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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서 나 혼자 재벌-12화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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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따갚이다.

“허허, 정말 인상 깊은 제안입니다. 확실히 저희 신전이라면 자격의 증표를 잘 관리할 수 있을 겁니다.”

대사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곧바로 내 제안에 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우려를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떤 우려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민건우 신도님께서 만에 하나, 유저의 의무를 이행하고자 10층을 떠난다면 저는 다른 신도들을 볼 낯이 없어질 겁니다.”

한마디로 먹튀 하면 어쩌냐는 말이었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선금으로 10만 카르마를 받고 그대로 도망친다면 대사제로서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11층으로 향하는 포탈은 던전 보스가 있는 곳과는 바로 지척이라 도망치기도 쉬웠고 말이다.

“그게 걱정이라면 카르마로 주지 마시고, 테리블 거리를 주십시오.”

“······!”

수도에 들어갈 때부터 계속 탐이 나던 테리블 거리.

이번에는 얻어낼 수 있을 거 같았다.

10만 카르마라면 테리블 거리 전체를 사도 한참 남을 테니.

“설마 부동산을 매입했는데 제가 그 부동산을 놔두고 어디 가지는 않을 거 아니겠습니까?”

하윤이 있어서 사실 언제든 10층을 떠나도 문제없었다.

전이 스킬로 다시 돌아오면 됐으니까.

하지만 상대는 하윤의 직업을 알지 못했다.

설령 알아도 10만 카르마의 상당수를 부동산 매입에 사용한다면 나를 의심할 이유는 없었고 말이다.

“부동산을 원하는 걸 보면 네시아 왕국에 정착하시려는 거 같은데, 신도께서는 유저의 의무를 저버릴 생각입니까?”

“탑은 계속 등반할 겁니다. 단지, 다른 유저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게끔 테리블 거리에 학교를 세울 생각입니다.”

“학교를 말입니까? 허허. 신도님께서는 참으로 자애로우신 분이군요.”

사실 내가 학교를 세우려는 이유는 자애와는 거리가 멀었다.

영향력 확대와 인재를 수집하는 것.

그게 주된 목적이었다.

‘생산직 직업이나 히든 직업 위주로 최대한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지.’

부수적인 목적도 있었다.

그건 바로 한국 유저를 밀어주는 것인데, 원작에서 보면 1회 차 한국 유저들의 성적은 처참했다.

1회 차뿐만이 아니다.

일본과 중국 유저들의 견제로 원작 주인공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한국 유저들은 탑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원작에서야 주인공을 돋보이기 위한 장치로 쓰였지만, 나는 그 꼴을 현실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다.

학교를 운영하면서 보이지 않게 밀어준다면 한국 유저들의 미래도 바뀔 수밖에 없으리라.

‘학교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세워야지. 돈이 되는 시설물들 말이야.’

잡화점, 대장간, 룬 감정소, 여관 등.

세울 시설은 많았다.

빈 건물엔 앞으로 세워질 유저들의 길드 시설로 임대해도 좋으리라.

“어떻습니까. 제 제안이?”

“신을 찬양하는 미천한 종이 어찌 신께서 보낸 민건우 신도의 뜻을 외면하겠습니까.”

특이한 화법이지만 결론은 승낙이었다.

10만 카르마, 정확히는 테리블 거리 전체와 자격의 증표 100개를 맞바꾸는 계약이 성사되었다.

‘자격의 증표 100개쯤 이틀이면 구할 수 있지.’

미트 골렘의 리젠 시간은 30분이었다.

30분마다 자격의 증표 5개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체력이나 마력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니 넉넉하게 두 시간에 한 번씩 사냥한다고 하면 하루에 50개였다.

이틀의 노동량으로 최소 수천 명을 수용하는 면적의 땅을 얻었으니 결코 손해는 아니었다.

***

“와, 삼촌 진짜 미쳤다. 어떻게 말로 10만 카르마를 빌릴 수 있지?”

“건우 멋있어.”

하윤과 휘니가 나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3,000 카르마도 겨우 모았는데 단숨에 10만 카르마를 번 셈이니 그런 눈빛을 보내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었다.

“근데 만약 그 대사제란 사람이 우리 거 먹튀하면 어떡해? 사실 먹튀할 가능성이 큰 건 우리보다 그쪽이잖아.”

나는 하윤의 말을 듣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대사제는 후덕한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가졌다.

우리를 대할 때도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었었고.

하지만 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자격의 증표 100개를 받은 뒤, 갑자기 말을 바꿀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는 네시아의 권력자였고 권력자는 대개 뻔뻔했으니까.

“보여줘야지. 우리가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미트 골렘을 단숨에 처리한 것을 보여줬으니, 내 무력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거다.

여기서 성격까지 괴팍하다는 걸 보여준다면?

허튼짓은 절대 하지 못 하리라.

‘테리블 거리를 정리할 때 확실하게 보여줘야겠어.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테리블 거리를 장악한 빈민들이 순순히 거리를 비워줄 리 없었다.

빈민가에는 깡패 세력도 있을 테니, 그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저항이 있을 터.

나는 그런 조직적인 저항을 단숨에 분쇄해줄 생각이었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말이다.

“다시 지하 던전으로 가자.”

“또?”

“이번에는 11층까지 갈 거야.”

대사제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체력과 마력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이번엔 미트 골렘을 단숨에 격살하고 11층, 아니 갈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가볼 생각이었다.

***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최초로 ‘13층’에 입장하였습니다.>

<업적에 따른 보상이 주어집니다.>

우리는 쉴 새 없이 내달렸다.

11층, 12층을 돌파하기까지 고작 여섯 시간이 걸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다는 문구를 보고 나는 기분 좋게 웃었다.

“상태창.”

오랜만에 상태창을 여니 확연하게 바뀐 레벨과 스탯이 눈에 들어왔다.

<사용자 정보>

이름 : 민건우

레벨 : 22

성별 : 남성

직업 : 검사

잔여 포인트 : 45

보유 카르마 : 1,599

[근력 : 110] [내구 : 111] [민첩 : 110]

[체력 : 111] [마력 : 144] [감각 : 112]

[행운 : 114]

상태창만 보면 그야말로 괴물 그 자체였다.

일단 지금 시점에 레벨이 22인 것부터 놀라웠다.

레벨이 가장 높은 유저가 과연 몇 정도 될까?

많아 봐야 10일 것이다.

솔직히 10은커녕 레벨 5 이상도 드물다고 나는 확신했다.

그런데 내 상태창을 보면 22라는 레벨도 별로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스탯.

7개의 스탯 중 단 하나도 100 이하인 게 없었다.

만약 내 레벨이 100 이상이라면 잡캐 중 이런 잡캐가 없는 거겠지만, 내 레벨은 겨우 22.

22 레벨로 이만한 스탯은 탑의 긴 역사에서도 과연 존재할지 의문이었다.

‘이제는 참격을 두 번 연속 쓰는 것도 가능하지.’

참격 한 번 쓰면 빈사 상태에 빠졌던 것이 불과 이틀 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두 번 쓰는 것도 가능했고 잔여 포인트를 마력에 찍는다면 세 번도 가능하였다.

비록 1차 직업이라고 하나 궁극기라 할 수 있는 참격을 세 번이나 사용할 수 있다니.

이 정도면 주인공도 부럽지 않았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닌가?’

주인공의 실력을 떠올리자, 자신감이 수그러들었다.

지금은 자만할 때가 아니었다.

프로 격투기 선수도 총 앞에서 평등하듯, 아무리 스탯이 높아도 무공, 마법 같은 신비의 앞에서는 평등하였다.

스탯을 지금보다 압도적으로 높이고 히든 직업에 스킬 상점의 모든 스킬까지 배워야 조금 할 만할 거다.

“아, 또 정글이야?”

내가 상태창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할 때, 하윤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투덜댔다.

“정글이 어때서?”

“찝찝하잖아. 벌레도 많고.”

13층은 정글이었다.

아니, 13층뿐만이 아니라, 11층부터 12층까지 전부 정글이었는데, 나도 사실 지긋지긋한 기분이었다.

습한 기후에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독충들까지.

“그나마 휘니가 있는 걸 다행으로 알아. 휘니가 없었으면 미로보다 더 길 찾기 복잡했을 테니까.”

13층은 거대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져있었다.

동서남북의 구분도 어려웠는데, 오히려 1~5층의 미로보다 더 길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에겐 휘니가 있었다.

사냥꾼에 적합한 특성을 다수 보유한 휘니는 길잡이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녀가 가는 곳엔 새로운 몬스터가 있거나 다음 층으로 향하는 포탈이 있었다.

11층과 12층을 겨우 6시간 만에 돌파한 것도 바로 이런 휘니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만 믿어.”

“그래. 앞으로도 너만 믿을게.”

그리고 휘니는 이번에도 우리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전갈 형태의 새로운 몬스터를 찾아내더니 이후에는 곧바로 14층으로 향하는 포탈을 발견한 것이다.

***

“이상하게 생긴 몬스터가 포탈 앞을 막고 있는데?”

14층으로 향하는 길목.

그 길목에 새로운 몬스터가 있었다.

특이하게도 그 몬스터는 검을 들었다.

지금까지 무기를 든 몬스터는 고블린밖에 보지 못했으니 새롭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리자드맨인 거 같은데?”

“리자드맨? 아, 진짜 비슷하게 생겼네.”

그때, 휘니가 활을 들어 올리고는 내게 물었다.

“쏠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휘니가 바로 활시위를 놓았다.

휘리릭.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휘니의 화살.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휘니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리자드맨이 검으로 화살을 막아낸 것.

“삼촌, 저 몬스터 검 쓰는 게 예술이지 않아?”

뭔가 범상치 않아 보이긴 했다.

화살을 막고 바로 덤벼들지 않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취르륵.”

뱀의 혀를 날름거리며 조금씩 간격을 좁혀오는 리자드맨을 보며 하윤에게 말했다.

“네가 한 번 상대해봐.”

“내가? 업적 내가 챙겨도 되는 거야?”

“어.”

“아싸.”

한 층에 하나씩은 그녀에게 업적을 챙길 기회를 주었다.

이번이 바로 그때였다.

파바박!

나만큼은 아니지만 지금 시기의 유저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스탯을 가진 게 하윤이었다.

전이술사인 주제에 민첩도 높아서 그녀가 달리는 속도는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았다.

순식간에 리자드맨 앞으로 달려간 하윤.

그녀는 리자드맨의 목을 노리고 검을 크게 휘둘렀다.

캉!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그녀의 검은 리자드맨의 목을 가르지 못했다.

리자드맨이 검을 빗겨서 그녀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뭐야?”

하윤이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녀가 위기에 처하는 일은 없었다.

리자드맨은 하윤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냈을 뿐, 반격까지 할 실력은 안 됐다.

서걱!

평정을 되찾은 하윤이 재차 검을 휘두르자 이번에는 막지 못하고 그대로 공격을 허용했다.

그리고 전투는 그거로 끝이었다.

하윤의 공격력은 실로 무시무시했고 급소에 찔리면 제아무리 13층 몬스터라도 버틸 수 없었다.

“삼촌, 아까 뭐였어?”

“뭐긴 뭐야. 그냥 공격이 막힌 거지.”

“아니, 내 말은 이 느려터진 놈이 어떻게 내 공격을 막았냐는 거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게 검술의 힘이야.”

“검술?”

“부족한 피지컬을 월등한 테크닉으로 보완한 거지.”

다른 유저가 지금 내 말을 들었으면 아마 황당한 표정을 짓지 않을까 싶다.

리자드맨은 결코 피지컬이 딸리는 몬스터가 아니었으니.

하지만 모든 건 상대적인 법이었다.

우리의 스탯은 몬스터보다 더 몬스터 같았다.

몸을 쓰는 테크닉이 오히려 몬스터보다 딸릴 정도였다.

“너도 너지만, 나도 슬슬 검술을 배워야겠어.”

이왕이면 무공을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원작 주인공도 탑에 들어오지 않은 지금, 무공 같은 건 아마 배울 수 없을 것이다.

그 대안으로 검술을 배우는 거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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