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3화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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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직업?

의외로 또 하나의 직업 카드는 금방 발견되었다.

‘두 개 깠는데 두 개의 직업 카드라···. 이것도 행운 스탯의 영향인가?’

그렇게밖에 생각하기 어려웠다.

원래 직업 카드란 것은 이렇게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10층까지 가는 동안 하나 발견하면 다행이었다.

“삼촌, 이번엔 무슨 직업이야?”

“도적이다.”

“그건 좀 재미있을 거 같은데?”

솔직히 도적이 어떨지는 나도 잘 몰랐다.

원작 주요 인물 중 직업이 도적인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선택하면 안 되는 직업이기도 하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원작의 주요 인물은 웬만하면 탑의 강자들이었다.

그런 강자들의 직업 중 도적이 없다는 사실은 도적이란 직업이 그리 좋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하였다.

“어떡할 거야? 다음 카드 얻으면 둘 중 하나 고른다고 하지 않았어?”

그러려고 했었다.

하지만 두 직업 모두 마음에 안 들었다.

“일단 3층으로 가자. 가다가 더 나올 수도 있으니까.”

두 번째 카드를 워낙 빨리 찾았기에 아직 여유는 있었다.

그렇다면 굳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직업을 선택할 필요는 없으리라.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쉬지 않고 강행군하고 있는데도 하윤은 잘 따라와 줬다.

***

행운 스탯의 영향인지 직업 카드는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다만 검사, 도적, 궁수, 전사. 다 평범한 직업들뿐이라는 게 문제인데.’

남들은 하나 찾기 힘든 직업 카드를 나는 방금 주운 검사 카드까지 포함해 총 네 개를 찾았다.

행운 스탯도 행운 스탯이지만, 정보의 힘이 컸다.

2층에 몇 개 없는 보물방을 내가 거의 다 독식했으니까.

하지만 직업 카드를 네 장이나 먹고도 나는 만족할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히든 직업은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시 직접 구하는 것은 힘들겠어.’

아무리 행운 스탯이 높다지만, 그렇다고 규격 외 수준인 것은 아니었다.

이 정도의 행운 스탯으로 내가 원하는 직업 카드를 뽑는 걸 기대하는 건 염치없었다.

하여 나는 더 미련 두지 않고 네 개의 직업 중 하나를 고르기로 하였다.

초기화권이 있는 이상, 히든 직업은 나중에 사람들과 거래를 통해 얻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1회 차 탑의 유저는 무려 10만 명.

그 안에는 반드시 히든 직업을 뽑을 사람이 있을 터.

나는 아이템이든, 룬이든 다른 값비싼 거래 품목을 많이 모아둔 뒤에 거래로 히든 직업을 얻어내면 됐다.

탑에서 재화나 다를 바 없이 쓰이는 카르마로 사도 됐고.

‘그래도 룬은 많이 모았다.’

2층에서도 룬 조각이 나왔다.

벌써 스무 개가 넘는 룬 조각을 모은 상태.

룬으로 따지면 세 개나 만들 수 있는 숫자였다.

사실, 다른 사람이라면 룬을 이렇게 모아도 큰 의미가 없었을 거다.

룬을 조합해도 처음에는 감정이 안 된 미확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겐 룬 감정 스킬이 있었다.

9개의 룬 조각이 모여지자 나는 감정 스킬을 사용하였다.

그러자 미확인 룬이 해석되었다.

이번에 얻은 룬은 스탯 룬, 정확히는 근력 룬이었다.

최하급 룬답게 상승치는 낮았다.

겨우 0.2밖에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룬의 스탯 상승은 중복 적용이 가능했다.

하윤에게 이미 근력 룬이 하나 더 있었으니 총 0.4가 올랐다.

그동안 민첩, 체력 룬도 주어서 하윤이는 거의 스탯 1 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역시 스킬 룬은 잘 안 나오네.’

사실 스킬 룬도 크게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최하급 룬에서 나올 스킬은 뻔했으니.

내가 미확인 룬을 감정할 때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바로 성좌 룬.

성좌에 따라 다르지만 강력한 버프와 스킬까지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성좌 룬이었다.

확률은 낮지만, 최하급 룬에서도 성좌 룬은 나올 수 있었다.

물론 그 낮은 확률을 뚫는 게 지금 내 행운 스탯으로도 어림없어 보였지만 말이다.

***

“삼촌! 무슨 직업을 선택할 거야?”

“둘 중 하나 선택하려고.”

“뭐랑 뭐?”

“궁수랑 검사.”

아까는 선택지가 두 개밖에 없어서 망설였다.

그런데 이제는 선택지가 네 개로 늘어났다.

그리고 새로 추가된 두 가지 선택지는 꽤 나쁘지 않았다.

검사, 그리고 궁수.

원작의 주요 인물 중에 이 두 가지 직업을 가진 인물이 몇 명 있었다.

초반 직업으로는 괜찮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다면 둘 중 무엇이 더 좋을까?

‘이거로 하자.’

난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어차피 평생 쓸 직업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직업 초기화권 아이템이 있었다.

훗날 히든 직업을 얻는다면 그때 직업을 초기화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가장 무난한 직업을 골랐다.

그 직업은 다름 아닌···.

“역시 검사가 짱이지.”

“검사? 뭔가 잘 어울리긴 하네. 원래 웹툰 주인공들이 보통 검 쓰고 그러잖아.”

검사.

내가 가진 직업 카드 중, 공방 밸런스가 가장 좋은 직업이었다.

솔플하기에도 가장 유리하였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검사 직업 카드를 꺼냈다.

그러곤 외쳤다.

이 직업을 선택하겠다고.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최초로 ‘직업’을 선택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최초 업적은 뺏기지 않았다.

보상을 보니 더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올스탯 3이야 예상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추가적인 보상이 놀라웠다.

‘스킬 하나를 공짜로 준다고?’

룬 감정 스킬을 공짜로 얻었지만, 원래 스킬은 굉장히 귀했다.

직업 스킬의 경우 직업 상점에서 카르마를 주고 비싸게 구매해야 했다.

그런데 이런 스킬을 공짜로 하나 얻을 수 있게 된다니.

이는 엄청난 특전이었다.

[직업 상점창

대쉬 – 500 카르마

세로베기 – 1,000 카르마

가로베기 – 1,000 카르마

강철 피부 – 1,500 카르마

···

참격 – 5,000 카르마]

가장 싸다는 1페이지에 나온 스킬들만 봐도 그 가격이 상당했다.

내 카르마가 아직 0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스킬 구매는 엄두도 안 날 정도.

아마 일반적으로는 최소 5층 이상 가야 스킬을 구매하지 않을까 싶다.

장비부터 구매한 사람은 당연히 그조차 힘들 것이고.

그러니 이 특전의 가치는 엄청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뭘 골라야 하지?’

비싸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지금 스탯으로는 아예 사용조차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패시브 스킬도 고려하였다.

특히 ‘초재생’ 스킬이 마음에 들었다.

초재생은 가만히만 있어도 상처가 급속도로 회복되는 스킬이었다.

솔플에 이런 자가 회복 스킬만큼 유용한 스킬은 별로 없었다.

비슷한 가격의 다른 스킬들처럼 마력을 괴물처럼 잡아먹는 스킬이 아니기도 했고.

하지만 나는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

나의 가장 큰 무기는 정보였다.

그리고 내가 아는 정보대로라면 회복 스킬보단 강력한 공격 스킬이 필요하였다.

10층의 보스는 무식하게 단단하다는 ‘미트 골렘’이었으니 말이다.

‘10층 보스나 그 이후의 몬스터들을 생각하면 이 스킬이 제격이겠어.’

나는 마침내 스킬을 결정하였다.

***

콰콰콰쾅!

“뭐, 뭐야? 이게?”

“허억. 허억.”

“스킬의 위력이 이렇게 세? 이건 사기잖아, 삼촌!”

하윤이가 경악한 얼굴로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나는 대답할 힘도 없어서 쓰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력뿐만이 아니라 체력까지 다 소모될 줄이야.’

워낙 스탯이 높아서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지금껏 내가 따낸 업적이 열두 개였다.

늘어난 스탯은 266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80대 후반 레벨의 스탯과 비슷했다.

설령 고렙 때 사용하는 스킬이라도 충분히 감당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내 예상과 달랐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스킬 참격.

나는 참격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잠시 멍한 눈으로 바라봤다.

벽으로 막혀있던 공간이 뻥 뚫렸다.

미로 한복판에 거대한 공동이 생겼다.

스킬 한 방에 두꺼운 벽이 다 박살이 난 것.

“나도 직업 가질래. 궁수 카드라도 주면 안 돼? 아니면 도적이나 전사라도.”

하윤이 나를 보챘다.

직업을 얻으면 참격 같은 스킬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잠시만. 저기에 뭐가 보이는데?”

“아니, 삼촌. 지금 중요한 게 그게 아니잖아.”

“보물 상자야. 일단 저거부터 까보자.”

벽이 허물어져 공터가 된 장소에 금색 빛 상자 하나가 보였다.

뭔가 다르게 느껴지는 보물 상자였다.

지금껏 내가 찾은 보물 상자가 레어 수준이라면 저건 못해도 유니크는 될 거 같았다.

철컥.

상자를 열자 빛이 뿜어져 나왔다.

“직업 카드? 무슨 직업이지?”

나는 상자 내부를 보고 기분이 묘해졌다.

상자 안에는 직업 카드 한 장밖에 없었다.

이미 나는 직업을 고른 상태였기에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직업이 무엇인지 보자 오히려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너, 이거 해라.”

“이게 무슨 직업인데?”

“전이술사.”

나는 하윤에게 카드를 건네주었다.

전이술사라 적힌 카드였다.

‘이 직업을 지금 얻다니.’

탑은 일방향이다.

2층으로 올라왔으면 3층으로만 갈 수 있고 1층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 전이술사의 스킬을 사용하면 달랐다.

스킬 레벨만 높다면 고층에 있던 사람도 얼마든지 저층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물론 한 번도 고층에 가보지 못한 사람을 고층으로 이동시킬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내 곁에 하윤이가 있는 것도 천운이다.’

전이술사는 사실 내가 고르기엔 좋은 카드는 아니었다.

도주기는 많아도 전투력이 우수한 직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내 옆에 하윤이가 있었다.

만약 하윤이가 이 직업을 얻는다면?

우리는 고층과 저층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었다.

위험이 발생했을 때 도주하기도 쉬워질 것이고.

“이 직업을 가지면 삼촌처럼 강한 스킬 얻을 수 있어?”

“아니.”

“뭐야. 그럼, 별로 안 좋은 거잖아.”

“솔직히 직업 자체는 강하지 않아. 하지만 이 직업을 통해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어.”

꼭 나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건 그녀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저층의 유저들과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언제든 저층으로 돌아와 룬과 직업 카드 같은 걸 값싸게 구매할 수가 있지.’

저층에서 귀중한 아이템을 고층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런 귀중한 아이템을 비싸게 팔고 주요 아이템을 값싸게 사면 된다.

주요 아이템 중에는 당연히 룬도 포함되어 있을 테니 하윤이는 누구보다도 쉽게 강해질 수 있으리라.

“삼촌이 강해지는 데 도움이 된단 말이지? 그럼 알았어. 선택할게.”

“히든 직업이니 후회는 없을 거다.”

“응!”

그녀가 전이술사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

“제, 제발 살려주세요. 원하는 건 다 드리겠습니다!”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무릎을 꿇고 애원하였다.

살려달라고.

목숨만 살려주면 무엇이든 해주겠다며 말이다.

그러자 그의 목숨을 위협하는 타쿠마 세이토란 남성이 물었다.

“뭘 줄 수 있는데?”

“정보!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그, 카르마 상점이라고 외치시면···.”

“멍청한 놈. 내가 모를 거 같아? 이 검을 어디서 얻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타쿠마 세이토는 검을 사내의 목에 가져다 대며 조소를 흘렸다.

“허억!”

“카르마 상점이 어떤 곳인지, 카르마를 어떻게 얻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나를 가르치려 들어?”

“사, 살려주십시오.”

“내가 알려줄까? 카르마를 얻는 방법이 무엇인지?”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사내는 덜덜 떨기만 한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런 사내의 모습에 타쿠마 세이토는 광소를 터뜨리더니 검을 내질렀다.

푹! 푹! 푹!

“바로 사람을 죽이면 돼! 이렇게 말이야! 크하하하하!”

검에 목이 꿰뚫리자 사내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절명하였다.

그리고 죽은 사내의 시체는 곧 연기처럼 바뀌었다.

탁한 연기는 타쿠마 세이토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연기가 바로 타쿠마 세이토가 말한 카르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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