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32화 (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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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전직.

“삼촌, 드디어 기사로 전직하는 거야?”

하윤이 기대된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기사 스킬을 몇 개 알려줬더니, 오히려 나보다 더 기대하는 눈치였다.

전투마 스킬이 특히 기대된다나?

다만 하윤에게는 아쉬운 일이겠지만, 나는 기사로 전직할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는 있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아니, 2차 전직은 이 직업으로 할 거야.”

“응? 진짜? 검사 직업을 포기하고 그 직업을 하겠다고?”

하윤의 얼굴은 놀란 걸 넘어 나보고 마치 미쳤냐고 묻는 얼굴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내가 꺼낸 직업 카드는 나와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직업이었으니까.

“연구원이라니! 삼촌, 문과잖아!”

“지금 문과, 이과가 중요하냐?”

“중요하지! 연구원은 딱 봐도 생산직일 텐데, 삼촌 그런 거 잘 못 할 거 아니야. 검사가 훨씬 낫지 않아?”

“그렇게 따지면 검사는 예체능이야. 그리고 예체능보다 이과가 더 인정받는 법이지.”

물론 농담이었다.

그런 사소한 이유로 검사 대신 연구원을 선택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원은 히든 직업이지.’

딱 봐도 평범한 직업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검사, 전사, 마법사 뭐 이런 직업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하지만 연구원이란 직업의 진가는 2차 직업부터 발휘됐다.

나는 인벤토리 첫 칸을 차지하던 직업 초기화권을 꺼냈다.

영웅급 아이템보다 훨씬 귀중한 것이 바로, 이 직업 초기화권이었다.

원래라면 바꿀 수 없는 직업을 바꿀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직업 초기화권을 망설임 없이 사용하였다.

상태창에서 ‘검사’라고 적혀있던 직업란에 공백만 남았다.

물론 공백은 잠시뿐, 이내 연구원이란 직업 이름이 직업란에 새겨졌다.

마침내 검사가 아닌, 히든 직업으로 직업이 변경된 것이다.

“진짜 연구원이 된 거야?”

“어. 그리고 바로 연구원의 2차 전직까지 할 거다.”

나는 직업 상점의 모든 스킬을 구매하였다.

그러자 2차 전직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

레벨, 서로 다른 자격 증명서 세 장, 스킬까지.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한 것.

“연구원이 2차 전직하면 무슨 직업이 되는데?”

“마도 공학자.”

“마도 공학자!?”

하윤이 놀라서 입을 떡 벌릴 때, 마침내 전직이 완료되었다.

이제부터 난 마도 공학자였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최초로 ‘2차 직업’을 얻으셨습니다.>

<업적에 따른 보상이 주어집니다.>

***

나는 원작을 떠올리며 내가 선택할 히든 직업을 머릿속으로 생각해두고 있었다.

내가 정했던 히든 직업은 두 가지였다.

네크로맨서, 드루이드.

두 직업은 얼핏 봐서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두 직업에 명확한 공통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소환수’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네크로맨서야 말할 것도 없었다.

누구나 알 듯,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를 다루는 직업이었다.

죽으면 시체를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유저조차도 네크로맨서는 자신의 종속으로 다룰 수 있었다.

네크로맨서가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를 다룬다면 드루이드는 ‘야수’ 계열의 몬스터를 소환수로 다루었다.

6층에서 나왔던 회색 늑대, 그레이트 베어나 16층부터 나오던 외뿔 독수리 등.

드루이드는 야수 계열이라면 어떤 몬스터든 다루는 게 가능하였다.

물론 ‘지배’에 성공해야 가능한 이야기지만.

어쨌든 이 두 가지 직업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자본’을 쏟으면 쏟을수록 강해진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자본은 내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무기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10층의 모험가 거리에서는 엄청난 수익이 나오고 있었다.

10층까지 도달한 유저가 상위권 유저밖에 없는데도 그러했다.

여기에 20층에도 모험가 거리를 만든다면 어떨까.

내 자본은 나중에 유저들이 뭉쳐서 만들 길드와도 비교가 안 될 수준이 될 것이다.

이러니 자본을 들일수록 강해지는 직업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였다.

‘하지만 히든 직업이란 게 그리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히든 직업이 괜히 히든 직업이 아니었다.

아마 지금까지 생존한 수만 명의 유저 중에서도 히든 직업은 많아 봐야 100명 정도에 불과할 터.

이 중에 네크로맨서나 드루이드는 아예 뜨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에 나는 선택해야 했다.

계속 두 직업을 노리거나, 차선책을 선택하던가.

이런 내 손에 연구원이란 직업 카드가 쥐어졌다.

트롤을 잡고 얻은 카드였다.

그리고 나는 이 직업을 본 순간, 더는 고민하지 않았다.

1차 직업은 연구원.

2차 직업은 마도 공학자였다.

사실 마도 공학자도 지금의 내겐 최고라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었다.

돈을 벌기엔 좋은 직업이지만, 나는 이미 돈을 쉽게 벌고 있었다.

오히려 돈을 쓰는 직업이 더 나의 적성에 맞았다.

그런데도 내가 연구원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3차 직업이 바로 그 유명한 기간트 제작자지.’

기간트!

절대 강자였던 원작 주인공에게 위기감을 선사한 것이 기간트였다.

검기로는 아예 데미지조차 줄 수 없어서 한 기를 잡을 때마다 무조건 검강을 사용해야 했다.

작품에서 검기가 거의 무적처럼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 기간트 제작자라는 직업은 네크로맨서나 드루이드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 특징이란 바로 자본을 들이면 들일수록 강해진다는 점이었다.

‘미래의 나라면 기간트 군단을 만들 수 있다. 지금보다 훨씬 자본이 많아질 테니 말이야.’

원작의 기간트 제작자를 직업으로 삼았던 유저는 자본가가 되는 게 한계였다.

물론 탑에서 손꼽히는 부호에 30위 안에 드는 길드까지 운영했으니 그저 그런 자본가라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기간트 제작자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아쉬운 일이었다.

3차 직업의 유저가 기간트에 탑승한다면, 어떤 기간트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실상 마지막 직업이라는 4차 직업의 유저와도 승부가 가능하였다.

만약 이런 기간트를 나 혼자 독점한다면?

아예 군단으로 만들어버리면 어떨까.

‘그러면 귀환자들도 두렵지 않다.’

마법? 무공? 정령? 초능력?

기간트 앞에서는 평등하게 만들어줄 자신이 있었다.

***

미래를 생각하면 내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제 막 2차 전직을 한 상태였다.

그리고 2차 전직했다고 갑자기 전투력이 급상승하는 일은 없었다.

기사로 전직했다면 모를까, 내가 선택한 직업은 마도 공학자.

오히려 전투력 면에서는 이전보다 약해졌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룬이지.’

마도 공학자라고 약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스킬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 직업이었다.

“10층에 갔다 오자. 룬을 좀 가져와야겠어.”

“룬은 왜?”

“룬을 까야 강해지는 직업이거든.”

하윤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전이 스킬을 사용하였다.

신전 속 지하 던전으로 이동한 우리는 곧바로 모험가 거리에 있는 잡화점으로 향했다.

“룬은 얼마나 있습니까?”

잡화점에는 꽤 많은 룬이 구비되어 있었다.

단순히 룬을 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몇 개의 룬은 인기가 없어서 엄청나게 쌓이고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인기 없는 룬은 체력 룬과 근력 룬을 말했다.

체력, 근력 같은 경우는 10층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유저가 20 이상 찍었다.

최하급 룬의 경우 스탯이 20 이상이면 0.1밖에 스탯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워낙 가성비가 떨어지기에 유저들은 스탯을 20 찍으면 해당하는 룬은 잡화점에 팔았다.

그러한 이유로 잡화점에는 수백 개의 룬이 쌓여 있었다.

원래라면 이 룬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을 것이다.

저층에 가서 저렙 유저들의 룬과 교환하지 않는 한, 애물단지와 다를 바 없었을 터.

하지만 내가 마도 공학자로 전직한 이상, 모든 룬이 다 중요해졌다.

인기 없는 룬이라고 ‘분해’ 스킬이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인벤토리에 있는 룬까지 모두 합하면 대략 500개인가.’

일개 개인이 모은 룬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많았다.

개인이 아니라, 8~10명으로 이루어진 파티에서도 이만한 룬을 모은 파티는 없을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 많은 룬이 곧 분해될 예정이란 점이었다.

“부디 좋은 걸 얻었으면 좋겠는데.”

이제부터 운이 모든 걸 결정하게 될 거다.

운이 나쁘면 500개의 룬을 분해하고도 무엇 하나 얻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

내 행운 스탯은 무려 135였으니까.

***

“2차 전직하러 간다던 놈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야.”

하나는 미간을 좁혔다.

바투루 왕국의 수도, 울란이 큰 소란에 휩싸였다.

왕이 진노했기 때문인데, 소문으로는 왕자가 죽었다고 했다.

유저가 왕자를 죽였다나?

쿰이라는 전사가 왕궁으로 끌려갔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참고로 쿰은 그녀에게 유저를 소개해준 전사였다.

‘어쩌면 나도 위험할지 모르겠는데?’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녀도 위험하였다.

왕자를 죽였다는 유저는 민건우와 그의 동료들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바투루에서 민건우와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녀뿐이었으니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자리를 지켰다.

황금 문을 열고야 말겠다는 집착.

그 집착 때문에 울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하나 언니! 저희 왔어요!”

그때였다.

하나의 귓가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민건우의 조카라던 하윤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니 하윤 말고 다른 두 사람도 보였다.

‘얘들은 어디서 나타난 거야?’

세 사람은 울란에서 어떤 소란이 벌어지는지 전혀 모르는 듯, 태연한 기색이었다.

“너희 울란은 어떻게 들어왔어?”

“순간 이동해서요.”

하윤의 대답에 하나는 눈을 끔뻑였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너희 진짜 무슨 짓을 벌인 거야? 듣기로 왕자를 죽였다는데.”

그녀의 물음에 민건우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왕자를 죽였다면 하나 씨는 어떻게 할 겁니까?”

“뭐?”

“황금 문을 부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하나 씨는?”

“······.”

잠시 당황하던 하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민건우 일행이 무슨 범죄를 저질렀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설령 왕자가 아니라 왕을 죽였어도 그녀가 상관할 바 아니었다.

“전직은 한 거지?”

“물론입니다.”

“저도 전직했어요.”

“하윤이, 너도?”

두 사람 다 전직했다니 놀라웠다.

마경의 지배자들은 그리 쉽게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닌데 말이다.

“바로 갑시다. 황금 문을 부수러.”

민건우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하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왠지 이번에는 황금 문을 부술 수 있을 거 같았다.

***

기사가 아니라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었다.

바로 탈것을 소환할 수 없다는 것.

우리는 서로 껴안는 자세로 오틴에 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토브칸 대신 가녀린 체구의 하나인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세계의 끝에 도착하자 휘니와 하윤의 입에서는 감탄사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황금 문을 보고는 더 감탄하였다.

하지만 그런 감탄도 잠깐뿐이었다.

막상 그 황금 문을 부수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더는 감탄할 수 없었다.

“뭐가 이렇게 단단해?”

“내 화살로는 절대 못 부숴.”

스킬 하나 사용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스킬 사용해볼게.”

그녀는 현재 ‘공간술사’라는 직업으로 전직한 상태였다.

공간술사는 1차 직업이었던 전이술사와 다르게 공격 스킬이 몇 개 있었다.

그 공격 스킬 중 그녀는 공간 붕괴란 이름의 스킬을 사용하였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스킬이 바로 공간 붕괴였기 때문이다.

우지끈!

하윤이 스킬을 사용하자 황금 문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는 게 느껴졌다.

마치 종이를 찌그리듯, 황금 문을 중심으로 반경 5m 정도의 공간이 찌그러졌다.

확실히 괜히 히든 직업이 아닌 거 같았다.

1차 직업 때는 전이 스킬 원툴이었는데, 2차 직업부터는 달랐다.

파티의 딜러를 담당해도 손색이 없었다.

다만 아쉽게도 황금 문을 부수는 것은 실패하였다.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는 상황에서도 황금 문만큼은 무사하였다.

“왜 안 부숴지는 거야.”

“공간 붕괴는 원래 공격력이 강한 스킬은 아니야. 광역기로는 쓸 만하겠지만 말이지.”

양학 스킬로는 최고였다.

단, 지금처럼 내구도가 단단한 무언가를 부술 때는 적합하지 않았다.

“나와 봐. 거인의 일격을 사용해보게.”

하늘을 향해 검을 쭉 내밀며 거인의 일격을 사용하였다.

그러자 검이 길게 늘어났다.

나는 그 상태로 황금 문을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앙!

거대해진 검이 황금 문에 닿은 순간, 엄청난 양의 흙먼지가 일어났다.

일개 아이템 옵션이 이런 위력을 발휘하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흙먼지가 걷히고 서서히 드러난 황금 문은 너무도 멀쩡해 보였다.

중앙 부분은 움푹 파였으나 그뿐이었다.

황금 문은 여전히 건재하였다.

“거인의 검을 사용해도 안 되나 보네···.”

하나는 대단히 실망한 기색이었다.

그녀가 보기에 황금 문은 어떤 수를 동원해도 부술 수 없을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만큼 황금 문은 단단하였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도 공학자로 전직한 내게는 비장의 한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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