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18화 (18/59)

────────────────────────────────────

성좌 룬.

전이 스킬로 4층에 오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몰려왔다.

“삼촌, 무슨 연예인이라도 되는 거 같네.”

“연예인보다 더 대단하지. 저들의 생명줄을 갖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내 사업은 꽤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무기부터 시작해서 식량, 식수, 그리고 여러 직업 카드까지.

지금 유저들 중에 나만큼 풍족한 자원을 가진 이는 없었다.

그 결과, 내가 원하는 물품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었다.

반대로 내가 가진 물건은 폭리로 팔았고 말이다.

“도대체 이 돌조각은 어디다 쓰는 거요?”

“그건 비밀입니다.”

“말해주지 않으면 팔지 않을 텐데?”

“그럼, 저도 안 사면 그만입니다.”

가끔 내가 룬 조각을 비싸게(그들 딴에는) 사들이는 모습을 보며 의구심을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정보가 부족할 뿐,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었기에 룬 조각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사실은 간파하였다.

하지만 그놈의 정보가 문제였다.

룬 조각은 9개를 모아야 하나로 합쳐졌다.

일반 유저는 일단 9개의 룬 조각을 모으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설령 9개를 모아 하나의 룬을 만든다고 해도 크게 의미는 없었다.

미감정 상태의 룬으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정이 급한 사람은 룬에 관한 정보를 안다고 해도 당장의 이익을 위해 나와 거래를 해야만 했다.

“오늘도 와주셨군요. 이한성 님.”

“필요한 게 있어서요.”

내 첫 고객이었던 이한성이란 자가 찾아오자 나는 반가움을 느꼈다.

한국 유저에다 첫 고객이었으니 나라고 반가운 마음이 안 들 수가 없었다.

‘그새 더 강해졌군.’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기특했다.

나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가시털을 잔뜩 세우고 주변을 경계하는 고슴도치와 같았다.

3층에서조차 잔뜩 긴장해야 할 정도로 그는 약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절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의 허리춤에 있는 검집만 봐도 그랬다.

맨손으로 다니던 그가 그럴듯한 검 한 자루를 찬 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어떤 걸 원하십니까?”

“우선 이 돌조각들을 팔고 싶습니다.”

“가격은?”

“조금 더 가격을 쳐줄 순 없겠죠?”

내가 고개를 저으니 그가 한숨을 내쉬며 룬 조각을 꺼냈다.

그래도 그는 괜한 고집을 부리지 않아서 현명하게 느껴졌다.

“15개라. 열심히 사냥하셨군요.”

“보물 상자도 열심히 뒤졌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겨우 4개였다.

그것도 며칠 보물 상자 뒤지고 얻은 게 그 숫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고작 하루 만에 15개를 구해왔다.

3층에서 4층으로 올라왔다지만, 실로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방패를 하나 사고 싶습니다. 일반급 창도 하나 필요합니다.”

룬 조각 15개면 방패와 창 정도는 충분히 살 수 있었다.

물론 희귀급이라면 어림도 없겠지만.

인벤토리에서 창과 방패를 꺼내서 주니 그가 불쑥 물었다.

“이제 슬슬 4층도 적응이 돼서 5층을 가볼까 하는데, 과연 제가 5층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탑에서 정보보다 귀한 것은 없었다.

아무리 몇 번의 거래를 한 사이라지만, 다음 층 정보처럼 귀중한 정보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역시 공짜로는 정보를 주시지 않는군요.”

“제가 워낙 공정한 걸 좋아해서, 누구는 주고 누구는 주지 않는 불공정한 행동은 할 수 없습니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그냥 공짜로 못 주겠다는 의미였다.

이한성도 내 말의 진의를 알아들었는지, 보다 직접적으로 물었다.

“무엇을 드려야 5층의 정보를 알 수 있을까요?”

“저는 늘 같은 걸 원합니다.”

“그러면 이것도 원하시겠죠?”

그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카드처럼 보이는 무언가는 바로 직업 카드였다.

“오.”

작게 감탄하였다.

직업 카드에는 ‘화염 마법사’란 직업이 적혀 있었다.

히든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희귀급 이상으로 취급받는 직업이었다.

“상당히 좋은 직업으로 보이는데 저에게 파시려고요?”

“어차피 저희 파티원들은 전부 직업이 있습니다. 그러니 파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데, 민건우 님만큼 가격을 잘 쳐줄 곳이 없을 거 같았습니다.”

“이 정도면 5층 정보뿐만이 아니라, 6층 정보까지 드려야겠군요.”

나는 양심 있는 상인이었다.

이렇게 값비싼 것을 받았는데 5층 정보만 주고 입을 다물 수는 없으리라.

그래서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5층에는 어떤 몬스터가 나오고 그 몬스터의 공략법이 무엇인지.

마찬가지로 6층에 관한 설명도 해주었다.

사실 6층은 그레이트 베어를 조심하라는 조언만 해줘도 충분하였다.

5층까지 적응했다면 6층의 난이도는 비교적 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블린, 늑대에 관해서도 최소한의 설명을 해주었다.

“이렇게 많은 정보를 주실 줄이야. 화염 마법사 카드가 전혀 아깝지 않은 거 같습니다.”

“만약 히든 카드를 구해오신다면 더 많은 정보를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30층, 아니 50층 이상에 대한 정보도 말입니까?”

그가 나를 떠보듯 물었다.

“물론입니다.”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감 넘치게 대답하였다.

지금이야 15층까지밖에 안 가봤다지만, 원작을 봐서 웬만한 것은 다 알았다.

애초에 그 정도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히든 직업이 있을 리도 없으니 당당하게 굴어도 됐다.

‘그나저나 화염 마법사라. 이거 조금 고민되는데?’

곧 2차 직업으로 전직해야 하는데, 그냥 지금 직업을 바꿀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화염 마법사라면 지금 내 마력 스탯을 봤을 때 나쁘지 않았다.

뭐 나 정도의 스탯이라면 어떤 직업을 가져도 나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일단 조금 더 고민해보자. 룬도 까봐야 하니까.’

혹시 모른다.

룬을 까니 직업 같은 건 고민하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룬이 뜰지.

가능성이 적은 이야기지만, 룬이 워낙 많으니 조금은 기대할 만하였다.

***

유저들과 거래를 마치고 우리 파티의 아지트로 향하였다.

물론 우리 파티의 아지트는 생명의 샘 근처를 말하였다.

‘여기는 아직도 찾은 사람이 없는 모양인데.’

생명의 샘은 그야말로 히든 피스라 불러도 이상할 게 없었다.

웬만한 부상은 전부 치료해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물 자체가 굉장히 맛있어서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됐다.

“도대체 마나란 걸 어떻게 느끼는 거야?”

“계속 집중하면 돼. 하윤, 너는 집중력이 너무 없어.”

“한 시간 넘게 집중했는데 아무것도 안 느껴진단 말이야.”

유저들이라면 애지중지했을 생명의 샘.

하지만 우리 파티는 수련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하윤 혼자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휘니도 얼마 전에 마나 감응에 성공하였다.

“삼촌!”

“아직도 못 느꼈어?”

“아니, 안 느껴진다니까. 이거 꼭 해야 하는 거야?”

“꼭 해야 해. 앞으로 스킬을 사용하는 상대를 계속 만날 텐데, 마나를 느낄 줄 안다면 스킬 피하기가 훨씬 쉬워져.”

무공이나 마법을 모른다고 해서 마나를 느끼는 게 의미 없지는 않았다.

유저가 스킬을 사용하면 마나가 소모되었다.

만약 마나를 감응한 사람이라면, 상대가 마나를 쓴 것을 보고 스킬 사용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럼, 삼촌은 뭐 팁 같은 거 없어?”

“팁이랄 게 필요해? 조금만 집중하면 느껴지지 않아? 따뜻하면서 힘이 넘치는 어떤 에너지가?”

“······.”

하윤이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나는 당당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설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샘에서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그냥 무아지경 상태로 외부 감각에만 온 신경을 집중한다면 바로 느낄 수 있는 게 마나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물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어쩌면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하윤은 벌써 며칠째 도전하고 있었다.

3층에서 내가 마나를 느꼈을 때보다 지금의 그녀가 감각 스탯이 더 높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내가 몇 시간 만에 느낀 마나를 아직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휘니 역시도 오래 걸린 건 마찬가지였다.

거의 사흘 이상 걸렸으니까.

두 사람의 사례를 보면 내가 재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떻게 해서든 무공 같은 걸 배우긴 해야겠어.’

속으로 그런 다짐을 하며 품에서 미확인 룬을 꺼냈다.

어차피 하윤이 마나를 느끼기 전까지 10층으로 올라갈 생각이 없으니 룬이나 까보자는 생각이었다.

“하아.”

내 모습을 보고 하윤은 다시 생명의 샘 안으로 들어갔다.

휘니는 검을 꺼내든 채 검술 수련을 시작하였다.

‘근력의 룬, 감각의 룬, 민첩의 룬···. 죄다 꽝이군.’

감정 스킬은 다행히 쿨 타임이 짧았다.

그래서 쉬지 않고 룬을 감정하였는데, 도통 제대로 된 게 나오지 않았다.

무려 100개를 감정했을 때도 원하는 게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게 당연한 일이긴 했다.

겨우 최하급 룬이다.

벌써 뭐가 나오길 바라는 것은 염치없는···.

“오!”

성좌 룬.

확률이 극악 중 극악이라는 성좌 룬이 떴다.

겨우 109개를 깠을 때 떴으니 엄청난 행운이었다.

[나무를 세우는 자.]

들어본 적이 없는 성좌였다.

아마 엑스트라 취급받는 성좌겠지.

그래도 꽤 나쁘지 않아 보였다.

감각, 내구 스탯이 미세하게 상승하고 마나 효율이 향상하는 효과를 주었다.

더군다나 스킬도 하나 포함되어 있었다.

보호막 스킬이었다.

‘이건 하윤이에게 주면 되겠는데?’

지금이야 잘 따라오고 있지만,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나를 따라오기 버거워질 것이다.

전이술사의 한계는 명확했으니까.

하지만 보호막 스킬이 생긴다면 자기방어를 할 수 있었다.

어차피 적은 내가 처리하니 하윤은 자기방어만 해줘도 나를 따라오는 것은 문제 될 게 없으리라.

‘더 까보자. 여기서 또 나올 리는 없겠지만.’

그동안 모아둔 룬이 어지간히 많았다.

내가 사냥하면서 모은 룬도 한 번에 까려고 모았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많이 모았던 200개의 룬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정확히는 사라진 게 아니라 ‘미감정’ 상태에서 ‘감정’ 상태로 바뀐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스탯 룬이었다.

예상했던 일이기에 무덤덤했다.

그저 이 엄청난 수의 룬을 얼마에 팔지 고민이 될 뿐.

참고로 하윤도 이제 스탯이 높아져서 최하급 룬으로는 스탯 상승 효과가 아예 없었다.

스탯이 20을 넘긴 순간에 단 0.1의 상승 효과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좌 룬이 하나 더 떴다고?’

내가 별 기대감 없이 룬을 계속 까고 있을 때였다.

룬에서 갑자기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평범했던 미감정 룬이 붉은색의 룬으로 바뀌었다.

붉은색은 성좌 룬이었다.

나는 흥분한 표정을 지으며 룬의 정보를 확인하였다.

[황금 여의봉의 주인.]

이름은 황금 여의봉의 주인.

상승시켜주는 스탯은 총 3개였다.

근력과 감각 그리고 민첩을 상승시켜주었다.

하지만 성좌 룬이 아무리 좋아도 하나만 있을 때는 드라마틱한 상승 효과를 주진 않았다.

성좌 룬에서 스탯보다 중요한 것은 스킬이었다.

‘손오공이라니!’

황금 여의봉의 주인은 원작에서도 나왔었다.

그리고 이 성좌 룬에 담긴 스킬은 너무나도 유명하였다.

바로 분신이었다.

이 분신 스킬을 익힌 악역이 처음 등장했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무공을 익힌 주인공이 이 스킬을 가지면 엄청나게 사기일 거라고.

그런데 그 스킬이 바로 나에게 왔다.

‘분신 스킬은 나에게도 사기지.’

분신 스킬의 효과는 굳이 원작의 내용을 떠올릴 필요도 없었다.

말 그대로 내 몸을 복제하여 새로운 몸을 만들어내는 게 분신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 육체도 아니고 온갖 업적으로 도배된 나의 육체를 복제한다는 점이었다.

비록 성좌 룬이 하나일 때는 30% 수준밖에 복제되지 않았지만, 나의 스탯 30%는 유저들 사이에선 압도적이었다.

스킬도 사용할 수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내 평균 스탯은 대략 120.

분신의 평균 스탯은 30대 후반이니 스킬 없어도 충분하였다.

‘여기에 검술과 마력까지 배운다면 금상첨화지.’

검술을 배워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는 거 같았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