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22화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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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수를 얻다.

“여기가 우리 집이네. 어떤가?”

초원 한복판에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 위에 조그만 나뭇집이 있었는데, 이 나뭇집이 바로 토브칸이란 자의 집이었다.

“멋있어요! 나무 위에 집이라니!”

“초원 뷰가 일품이군요.”

하윤은 진심으로 감탄한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나는 그저 그랬다.

부동산을 볼 때 고려해야 할 다섯 개의 가치 중 어떤 것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나라면 공짜로 줘도 가지지 않을 집이었다.

18층에 정착할 생각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으하하하! 뭘 좀 아는 친구들이구먼!”

토브칸이 호탕하게 웃었다.

사람과 대화한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운 것인지, 우리가 무슨 말을 하든 일단 웃고 봤다.

수십 년간 혼자 살았다니 나였어도 그럴 거 같았다.

“근데 토브칸 아저씨는 왜 18층에 혼자 사시는 거예요?”

하윤이 마침 내가 궁금했던 것을 물어주었다.

‘이자는 휘니처럼 포탈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야.’

사실 휘니의 사례가 특이한 것이었다.

탑의 주민이라고 포탈을 모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아마 이 토브칸이란 중년 사내도 19층으로 향하는 포탈을 알고 있을 터.

“흐흐, 내가 왜 18층에 남아있냐고? 그건 18층에 엄청난 보물이 있기 때문이지!”

“보물이요?”

“나도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는지 몰라! 포탈이 있는 방향을 볼 때마다 늘 충동에 휩싸이곤 했어. 하지만 나는 갈 수 없었네. 보물이 있는 걸 아는데 어찌 그냥 갈 수 있겠나!”

“도대체 무슨 보물인데요?”

보물이라.

히든 피스라도 숨어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히든 피스는 가치가 엄청날 거 같았다.

독수리도 소환수로 사용하는 사내가 이토록 탐내는 히든 피스였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토브칸이 엄청난 말을 하였다.

“영약이 있네. 피라니아라는 이름의 영약이!”

“여, 영약!”

아이템을 생각했는데, 영약이라니.

이건 예상외였다.

“근데 영약이 뭐예요?”

“···영약이 뭔지 모르면서 감탄은 왜 했던 거야?”

“뭔가 반응은 해야 할 거 같아서요. 헤헤.”

잠시 헛웃음을 짓던 토브칸이 곧 피라니아란 이름의 영약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굉장히 장황한 설명이었다.

그 설명에서 내가 귀 기울여 들은 건 오직 하나였다.

영약의 효과.

그리고 피라니아 영약의 효과는 놀라웠다.

마력 스탯이 ‘대폭’ 증가한다는 것.

300년 이상 된 피라니아라면 마력 스탯이 최대 50 가까이 늘어난다고 하였다.

‘50이라. 말도 안 되는 이야기군.’

그런 영약이 아무리 히든 피스라지만 18층에 나올 리는 없었다.

심지어 토브칸이 말하길, 피라니아는 하나가 아니라지 않은가.

하지만 설령 50이 아니라 그에 절반의 수치가 오른다고 해도 가치는 있었다.

25는커녕 사실 10만 올라도 엄청난 가치였다.

나야 업적으로 스탯을 쉽게 벌지만, 다른 유저는 스탯 하나가 귀했던 것이다.

“그 영약은 어디에 있습니까?”

“위치는 말해줄 수 있네. 영약 근처까지 데려다줄 수도 있지. 단, 약속해주게. 영약을 얻으면 내게도 하나 주겠다고.”

휘니와 하윤은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파티 리더는 나였다.

두 사람은 나의 결정을 묵묵히 기다렸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당연한 말씀을 하십니다. 저는 정보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입니다. 정보의 대가는 반드시 치르겠습니다.”

“역시 내가 사람을 잘 봤군! 으하하하! 같이 가세! 우리 같이 마력 부자가 되어보자고!”

토브칸은 술을 꺼내왔다.

으쌰으쌰 한 김에 술까지 먹으려는 거 같은데, 어림도 없는 생각이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괜히 시간을 지체할 생각이 없었다.

절대 집 전체에 홀아버지 냄새가 진동해서 이러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바로 출발합시다.”

그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곧 저녁인데?”

“저녁이니 후딱 끝내야죠.”

나 정도 되면 저녁이라고 행동에 제약이 생기지는 않았다.

휘니나 하윤이도 감각 스탯이 높은 편이니 문제 될 건 없었고.

“알았네. 서두르면 나야 좋지. 하하하!”

토브칸은 곧 우리를 독수리 등에 태워주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거의 껴안은 상태로 탑승하였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독수리가 날아오른 순간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높이 날아오르니 미소가 안 나올 수 없었다.

***

“여기야, 여기! 이 구멍 안에 피라니아가 있어!”

토브칸이 아래를 가리키며 그와 같이 말하였다.

하지만 그가 가리킨 것은 아무리 봐도 ‘구멍’ 같은 게 아니었다.

끝이 안 보이는 심연 같았다.

초원 한복판에 엄청난 깊이의 싱크홀이 있었던 것이다.

“저기 어디에 피라니아가 있다는 겁니까?”

내 감각 스탯으로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100이 넘는 감각 스탯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건 일단 눈으로는 볼 수 없다는 뜻이나 다를 게 없었다.

“조금 내려가야 하네.”

“그럼 내려가죠.”

“마음의 준비를 하게나.”

“뭐가 있는 겁니까? 저 안에는?”

-키아아아아!

그때 우리가 타고 있는 독수리가 갑자기 괴성을 질렀다.

어딘가 겁에 잔뜩 질린 거 같은 괴성이었다.

“괜찮아. 오틴! 우리에겐 든든한 동료들이 있다고!”

독수리를 간신히 설득하여 싱크홀로 이끄는 토브칸이었다.

‘그래서 저기에 뭐가 있다는 건데?’

그리 걱정되지는 않았다.

지금 우리 스펙이라면 18층이 아니라, 28층에서도 쉽게 죽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마냥 여유를 부릴 수도 없었다.

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었으니.

나야 걱정이 없다고 해도 내 뒤에 있는 두 사람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 안에 있네.”

“여기 안에요?”

“저 멀리 무언가 보이지 않은가?”

싱크홀 안에는 마치 개미굴처럼 수많은 굴이 인위적으로 파여 있었다.

토브칸은 그 굴 중 하나를 가리켰다.

내가 눈에 감각을 집중하니, 연못 같은 게 보였다.

그 주변에 피어난 푸른색의 꽃들도 말이다.

“저게 피라니아입니까?”

“그렇다네.”

이상했다.

영약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 이 사람은 왜 지금까지 채집하지 않았던 것일까?

‘저 안에 몬스터가 숨어있는 것인가.’

그런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내 감각 스탯으로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흠칫!

‘아니야. 무언가 있다!’

갑자기 땅이 진동하는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나만 느끼던 감각이었으나, 두 사람도 바로 반응하였다.

“뭐가 오고 있다.”

“크기가 엄청나게 큰 거 같아!”

쾅!

폭음 소리와 함께 굴 하나가 더 파지더니 거대한 무언가가 얼굴을 드러냈다.

“내가 이 말을 안 했었나? 피라니아를 지키는 몬스터가 한 마리 있네. 조금 큰 지렁이지.”

조금 크다고?

이게 조금 큰 거면 엄청 큰 지렁이는 도시 크기여야 했다.

거의 건물 한 채만 한 크기였으니까.

“오틴이 두려움에 휩싸였네. 이러고 있다간 우리를 저 끝이 안 보이는 구멍 속으로 내던질 수 있으니 어서 내리게.”

“그러죠.”

피라니아가 있는 굴에 착지하자 독수리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하늘로 날아갔다.

그 정도로 눈앞의 지렁이가 두려웠던 모양이다.

“활 쏠까?”

“몬스터인 건 확실하니 일단 쏴봐.”

“응.”

핑. 핑.

휘니의 화살이 이상하게 약해 보였다.

나도 정통으로 맞으면 부상을 피하기 어려운데 말이다.

하지만 예상했던 일이다.

저 정도 크기의 몬스터는 내구성도 단단할 수밖에 없으리라.

“이것도 맞아봐라!”

빅웜이 다가오자 바로 참격을 날렸다.

독수리도 한 번에는 죽이지 못했었기에 공격 한 방에 즉사하는 건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약간의 피해.

스턴이 걸릴 정도의 타격을 입히는 게 목표였다.

‘근데 그조차 어렵다니.’

어이가 없을 만큼 몸이 단단하였다.

검사 직업에서 가장 강한 스킬을 날렸는데도 이 모양이라니.

“피하게!”

토브칸이 다급하게 외쳤다.

나 역시 두 사람에게 물러나라고 하였다.

휘니와 하윤은 내 말에 바로 반응하여 멀리 물러났다.

하지만 정작 나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발에 힘을 주어 땅 깊숙이 박았다.

그러고는 두 개의 스킬을 사용하였다.

강력한 의지와 임전무퇴라는 스킬이었다.

내가 그렇게 충격에 대비하고 있을 때, 트럭보다 거대한 지렁이가 나를 덮쳤다.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충격이 몸을 강타하였다.

입에서 진한 피 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내 몸은 조금 밀려났을 뿐, 그 자리에서 버텼다.

두 개의 스킬과 110이 넘는 근력 스탯의 시너지 효과였다.

“내가 붙잡고 있을 테니까, 공격해!”

“아니 위험하게 뭐하는 거야, 삼촌!”

“잔말 말고 공격해!”

“에이 씨!”

휘니가 먼저 활을 쐈다.

뒤이어 내 옆으로 다가온 하윤이 빅웜에게 공격을 가하였다.

어떤 스킬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5강까지 한 희귀급 검이 있어서인지 제법 딜이 잘 먹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윤이 공격할 때마다 내가 붙잡은 빅웜이 몸을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충분히 잡을 수 있다.’

영약은 물론이고, 새로운 몬스터를 잡아 업적까지 얻게 될 거 같았다.

***

민건우 파티가 빅웜과 전투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토브칸은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 강할 줄이야.’

몇 초 정도 버티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본격적인 ‘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빅웜의 전투력이 18층에서는 규격 외 수준이란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는 나쁜 일이 아니었다.

더욱 안전하게 피라니아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 전에 저년은 처리하는 게 좋겠어.’

검사로 보이는 두 사람은 빅웜과 근접전을 치르고 있었다.

반면 여자 궁수는 멀리서 활을 쏘고 있었는데 위치가 하필 연못으로 향하는 길목이었다.

휘니라는 이름의 여자를 처리하지 않고는 피라니아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궁수 년이니 어렵지 않게 죽일 수 있겠지.’

그는 18층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레벨도 무려 33.

이 정도 레벨이면 어디서 꿀리지 않을 거라고 자부하였다.

하물며 상대가 궁수고 근접전을 허락한다면?

지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캉!

“뭐 해?”

궁수에게 조용히 다가가서는 방심한 틈에 검격을 날렸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허무하게 막혔다.

여자 궁수가 바로 반응해서는 검으로 그의 공격을 막은 것이다.

‘이 년은 뒤에도 눈이 달렸나! 아니, 그보다 왜 이렇게 검술 실력이 좋은 거야?’

처음엔 그저 낭패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공격이 연이어 실패하고 오히려 반격당하는 상황이 되자 그는 뒤늦게 깨달았다.

이 궁수 여인이 자신보다 강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

“사, 살려주게. 내가 잠시 욕심에 눈이 멀었었어.”

토브칸이 무릎을 꿇고 사죄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배신감에 치를 떨어서?

아니다.

그냥 이제 아무런 가치가 없어서 관심을 둘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꽤 실력자라 생각했는데, 휘니에게 근접전으로 발릴 정도라니.’

괜히 파티로 받았으면 짐이 될 뻔했다.

물론 그의 소환수는 제법 유용했겠지만 말이다.

“나 아니었으면 이 영약을 어떻게 얻었겠는가!”

토브칸이 무릎을 꿇은 상태로 한쪽을 가리켰다.

피라니아라는 영약이 있었는데 우리 파티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숫자가 딱 세 개였다.

아마 토브칸이 배신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것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불쌍하긴 하네.’

이어지는 토브칸의 말을 들으니 더더욱 그에게 동정이 갔다.

“빅웜은 또 어떻게 잡았고! 아까 보니 마정석도 나오고 룬도 엄청나게 나온 거 같은데, 이게 다 내 덕이지 않은가!”

그의 말대로 이번 파밍은 실로 대박이었다.

마정석 하나만 해도 대박이었는데 하급 룬 조각 서른 개에 귀환석이란 아이템까지 나왔다.

여기에 새로운 몬스터를 잡았다며 뜬 업적까지 생각하면 그의 공로는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나 내 동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미 그의 생사여탈권은 내가 아닌 휘니의 손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언은 그걸로 끝?”

“유, 유언이라니! 정말 나를 죽일 셈인가?”

“응.”

서걱!

토브칸은 그렇게 우리 파티에 아낌없이 퍼주고는 장렬하게 사망하였다.

***

“삼촌! 이 반지 좀 봐봐!”

“무슨 반지인데?”

“이름이 오틴 반지인데, 오틴이란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대!”

“오틴? 아까 그 독수리 이름이 오틴 아니었어?”

내 생각이 틀렸다.

아낌없이 퍼주고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토브칸은 죽고 나서도 우리에게 값진 것을 남겨주었다.

“왠지 18층에 올 때마다 그가 생각이 날 거 같군.”

물론 다시 18층에 올 일이 없을 거란 사실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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