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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워프 코인.
그리고 모든 건 내 예상대로 돌아갔다.
나도 간간이 미트 골렘을 잡으러 갔지만, 나 혼자 벌어들이는 룬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룬 조각을 100개 벌 동안 잡화점에서는 룬 조각 아홉 개로 만드는 룬을 100개 아니 그 이상을 벌어들였다.
나를 대신하여 상인 노릇하고 있는 하윤도 현재 저층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저층의 유저들이 그동안 룬 조각을 얼마나 많이 모아뒀던 것인지, 한번 갈 때마다 룬 조각 수백 개씩 가져왔다.
룬 감정을 하느라 내 마력이 거의 다 소모될 정도였다.
참고로 룬을 감정하면서 성좌 룬도 하나 나왔다.
정신 보호라는 일종의 패시브 스킬이 달린 성좌 룬이었다.
스킬보다는 무려 행운을 올려주어서 착용하고 있었다.
‘사냥은 무슨 사냥이냐. 그냥 룬 까기나 하자.’
워낙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룬이 많다 보니, 사냥할 시간에 룬을 분해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휘니 여관에 자리를 잡고 룬 까기를 시작하였다.
현재 내가 보유한 룬의 개수는 1,272개.
잡화점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유저들에게 룬을 사들이고 있었으니, 아마 잡화점의 것까지 합하면 1,500개 이상일 것이다.
일개 개인이 보유했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개수였다.
애초에 이렇게 많은 룬을 보유할 필요도 없었다.
최하급 룬 100개만 있어도 그 룬에 해당하는 스탯이 20까지 올라갔다.
성좌 룬 말고는 행운을 올려주는 룬은 따로 없었으니 사실상 600개만 모여도 모든 스탯을 20까지 올릴 수 있다는 뜻.
최하급 룬을 1,200개나 모으는 것은 그야말로 비효율의 끝판왕이었다.
‘하지만 막상 룬 까기를 시작하면 이것도 그리 많게 느껴지지는 않을 거야.’
이미 나는 수백 개의 룬이 단숨에 사라진 경험을 겪은 적이 있었다.
룬 문자를 모으는 작업은 그 정도로 룬 소모가 엄청났다.
다른 유저였다면 아마 일정 시기까지는 히든 직업이 절대 히든 직업처럼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운이 좋아 쓸 만한 룬 문자를 얻는다면 쉽게 돈 버는 것은 가능할 테지만 말이다.
“분해.”
어쨌든 더 미룰 이유는 없었기에 나는 룬을 들고 스킬을 사용하였다.
분해라는 스킬이었다.
파사삭!
멀쩡하던 룬이 잘게 부서졌다.
룬 조각 다섯 개와 룬 문자 하나만 남기고 사라졌다.
무슨 룬 문자를 얻었나 했더니, 하필 중복 룬 문자였다.
예상했던 일이기에 바로 같은 작업을 반복하였다.
분해를 수십 번이나 썼지만, 지겨울 정도로 아무것도 안 떴다.
이럴 때면 나는 행운 스탯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느끼고는 하였다.
압도적인 행운 스탯을 가졌는데 실패가 이리 많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분해, 분해, 분해···.
수십 번을 넘어 수백 번이 이어지는 동안 얻은 룬 문자는 13개.
‘그런데 조합이 안 되는군.’
룬 문자라고 다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설령 조합이 된다고 해도 의미 없을 때가 있었다.
이를테면 치유에 해당하는 룬 문자를 모은 적이 있었는데, 속된 말로 똥망 가성비였다.
치유 룬 문자를 새긴 아이템을 만든다면 마력에 모든 스탯을 찍은 유저들도 잔 상처밖에 치료하지 못할 것이다.
‘설마 쓸 만한 것이 하나도 안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
1,000개가 넘는, 카르마로 따지면 5만 카르마 어치의 룬이었다.
그런 엄청난 양의 룬을 분해하고도 쓸 만한 룬 문자를 얻지 못한다면 말이 되지 않았다.
진짜 그렇다면 더는 행운 스탯을 올리려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살인 페널티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고.
하지만 다행히 이번에도 내 행운 스탯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마침내 떴다.
조합할 수 있는 룬 문자가.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개가 거의 동시에 말이다.
***
‘시야 공유 그리고 이동속도 증가인가.’
일단 이동속도 증가의 경우, 여러 곳에서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시험해보니 신발에다 이동속도 증가라는 룬 문자를 새기고 마나를 사용한다면 정말 이동속도가 증가하였다.
심지어 그렇게 증가한 이동속도는 패시브 스킬보다 좋은 수준.
다만 아쉬운 것은 전투 중에 쓸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스킬을 사용하면 저절로 효과가 사라졌던 것.
물론 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동할 때만 써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팔 수도 있지.’
신발에다 이 마력회로를 새긴다면?
유저 입장에선 꽤 유용한 옵션이 하나 생기는 셈이었다.
물론 아직은 나처럼 마나를 사용할 줄 아는 유저가 없어서 살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다.
이동속도 증가 마력회로에 관해 효과를 확인한 나는 그다음 마력회로에 관심을 두었다.
바로 시야 공유라는 마력회로였다.
이 마력회로의 효과는 말 그대로 시야를 공유하는 것이었다.
아직 확인은 못 했지만, 아마 분신과 내가 시야를 공유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가 아닐까 싶었다.
‘일종의 감시 카메라처럼 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 마력회로의 효과를 알게 된 순간,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야를 공유한다고 해서 꼭 사람과 공유하란 법은 없었다.
지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CCTV.
탑에 바로 그 CCTV를 설치하면 어떨까 생각하였다.
만약 감시 카메라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면 이것으로 수도 전체를 감시하는 것도 가능하였다.
물론 탑의 주민을 감시하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감시 카메라가 주로 설치될 장소는 모험가 거리가 될 터.
당연히 유저들이 주 감시 대상이었다.
“안 되는군.”
하지만 아쉽게도 감시 카메라를 만드는 건 실패로 끝이 났다.
아이템에 마력회로를 새겨도 시야 공유가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몇 번 시험해본 결과, 일반 아이템에는 무언가를 보는 능력이 없어서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아마 안경이나 망원경 아이템만이 시야 공유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 사람에게는 될까?’
만약 사람에게 통한다면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모험가 거리에는 ‘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적게 잡아도 수백 명이나 있었다.
이들의 눈을 내가 공유받을 수 있다면 쓸 곳이 많았다.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나는 지미를 불렀다.
이런 실험을 하기에 지미만큼 적합한 인재가 없었다.
“가만히 있어 봐.”
“예?”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마력회로를 사용하였다.
시야 공유의 효과가 담긴 마력회로를 새긴 것인데, 말이 공유지 형태를 바꿔서 나만 일방적으로 지미의 시야를 볼 수 있게 하였다.
마력회로에서 특정 부분을 넣거나 빼면 이렇게 효과를 조금씩 조정할 수 있었다.
“무엇을 하신 겁니까?”
그가 찜찜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나는 대답 대신 마력을 사용하였다.
참고로 내 몸에도 지미와 닮지만 조금 다른 형태의 마력회로를 새긴 상태.
바로 그 마력회로가 내 마나에 반응하였다.
‘보인다!’
순간, 나는 거울을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갑자기 정면으로 나 자신이 보였던 것.
나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감각이었다.
분신과 시야 공유를 할 때도 이랬었으니까.
“뭔가 느껴지냐?”
“음······.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눈도 가려운데, 혹시 저에게 뭔가를 한 겁니까?”
내 앞에서 얼굴을 찌푸리는 걸 보니 기분이 썩 유쾌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기분은 중요하지 않았다.
시야 공유가 사람에게 통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게 중요하였다.
이제 나는 언제든 지미의 눈을 이용할 수 있었다.
사실상 인간 CCTV가 생긴 격이었다.
물론 거리에 따라 마나 소모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몇 명에게 시야 공유를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했다.
‘그나저나 사람한테 먹힌다는 건 확인했는데, 오틴에게는 어떨까?’
문뜩 소환수의 존재가 떠올랐다.
시야 공유의 효과를 더욱 확실하게 파악하려면 오히려 이쪽이 나을 수도 있었다.
지미를 돌려보낸 나는 옥상으로 올라가 오틴을 불렀다.
오틴에게 마력회로 스킬을 사용하자, 꽤 많은 양의 마나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더니 오틴의 몸에 마력회로가 새겨졌다.
그러곤 마나를 사용하였다.
“됐다!”
소환수에게도 시야 공유가 통한다는 걸 확인한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틴이 하늘로 올라가면 수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즉, 나는 수도를 감시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뜻이었다.
***
‘꼭 수도만 감시할 필요는 없지. 10층에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구역은 많아. 히든 피스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
20층의 황금 문 같은 게 10층에도 있을 수 있었다.
“서쪽 끝까지 날아가. 더 갈 수 없는 데까지. 알았어?”
-키아아악!
오틴을 서쪽으로 정찰 보냈다.
물론 정찰 성과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10층에서 얻어먹을 게 더 뭐가 있을까?
히든 피스를 얻는다고 해도 지금의 내게는 소소한 보상일 게 분명하였다.
그저 시야 공유의 한계만 알아내면 그것만으로도 이득이었다.
‘역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마나 소모가 커지는군.’
나에게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워낙 마력 스탯이 높기 때문이었다.
다만 시야가 조금씩 흐려지는 것은 신경 쓰였다.
마나 소모와는 별개로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면 시야 공유가 안 먹힐 거 같았다.
아마 층이 달라지면 아예 시야 공유를 못 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정도면 웬만한 건 다 알아낸 거 같은데?’
나는 슬슬 오틴에게 귀환하라는 명령을 내리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 오틴의 시야로 무언가가 보였다.
사람, 그것도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천자쥔.
천자쥔이 자신의 파티와 함께 누군가를 쫓는 모습이 오틴의 시야에 보였던 것.
“아직도 파티가 유지되다니. 신기하네.”
한때 랭커였으나 지금은 현상수배범이 된 천자쥔.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의 탓을 하며 내부 분열을 겪고는 했다.
나였어도 사실 천자쥔을 탓했을 거 같았다.
왜 애꿎은 일을 벌여서 파티 전체를 도망자 신세로 만든단 말인가.
하지만 천자쥔 파티는 멀쩡히 유지되는 것처럼 보였다.
숫자도 그대로였다.
천자쥔의 리더십이 범상치 않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누구를 쫓는 거지?’
별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쫓기는 사람이 10대 후반처럼 보였지만 그 역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젠 사실 천자쥔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다.
처음 그가 나를 공격했을 때도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었다.
여덟 명 전부가 달려들었는데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격차는 더 벌어지면 벌어졌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지금은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유저들에게도 한참 밀려난 상태.
10층에서 그리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한국 유저들에게도 아마 밀리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천자쥔이니 나는 그가 무엇을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새로운 몬스터잖아?’
하지만 천자쥔이 향하는 경로에 있는 무언가를 본 순간, 나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냥 새로운 몬스터여도 천자쥔에게 주는 것이 아깝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오틴의 시야로 보이는 그 몬스터는 아무리 봐도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높은 하늘에서 날고 있는 오틴의 존재를 알아보고 적대감을 표출한 것만 봐도 그랬다.
‘중간 보스다.’
난 확신했다.
저것은 중간 보스라고.
그리고 만약 저 몬스터가 중간 보스가 맞는다면 절대 천자쥔 무리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
미트 골렘만큼은 아니지만, 중간 보스에서 젠 되는 아이템들은 가치가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격의 증표가 드랍될 수도 있지.’
자격의 증표는 내가 독점해야 할 아이템이었다.
그런 아이템을 천자쥔 따위에게 뺏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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