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33화 (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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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종족과 만나다.

마도 공학자의 핵심 스킬은 마력회로였다.

이 마력회로란 스킬을 사용하여 각종 아티팩트를 생산할 수 있었다.

자본만 충분하다면 탑 내부에 현대 문명 못지않은 문명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였다.

단, 자본 외에도 하나가 더 필요하였다.

바로 룬 문자였다.

룬 문자를 알아야지만, 원하는 마력회로를 새길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현대의 전등 같은 아티팩트를 만들고 싶다면 ㅈ/ㅓ/ㄴ/ㄷ/ㅡ/ㅇ에 해당하는 룬 문자를 알아야 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예일 뿐이다.

진짜 전등을 만들려면 한글처럼 6개의 문자가 아닌, 훨씬 더 많은 룬 문자가 필요하였다.

그리고 바로 이 룬 문자를 얻기 위해서는 한 가지 스킬이 있어야 했다.

분해라는 스킬이었다.

분해 스킬을 사용하면 말 그대로 아이템이 분해되었다.

만약 룬을 분해하면 무작위로 룬 문자를 얻을 수 있었다.

‘폭발에 해당하는 룬을 얻다니. 운이 좋았지.’

내가 가진 거의 모든 룬을 분해하였다.

갯수로 따지면 500개가 넘었다.

룬의 가격을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소비가 아닐 수 없었다.

인기에 따라 다르지만, 최하급 룬의 평균 가격은 50 카르마.

500개면 대략 25,000 카르마였다.

아무리 모험가 거리의 매출이 높더라도 25,000 카르마는 절대 작은 금액이 아니었다.

하지만 후회되지는 않았다.

충분한 값어치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건일에게 마력회로를 사용하였다.

상당한 양의 마나가 몸속에서 빠져나가면서, 건일의 몸에 ‘폭발’이라는 마력회로가 새겨졌다.

“저건 무슨 스킬이지? 완전히 처음 보는 스킬인데 말이야.”

하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물론 마력회로를 보고 놀란 것이 아니라, 분신을 보고 놀란 것이었다.

“일단 뒤로 물러나시죠. 곧 폭발이 있을 겁니다.”

“폭발이라고?”

건일은 나의 지시에 따라 황금 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현재 그는 시한폭탄이나 다를 게 없는 몸.

내 지시가 떨어지면 바로 마나를 발현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새긴 마력회로는 그 마나에 반응하여 폭발을 일으킬 테지.

‘분신을 이용한 폭발은 트롤도 한 방에 죽이는 위력을 보여줬었지.’

폭발이 새겨진 마력회로는 다른 2차 직업의 궁극기 수준의 위력을 지녔다.

마력회로가 사기라기보다는 마력회로가 새겨진 건일의 육체가 사기적이었다.

내 마력의 30%에 해당하는 마력을 소유한 육체였으니까.

“폭발은 예술이다!”

건일이 크게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마나를 발현하였다.

콰아아아앙!

거의 즉발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마력회로가 빠르게 반응하였다.

저 정도 속도로 발동이 된다면 실전에서도 충분히 써먹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분신 소환의 쿨타임을 생각하면 그리 자주 써먹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꺅!”

“미친!”

분명히 먼 거리에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폭발의 여파로 몸이 붕 떴다.

몸이 가벼운 휘니와 하윤은 아예 멀리 날아갈 정도였다.

‘아무리 황금 문이 단단해도 이건 못 버티겠지.’

내가 그 생각을 하며 먼지가 걷히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았다.

아무리 황금 문이 단단해도 내 마력 스탯 30%가 담긴 마나 폭발은 버텨낼 수 없었던 모양이다.

황금 문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 채, 그 잔해만 바닥에 남아있었다.

난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내 몸에다 마력회로를 새기면 얼마나 위력적일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내 목숨을 날리는 꼴이니.

하지만 만약을 가정해본다면, 대략 핵폭탄 수준의 위력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그때, 낮고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들린 곳은 놀랍게도 황금 문 내부였다.

“황금 문을 부수고 온 너희는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먼지가 걷히고 드러난 황금 문 내부의 광경은 뜻밖이었다.

군대였다.

그것도 화승총으로 보이는 긴 막대기를 들고 있는 군대.

‘드워프?’

총으로 보이는 무기보다 인상적인 건 그 총을 들고 있는 종족이었다.

한눈에 봐도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몬스터란 뜻은 아니었는데, 판타지 영화를 본 적이 있다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바로 난쟁이 종족, 드워프였으니까.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쏘겠다!”

“쏘지 마십시오. 저희는 유저입니다.”

솔직히 총 따위는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드워프 종족과 적대 관계가 되는 건 피하고 싶었다.

드워프는 장인 종족이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이상했어. 원작에서는 분명 20층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도시가 있다고 했었는데 말이야.’

처음 20층에 왔을 때 나는 괴리감을 느꼈다.

바투루 왕국이라니?

처음 들어보는 왕국 이름이었다.

사실 나라 이름이야 그렇다 쳐도, 유목민 국가라는 점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내가 아는 20층의 사회는 유목민 사회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중세 이상의, 근세 도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도시 국가였다.

‘드워프가 없어서 그랬던 거구나.’

그렇다면 납득이 됐다.

원래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드워프는 장인의 종족으로 나왔다.

드워프라면 짧은 시간에 도시 국가를 건설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물론 정작 드워프라는 종족이 원작에서 나오지 않은 이유는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빌어먹을! 유저 놈들이 또 우리를 공격하러 온 것인가!”

“예?”

“쏴라! 개 같은 유저 놈들을 전부 죽여!”

내가 정체를 밝힌 순간, 드워프 부대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크게 분노하였다.

그러고는 대화할 생각도 없다는 듯, 자신의 휘하 병사들에게 지시하였다.

총을 쏘라고.

타타타탕!

탑에서 총을 보게 된 것도 놀라운데 그 총에 정면으로 맞았다.

그것도 한두 발이 아닌, 수백 정의 총을 말이다.

물론 나에게 아무런 의미 없는 공격이었다.

나를 비롯한 우리 파티를 향한 공격은 모조리 분쇄되었다.

맨몸으로 막아낸 것은 아니었다.

스킬.

리빙 아머란 스킬을 사용하여 총알을 막아냈다.

참고로 리빙 아머는 마도 공학자의 방어 스킬이었다.

“저 깡통은 뭐란 말이냐!?”

드워프 대장이 당혹해할 때, 휘니와 하윤은 내게 물었다.

“건우, 쏠까?”

“삼촌 말만 해! 공간 붕괴로 한 번에 쓸어버릴 테니!”

우리 눈에 보이는 드워프의 숫자는 무려 300명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전혀 겁을 먹은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세가 죽은 것은 드워프 쪽이었다.

사기를 올려야 할 드워프 대장부터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원래라면 지금 공격해야 맞긴 한데···.’

바투루 왕국의 왕자 놈과 시비가 걸렸을 때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공격을 가하였다.

죽여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막상 왕자를 죽이고 난 이후, 바투루 왕국의 움직임을 보고서 조금 후회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감정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이해득실을 고려하고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드워프에게 공격당한 이 순간에도 나는 고민을 거듭하였다.

적대할 것인지, 아니면 아량을 베풀 것인지.

‘아니, 내 직업이 마도 공학자인 이상, 내 선택은 정해져 있다.’

장인 종족이라니.

마도 공학자와 최고의 시너지를 일으킬 종족으로 여겨졌다.

저들이 들고 있는 총부터 탐이 났다.

나에게야 아무런 타격을 줄 수 없다지만, 다른 유저들에게 안 통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생산직 유저들에게는 천금을 줘서라도 구매할 아이템이었다.

저층에서는 나름대로 유용할 테니까.

‘일단 무력화부터 시키고 보자.’

파바박!

검 한 자루만 들고 황금 문이 부서진 자리에 서 있는 드워프 부대를 향해 달려갔다.

드워프 대장은 허둥대며 지시를 내렸다.

총을 쏘라고.

쏴도 의미는 없었겠으나, 재장전도 해놓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무기가 총만 있는 것은 아닌지 도끼와 창으로 저항하였다.

물론 그 또한 의미는 없었다.

장인 종족이 아니라, 전투 종족이었어도 나를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컥!”

“가, 강해!”

“괴물 같은 놈!”

휘니와 하윤, 하나 등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칼등으로 툭툭 치니 드워프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체구가 작아서 그런지 더 쉽게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드워프 부대의 진형은 순식간에 붕괴하였다.

그러자 지휘관으로 보이는 드워프가 드워프 병사들에게 외쳤다.

“그만! 모두 무기를 내려라!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그의 말에 드워프 병사들이 무기를 내려놓았다.

나 역시 어깨를 으쓱이며 인벤토리에 검을 집어넣었다.

***

“왜 우리를 공격한 거지?”

자신의 이름을 라그나라 밝힌 지휘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참고로 라그나는 대전사란 직책을 가지고 있었다.

“그야, 너희들이 유저니까.”

“유저인 게 왜?”

탑의 주민은 유저를 적대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네시아 왕국처럼 유저를 환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데 드워프들은 유저를 적대하니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너희 유저들이 말박이를 끌어들여 우리 종족을 공격하지 않았더냐!”

“말박이?”

“우리 바투루 사람들을 말하는 거 같은데?”

하나가 재미있다는 얼굴로 말을 꺼냈다.

기대하던 보물 같은 건 없어 보이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흥미를 느끼는 거 같았다.

‘일단 오해를 풀 필요가 있겠군.’

나는 라그나에게 유저에 관한 정보를 간략하게 알려주었다.

이전의 유저들은 이미 탑에서 사라졌고 그들과 우리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라그나는 내 설명을 듣고도 여전히 불신의 눈길을 보냈다.

겨우 이 정도 설명으로 유저를 향한 적대감을 없앨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다행히 드워프 족 내부에서 아군이 나왔다.

그 아군은 다름 아닌, 늙은 드워프였다.

황금 문 내부에는 지하 도시가 있었는데 그 지하 도시에서 늙은 드워프가 나타난 것.

“저자의 말이 맞다. 라그나. 벌써 수십 년이 지났으니 우리를 공격했던 유저들은 탑에서 떠났을 거야.”

“당신은 누구입니까?”

“족장, 시그마라고 하네.”

족장이라.

아마도 그가 드워프 족에서 가장 높은 사람인 거 같았다.

“선제공격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네. 우리를 용서해줄 수 있겠나?”

“갑자기 총을 쏴놓고 총이 안 통하니까, 뒤늦게 용서해달라고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하윤이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는 그런 하윤을 말리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용서를 해줄 수 있겠나?”

시그마의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드워프들을 죽이지 않길 잘한 거 같았다.

“무엇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보면 알겠지만, 우리의 사정이 그리 좋지 않네. 자원이랄 게 없는 상황이지.”

엄살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장인 종족인데도 드워프 전사들이 착용한 갑옷은 평범하게만 보였다.

아마 자원이 궁핍하여 제대로 된 아이템을 만들지 못했던 것일 거다.

‘하지만 자원이 부족할 뿐, 드워프의 실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지.’

부족한 자원을 쥐어짜서 수백 정의 총을 만들어낸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갑옷들도 사실 겉으로만 보기엔 평범하지, 실제 방어력은 나쁘지 않았고.

그만큼 드워프 장인들의 실력은 특출나다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제가 원하는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무기, 그리고 도시.”

“무기는 대충 알 거 같은데 도시는 무슨 의미인가?”

“포탈 주변에다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10만의 인구를 포용할 수 있는 그런 도시를.”

10층보다는 적을 수 있겠지만, 20층에도 만만치 않은 인구가 정착하게 될 것이다.

11층의 난이도보다 21층의 난이도가 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도시 크기는 클수록 좋았다.

수천 명의 드워프와 10만 이상의 유저를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포탈 근처에다 도시를 만들려면 그 전에 바투루 왕국과 전쟁을 치러야겠지만 말이지.’

다행히 드워프 족은 마침 바투루 왕국에 적대감을 가진 상황이었다.

드워프를 잘만 이용하면 원하는 무기와 도시도 만들고 나와 적대 관계가 된 바투루 왕국까지 밀어버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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