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35화 (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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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워프 코인.

    “와, 카르마 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비싼데?”

    “미친! 내가 하루에 못 해도 50 카르마는 버는데, 그럼 내 하루 수입이 1,000달러라는 거야?”

    오크 한 마리를 잡으면 대략 8에서 10 사이의 카르마를 얻었다.

    100마리만 잡아도 800에서 1,000 사이의 카르마를 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랭커로 구성된 파티라면 하루에 최소 100마리의 오크를 잡고는 했다.

    n분의 1로 나눈다면 아무리 못해도 인당 100 카르마를 번다는 의미였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랭커들 기준이었다.

    평균으로 따지면 인당 50 카르마 정도였다.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1,000달러, 한화로는 100만 원이 조금 넘었다.

    “카르마 하나가 비싸 봐야 만 원일 줄 알았건만, 그 두 배라니.”

    “나는 카르마를 사려고 했는데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내가 가진 것만 팔아도 500만 원인데!”

    “코인의 가치가 낮아질 수도 있어. 그러니 빨리 팔자.”

    생각했던 것보다 카르마의 가격이 비싸다고 느꼈던 것일까?

    유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카르마를 팔기 시작하였다.

    누군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코인의 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기에 서두른 것이다.

    “여기요. 100 카르마. 드워프 코인이란 것은 어디서 받을 수 있죠?”

    “계좌를 말씀해주시면 그 계좌에 100개의 드워프 코인을 보내겠습니다.”

    “암호화폐 지갑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카르마를 지구의 화폐로 교환하는 과정은 꽤 번거로웠다.

    암호화폐 지갑을 만들어야 하는 것부터 그랬다.

    환전소에서 임시로 계좌를 만들어준다고 해도 100% 신용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돈을 향한 욕심은 엄청난 인내심을 가져다주었다.

    “이 모든 게 사기라면 어쩌지? 지구에 가면 24시간 동안 못 돌아오잖아.”

    “뭘 어째. 여긴 탑이잖아.”

    “하긴. 지구라면 모를까, 탑에서 사기 치는 미친놈은 없겠지. 우리 유저들을 상대로 말이야.”

    간혹 사기일 수도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으나, 의외로 사기를 걱정하는 유저는 많지 않았다.

    뒤통수를 치려다가 진짜 물리적으로 뒤통수가 깨지는 곳이 탑이었다.

    이렇게 많은 유저를 상대로 사기를 칠 사람은 없으리라.

    그렇기에 유저들은 카르마를 파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

    랭커들조차 카르마를 팔았다.

    나중에 드워프 코인의 가격이 내려가면 그때 다시 사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모두가 카르마를 팔고 드워프 코인을 살 때, 반대의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연재였다.

    “카르마 1만 개를 사겠습니다.”

    유저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카르마 1만 개면 한화로 무려 2억.

    실로 엄청난 액수였다.

    “엄청난 부자인가 본데.”

    “대박이다. 저 사람이 1만 카르마를 사면 단숨에 랭커 되는 거 아니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떤 유저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듣보잡 유저였던 이연재다.

    그런데 1만 카르마를 사겠다고 선언한 그 순간, 이연재는 랭커로 불렸다.

    1만 카르마면 룬만 사들여도 4개의 스탯을 10씩 올리는 게 가능하였다.

    평균 스탯이 20 가까이 되는 셈이니, 스탯만으로 랭커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더 가성비 좋게, 장비를 맞추고 강화까지 바른다면 그냥 평범한 랭커를 넘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랭커가 될 수도 있으리라.

    ***

    지구에 있는 건일의 시야로 암호화폐 지갑을 확인하였다.

    이연재라는 유저가 방금 막 코인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진짜 들어왔군. 드워프 코인 1만 개가.’

    카르마를 사들일 것만 생각했지, 설마 팔게 될 줄은 몰랐다.

    일부러 비싼 가격으로 사들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 사이 드워프 코인의 가격이 25달러로 올랐기 때문이다.

    ‘평단가 5,000원을 주고 산 드워프 코인이 2만 원 이상 오른 격이야.’

    단순하게 따지면 400%가 넘는 수익이었다.

    20억이란 돈이 100억에 가까운 돈이 되었다는 것.

    하지만 실질적인 수익은 그 이상이었다.

    드워프 코인을 발행하는 업체가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드워프 코인을 무한대로 찍어낼 수 있으니 이론상 내 돈도 무한이었다.

    “전업 투자자일 때는 100억만 모아도 은퇴할 생각이었는데, 들고 있는 코인만으로 100억을 찍어버렸군.”

    100억?

    이제는 큰돈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내 자산은 가만히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무서운 속도로 말이다.

    ***

    코인 갤러리에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드워프 코인 2억 풀매수 했다. 야수의 심장 ㅇㅈ?>

    [이 새끼 자선사업가네 ㅋㅋㅋㅋㅋ]

    [생긴 게 드워프 같아서 산 거?]

    [이건 또 뭔 개듣보잡 코인이냐.]

    처음 이 게시글이 올라왔을 때 댓글 반응은 비웃음으로 가득했다.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코인을 2억 원 치나 샀다고 하니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며칠 뒤.

    드워프 코인과 관련된 또 다른 게시글이 올라왔다.

    <어 미친 드워프 코인 갑자기 2만 원으로 올랐는데? 이거 뭐임?>

    불과 며칠 전까지는 몇백 원밖에 하지 않았던 코인이다.

    그런데 겨우 며칠 만에 무서운 속도로 올랐다.

    이틀 전에 만 원을 찍더니, 기어코 오늘 2만 원까지 오른 것.

    드워프 코인이 엄청나게 상승하자, 처음 올라온 게시글의 댓글 반응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ㅁㅊ 소으으름.]

    [성지순례 왔습니다.]

    [만 원 보냈다. 다음에 오르는 종목 발견하면 알려줘라.]

    [아 오천일 때 사려고 했었는데.]

    [좆고수네.]

    [10만 원만. 돈가스 시켜 먹게.]

    [고맙다.]

    [어떤 큰손이 사재기 한 거냐 이거? 아무리 봐도 몇십억은 쓴 거 같은데?]

    하지만 드워프 코인의 상승세는 2만 원으로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호재가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탑에서 유일하게 환전할 수 있는 코인이 드워프 코인임 ㅇㅇ>

    [ㅅㅂ 요즘 탑 이야기 존나 많은데 코인 갤러리에서도 나올 줄 몰랐네.]

    [유행에서 뒤처졌네 ㅋㅋㅋ 탑을 모른다고?]

    [근데 이거 팩트 맞음? 팩트면 무조건 들어감.]

    [ㄹㅇ. 나도 탑 등반자 될 건데, 이거 사두면 초반 성장 개쉽겠다. ㅋㅋㅋㅋㅋ]

    [게임과 현실 구분 못 하는 놈들 왜 이리 많아. ㄷㄷ]

    사람들은 여전히 탑의 존재를 부정하였다.

    아무리 지구로 귀환한 유저들이 떠들어대도 의미는 없었다.

    심지어 스킬을 사용한 범죄가 나오는 상황인데도 그러했다.

    그만큼 사람들의 인식은 잘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탑의 존재를 믿는 일부 사람.

    그 일부 사람이 드워프 코인의 가격을 상승세로 이끌었다.

    아니, 탑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일단 드워프 코인을 사들였다.

    이만큼 명확한 호재를 가진 코인이 최근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한테 이천 빌려서 다 넣었다. ㅅㅂ ㅋㅋㅋ]

    [내가 장담하는데 100만 원 간다. 영혼 팔아서라도 넣어야 함]

    [이번이 마지막이다. 제발!!!]

    코인 갤러리의 게시글은 어느새 드워프 코인과 관련된 게시글로 도배되었다.

    그만큼 드워프 코인은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주었다.

    ***

    건일을 통하여 지구의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혀를 내둘렀다.

    ‘사람들이 완전히 미쳤군.’

    탑과는 전혀 무관한 자들이 드워프 코인을 사들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광기라고밖에 생각하기 어려웠다.

    내가 일부러 드워프 코인의 가치를 20달러, 한화로 2만 원까지 올린 게 불과 어제였다.

    그런데 탑에서 환전소가 만들어지자마자 드워프 코인은 엄청난 기세로 폭등하였다.

    30달러는 한참 전에 뚫었고 지금은 50달러를 넘어선 상태.

    ‘만약 이대로 2기 유저들까지 탑에 들어온다면 100달러를 넘어 수백 달러까지 갈 수도 있겠어.’

    아무런 가치가 없는 다른 코인조차 수백, 수천만 원까지 시세가 형성되고는 했다.

    하지만 드워프 코인은?

    무려 탑의 재화와 교환할 수 있는 코인이었다.

    코인 투자자들이 역대급 코인이라 말하는 게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여기에 탑의 실체가 인정되기만 한다면 코인 투자자들의 망상 같은 예언은 현실이 되리라.

    물론 내 눈에는 그 모든 게 광기로만 보였지만 말이다.

    ‘카르마를 많이 팔아줘서 좋긴 한데···. 이건 좀 과하긴 해.’

    10층 유저들은 현재 너나 할 것 없이 카르마를 팔고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루만 사냥하면 드워프 코인을 아무리 못해도 30개는 벌었다.

    그새 드워프 코인의 가격이 50달러를 넘겼으니 카르마 30개는 1,500달러.

    한화로 150만 원의 수입을 거두는 것이다.

    탑에서는 지구와 정반대로 드워프 코인의 가치가 곧 낮아질 거라는 헛소문이 돌고 있었기에 카르마를 파는 것에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지금껏 환전소에서 유저들에게 벌어들인 카르마만 10만 카르마에 가까울 정도였다.

    10만 카르마면, 내가 기존에 보유한 카르마의 총합과 거의 비슷한 수준.

    탑이나 지구나 미친 것은 마찬가지인 거 같았다.

    ‘여기서 더 비싸지면 아무도 카르마를 사려고 하지 않을 거야. 내 입장에서 썩 좋은 일은 아니지.’

    카르마를 많이 모을 수 있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거품은 언젠가 터지는 법.

    이런 식으로 드워프 코인의 거품이 커진다면 후폭풍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거품이 붕괴한 이후에는 누구도 드워프 코인을 신뢰하지 않게 되겠지.

    당연히 환전소도 불신하게 될 것이다.

    “70달러를 넘어가면 만 개씩 던져.”

    그래서 난 건일을 시켜 유저들에게 사들인 코인을 시장에 던지라고 주문하였다.

    어떻게든 드워프 코인의 가치를 하락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돈도 벌게 될 것이고.

    ‘그래도 어쨌든 처음 목표했던 대로 돈은 충분할 만큼 벌겠어.’

    평단가 5,000원에 주고 산 드워프 코인이었다.

    이걸 7만 원, 아니 그 이상에 판다면 그것만으로도 1,000% 이상의 수익이었다.

    아예 드워프 코인을 찍어낼 수도 있었으니 이제 돈이 부족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것은 카르마지.’

    돈의 가치는 이전만 못 했다.

    조 단위의 돈을 벌어도 크게 기쁘지 않으리라.

    나에게 중요한 것은 돈보다 카르마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유저들로부터 상당한 양의 카르마를 모은 상태.

    “카르마를 어디다 쓸지 생각해봐야겠는데.”

    환전소의 이익으로 거둔 10만 카르마와 내가 보유하고 있던 10만 카르마.

    이렇게 총 20만의 카르마가 있었다.

    20만이 넘는 카르마.

    이 엄청난 카르마로 뭘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정답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뻔하다면 뻔한 일이었다.

    내 직업은 마도 공학자.

    마도 공학자로서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룬이 필요하였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룬이.

    “하윤아. 6층에 좀 갔다 와줘.”

    “6층에 갔다 오라고? 나 방금 20층 갔다 왔는데?”

    공간술사로 2차 전직한 하윤.

    2차 전직하면서 생긴 스킬 덕에 그야말로 운반책의 적임자가 되었다.

    특히 아공간이란 스킬이 그랬다.

    크기가 작든, 크든 똑같이 하나로 처리하는 인벤토리와 다르게 아공간 스킬은 크기가 작은 아이템이면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었다.

    집 하나 크기의 아공간을 통째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10층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에 그녀에게 10층과 20층을 오가라고 지시하였다.

    현재 드워프는 자원 부족을 겪고 있었는데, 부족한 자원을 내가 지원하는 10층의 자원으로 충족하고 있었다.

    자원이 넉넉한 10층에서는 드워프가 원하는 자원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수료 많이 떼줄게.”

    “얼마?”

    “10%”

    엄살을 부리던 하윤은 내 한마디에 눈빛부터 달라졌다.

    수수료 10%의 위력은 그만큼 강력했다.

    “룬 조각을 사면 되는 거지?”

    “직업 카드도 파는 사람 있으면 구해오고.”

    “알았어. 근데 저층에서도 룬이 비싸다는 소문이 돌아서 예전 가격으로는 못살 거야.”

    그럴 것이다.

    저층의 유저들은 단지 정보가 부족할 뿐, 절대 바보는 아니었다.

    내가 계속 룬 조각을 수집했고 지금쯤 룬을 제작한 유저도 적지 않을 터.

    당연히 룬의 가치는 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이득을 보았기 때문이다.

    ‘수백 개의 룬을 30%의 가격에 샀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앞으로 이득을 챙기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4 카르마, 아니 5 카르마까지 줘.”

    “룬 조각 하나를 5 카르마에 사라고? 아니, 그거는 거의 원가에 가까운 가격 아니야?”

    “원가는 어차피 우리가 만드는 거니까. 잡화점에서 취급하는 가격도 올리면 그만이야.”

    잡화점에서의 룬 가격도 조정할 생각이었다.

    팔 때는 100 카르마, 살 때는 50 카르마로 말이다.

    아마 이러면 유저들은 웬만해서는 룬을 사지 않을 것이다.

    가성비가 지나칠 정도로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룬을 사느니 장비 맞추고 만다는 소리가 나오는 중이었다.

    강화석의 효과도 조금씩 입증되고 있어서 장비 예찬론자가 더 늘어난 상태.

    이런 상황에서 룬의 가격까지 오른다?

    오히려 룬을 모아둔 사람들도 잡화점에 내던지고 그 돈으로 장비를 사들일 터.

    나는 쉽게 룬을 독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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