 어떤 종족이 피신했는지 역시 알고 있었다.

지금껏 그 황금 문을 가만히 놔뒀던 것은 단지 황금 문을 부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바투루 왕국이 황금 문을 못 부수는 거지, 드워프가 황금 문을 못 부수는 것은 아닐 터.

하여 바이칸은 드워프가 왕자 시해범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

재정비를 마치고 하윤, 휘니와 함께 다시 20층으로 돌아왔다.

참고로 재영이는 여전히 미트 골렘을 잡는 중이었다.

이제 휘니 없이 혼자서도 잡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던 것.

‘재영이도 25레벨을 넘기면 20층으로 데리고 와야겠어.’

아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미트 골렘만 잡으면 금방 레벨이 오를 테니까.

벌써 20레벨을 넘긴 것만 봐도 그랬다.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어!”

처음 만났을 때는 적대감으로 가득했던 드워프 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종족의 은인처럼 대하였다.

‘따지고 보면 종족의 은인이 맞기도 하지.’

빛이 안 들어오는 지하 도시에서 천천히 몰락하던 드워프 족이었다.

하지만 나를 만난 순간 그들에게 희망이란 것이 생겼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게 되리라는 희망이.

“마총은 충분한 만큼 생산하셨습니까?”

내가 10층에 있는 동안 드워프 족은 마총 생산에 총력을 다하였다.

참고로 폭발 룬을 감당할 마총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였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마총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뿐.

“2,000정을 생산하였네. 전투 인원 중 절반 가까이 무장시킬 수 있는 양이지.”

“그새 2,000정이나 생산하였습니까?”

놀라웠다.

마총을 개발한 시간까지 고려하면 겨우 나흘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다.

나흘 동안 수천 정의 마총을 생산하다니.

이 정도면 공장을 돌리는 수준이 아닌가 싶었다.

‘괜히 장인 종족이 아닌 건가.’

심지어 마총만 생산한 것이 아니었다.

“이 장비들은 그대와 그대의 동료들 것이네.”

드워프들은 우리가 착용할 아이템까지 만들어주었다.

하윤이 사용할 검, 휘니가 사용할 총, 그리고 세 명분의 갑옷들까지.

물론 이 모든 아이템은 영웅급이었다.

그들이 가진 마정석을 사용하여 우리의 아이템을 제작해준 것이다.

“엄청나군요.”

“와, 이게 내 검이야?”

“너무 좋다.”

하윤과 휘니도 무척이나 만족한 기색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영웅급 아이템에 외관까지 훌륭하였다.

<탈리스 투구>

[아이템 설명 : 달인, 탈리스가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한 투구.]

-등급 : 영웅급

-방어력 : 42

-아이템 효과 : 체력 +20, 수중 호흡(물속에서 호흡이 가능하다.)

<시그마 갑옷>

[아이템 설명 : 달인, 시그마가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한 갑옷.]

-등급 : 영웅급

-방어력 : 45

-아이템 효과 : 내구 +8, 근력 +8, 민첩 +5, 가시(공격한 상대에게 일정 데미지 부가한다.)

<솔베르 바지>

[아이템 설명 : 달인, 솔베르가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한 바지.]

-등급 : 영웅급

-방어력 : 43

-아이템 효과 : 민첩 +10, 체력 +5, 근력 +5, 자가 복원(바지의 내구성이 자동으로 수리된다.)

<라그나 신발>

[아이템 설명 : 달인, 라그나가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한 신발.]

-등급 : 영웅급

-방어력 : 40

-아이템 효과 : 민첩 15+. 내구 3, 수상 보행(물 위를 달릴 수 있다.)

옵션들도 훌륭하였는데, 모든 아이템을 착용하면 스탯이 거의 100 가까이 상승하였다.

각 아이템에 달린 스킬까지 고려하면 우리 파티는 엄청난 전력 상승을 이룬 셈이었다.

‘가장 좋은 점은 강화가 무려 8강까지 스트레이트로 가능하다는 거지.’

아이템 설명에는 장인의 등급이 적혀 있었다.

장인, 명인, 달인 순이었다.

이게 의미 없는 설명이 아니었는데, 강화가 몇 강까지 파괴되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영웅급 아이템을 예로 들면, 장인 등급은 6강까지 파괴 확률이 없다.

가장 낮은 등급인 장인이 6강까지이니, 명인은 7강, 달인은 8강까지 강화 실패 시 파괴되지 않았다.

“자네가 부탁한 대로, 희귀급 아이템도 많이 만들어두었네. 일단 100개를 준비했는데 보겠나?”

검, 창, 도끼···.

다양한 형태의 무기들이 보였다.

나는 그 아이템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이들이 손쉽게 만든 아이템들은 10층에선 못 구해서 안달 내는 아이템이었다.

랭커들이 명인과 달인 등급의 아이템을 모두 사들인 덕에 희귀급 아이템은 장인급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역시 드워프 종족을 내 편으로 삼은 건 최고의 선택이었어.’

***

마총에 마법회로를 새기는 작업은 금방 끝이 났다.

드워프들처럼 망치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스킬만 쓰면 되기 때문이었다.

내 마력 스탯도 워낙 높아서 순식간에 2,000정의 마총에 마법회로를 새길 수 있었다.

탕! 탕! 탕!

휘니가 마총을 사용하였다.

물론 내 마법회로가 새겨진 마총이었다.

“어때?”

그녀가 묻자, 나는 엄지를 들어 올렸다.

“나도 이제 활약할 수 있어?”

“물론이야.”

드워프들이 제작한 대부분의 마총은 일종의 양산품이었다.

그나마 내 마법회로의 영향인지, 전부 희귀급이긴 했다.

하지만 어떤 아이템 효과도 달려 있지 않았다.

반면 휘니의 마총은?

영웅급 아이템으로 막강한 공격력에 급속 충전이라는 스킬까지 달려있었다.

급속 충전은 말 그대로 마법회로에 필요한 마나를 급속도로 충전해주는 스킬이었다.

이 옵션 덕에 그녀의 마총은 마나가 허락하는 한, 연발 사격이 가능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은 원거리 사격이 가능하다는 것.

‘저격수가 되면 최고겠어.’

아마 웬만한 적들은 이제 우리 파티 근처로는 접근도 못 하지 않을까 싶었다.

안 그래도 최고의 저격수였던 휘니에게 더 좋은 무기가 생겼으니 말이다.

부우웅! 부우웅!

하윤이가 검을 휘두르는 모습도 보았다.

휘니의 마총이 일격필살 용이라면, 하윤의 검은 적에게 디버프를 가하는 옵션이 달려있었다.

출혈이라는 스킬인데, 상대에게 지속적인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파티 전력이 상당히 강해졌는데?’

강화만 잘하면 30층의 보스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

“잠시 정찰 좀 다녀올게.”

나는 20층의 상황 좀 파악할 겸, 오틴을 타고 황금 문밖으로 나왔다.

바투루 왕국의 수도 근처도 한번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나는 황금 문 근처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보았다.

‘왜 이쪽에 바투루 왕국의 병사들이 있는 거지?’

수백 명의 기병이 평지를 달리고 있었다.

황금 문에서 불과 몇 km 안 떨어진 거리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 기병들은 바투루 왕국의 병사들이었다.

‘여기서 나를 발견했다고?’

나는 흠칫 놀랐다.

초원을 달리던 기병 몇 명이 갑자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뭐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그들이 가리킨 하늘에는 바로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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