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6화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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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빠르게.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운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무려 희귀급 장비였기 때문이다.

“득템했다.”

무기의 중요성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카르마를 버는 게 그리 쉽지 않았다.

무기보다 스킬이 더 중요하기도 했고.

그런데 이렇게 타이밍 좋게 무기를 얻다니.

운이 좋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아니 지금 사람을 죽이고 그런 말이 나와, 삼촌?”

“그러면? 그대로 놔두는 게 나았을까? 너를 죽이려고 벼르던 놈인데?”

“······.”

“죄책감 같은 건 느끼지 마. 탑에서 그런 건 사치니까.”

이건 사실 나에게도 하는 이야기였다.

하윤이야 나를 회귀자로 의심하지만, 나는 회귀자가 아니었다.

그저 한 명의 독자일 뿐.

당연히 살인도 처음이었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지.’

상대는 연쇄살인마였다.

벌써 희귀급 무기를 얻은 걸 보면 최소 십수 명은 살해한 인간일 터.

즉,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그런데도 찝찝했다.

하지만 강제로라도 적응해야만 했다.

내가 하윤에게 말했듯, 탑에서 자비나 아량은 사치였다.

적이라고 판단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하는 게 좋았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좋은 건 적을 아예 만들지 않는 거지. 그리고 압도적으로 강해진다면 적이 생기지 않을 거야.’

어중간하니 적이 생기는 거다.

남들이 저층에서 빌빌댈 때 20층 이상의 고층으로 간다면 적이 생길 일도 없었다.

아예 사람을 마주치지 않을 테니까.

“아무튼 지금은 이것만 생각하면 돼. 누구보다 빠르게 탑을 등반하는 것.”

“···삼촌이 딴짓만 하지 않았으면 이미 4층 가고도 남았을 거거든.”

“다 필요한 일이었어.”

하윤은 입을 삐죽거리다가 이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았어. 탑이 어떤 곳인지는 나도 대충은 알 거 같으니,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노력할게.”

좀비를 잡을 때 느꼈지만 그녀도 적응력이 남다른 거 같았다.

아마 내 도움이 없었어도 랭커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원작에서는 등장한 적은 없는 거 같지만 말이야.’

물론 내 이름이 나오는 것도 보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원작의 주요 인물 중 별명 말고는 그 어떤 이름도 생각나지 않았다.

심지어 주인공의 이름까지도 말이다.

이게 내가 ‘키잡’을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어차피 그 사람이 그 사람인지 모르니까 키잡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것.

‘나중에 10층 정도까지 유저들이 진출하면 견적이 나오겠지. 그때는 별명 같은 게 생길 테니 말이야.’

이름은 몰라도 별명은 기억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고 난 이후에는 키잡 같은 걸 시도해도 될 거 같았다.

***

4층은 그리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저 더 많은 개체수의 좀비가 나타날 뿐이었다.

“구어어어어.”

이번에도 무려 다섯 마리의 좀비가 한 번에 달려들었다.

물론 우리에게 시시한 상대였다.

서걱, 서걱!

퍽! 퍽!

나는 진검으로 세 마리를, 하윤은 목검으로 두 마리를.

순식간에 다섯 마리의 좀비를 정리하였다.

“와! 드디어 레벨 업이다!”

그녀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수십 마리를 잡아서 겨우 레벨 업을 했으니 기쁠 수밖에 없으리라.

‘나는 5층에 가야 레벨 업을 할 수 있겠지?’

4층에 와서 레벨이 겨우 1 올랐다.

현재 내 레벨은 8.

좀비를 계속 잡고 있지만, 4층에서는 레벨을 올리기 쉽지 않을 거 같았다.

“서두르자. 꽤 많이 걸었으니, 곧 5층에 갈 수 있을 거야.”

“알았어. 근데 4층에서 더 챙겨야 할 거 없어? 이스터 에그라던가.”

“없다.”

생명의 샘이야 잘 찾으면 있을 거다.

하지만 이미 마력을 느끼는 것에 성공한 상황.

굳이 생명의 샘을 찾으려 노력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면 참격이라도 써보는 게 어때? 뭐가 나올 수도 있잖아.”

하윤의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처음 참격이란 스킬을 사용했을 때, 미로의 벽이 부서지며 보물 상자 하나가 튀어나왔었다.

그리고 그 보물 상자에서 무려 히든 직업을 발견하였었지.

아마 그걸 떠올리고 참격을 써보라는 거 같았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우연일 뿐인데 말이야.’

그래도 손해가 없는 행동이었으니 하윤의 말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그깟 마력 조금이야 5층으로 가는 동안 채워지지 않겠는가.

4층에서 나올 몬스터라고는 좀비밖에 없기도 했으니 위험 요소도 없었고 말이다.

콰콰쾅!!

전방으로 반월의 참격을 날렸다.

그러자 마력이 확 빠져나간 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버틸 만한데?’

마력을 늘리길 잘했다.

원래 같았으면 당장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체력이 소모되었을 텐데, 마력만 소모되었다.

연속으로 사용하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말이다.

<최초로 ‘구울’을 처치하였습니다.>

나는 반색하였다.

의미가 없는 행동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의미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물론 하윤이 바라는 이스터 에그 같은 걸 얻은 건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몬스터 한 마리를 잡았을 뿐.

그래도 올스탯 1을 올렸으니 어지간한 이스터 에그보다 이게 더 낫다고 봐야 했다.

“삼촌! 저기에 뭐가 떨어져 있는데?”

“반지인가.”

아니, 최초 보상 말고도 또 하나 얻은 게 있었다.

구울이 죽은 자리에 아이템 하나가 떨어져 있었던 것.

‘벌써 액세서리 아이템이라. 행운 스탯이 진짜 요긴하게 쓰이는군.’

하윤이에게나 나에게나 그리 필요한 아이템은 아니었다.

스탯 몇 오르는 정도야 내게 큰 보상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거래 용도로는 쓸 만했다.

나와 달리 스탯 하나가 귀할 유저들이니까.

***

콰콰쾅!

벽을 부술 때마다 뭔가를 얻기에 그 뒤로도 마력이 모일 때마다 참격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행운이란 게 그리 자주 찾아오지는 않았다.

5층에 올라올 때까지 세 번의 참격을 사용했으나 특별히 얻은 건 없었다.

‘그래도 막힌 벽을 부수니 더 빨리 이동할 수 있네.’

아마 4층 입구에서 다른 유저들과 동등하게 출발했어도 나보다 빨리 출구로 도착한 사람은 없었을 거다.

참격으로 우리 파티의 기동력은 더욱더 빨라졌기 때문이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최초로 ‘5층’에 도달하였습니다.>

<업적에 따른 보상이 주어집니다.>

마침내 5층에 도달하였다.

이번에도 최초였다.

최초 보상은 올스탯 3.

당연히 레벨도 올랐다.

하나가 올라서 이제 레벨은 9였다.

‘6층 가기 전에 10 레벨을 찍고 가야겠어.’

6층은 변수가 많았다.

물론 지금 스탯이라면 어떤 변수도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나 역시 6층이 두려워서 레벨을 올리려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5층이 ‘몰이사냥’에 적합한 곳이라서 레벨을 올리고 가려는 것이었다.

“여기서는 몰이사냥 좀 하자.”

“몰이사냥?”

“네가 몬스터를 몰아 와. 그러면 내가 참격으로 한 번에 쓸어버릴게.”

“······.”

하윤이 나를 날카로운 눈으로 쏘아봤다.

다짜고짜 미끼 역할을 하라 했으니 기분이 상한 거 같았다.

“나만 너무 위험한 역할 하는 거 아니야?”

“이래야 너도 레벨 업을 할 수 있어. 기여도에 따라 경험치가 주어지니까.”

내가 그리 설득하자 하윤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가 유인할게.”

그렇게 우리 파티는 새로운 방식으로 몬스터 사냥을 시작하였다.

하윤이 몬스터를 끌고 오면 나는 안전한 곳에서 참격을 날리는 몰이사냥이었다.

“빨리 쏴! 뒤에 존나 많다고!”

그녀의 뒤로 수십 마리의 좀비 떼가 보였다.

첫 시도 치고는 몰이를 잘했다.

금방 레벨 업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콰콰쾅!

푸른 참격이 정면에서 달려드는 좀비 떼를 향해 날아갔다.

단단한 벽도 단숨에 부수는 참격이었다.

좀비의 육체가 이를 버틸 수는 없었다.

참격에 맞는 즉시 좀비 떼는 괴성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소멸하였다.

좀비 괴성으로 시끄러웠던 공터엔 정적이 찾아왔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역시 따로 이스터 에그 같은 걸 찾을 필요가 없단 말이지.’

4층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는 좀비 하나였다.

운이 나쁘면 구울을 마주치는 식이었다.

반면 5층은 다양한 변종 좀비가 있었다.

벽을 타는 좀비, 기어 다니는 좀비, 헐크 좀비 등등.

그리고 그런 다양한 종류의 좀비는 모두 새로운 몬스터로 인정받았다.

즉, 업적 달성의 대상물이라는 뜻이었다.

참격 한 방에 업적 세 개를 달성하였다.

올스탯 3이 오른 것.

그뿐만이 아니었다.

경험치와 카르마 역시 많이 얻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단 한 번의 몰이사냥으로 레벨이 올랐다.

10레벨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경험치 양을 생각하면 이는 기적이었다.

‘카르마도 벌써 300 가까이 모였어. 이제 스킬도 슬슬 고민해 봐야겠는데?’

처음에 직업 상점 열었을 때, 암담함을 느꼈었다.

하나하나가 말도 안 되게 비쌌기 때문이다.

가장 싼 스킬조차 500 카르마가 넘을 정도였다.

좀비 한 마리를 잡으면 겨우 1 카르마가 오르니 암담하게 느껴지는 수치였다.

하지만 단 한 번의 몰이사냥으로 스킬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참격이란 스킬이 저층에서 그만큼 사기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너도 카르마 꽤 모였지?”

“하아, 하아. 192야.”

“생각보다 적네.”

아무리 열심히 몰이사냥을 했어도 가만히 서서 참격만 날린 나보다는 기여도가 떨어지는 모양이었다.

하긴, 참격의 압도적인 공격력이 아니었으면 그 많은 몬스터를 잡는 건 불가능할 테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마력을 너무 많이 소모하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말이야.’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레벨을 쭉쭉 올리는 것도 가능하였다.

하윤이 조금만 고생하면 스킬을 여러 개도 살 수 있으리라.

문제는 마나 소모량이었다.

지금 마력으로는 참격을 마음껏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근데 삼촌. 우리 안 자? 나 이제 피곤한데.”

“넌 이런 곳에서 자고 싶냐?”

나 역시 피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탑에 들어온 지도 벌써 하루 이상 지났다.

레벨도 올랐고 체력 스탯이 워낙 높아서 지금까지 버텼지만, 슬슬 한계였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자고 싶지는 않단 말이지.’

곳곳에서 썩은 내가 진동하였다.

언제 좀비가 습격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무엇보다 불편했다.

텐트 같은 걸 사기엔 카르마가 아까웠고.

“6층에서 자는 게 나을 거야. 이런 지하 속에서 자는 것보단 말이지.”

“설마 6층부터는 해를 볼 수 있는 거야?”

“해뿐이냐. 나무와 강, 초원까지 볼 수 있을걸?”

6층은 사실상 바깥세상이나 다를 게 없었다.

단지 사람이 없고 몬스터로 가득하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였다.

‘하지만 그래도 집은 있지. 다 무너져가는 오두막 같은 집들이겠지만 말이야.’

생활의 편리성을 위해서라면 10층에 가야 했다.

10층에는 도시가 존재하였다.

탑의 주민들이 살아가는 도시가.

***

“와아아. 하늘이야!”

하윤이 하늘을 바라보며 환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분명 레벨이 올랐다는 문구가 떴을 텐데 그에 대한 반응은 없었다.

하기야, 모처럼 햇빛을 봤는데 그런 게 눈에 들어오겠는가.

‘실제로는 이틀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을 텐데 마치 몇 달은 미로에 있었던 기분이야.’

내가 이 정도인데 다른 유저들은 어떨까?

수십, 수백 명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 한, 절망스러울 거 같았다.

물론 그렇게 대규모로 움직이면 식량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우선 쉴 곳부터 찾자.”

“여기서는 어떤 몬스터가 나와?”

그녀에게 정보를 전해주려던 찰나, 바로 근처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렸다.

“키엑! 키엑!”

일단 좀비 소리는 아니었다.

애초에 6층부터는 좀비가 출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고블린이겠지?’

그때였다.

풀숲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무언가가 날아왔다.

채앵!

검을 휘둘러 막아내자 바로 더 많은 숫자가 날아왔다.

그것은 침이었다.

바로 독침.

그리고 6층에서 독침을 사용할 몬스터는 무엇일지 뻔했다.

“웹툰 자주 봤다고 했지? 그럼 알겠네. 여기서 주로 나올 몬스터는 고블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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