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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서 나 혼자 재벌-17화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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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 룬.

내가 열심히 설명해줬는데도 여전히 하윤은 내 계획을 회의적으로 봤다.

“여기에 수만 명이 있든, 삼촌이 접하는 사람은 극소수잖아.”

“그러니 소문이 돌게 해야지. 무엇이든 파는 만물상이 있다고 말이야.”

나는 소문의 힘을 믿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당장은 별로 이득이 아닌 거 같은 작은 거래를 계속 시도하였다.

당연하겠지만, 모든 거래가 이한성이란 사람과 했던 거래처럼 순탄하게 흘러간 것은 아니었다.

“상인이라는데?”

“푸하하. 상인이라고?”

“네가 상인이면 나는 약탈자다, 이 새끼야! 좋은 말 할 때 가진 거 다 내놔!”

역시 생각이 짧은 사람이 많았다.

온갖 장비를 팔고 심지어 직업 카드까지 판매한다고 이야기하였다.

3층에서는 보기 힘든 아이템을 들고 있는 걸 보면 내가 범상치 않다는 사실을 눈치채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었다.

휘니, 하윤과는 따로 움직이는 상황.

두 사람은 ‘생명의 샘’에서 열심히 마력 감응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보기에 나는 혼자서 나다니는 털기 좋은 사냥감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두 사람이 있어도 워낙 어려 보이는 외모 덕에 위압감(?)을 주기엔 어울리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약탈을 시도했다는 건 본인들도 약탈당할 각오가 되어있다는 거겠지?”

의미심장한 말로 최후의 경고를 날렸다.

하지만 나를 공격하려는 중국인들은 그저 나를 중2병 취급하는 듯 보였다.

내 말에 코웃음을 치더니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정면에서 달려든 이는 무슨 무공이라도 익힌 사람처럼 이상한 자세로 나를 공격하였다.

양옆의 중국인들이라고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숫자만 믿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달려드는 모습이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냈다.

그러고는 검집 채로 빠르게 세 번 휘둘렀다.

아마 상대는 내가 검을 꺼낸 것도 보지 못했을 거다.

퍽! 퍽! 퍽!

“악!”

“커억!”

“켁!”

죽이지 않으려고 최대한 힘 조절해서 때렸다.

그런데도 세 명의 중국인은 거칠게 바닥을 나뒹굴며 당장 숨이 끊어질 것처럼 엄살을 부렸다.

물론 그런 엄살이 내게 통할 리는 없었다.

“가진 거 다 내놔.”

돌아오는 대답이 없기에 몇 대 더 때려주었다.

“드,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좋은 말할 때 줄 것이지.”

한 대 때릴 때마다 룬 조각이 튀어나오고 사지 중 한 곳을 부러뜨리면 심지어 직업 카드까지 튀어나왔다.

아쉽게도 중복되는 직업 카드였지만, 약간의 노동으로 이 정도 성과면 나쁘지 않았다.

중국인 유저들을 참교육한 이후로 몇 번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역시 빌런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지, 러시아인과 미국인, 나와 같은 한국인 유저까지 나를 도발하였다.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내게 덤벼들었던 유저는 반드시 사지 중 한 곳을 부러뜨렸다.

아마 이것도 소문이 나돈다면 다음부터 내게 덤벼드는 유저는 없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했는데도 나에게 덤비는 유저가 있다면 그 용기가 가상하니 좀비로 만든 뒤에 내 카르마로 환원되게끔 만들어줘야지.’

아무튼, 그렇게 몇 번의 거래를 더 하고서 하윤을 다시 불렀다.

10층으로 돌아가기 위함이었다.

***

이른 아침.

하윤이 오늘의 일과를 물었다.

“일단 미트 골렘부터 잡으러 가야지.”

미트 골렘을 잡는 건 일과에서 빠질 수 없었다.

자격의 증표를 모아야 했으니까.

‘하급 룬이 나오기도 하지.’

9층 이하에서는 최하급 룬밖에 나오지 않았다.

반면 미트 골렘을 잡으면 하급 룬이 나왔다.

솔직히 스탯이 워낙 높은 나에겐 그리 메리트 있지는 않았지만, 룬은 많을수록 좋았다.

거래 용도로도 쓸 수 있으니.

“그 이후에는 검술을 배우러 갈 거야.”

“진짜 싫다. 검술 배우기.”

하윤이 투정을 부렸다.

얼마 전부터 우리는 신전에서 소개받은 피보르라는 검사에게 검술을 배우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검술이란 게 그리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린 아예 기초가 없었기에 더더욱 어려웠다.

그나마 내 경우, 압도적인 스탯 덕인지 순조롭게 배우고 있기는 했다.

반면 하윤은 휘니보다도 훨씬 뒤처졌다.

하윤이 검술을 배우기 싫어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검술을 꼭 배워야 해? 어차피 스킬 배우면 되는 거잖아. 우리 카르마도 이제 많이 버는데.”

나도 그러고 싶었다.

효율로 따지면 그게 훨씬 더 나았으니까.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스킬에 의존하는 건 절대 좋지 않았다.

스킬이란 스킬은 죄다 배운 탑랭커가 주인공의 검 휘두르기 한 번에 즉사하는 장면이 나왔었다.

아무리 검기란 것을 사용하여 공격했다지만, 그 부분만 보면 스킬이 무용하다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잔말 말고 배워. 비장의 수는 하나라도 더 있는 게 좋으니까.”

“시간이 아까워서 그렇지. 시간이 아까워서.”

“아까울 게 뭐 있어. 우리가 뒤처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저층을 오간 덕에 유저들의 현재 수준이 어떤지를 명확히 알았다.

‘탑이 생긴 지도 벌써 열흘째. 그런데도 대부분은 여전히 3, 4층에서 허덕이고 있지.’

유저들의 진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느렸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1층에서 어둠을 헤치는 것도 엄청난 용기였다.

그런데 2층에서는 함정이란 요소까지 튀어나왔다.

3층에 올라가면?

영화에서나 볼 법한 좀비가 튀어나왔고 4층부터는 한 마리가 아닌, 여럿이 튀어나왔다.

맨땅에 헤딩하는 유저들에게 있어 다음 층으로 향하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10층에 올라와도 난관이 하나 남아있지.’

아직 10층까지 올라온 유저는 없지만, 설령 10층까지 도달해도 크게 의식하지 않을 거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11층으로 가려면 자격의 증표라는 게 필요하였다.

지금 유저들의 수준으로 미트 골렘을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대사제의 행동을 보면 아예 미트 골렘을 잡을 ‘기회’조차 얻기 힘들어 보였다.

대사제가 자격의 증표를 독점한 이유.

그건 바로 유저들을 일꾼으로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즉, 일종의 퀘스트였다.

유저들은 사실상 무임금으로 신전의 퀘스트를 수도 없이 깨야지만 자격의 증표를 받게 되리라.

그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쳇. 완전 독재자야. 독재자.”

“이게 나만 좋자고 이러는 게 아니잖아.”

“원래 독재자들이 다 그러던데.”

“시끄럽고 슬슬 이동해. 피보르 경이 기다리겠다.”

투덜대는 하윤을 끌고서 피보르의 저택으로 향하였다.

다행히 휘니는 하윤과 달리 군말 없이 내 말을 따라주었다.

***

“하압!”

거한의 사내가 나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분명 느릿하게 느껴지는 찌르기였다.

하지만 그 찌르기에는 강맹한 힘이 담겨있었다.

캉!

온 힘을 다해 옆으로 쳐냈다.

그런데 상대의 검은 거의 밀려나지 않았다.

내 압도적인 근력 스탯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더 놀라운 건 옆으로 쳐냈던 상대의 검이 마치 뱀처럼 휘어지더니 다시 내 목을 향해 찔러왔다.

고개를 뒤로 젖혀도 유도 미사일처럼 나를 쫓아왔는데, 빠르게 뒷걸음질함으로써 간신히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유저님, 이번에도 너무 힘으로만 검을 휘두르셨습니다.”

“쉽지 않네요.”

검술이란 게 정말 쉽지 않았다.

힘보단 기술이란 느낌이었다.

가끔은 근력이 너무 높아서 오히려 손해 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민건우 유저님은 재능이 좋아서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겁니다.”

피보르가 하윤을 힐끔 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하긴, 하윤과 비교하면 성장이 빠른 편이긴 했다.

그래봤자 도토리 키 재기라는 게 문제지만.

오히려 우리 중에서 휘니가 월등히 빨랐다.

벌써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었다.

“피보르 경, 그런데 제가 어제 했던 제안은 생각해보셨습니까?”

“그 아카데미 건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검술의 달인, 피보르.

난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그건 다름 아닌 ‘모험가 아카데미’의 교관이 되어달라는 제안이었다.

참고로 모험가 아카데미는 유저가 다닐 학교를 말했다.

이미 테리블 거리가 있던 공터에 반쯤 지어진 건물이 있는데 그곳이 모험가 아카데미가 될 곳이었다.

“저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 재능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럴 리가요. 제가 경에게 얼마나 많은 걸 배웠는데요.”

“그야 워낙 재능이 좋으셔서 그런 겁니다.”

“모험가 아카데미에도 주로 재능 있는 유저가 입학할 겁니다.”

피보르는 여전히 확답해주지 않았다.

아직은 메리트를 크게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자격의 증표를 원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본 나는 인벤토리에서 자격의 증표를 꺼냈다.

“단 6개월. 모험가 아카데미에서 6개월만 일해주시면 이 자격의 증표를 드리겠습니다.”

“······!”

이건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꿈에도 그리던 자격의 증표를 겨우 6개월만 고생하면 가질 수 있는 셈이니.

“물론 신전의 허락도 제가 얻어내겠습니다.”

사실 자격의 증표를 구하는 것보다 신전이 포탈로 향하는 지하 던전을 개방해주지 않는 게 더 문제였다.

신전은 네시아 왕국의 사람을 11층으로 보낼 생각이 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저, 정말입니까?”

“저는 살면서 거짓말 같은 거 해본 적 없는 사람입니다.”

이런 말 하는 사람 치고 거짓말 안 해본 사람은 없으리라.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를 11층으로 보내주겠다는 약속까지 거짓말은 아니었다.

“모험가 아카데미에서 일하겠습니다. 어떤 일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피보르의 말에 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쉽게 수준 높은 검술 교관을 얻다니.

모험가 아카데미를 세우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거 같았다.

***

미국 유저, 조던 매런은 자신이 제압한 유저들에게 살벌한 목소리로 협박하였다.

“여기 근처에서 또 만나면 그때는 진짜 죽을 줄 알아라.”

“다, 다시는 이 방향으로 오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6층으로 올라갈 때까지 얌전히 짜져있어. 내 사냥감 뺏지 말고. 알았어?”

“예!”

공손해진 프랑스 유저들의 모습을 보며 조던 매런은 픽 웃었다.

그런 조던 매런을 향해 그의 파티원들이 다가왔다.

“안 죽일 거야?”

“이딴 노비스들 죽여서 뭐 해?”

놀랍게도 유저 중에서 순위권의 실력을 갖춘 조던 매던은 아직 단 한 번도 살인해본 적이 없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순위권 안에 드는 유저이기에 살인 경험이 없다고 해야 했다.

조던 매던은 독보적인 속도로 각 층을 돌파해왔기에 다른 유저와의 충돌을 겪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는 포기하고 B-1 지점 가보자.”

“라져.”

“근데 B-1도 좀비가 없으면 어떡하냐?”

“설마. 어제까지 넘쳐났던 좀비가 갑자기 사라질 리 없잖아?”

하지만 그들이 B-1이라고 말한 지역에 도착하자 좀비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아까 그놈들이 여기까지 턴 거 아니야?”

“그 실력으로? 헐크 좀비 나온 거 가지고 허둥대던 거 너희도 봤잖아.”

“그럼 다른 놈들도 올라왔다는 건가?”

다른 유저들이 5층까지 올라왔다는 소식은 절대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5층은 지금껏 그들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던 사냥터였다.

이곳에서 얻은 카르마만 파티 전체 합산해서 천 단위였다.

레벨도 무려 9씩 찍은 상태.

당연히 독점이 깨지는 상황을 즐거워할 수는 없었다.

“또 허탕이라고?”

“아니, 도대체 몇 명이나 올라온 거야?”

C-1 지역으로 갔으나 이번에도 허탕이었다.

이는 적어도 두 개 이상의 파티가 그들처럼 좀비를 몰이 사냥한다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10은 찍고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다시 달릴 수밖에 없겠어.”

조던 매런은 혀를 차며 그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4층에서 갑자기 쏟아져나오는 유저들 때문에라도 5층을 벗어나야겠다는 결론이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4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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