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27화 (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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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에 황금 문이?

10층에서의 일은 대충 마무리한 우리는 바로 18층 포탈로 넘어갔다.

그러고는 외뿔 독수리, 오틴을 타고서 빠른 속도로 18층을 돌파하였다.

19층 역시도 금방 돌파하였는데, 나오는 몬스터는 비슷하였다.

업적을 위하여 새로 나온 몬스터만 잡아가며 바로 20층으로 갔다.

‘역시 소환수가 있어서 편하다니까.’

승차감이 별로라는 것만 제외하면 소환수로 이동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아마 유저들에게 오틴의 반지를 팔면 천문학적인 카르마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최초로 ‘20층’에 도달하였습니다.>

20층에 도착하니 두 개의 문구가 떴다.

최초로 20층에 도달했다는 문구와 레벨이 올랐다는 문구였다.

업적을 받은 거는 대수롭지 않았지만, 레벨 업 했다는 문구는 무척이나 반가웠다.

물론 레벨 업으로 얻는 스탯보다 업적으로 얻는 스탯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에겐 레벨 업이 더 중요하였다.

“삼촌, 벌써 30레벨이야?”

“어. 드디어 전직 조건을 다 채웠어.”

기사로 전직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두 가지였다.

직업 상점의 모든 스킬을 구매하는 것.

그리고 30레벨을 찍는 것.

카르마가 넘쳐나서 스킬은 진즉에 다 사놓은 상태였다.

30레벨만 난관이었는데, 드디어 그 난관을 넘었다.

‘물론 꼭 기사로 전직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

새로운 직업 카드를 구했기에 무엇으로 2차 전직을 할 지는 조금 더 고민해볼 문제였다.

“그러면 바로 전직할 수 있는 거야?”

“아이템이 필요해. 전직 증명서라는 아이템이.”

“그건 또 뭔데?”

“자격의 증표랑 비슷한 거야. 보스 몬스터 잡으면 뜨는 아이템인데 이걸 세 장 모아야 해.”

20층은 10층과 조금 달랐다.

포탈을 넘는 데 자격의 증표가 필요하지 않아서 비교적 쉽게 21층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따지면 10층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았다.

전직하지 않고 21층으로 넘어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스를 세 번 잡아야 하는 거야?”

“아니, 세 마리의 보스를 한 번씩 잡아야 해.”

보스가 세 마리인 것 또한 큰 차이였다.

다만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세 마리 보스가 서로 완전히 다른 장소에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건 오히려 단점인가? 같은 장소에 있으면 금방 전직 증명서를 모을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다그닥다그닥.

그때 땅이 울리는 게 느껴졌다.

무언가가 다가오는 소리도 들렸는데, 우리의 파티에겐 꽤 익숙한 소리였다.

켄타우로스 무리가 다가올 때 나는 소리였던 것이다.

“뭐야. 20층에도 켄타우로스 나와?”

“그럴 거야. 아마도.”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 달리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들은 켄타우로스 무리가 아니었다.

기병.

즉, 말을 탄 인간들이었다.

“19층에서 온 자들인가?”

“그렇습니다만.”

“반갑네. 나는 바투루 왕국의 대전사, 쿰이다.”

***

9층에서 10층으로 넘어왔을 때도 네시아 왕국의 병사들이 우리를 수도로 안내해주었다.

20층의 바투루 왕국도 전혀 다르지 않았다.

자신을 대전사라 소개한 쿰이 직접 우리를 수도로 안내해주었다.

‘다만 이걸 수도라 불러도 될지 의문인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쿰은 바투루 왕국의 수도를 자랑스럽게 소개하였다.

“어떤가. 우리 왕국의 수도를 본 소감이?”

“정말 이곳이 수도라고요?”

그는 칭찬을 기대했겠지만, 우리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일은 없을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말이 수도지, 3층 이상의 고층 건물이 단 하나도 없는 곳이었다.

아니, 고층 건물은커녕 제대로 된 건물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곤 몽골의 이동식 집인 게르 형태의 천막들뿐이었다.

사람보다 가축이 더 많이 보이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단 말이지. 원작에서는 이렇지 않았던 거 같은데···.’

바투루 왕국을 보면 여진, 거란, 몽골 같은 나라 이름이 떠올랐다.

한마디로 유목민 국가, 아니 부족이었다.

10층의 네시아 왕국과 달리 바투루 왕국은 국가라 칭하기엔 규모가 다소 작았다.

본인들은 죽어도 인정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삼촌, 여기서 모험가 거리를 만드는 게 가능해?”

하윤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유저들로부터 얻는 수익을 생각하면 모험가 거리는 반드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하윤이 의문을 느낀 것처럼 20층에 과연 모험가 거리를 만드는 게 가능할까 싶었다.

인프라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험가 거리가 아니라 아예 도시부터 만들어야 하잖아?’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니.

벌써 막막했다.

다시금 한숨을 내쉰 나는 하윤과 휘니에게 말했다.

“일단 대장장이부터 찾아보자.”

“아, 맞다. 영웅급 아이템 만들어야지?”

20층에 온 목적 중 하나는 장비 업그레이드였다.

양주르 공작의 창고를 털어 마정석 개수도 더 늘었으니 각자 주력 장비 정도는 업그레이드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근데 과연 유목민 부족에 제대로 된 장인이 있을까?’

거창하게 지구 역사까지 생각할 필요 없었다.

정주민 국가의 기술이 유목민 국가의 기술보다 우월한 건 너무도 당연하였다.

다만 이곳은 탑이었다.

국가의 체제가 무엇이고 기술력이 어떻든, 특성이 좋다면 훌륭한 장인이 될 수 있었다.

나는 더 볼 것도 없는 수도를 아직도 소개하고 있는 대전사 쿰에게 물었다.

“대전사님. 혹시 실력 좋은 대장장이를 알고 계십니까?”

“바투루 왕국은 예로부터 장인을 우대하는 나라일세. 가끔은 대전사인 나보다 더 대우받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

확실히 쿰이란 자는 말이 많았다.

원하는 대답을 들으려면 속으로 30초 정도는 세야 했다.

“하나라는 이름의 대장장이가 있네. 실력 하나만큼은 바투루 왕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지.”

“혹시 그분을 저희에게 소개해줄 수 있겠습니까?”

“근데 그자, 성격이 조금 더럽네.”

상관없었다.

실력만 좋다면.

유저 출신의 장인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지금은 을이 돼서라도 탑의 주민 중, 실력 좋은 장인을 구해야 했다.

‘10층에는 실력 좋은 장인이 없었지만, 20층은 또 다르겠지.’

10층 주민의 평균 레벨은 10대.

반면 20층은 20대 정도일 터.

정말 실력 있는 장인이라면 30대, 어쩌면 40대도 있을 수 있으니 기대해도 될 거 같았다.

***

하나라는 장인은 여성이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는데, 굉장히 퉁명스러웠다.

“유저가 여기는 무슨 일이지?”

“아이템 제작 의뢰를 맡기고 싶습니다.”

“나는 지금 일을 안 받아. 따로 해야 할 일이 있거든.”

그런 그녀에게 나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카르마라면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부자인가 보지? 이제 갓 20층에 온 유저 주제에 말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태도였다.

그녀에게 나는 초짜 유저에 불과할 테니까.

“옵션에 따라 최소 1,000 카르마, 최대 5,000 카르마까지 드리겠습니다.”

내 소유 잡화점의 하루 매출이 수천 카르마라고 해서 천 단위의 카르마가 적은 액수인 것은 아니었다.

도시 외곽에 있는 하나의 대장간 정도면 1,000 카르마는커녕 수백 카르마에도 살 수 있었다.

“진짜 돈이 많은가 봐?”

“예. 그러니 저의 아이템 좀 만들어주시죠.”

“돈이 많은 거 보면 실력도 있다는 거 같은데, 나랑 일 하나만 같이 할래?”

그녀는 내 제안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역제안하였다.

“무슨 일을 하자는 겁니까?”

“세계의 끝에 황금 문이 있어. 나는 그 황금 문을 부수고 싶은데, 네가 도우면 가능할 거 같단 말이지.”

세계의 끝에 있는 황금 문이라니.

딱 봐도 히든 피스의 냄새가 나지 않은가.

영웅급 아이템 때문이 아니더라도 꼭 한번 가고 싶었다.

“좋습니다. 저를 그곳으로 데려가 주시죠.”

***

20층은 굉장히 넓었다.

조금 과장하면 한반도만 한 크기였다.

맵 끝으로 가려면 말을 타고 가도 반나절 가까이 소모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10층으로 가서 검술 수련하며 쉬고 있어. 나는 이분과 세계의 끝이라는 곳에 가보고 올 테니.”

확실하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면 모를까, 헛걸음이 될 가능성도 작지 않았다.

나는 효율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기에 황금 문은 나 혼자 가기로 하였다.

“만약 업적 뜨는 거면 삼촌만 독점하게 되는 거 아니야?”

“그러면 내가 운이 좋은 거고.”

“치. 알았어. 어차피 무언가를 부수는 거라면 난 크게 도움 안 될 테니까, 밀린 검술을 익히고 있을게.”

두 사람을 보내고 하나와 함께 외뿔 독수리 위에 올라탔다.

확실히 셋이 탈 때보다는 승차감이 좋았다.

속도도 훨씬 빨랐고.

“이쪽이야.”

“저기 보이는 절벽이 세계의 끝입니까?”

“어때? 절경이지?”

그녀의 말처럼, 엄청난 광경이었다.

그야말로 하늘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절벽이었다.

절벽을 보고 있으면 인간이 보잘것없는 하찮은 존재로 느껴졌다.

‘날아서 넘을 수 있을까?’

나는 세계의 끝이 절벽이라고 했을 때, 오틴을 타고 넘어가 볼까 생각했었다.

단순한 절벽이라면 오틴이 못 넘을 리 없었으니까.

하지만 세계의 끝이란 표현은 절대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고개를 아무리 올려도 절벽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오틴이라도 저 정도 높이의 절벽은 넘을 수 없으리라.

“이 문이야.”

하늘에서 내려오니 금색으로 칠해진 거대한 문이 보였다.

“진짜 문이 있군요.”

“그럼 내가 거짓말을 했겠어?”

솔직히 함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원래 탑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사실 하윤과 휘니를 10층으로 보낸 이유는 만약을 대비한 것이기도 했다.

나 혼자서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 수 있지만, 두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쾅!

내구가 깎일 거 같아서 주 무기 대신 둔기류 무기를 꺼내 휘둘렀다.

꽤 요란한 소리가 났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흠집조차 안 났군.”

그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다시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참격을 써봤다.

내가 가진 스킬 중 가장 강한 스킬은 참격이었다.

참격은 겉으로만 봐서는 상당히 위력적으로 보였다.

황금 문 전체가 먼지로 가려질 정도였으니.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약간 흠이 파진 게 다였다.

“역시 안 되나.”

“···아직 끝이 아닙니다.”

참격으로 안 됐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애초에 나는 스킬 같은 게 없어도 강한 사람이었다.

<사용자 정보>

이름 : 민건우

레벨 : 30

성별 : 남성

직업 : 검사

잔여 포인트 : 69

보유 카르마 : 1,599

[근력 : 124] [내구 : 125] [민첩 : 124]

[체력 : 125] [마력 : 183] [감각 : 126]

[행운 : 128]

힘+체+민 스탯의 평균이 120대 중반이었다.

평범한 유저가 레벨을 올릴 때마다 각 스탯을 하나씩 찍었다고 가정하면 120 레벨은 되어야 이만한 스탯을 만들 수 있었다.

심지어 잔여 포인트는 69나 더 있는 상황.

내가 봐도 괴물 그 자체였다.

‘이 정도 스탯이면 스킬보다 오히려 맨몸 돌진이 더 공격력이 셀 수도 있어.’

황금 문을 향해 돌진하였다.

맨몸 돌진을 하려는 것인데, 황금 문과 충돌하기 바로 직전에 스킬, 대쉬를 사용하였다.

체내에서 마나가 한 움큼 빠져나감과 동시에 안 그래도 가속도가 붙은 내 몸이 한층 더 빨라졌다.

콰아아아앙!

귀가 순간적으로 먹먹해졌다.

포탄을 정면으로 맞아도 이 정도는 아닐 거 같았다.

“미친! 도대체 스탯이 몇이길래 이 정도로 위력이 센 거야?”

그녀도 놀랐는지 입을 떡 벌렸다.

겨우 맨몸 돌진이 이 정도 위력을 보일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흠집 조금 생기는 정도군.’

흠집이 생겼으니 계속 시도하면 언젠가 부서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보상도 모르는 히든 피스 하나 먹겠다고 그렇게까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2차 전직을 하고 오면 다시 도전해볼 만하겠어.’

이쯤 되니 나도 궁금해졌다.

저 황금 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말이다.

2차 전직을 하면 훨씬 더 강해질 테니, 그때 다시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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