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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서 나 혼자 재벌-7화 (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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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동료?

독침 다섯 개가 연달아 날아왔다.

고개를 숙여 공격을 전부 피했다.

사실 맞아도 큰 피해는 없을 거 같았다.

내 근력이라면 독침 정도는 막아낼 테니까.

하지만 이것도 훈련이었다.

회피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다칠 수 있으리라.

“킥킥!”

“키엑키엑!”

풀숲에서 독침을 쏘던 고블린들이 일제히 튀어나왔다.

모두 여덟 마리였다.

“왼쪽 맡아.”

“응!”

하윤을 왼쪽으로 보내고 나는 정면으로 달렸다.

정면에는 다섯 마리의 고블린이 있었는데 그들 역시 맹렬한 기세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서걱, 서걱!

좀비를 상대할 때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체격이 작아 조금 더 하단을 공격하는 것만이 유일한 차이였다.

‘딱히 난이도가 높아진 거 같지는 않네.’

층을 오를 때마다 난이도도 같이 올라갔다.

3층에서는 좀비 한 마리만 나오다가, 4층에서는 최대 5마리씩 나왔다.

5층에선 아예 변종 좀비까지 출몰하였다.

하지만 6층은 달랐다.

고블린은 내 기준에서 봤을 때, 좀비와 다를 게 없는 전투력을 가졌다.

물론 다른 유저라면 입장이 다를 거다.

하윤의 모습만 봐도 그랬다.

5층에서 그랬던 것처럼 고블린의 얼굴을 노리고 목검을 휘두른 하윤.

그런 하윤의 공격을 고블린은 조잡한 몽둥이를 들고 간신히 막아냈다.

고블린은 좀비와 달리 적의 공격을 막으려는 의지가 존재하였던 것.

좀비라면 공격 한 방에 한 마리를 처치했을 하윤이 고블린을 상대로는 제법 시간을 허비하였다.

물론 그래봤자 세 마리를 잡는 데 걸린 시간이 10초 정도였지만 말이다.

***

“삼촌 나, 스킬 말고 아이템부터 사야겠어.”

“왜?”

“무기가 딸려서 잘 못 죽이잖아.”

그 정도면 잘 잡은 건데, 비교 대상이 나뿐이라서 안 해도 되는 자책을 하는 거 같았다.

“이것만 알아둬. 카르마 상점에서 구매한 아이템은 강화 횟수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탑에서는 강화석이란 아이템이 존재하였다.

말 그대로 강화를 위해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사실 지금으로선 강화석이 필요 없었다.

어차피 모든 몬스터가 한 방이었으니.

하지만 고층에 오르면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강화라는 게 진짜 필요하긴 해? 여긴 게임 속 세상도 아니잖아.”

“필요할 거다. 괜히 있는 아이템이 아니니까.”

“···그냥 칼질만 잘하면 다 될 거 같은데.”

나는 어깨를 으쓱하였다.

강화의 위력은 나도 아직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원작에서 20강 검이 주인공의 검기를 막아냈기에 꼭 필요하다고 여길 뿐이었다.

“아무튼 무기는 금방 얻을 수 있을 거니까, 굳이 상점에서 사지 않아도 돼.”

6층까지 올라왔으니 아이템이 훨씬 잘 드랍될 거다.

마침 고블린 시체가 있던 자리에 룬 조각들이 보였다.

룬 조각이 이렇게 많이 나온다면 장비 아이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리라.

“와! 저기 검이다!”

아니나 다를까.

두 번째 치러진 고블린과의 전투에서 장비 아이템이 하나 드랍되었다.

거의 고블린 키만 한 장검이었다.

“너는 내가 쓰던 검 써. 내가 새로 드랍된 검 쓸 테니.”

“나야 좋긴 한데, 삼촌이 쓰던 검이 더 좋은 검 아니야?”

“괜찮아. 이 검은 강화 횟수 제한이 없어서 더 좋아.”

당장은 그 일본인 유저가 사용하던 검이 더 가치가 높았다.

하지만 새로 주운 검은 일종의 재료 아이템이었다.

나중에 대장장이 유저에게 가져다준다면 이 검의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지리라.

***

“힘들다.”

하윤이 발을 질질 끌었다.

24시간 이상 자지도 않은 채 전투와 이동을 반복하였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한 여대생이었던 하윤이니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언제 쉬어?”

“쉴 공간이 나오면.”

사실 나도 힘들었다.

나라고 무슨 특수부대 나온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몇 달 동안 집 밖을 안 나갔던 내가 체력적인 부담은 더 컸다.

체력 스탯이 워낙 높아서 버티는 것일 뿐.

‘폐허라도 하나 나왔으면 좋겠는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이번에도 행운 스탯의 영향인지 운 좋게 사람이 세운 건물 하나를 발견하였다.

“삼촌, 저거 집이야?”

“그렇겠지.”

“근데 집이 왜 여기에 있어?”

“탑에도 사람은 사니까.”

물론 6층에는 사람 정확히는 ‘탑의 주민’이 존재하지 않았다.

원작에서는 분명 10층 이하에서는 단 하나의 층, 10층에서만 탑의 주민이 산다고 나왔었다.

다만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을이라던가.

지금 우리 앞에 보이는 오두막 같은 건물들 말이다.

‘그리고 이런 곳에는 좋은 아이템이 숨겨져 있지.’

과연 저 오두막에는 어떤 아이템이 숨겨져 있을까?

저층이니 그리 대단한 것은 바라지 않았다.

그저 룬과 강화석.

어디서도 통용되는 두 가지를 바랐다.

“아이템은 안 보이는 거 같은데?”

“꽝에 걸린 모양이야.”

“아쉽다.”

“쉴 수 있는 공간을 얻었으니 나쁘게 생각할 건 없어.”

집에 들어가 대충 잠자리를 만들었다.

춥지는 않아서 이불은 따로 필요 없었다.

체력 스탯 때문에 감기 걸릴 일도 없을 테고.

“그런데 삼촌, 삼촌의 목표는 뭐야?”

“3층에서 말했잖아. 누구보다 빠르게 탑을 오르는 것. 이게 내 목표야.”

“탑을 오르는 이유는 더 강해지기 위해서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무력은 앞으로 열릴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될 거다.

탑의 유저들이 지구에도 나타나 전 세계의 기득권을 뒤흔들 것이니.

“그러니 너는 최대한 빨리 전이 스킬을 배워야 해.”

“전이 스킬을 배우라는 이유가 유저들과의 교류 때문이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직업 카드부터 룬, 강화석 그리고 각종 재료 아이템까지. 유저들과의 교류는 선택이 아닌 필수야.”

탑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그 어떤 유저보다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같은 유저가 아닌, ‘귀환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귀환자에겐 업적을 몇 개 모았냐, 레벨이 몇이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채로 탑에 들어올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업적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모아둬야 하지.’

이른바 자본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압도적인 자본으로 유저들이 생산하는 각종 자원을 독점한다면 귀환자를 상대할 무력을 가지게 될 테니까.

물론 3층에서 마나 감응을 시도한 것처럼 무공이나 마법 같은 신비를 배우려는 시도도 꾸준히 해야 할 테지만 말이다.

“지금쯤 다른 유저들은 몇 층까지 올라왔을까?”

“대부분은 그대로 1층에 있을 거야. 아마도.”

특별한 인재를 선별하여 유저로 뽑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눈앞에 떠오른 문구를 클릭한 순으로 탑에 들어온 것.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용기가 많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미로를 걷는 것?

아무리 1층에 함정이나 몬스터가 없다지만 용기를 내는 게 그리 쉬울 순 없었다.

3층에서 만났던 그 일본인 같은 살인마가 나타날 수도 있었고.

그러니 대부분은 1층에서 머뭇댈 가능성이 컸다.

극히 일부 유저만이 보물 상자를 찾다가 아예 2층, 3층까지 올라올 테지.

“하지만 랭커급 유저들은 4층, 어쩌면 5층까지 올라왔을 수도 있어.”

“진짜? 그러면 우리도 안심할 수 없는 거 아니야?”

1회 차에는 괴물이 많았다.

나처럼 여러 업적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괜찮아. 5층을 뚫기는 힘들 거니까.”

우리는 쉽게 뚫었다.

참격이란 사기 스킬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 다른 유저들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한계는 명확하지.’

업적이라도 독점했다면 또 몰라.

웬만한 업적은 내가 다 챙긴 상태였다.

현재 시점에서 유저들이 공략법 없이 5층을 돌파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하긴, 나도 삼촌 아니었으면 5층을 뚫겠다는 생각은 못 했을 거야.”

“그럴 수밖에. 변종 좀비가 수십 마리씩 덤벼들면 스탯이 높아도 쉽지 않아.”

유저들에겐 높은 스탯도 필요했고 아이템도 필요했다.

팀워크야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갖춘 파티는 극소수.

아마 유저들이 5층을 뚫는 건 우리 파티가 최소 9층을 돌파한 이후가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이야기는 내일 하고 그만 누워라. 내일도 오늘처럼 강행군할 거야.”

내일의 목표는 10층.

6층은 물론이고 7층, 8층, 9층을 단번에 돌파할 계획이었다.

그러니 최대한 체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었다.

“불침번이라는 거, 꼭 서야 해?”

“만약 네가 없었으면 나도 불침번 같은 거 설 필요 없었어. 잠은 지구에서 자고 오면 되거든.”

“···치. 어차피 삼촌도 쿨 타임 때문에 지구로 갈 생각 없었으면서.”

나는 하윤에게 웬만한 것은 다 알려주었다.

탑에 처음 들어온 보상으로 언제든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엄마는 지금쯤 우리 걱정하고 있겠지?”

“내가 안부 전하고 와줄까?”

“아니. 괜찮아. 여유 되면 내일, 늦어도 모레쯤 내가 직접 전할게.”

지구로 가면 24시간 동안 탑에 돌아올 수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지구 귀환 기능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였다.

“그러면 이제 자라.”

“응. 다섯 시간 정도만 잘 테니까, 이따 깨워 줘.”

***

하윤이 잠든 것을 확인한 나는 집 밖으로 나왔다.

‘나도 생각이 많아지는군.’

일단 지금까지는 잘한 거 같았다.

업적도 챙길 만큼 챙겼고, 전이술사라는 히든 직업까지 얻었다.

지금 기세를 이어나가 계속 업적을 독점한다면 유저들과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으리라.

‘문제는 귀환자들이란 말이지.’

탑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했던 걱정이었다.

이세계에서 적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 년의 경험을 쌓고 온 귀환자들.

심지어 그 경험은 대부분 전장에서 비롯되었다.

경험부터 일단 나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는 나의 강점은 오직 하나.

정보였다.

원작을 읽었던 덕에 나는 지금 이렇게 압도적인 성적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보력이 귀환자들에게도 통할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최대한 해보는 수밖에.’

누구에게도 고개 숙이고 싶지 않았다.

상대가 설령 초절정 고수였던 원작 주인공이라 해도.

“후우. 하아. 후우. 하아.”

생각 정리를 끝낸 나는 바닥에 앉아 호흡에 열중하였다.

3층에서 했던 마나 감응을 다시 시도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쉽단 말이지.’

체내의 마나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마음만 먹으면 이 마나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 거 같았다.

물론 진짜 시도한 것은 아니었다.

어떠한 배움도 없는 상태에서 마나를 움직이면 폐인이 될 수 있었다.

아니, 원작에서는 아예 죽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지금으로선 그저 마나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피는 게 최선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를 향한 시선이 느껴졌다.

평소였다면 전혀 느끼지 못했을 그런 은밀한 시선이었다.

“누구냐.”

챙!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시선이 느껴진 곳을 향해 검을 뽑았다.

그러자 하윤이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일이야?”

“검 들어. 적이다.”

“적이라고?”

하윤이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인벤토리에서 장검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우리가 만반의 준비를 갖출 때, 바라보던 방향에서 무언가가 다가왔다.

나는 그 무언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사람이라고?’

하윤도 같은 것을 봤는지 당황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사람? 삼촌, 6층에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

“······.”

나로서도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6층으로 벌써 사람이 오다니.

‘설마 귀환자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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