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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서 나 혼자 재벌-29화 (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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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하다.

“이곳이 10층···!”

어느 유저가 안 그랬겠냐마는, 신은규 파티는 10층에 도착하고 감탄을 거듭하였다.

9층에서 그들은 폐허나 다를 게 없는 오두막에서 지냈다.

먹을 것은 야생에서 구하는 과일이나 짐승 고기뿐.

심지어 식수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반면 중세 도시라 하나, 많은 사람이 사는 네시아 왕국의 수도는 모든 게 갖추어져 있었다.

안전한 여관에선 식사도 나왔고 여관의 식사로 부족하면 전문 음식점도 많았다.

“천국인데?”

“돈만 많다면 천국이지. 돈만 많다면.”

다만 그들은 10층의 시설을 마냥 즐길 수는 없었다.

여관이든, 식사든 무엇 하나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잡화점에서 룬도 팔아.”

“룬? 안 그래도 필요했는데.”

“맞아. 너는 마력 스탯 아예 안 찍었으니까, 마력 룬 사면 개이득일걸?”

“5개만 사도 스탯이 1 오른다니 개꿀이긴 해.”

“그런데 룬보다는 장비 갖추는 게 더 가성비 있지 않나?”

“인정. 나였으면 스탯 1 올리느니, 레어템 하나 맞춘다.”

의식주도 의식주지만, 사실 그보다 더 많은 카르마를 소비하는 건 따로 있었다.

바로 룬, 강화석, 장비 등 무력을 키우는 것에 투자하는 돈이었다.

신은규 파티도 10층까지 오면서 제법 많은 카르마를 벌었으나, 단 하루 만에 파산 위기에 몰렸다.

워낙 사야 할 아이템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0층에 사냥터가 많다는 사실이었다.

신은규 파티는 다른 파티가 그러하듯, 사냥터를 돌며 자본을 모았고 그 자본으로 더 강해지는 것을 반복하였다.

“근데 이대로는 답이 없어. 경쟁이 점점 심해질 거라고.”

파티원 한 명이 투덜거리자 다른 파티원들도 동조하였다.

점점 몬스터 사냥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10층에 유입된 유저의 수가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그럼 어쩌자는 거야?”

“11층으로 가자. 이번에는 우리 파티가 가장 먼저 11층으로 올라가는 거야.”

말이야 쉬웠다.

하지만 아직 누구도 10층을 돌파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들이 가장 먼저 10층을 돌파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직업 밸런스가 좋은 것도, 평균 레벨이 높은 것도 아닌데?

신은규는 회의적이라고 봤다.

그런데 그의 파티는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다.

“은규 형. 형이 플랜 좀 세워줘. 형이 우리 파티의 제갈량이잖아.”

“맞아. 우리 파티에 너 말고 머리 쓸 사람 없어. 네가 뭐든 해줘야 해.”

“우리는 한국인이잖아. 솔직히 한국인이 게임에서 1등 못 하면 그건 수치 아니야? 11층은 무조건 우리가 1등으로 가자.”

파티원들이 거듭 그와 같이 주장하자, 신은규도 마냥 반대만 할 수 없었다.

사실 기분이 좋기도 했다.

지구에서의 그는 미래가 막막한 취준생이었다.

하지만 탑에서는?

잔머리를 몇 번 굴려서 파티의 이득을 챙겼더니, 그를 거의 제갈량 취급하였다.

지금은 반쯤 파티의 리더가 된 상태.

‘이번에도 내 실력을 보여줘야겠군.’

한국 랭킹 1위를 넘어 세계 1위를 노리는 건 그 역시 바라던 바였다.

11층을 가장 먼저 찍는다면 단번에 세계 1위로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일단 신전으로 가자.”

***

무엇을 하든 정보가 중요하였다.

신은규 역시도 11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격의 증표를 얻고 싶으시면 공적을 쌓으십시오. 제가 여러분께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입니다.”

신전에서는 늘 그렇듯 공적을 쌓으라는 말만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공적이란 걸 쌓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가다를 해야 했다.

특정 아이템을 가져오라던가.

아니면 하루 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는 마을에 서신을 보내라던가.

물론 그런 일을 한두 번 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세계 랭킹 1위에 가장 가깝다는 조던 매런이라는 미국인 파티의 경우 며칠째 퀘스트 지옥에 갇혀있는 상태였다.

언제 퀘스트가 끝날지도 기약이 없었다.

이미 한참 뒤처진 신은규 파티는 아무리 빨리 퀘스트를 깬다고 해도 조던 매런 파티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였다.

‘새로운 정보를 얻어야 할 텐데···.’

신은규는 자격의 증표를 얻을 또 다른 공략법이 존재할 거로 생각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모험가 아카데미’란 것이 만들어진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는데, 이 모험가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자격의 증표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지만, 자격의 증표를 얻을 방법이 꼭 신전의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닐 것이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그는 신전 앞에서 엄청난 광경을 목격하였다.

신전 사제들이 어떤 유저에게 윗사람을 대하듯 공손히 대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인데, 놀랍게도 그 유저는 한국인처럼 보였다.

신은규는 그 유저를 보는 순간,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움직였다.

사제들의 환대를 받는 유저, 정하윤에게 접근한 것이다.

“저는 한국 유저 랭킹 1위인 신은규라고 합니다.”

“랭킹 1위요?”

한국 랭킹 1위라고 밝히자 여성은 어딘가 놀란 모습이었다.

‘뭔가 비웃는 거 같은데, 그건 착각이겠지?’

랭커를 비웃을 리가.

유저라면 그럴 수 없었다.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나요?”

“시간 없는데요.”

“예?”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설마 이런 식의 답변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내가 무슨 작업이라도 거는 거로 생각하는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현실감각이 없는 유저였다.

여성에게 작업 거는 것처럼 한가한 짓을 할 랭커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밥 먹는 시간마저 아까워하는 게 랭커인데.

“그러지 마시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요. 시간 없다고.”

“그냥 궁금한 거 몇 가지 대답만 해주시면 됩니다.”

“저 바쁘다고요.”

신은규는 눈살을 찌푸렸다.

‘말로 해서 안 되겠는데?’

지구였다면 그도 여기서 포기했을 것이다.

경찰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탑이었다.

“저 여자들 잡아. 강제로라도 입을 열게 만들어야겠어.”

“근데 사람들 있는 곳에서 그런 짓 해도 돼요, 형?”

“모험가 거리가 아니라면, NPC들은 어차피 우리 일에 신경 안 쓰는 거 알잖아?”

마침 그의 파티원들도 화가 난 참이었는지 그의 지시에 적극 따랐다.

두 여자를 포위한 상태로 한 명이 정하윤의 팔목을 붙잡았다.

“뭐 하는 거죠?”

“얌전히 따라 와.”

“계속 귀찮게 구네. 싫다고 했잖아. 몇 번 말해!”

“컥!”

최진수란 사내가 여성의 주먹을 맞고 날아갔다.

검사 직업을 가져서 민첩이 높은 편인데도 전혀 반응하지 못한 기색이었다.

“저, 저년이?”

“방심하지 마. 이년들도 랭커다.”

신은규와 파티원들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하지만 긴장하지는 않았다.

동료가 당한 것은 어디까지나 긴장해서 그런 거로 생각했다.

그들의 숫자는 일곱.

겨우 유저 두 명에게 당할 리는 없으리라.

‘마, 말도 안 돼!’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유저 두 명에게 일곱 명이 무기력하게 당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여자들···. 도대체 정체가 뭐야?’

***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신은규 파티와 충돌했을 때 하윤은 속으로 긴장하였다.

‘한국 랭킹 1위라는데···. 너무 막 나간 거 같아 후회되네.’

원래 그녀는 성격이 다혈질이었다.

신은규 파티를 무시했다기보다는, 그저 욱해서 성질이 나왔던 것.

물론 자신을 붙잡은 사내에게 주먹을 날린 것도 순간적으로 욱한 결과였다.

하지만 일곱 명이 동시에 자신과 휘니에게 달려들 때는 그녀도 조금 후회하였다.

괜히 자신 때문에 휘니까지 피해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야. 존나 느리잖아?’

그런데 이상했다.

창술사인지, 스킬까지 사용하며 창을 내질렀는데, 그녀의 눈에는 너무나 느리게 느껴졌다.

조금 과장하면 슬로우 모션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나마 빠른 편인 창술사가 그 모양이니 다른 유저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사방에서 공격이 날아오는 것?

전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리자드맨에게 포위되었을 때가 훨씬 두려웠을 정도.

‘이딴 게 한국 랭킹 1위?’

하윤은 검을 휘둘렀다.

물론 상대를 죽일 생각은 없었기에 칼등으로만 공격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근력은 엄청났고 검은 무려 5강짜리 검이었다.

툭툭 치자 건장한 사내들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휘니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그녀 역시 검 한 자루로 유저들을 농락하고 있었던 것.

‘나, 사실 약하지 않았을지도···?’

하윤은 자신감이 다시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지금껏 삼촌의 발목을 붙잡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른 유저의 꼴을 보니 자신은 그나마 강한 편이었다.

단지 삼촌이 무지막지하게 강할 뿐이었다.

“마, 말로 합시다. 말로.”

“먼저 시비 걸어놓고 무슨 말로 해. 그냥 맞아!”

“커어억!”

어느덧 하윤의 입에 미소가 흘러나왔다.

사람을 때리며 웃는 그녀의 모습은 실로 공포스러웠다.

***

[탑 등반자 순위표.]

1위 – 조던 매런. (히든 직업 + 레벨 20 + 풀템)

2위 – 조시 도날슨. (히든 직업 + 레벨 19 + 풀템)

3위 – 버스터 커쇼. (레벨 20 + 풀템)

4위 – 천자쥔. (레벨 21이라는 소문이 있음. 템 정보 없음)

···(중략)

79위 – 신은규. (레벨 18. 신발 빼고 올 레어)

인터넷에는 순위표 같은 게 올라와 있었다.

10층에서 지구로 귀환한 자가 있는지 꽤 자세하였다.

[ㅋㅋㅋㅋ 한국인이 겨우 79위?]

[설정 개 열심히 짰네. ㅅㅂ 이러고 놀면 재밌냐?]

[요즘 탑무새 왤케 많음? 유행 지난 지가 언젠데 ㅋ]

[아 나도 탑 가고 싶다. 내가 탑 갔으면 1등 바로 찍을 듯.]

물론 댓글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탑이란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은 아직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천자쥔은 랭킹에서 빼야 할 듯. 현상수배범 되고 나서 완전 도태됨.]

[ㅇㅇ 천자쥔은 걍 버러지임 ㅋ]

하지만 일부 댓글은 달랐다.

탑 등반자가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는 댓글들을 달고는 했다.

이런 걸 보면 지구에서 활동하는 탑 등반자의 수가 적지는 않은 듯싶었다.

‘가장 높은 레벨이 20대 초반인가.’

순위표를 자세하게 살폈다.

나와 하윤의 기록이 없다는 점에서 그리 신빙성 있는 정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참고하기엔 적당한 정보였다.

‘생각보다 진도가 느린데?’

최고 레벨이 겨우 20에서 21 정도라니.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닌 추측일 뿐이라지만, 너무 적게 느껴졌다.

유저들 수준이 이 정도라면 더 좋은 아이템을 풀어도 될 거 같았다.

11층부터 20층에서 구한 아이템은 그동안 숨겨놨었는데 말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어느덧 새벽 두 시.

아주 야심한 시간이었다.

다크히어로가 활동하기 딱 좋은 시간.

물론 내가 다크히어로라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비슷한 행동을 할 뿐이었다.

‘과연 강남파의 비밀 금고에는 얼마가 들어있을까.’

흔히 말하는 조폭.

나는 바로 그 조폭의 금고를 노릴 생각이었다.

악을 응징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거창한 이유 따위는 없었다.

단지 내게는 돈이 필요했고 쉽게 구할 방법이 조폭의 돈을 노리는 것일 뿐이었다.

참고로 정보를 얻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구에 온다고 내 감각 스탯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강남에서 잘 나가는 클럽 근처에만 가도 온갖 정보가 들어왔다.

나는 그중 조폭과 관련된 정보만 취합했다.

반나절을 투자하니 강남파에서 숨겨놓은 금고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조폭들도 아직 탑 등반자의 힘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보안이 허술했던 것.

‘한 100억 정도만 들어있어도 만족할 거 같은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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