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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따갚이다.
“삼촌 근데, 우리 왜 신전으로 가는 거야? 보스 잡으러 가는 거 아니었어?”
“10층 보스는 신전 근처에 있어.”
“정말?”
“가보면 알 거다.”
나도 사실 자세한 정보는 알지 못했다.
그냥 원작에서 신전 근처에 지하 던전이 있다는 내용만 봤을 뿐이다.
“왜 수도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사람이 많아지는 거 같지?”
신전은 북문으로 나가서 한 시간 정도 걸어가면 나왔다.
수도에서 벗어났으니 사람이 줄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신전으로 향하는 길에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물론 신전이 네시아 왕국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신전은 종교 시설이지만 한편으로는 은행이기도 해.”
“은행?”
“돈을 빌려주기도 하고 카르마를 유통하는 일종의 조폐국 역할도 한다더군.”
네시아 왕국에서 괜히 신전의 영향력이 큰 것이 아니었다.
실존하는지, 않는지 모든 게 불확실한 지구의 종교들이 믿는 신과 달리, 이곳의 신은 실제로 존재하였다.
성좌라는 이름으로 언제든 주민들의 삶에 개입할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신전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다.
그런데 은행 역할까지 하며 네시아 왕국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니 영향력이 강한 것도 당연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신전으로 들어가자 사제 한 명이 다가와서 용건을 물었다.
“지하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 왔습니다.”
“아, 혹시 유저 분들입니까?”
“예. 맞습니다.”
“설마 이렇게 빨리 유저 분들을 보게 될 줄이야!”
그가 감탄사를 내뱉자 주변 시민들도 놀란 얼굴로 우리를 돌아봤다.
잠시지만,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을 느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유저 님의 성함을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민건우라고 합니다.”
내가 이름을 밝히자 휘니와 하윤도 각자 이름을 밝혔다.
“민건우 신도님, 정하윤 신도님, 휘니 신도님. 모두 신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바로 지하 던전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가고 싶으면 언제든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다만, 지하 던전은 굉장히 위험한 곳이란 사실을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사제는 잠시 걱정스러운 눈으로 우리 일행을 바라보더니 이내 지하 던전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었다.
‘신전 근처에 있는 줄 알았더니, 그냥 신전 한복판에 있네.’
원작에서는 그냥 신전이 관리한다고만 나왔었는데, 아예 신전의 정중앙에 지하 던전으로 향하는 통로가 있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신전과의 관계를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여러분의 무운을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제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전하고는 일행과 함께 지하 던전으로 향하였다.
***
지하 던전에 들어오자 하윤이 감상에 젖은 얼굴로 말했다.
“뭔가 5층으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네.”
“5층?”
“아, 휘니는 5층을 모르겠구나. 1층부터 5층까지 이런 곳이었어. 거기도 지하였거든.”
둘이 제법 친절했는지 하윤이 휘니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었다.
겨우 하루지만, 많은 일을 겪었으니 친해질 만도 했다.
나이도 거의 비슷했고.
“아마 몬스터도 익숙한 것들이 나올 거다.”
꼭 원작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하에 내려온 순간 느껴졌다.
죽은 자들의 냄새가 말이다.
좋아해야 할지, 아쉬워해야 할지 평범한 좀비는 없었다.
구울, 변종 좀비 등.
카르마를 2 이상씩 주는 몬스터만 존재하였다.
‘그래봤자 보스를 잡으면 얻을 카르마에 비교하면 소소하지.’
좀비를 몰이 사냥하여 카르마를 버는 것도 이제 옛날 일이었다.
내 목표는 오직 이곳의 보스인 미트 골렘뿐이었다.
저벅저벅.
감각 스탯을 최대한 활용하여 좀비들과 마주치지 않고 보스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간혹 눈이 좋거나 귀가 좋은 좀비가 반응하기도 했다.
휘이익!
물론 그런 좀비 몇 마리쯤 정리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나까지 나설 필요도 없었다.
휘니가 멀리서 다 잡아줬으니까.
“다른 게 느껴진다. 크고 단단한 무언가가.”
그때, 휘니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도 느낀 모양이었다.
코너 지나면 있는 미트 골렘의 존재를.
“그게 보스야.”
“아니, 이럴 때는 진짜 감각 낮아서 서럽네. 도대체 보스가 어디 있다는 거야.”
투덜대던 하윤은 이내 코너를 지나자 작게 기함을 질렀다.
“헉! 뭐가 저리 커?”
거대한 덩치의 몬스터.
6층에서 봤던 그레이트 베어보다 더 커 보였다.
‘단순히 크기만 한 것은 아니지.’
그레이트 베어는 그래도 물리 공격이 통할 거 같은 느낌이라도 있었다.
반면 미트 골렘은?
과연 검이 통하기나 할지 의문이었다.
퉁.
실제로 휘니의 화살이 통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머리에 맞았으나 관통되지 않고 튕겨 나갔던 것.
“달려오는데?”
“일단 싸워보자. 우리의 실력이 얼마나 통하는지 봐야 하니까.”
참격을 쓰면 한 방에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쌓은 스탯도 있었으니, 이참에 내 수준을 점검해보기로 하였다.
부우웅!
미트 골렘의 주먹이 날아왔다.
느린데도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맞으면 바로 골로 가겠군.’
내구 스탯이 몇이든, 버티기 어려울 거 같았다.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맞지 않으면 되는 일이니까.
쾅!
그리고 미트 골렘의 공격을 피하는 건 내게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삼촌, 얘 덩치만 크고 엄청 느린데? 오히려 그레이트 베어보다 상대하기 쉬울지도?”
“그동안 더 강해져서 그런 거겠지.”
하윤도 내 덕에 층을 오를 때마다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업적을 얻었다.
더군다나 전이술사인데도 힘체민, 그중에서 민첩 위주로 스탯을 찍은 상태.
30레벨 대의 유저보다 민첩이 높을 테니 미트 골렘의 공격을 피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반격이었다.
캉!
미트 골렘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무언가 베이는 소리 대신 듣기 싫은 쇳소리가 났다.
내가 공격했던 부위를 확인하니 조그만 흠이 보였다.
아예 공격이 통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긴, 내 스탯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주먹으로 내리쳐도 흠집이 크게 생겼을 것이다.
다만 강화석을 바르지 않은 검이라서 그런 것일까?
미트 골렘을 공격할 때 검의 내구성이 확 깎이는 것이 느껴졌다.
캉! 캉! 캉!
몇 번 더 때려보니 확실해졌다.
스킬을 쓰지 않아도 미트 골렘을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검의 내구성이 지나칠 정도로 소모되었다.
‘내구도 문제야 무기를 바꾸면 되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시간은 오래 걸리겠어.’
나는 휘니와 하윤에게 뒤로 물러나라 지시하였다.
그러고는 바로 참격을 사용하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최초로 ‘미트 골렘’을 처치하였습니다.>
<업적에 따른 보상이 주어집니다.>
“와···. 역시 한 방이네.”
“건우, 강해.”
검 들고 설쳤던 게 허무하게 느껴졌다.
스킬 한 방이면 바로 잡는 건데 말이다.
‘확실히 무기를 바꿀 필요가 있겠어. 강화도 슬슬 생각해둬야 하고.’
9층까지는 이가 나간 검으로도 충분하였다.
하지만 10층부터는 새로운 무기가 필요할 거 같았다.
“삼촌, 여기 봐봐. 템이 엄청 많이 떨어졌어.”
잠시 무기에 관한 아쉬움을 느끼던 나는 하윤의 말을 듣고 땅바닥에 드랍된 아이템을 살폈다.
장갑과 단검, 그리고 10개가 넘는 룬 조각과 강화석 하나가 보였다.
직업 카드도 한 장 떨어져 있었는데, 아쉽게도 전사 카드였다.
“근데 그 자격의 증표라는 아이템은 안 보이는데?”
“그건 인벤토리에 있을 거야.”
원래 주요 아이템은 바닥에 드랍되지 않고 파티장의 인벤토리로 들어왔다.
혹시 몰라서 인벤토리를 열어보니 11번째 칸에 처음 보는 아이템이 들어와 있는 게 보였다.
배지처럼 보이는 이것이 바로 자격의 증표였다.
‘이 자격의 증표로 최대한 많은 카르마를 얻어내야 하는데···. 대사제를 설득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관건이겠어.’
네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집단이 바로 신전이었다.
그런 신전의 최고 실력자가 대사제였으니, 그에게 자격의 증표를 팔 수 있다면 천문학적인 카르마를 버는 것도 가능하였다.
***
다시 지상으로 나오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신전에 와서 처음으로 봤던 젊은 사제였다.
“신도님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사제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은근히 우리를 무시하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일찍 나온 것을 보고 우리가 도망쳤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어렵지 않더군요.”
“예?”
“위험하다고 하셨는데, 전혀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
내가 무덤덤한 얼굴로 그리 말하자, 사제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미트 골렘도 잡으셨습니까?”
“물론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대사제님을 불러오겠습니다.”
사제는 헐레벌떡 어디론가 뛰어갔다.
“저 사람,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그만큼 놀라운 일이니까. 미트 골렘이 우리에게나 만만하지, 원래는 만만한 몬스터가 아니거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제가 다시 돌아와서는 한층 더 정중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신도님들. 실례가 아니라면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무슨 일입니까?”
“대사제님이 여러분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합니다.”
하윤은 그런 사제를 보며 작게 투덜댔다.
“보고 싶으면 직접 찾아오지, 왜 엄한 사람 오가라는 거예요.”
아마 대사제를 찬밥 대우하는 사람은 이 왕국에서 그녀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제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내가 말했다.
“안내해주세요.”
“예, 예!”
***
대사제의 집무실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방 크기도 작았고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도 어딘가 수수하게 느껴졌다.
물론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기에 눈여겨보지는 않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민건우라고 합니다.”
“허허. 저는 수십만의 신도 중, 가장 천한 신도인 하아데 로주입니다. 민건우 신도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사제는 절대 권력의 소유자인데도 굉장히 겸손한 인물처럼 보였다.
본인을 가장 천한 신도라고 표현한 것만 봐도 그랬다.
‘과연 진짜 성격은 어떨지.’
원작에서는 10층 세계관을 그리 깊게 묘사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사제가 어떤 인물인지도 나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가 신전의 인물인 이상, 이 아이템을 탐낼 수밖에 없다는 거지.’
자격의 증표.
지금 시점에서는 오직 나밖에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그 가치는 절대 낮지 않았다.
“저희 파티가 미트 골렘을 잡았는지, 안 잡았는지, 아마 이것이 가장 궁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자격의 증표를 꺼냈다.
그러자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진짜 자격의 증표군요.”
“신전에서 제가 거짓말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허허, 놀라운 일입니다. 이렇게 빨리 미트 골렘을 처리하다니.”
다시 자격의 증표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대사제는 아쉬운 기색을 보이더니 내게 물었다.
“신도님들. 이 자격의 증표를 어디에 사용하실지, 실례가 아니라면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저희가 다 쓸 수 없으니, 경매로 팔 생각입니다.”
내 말에 대사제가 눈을 빛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자격의 증표를 탐내는 듯 보였다.
“경매로 판다면 과연 자격의 증표가 진짜 필요로 하는 이에게 갈지 의문입니다.”
말로는 다른 사람을 위하는 척하지만, 그냥 자격의 증표가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누가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저희가 어떻게 알아보겠습니까?”
“허락해주시면, 신도님을 저희가 도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신전에서도 이 자격의 증표를 원하고 계십니까?”
내가 노골적으로 묻자,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개당 1,000 카르마로 팔겠습니다.”
“1,000 카르마라···.”
“비싸다고 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당분간은 제가 유일한 공급자일 테니.”
“허허.”
대사제는 즉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적인 기색은 아니었다.
그가 생각해도 합리적인 가격이었을 것이다.
“만약 저희가 자격의 증표를 매입하고자 한다면 몇 개를 매입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100개를 한 번에 팔 생각입니다.”
“100개? 어떻게 벌써 100개를 모으셨습니까? 제가 알기로 한 번에 5개씩 나오는데···.”
“지금이야 없지만, 저희 파티 실력이라면 100개를 모으는 건 금방입니다.”
내 말은 이거였다.
‘10만 카르마를 줘. 그러면 자격의 증표를 독점할 수 있게 해줄게.’
미래에 파밍할 자격의 증표까지 팔아서 재원을 마련한다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