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20화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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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으로 레벨 업.

#분신으로 레벨 업. 020화

사실 16층이 목표라면 이렇게 많은 리자드맨을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리자드맨 부족을 우회할 길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일부러 리자드맨 부족과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서걱, 서걱!

그리고 우리는 리자드맨 부족을 그야말로 학살 중이었다.

처음 15층에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만큼 우리가 강해졌다는 뜻이겠지.’

고개를 돌려 하윤과 휘니의 활약을 바라보았다.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제법 시간이 걸렸던 하윤이었다.

간혹 검이 부서져서 낭패를 겪은 경우도 있었다.

휘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평범한 리자드맨이라면 모를까, 검을 든 리자드맨.

우리가 ‘챔피언’이라 부르는 개체를 상대할 때면 그녀의 공격은 허무하게 막히고는 했다.

리자드맨 챔피언이 워낙 반사신경이 좋아서 화살을 검으로 다 튕겨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두 사람 모두 그야말로 원샷원킬이었다.

하윤이 검을 휘두르면 그 어떤 리자드맨도 막지 못하였다.

물론 휘니의 활을 막는 리자드맨도 없었고 말이다.

“이제 상대도 안 되는데?”

“리자드맨, 쉬워.”

두 사람의 말에 나는 구태여 /방심하지 마라./ 말하며 초를 치지 않았다.

“그럼 바로 16층까지 간다?”

“가즈아!”

“응!”

다른 유저 같았으면 리자드맨 부족을 학살하며 경험치와 룬을 모았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유저들이 6층으로 갈 실력이 있으면서 5층에 머물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게 더 효율적이었다.

몬스터를 잡을 때 얻는 아이템과 경험치는 무시 못할 수준이었다.

다음 층으로 가서 공략법 없는 몬스터를 상대하며 시간을 허비하느니 익숙한 몬스터를 학살하는 게 더 빠르게 강해지는 길이었다.

하지만 우리 파티는 일반 유저와 수준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일단 업적을 독점하는 게 컸다.

새로운 층에 가서 새로운 몬스터를 잡으며 업적을 수집하는 게 레벨을 올리는 것보다 훨씬 효율이 좋았다.

‘무엇보다 다음 층에 관한 정보가 다른 유저에겐 없고 나에겐 있다는 게 크지.’

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였다.

그리고 원작을 읽은 나는 정보에 있어서 엄청난 우위에 있었다.

***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최초로 ‘16층’에 도달하였습니다.>

16층에 오니 업적을 달성했다는 문구가 가장 먼저 반겨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문구를 봐도 별로 대수롭지가 않았다.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따로 있었다.

“와! 엄청 넓다! 지평선 끝이 보여!”

하윤이 탄성을 질렀다.

나 역시 감탄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봤다.

16층의 맵은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이라서 다음 층으로 향하는 포탈을 찾는 것도 쉬웠다.

눈에 감각을 집중하면 수십 km 떨어진 거리에 포탈의 환한 빛이 보였다.

휘니의 특성에 의지할 필요없이 직진만 하면 17층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맵이 단순하다고 16층의 난이도가 쉽다는 말은 아니었다.

단순했기에 오히려 어떤 공략법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16층이었다.

“여기는 어떤 몬스터가 나와?”

“조금 가보면 알 거다.”

다그닥다그닥!

그때 마침 무언가 지축을 울리며 다가왔다.

소리가 엄청난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게 뭐야?”

“켄타우로스.”

“켄타우로스라고?”

상체는 인간이고 가슴 아래부터 뒷부분은 말인 반인반마, 켄타우로스.

영화에서도 간혹 등장하였다.

상체가 인간이었기에 지성체로 등장하고는 했다.

하지만 적어도 탑에서 등장하는 켄타우로스는 지성체가 아니었다.

고층에서 나오게 될 다른 반인반마 종족과 다르게 켄타우로스는 몬스터 그 자체였다.

그리고 몬스터답게 우리를 보자마자 공격부터 하였다.

휘휘휘휘휙!

켄타우로스의 장기는 활이었다.

열 개의 화살이 동시에 날아왔다.

“내 뒤로 피해!”

하윤이 탱커라도 된 것처럼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그러자 휘니가 재빠르게 그녀의 뒤에 섰다.

물론 두 사람과 다르게, 전혀 위험을 느끼지 못한 나는 제자리에서 검을 뽑았다.

휘적휘적 검을 휘두르니, 화살이 나에게 다가오지 못하고 애먼 땅을 때렸다.

두 사람 역시도 잘 막아냈다.

‘나무를 세우는 자’는 들어본 적 없는 성좌였지만, 방어막 스킬 하나는 쓸 만한 거 같았다.

‘그나저나 켄타우로스는 지나칠 정도로 성가시단 말이지.’

화살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 돌진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켄타우로스는 절대 다가오지 않고 멀리서 화살만 쏘았다.

그야말로 얌체 같은 행동이었다.

내가 역으로 다가가니 켄타우로스들은 내가 다가간 만큼 뒤로 물러났다.

하반신이 말이라 도망치는 속도도 재빨랐다.

만약 우리가 일반 유저들이라면 속수무책이지 않았을까 싶다.

타고 온 포탈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으니 이 자리가 묘지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평범한 유저들이 아니지.’

저쪽만 활을 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쪽에도 원거리 딜러가 있었다.

하윤의 뒤에서 엄폐하던 휘니가 활을 들고는 순식간에 여러 발의 화살을 쏘았다.

몇 발을 쏘는지 파악이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속사였다.

그리고 속사의 결과는 놀라웠다.

“크아아아아!”

무려 다섯 마리의 켄타우로스가 쓰러졌다.

나머지 다섯 중 두 마리도 비명을 꽥꽥 질렀다.

‘마무리는 내가 해줘야지.’

내가 스킬을 사용하자 정면으로 반월 형태의 참격이 날아갔다.

가로막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르며 날아가는 참격으로 비명을 지르던 켄타우로스는 물론이고 나머지 세 마리 켄타우로스도 즉사하였다.

“역시 명사수야.”

“건우가 더 강하다.”

그거야 당연한 거고.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휘니를 영입하길 잘했어.’

15층까지는 맵이 너무 안 좋았다.

정글 맵에선 아무래도 활의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리자드맨 검사가 워낙 반사신경이 좋은 편이기도 했고.

반면 16층부터는 달랐다.

켄타우로스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나올 모든 몬스터는 원거리 딜러에 특화되어 있었다.

아마 원거리 딜러를 배제하고 근거리 딜러로만 팀을 짠 유저 파티는 16층부터 낭패를 겪지 않을까 싶었다.

***

“어, 활 나왔다!”

“희귀급이군.”

활을 쏘는 몬스터를 잡아서 그런 것일까?

15층까지는 활이 드랍되는 일이 적었는데 16층부터 급격히 늘었다.

‘유저들에게 비싸게 팔 수 있겠어.’

물론 우리 파티는 아이템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파티가 아니었다.

이미 장비를 잘 갖추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활이 드랍할 때도 파티에서 사용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얼마에 팔지만 생각하였다.

사실 활 말고 다른 장비 아이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파티를 만족시키려면 적어도 영웅급 아이템 정도는 나와줘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웅급 아이템은 드랍 확률이 굉장히 낮았다.

‘마정석이 나와야 영웅급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을 텐데···’.

카르마 상점을 이용하면 영웅급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카르마 상점을 이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가성비로 따지면 최악이기 때문이었다.

상점의 희귀급 장비는 수제로 제작한 일반급 장비보다 못하였다.

강화 한계 때문인데, 이런 똥망 가성비는 영웅급 이상으로 갈수록 더 최악이었다.

영웅급부터는 버프나 스킬이 하나씩 붙기 시작하는데 상점의 아이템들은 효과가 하나같이 구렸다.

차라리 수제로 제작한 희귀급 장비에 강화를 바르는 게 나을 정도였다.

-끼아아아악!

그때 갑자기 처음 들어보는 괴성이 들렸다.

“삼촌, 무슨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하늘에 뭐가 있어.”

휘니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을 보니 정말 괴생명체가 보였다.

독수리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뿔이 달려있었다.

“설마 저것도 몬스터야?”

“당연하지.”

“······저걸 어떻게 잡아?”

저렇게 하늘을 날고 있으면 나라도 방법이 없었다.

물론 몬스터가 괜히 몬스터인 게 아니었다.

공격하지 않고 날기만 하면 애초에 몬스터라고 부르지도 않았으리라.

-키아아아악!

괴성이 가까워지더니 뿔이 달린 독수리가 수직으로 낙하하였다.

당연히 독수리가 노리는 곳은 우리 파티였다.

“알아서 와주네. 이제 잡을 수 있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공격할 수단이 있어야 잡지!”

하윤을 더 놀리고 싶지만 나도 마냥 여유 부릴 상황은 아니었다.

독수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속도는 그야말로 번개 같았다.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벌써 독수리가 입을 벌리며 바로 근처까지 다가왔다.

난 지체 없이 참격을 쏘았다.

휘니의 화살도 마침 독수리의 눈을 노리고 날아갔다.

내가 날린 참격과 휘니의 화살은 독수리를 정확히 맞추었다.

하지만 나는 만족하기는커녕 오히려 혀를 찼다.

“이런.”

독수리는 죽지 않았다.

피를 철철 흘리며 다시 하늘로 날아갔지만, 치명상은 피하였다.

날개와 목에 조금 상처를 입었을 뿐이었다.

-키아아아아악!

먹잇감이 반격한 사실이 그리도 화가 났는지 독수리는 연신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분노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하늘 위를 빙빙 돌 뿐, 재차 공격하지는 않았다.

“아 진짜! 근딜은 서러워서 살겠나! 왜 죄다 이런 몬스터들밖에 없는 거야!”

그 모습을 보며 하윤이 답답했는지 그리 외쳤다.

“네가 무슨 근딜이야. 너 마법사잖아.”

“아! 맞다, 그랬었지? 근데 마법사가 왜 원거리에서 딜을 못 넣는 거냐고!”

“2차 전직하면 돼.”

지금은 전이 스킬 원툴인 전이술사였다.

공격 스킬은 하나도 없고 블링크라는 근거리 이동 스킬 하나만 조금 쓸 만했다.

‘사실 원거리에서는 검사도 한계가 명확하지.’

참격도 저층에서나 무적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가성비가 그리 좋은 스킬은 아니었다.

마력 소모가 지나치게 큰 주제에 공격력은 마력 소모량만큼 많지는 않았다.

아마 다른 검사 직업의 유저가 참격을 쓰려면 마력 룬을 대량으로 모으거나 마력을 늘려주는 액세서리 아이템을 착용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최소 희귀급 이상으로.

‘빨리 2차 전직을 해야겠어.’

전직만이 살길이었다.

다만 지금 당장 전직할 수가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키아아아악!

기회를 엿보던 독수리가 다시 낙하하였다.

물론 긴장의 끈을 놓지 않던 나는 바로 반응할 수 있었다.

정확한 타이밍에 참격을 날렸다.

‘이걸 피해?’

몬스터에게도 지능은 있었다,

똑같은 패턴으로는 계속 당해주지 않았다.

독수리는 예술 같이 비행하여 내 참격을 피하였다.

휘니의 화살까지는 못 피했지만 말이다.

푹! 푹! 푹!

무려 세 발의 공격을 허락한 독수리.

타격이 컸는지 하늘에서 헛돌았다.

그 틈을 노리고 나는 하늘을 보며 대쉬 스킬을 사용하였다.

그러자 내 몸이 잠깐 하늘을 날았다.

독수리와 거리가 가까워진 그 상황에서 참격을 날렸다.

이번엔 독수리도 참격을 피할 수 없었다.

서걱!

무언가 절단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땅에 착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개로 분리된 독수리가 땅에 떨어졌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최초로 ‘외뿔 독수리’를 처치하였습니다.>

마침내 독수리의 숨이 끊어졌다.

‘외뿔 독수리가 지금 우리 파티의 상대로는 가장 빡센 몬스터인 거 같군. 지금까지 치렀던 전투 중에 가장 어려웠어.’

그래도 보상은 달달하였다.

업적이야 너무도 당연했기에 특별함을 느끼지 않았다.

내가 달달하다고 말했던 것은 바로 드랍 템이었다.

‘마정석이라. 진짜 얻었잖아?’

영웅급 아이템을 제작하려면 꼭 필요한 게 마정석이었다.

그런데 마침 마정석이 드랍되었다.

심지어 그냥 마정석도 아니고 외뿔 독수리에게서 나온 마정석이었다.

이 마정석으로 아이템을 제작한다면 플라이 같은 스킬이 담긴 영웅급 아이템이 제작될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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