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에서 나 혼자 재벌-2화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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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왔으면 업적부터.

갈림길이 나오자 하윤이를 오른쪽 길로 보내고 나는 왼쪽으로 움직였다.

하윤이는 계속해서 오른쪽 길만 갈 테니 다시 재회하기는 쉬울 거 같았다.

‘역시 1층이라 그런지 보물 상자가 많이 보이는군.’

2층은 아마 이렇지 않을 거다.

곳곳에 위험 요소가 있어서 이렇게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지도 못할 것이고.

‘이게 마지막이다. 여기에 룬 조각이 있으면 룬을 만들 수 있어.’

철컥.

지금까지 총 열세 개의 상자를 발견하였다.

그 열세 개에서 여덟 개의 룬 조각을 찾았는데 만약 지금 내가 여는 보물 상자에서 룬 조각이 나오면 룬 조각의 개수가 총 아홉 개가 된다.

“있다.”

높은 행운 스탯 때문인지 의외로 룬 조각이 잘 모이는 거 같았다.

인벤토리에서 아홉 개의 룬 조각을 모두 꺼내 왼손에 올렸다.

그러자 아홉 개의 룬 조각이 하나로 합쳐졌다.

‘이것도 업적으로 뜨겠지? 그럼, 보상이 뭘까?’

룬이 어떤 룬인지는 지금 시점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탑 1층에서 나올 룬은 최하급 룬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하급 룬은 어떤 종류든 간에 크게 필요 없었다.

성좌 룬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내가 이 룬이란 걸 ‘최초’로 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최초로 ‘룬’을 제작하였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업적을 얻었다.

그리고 업적의 보상은 놀라웠다.

올스탯 3과 함께 무려 스킬.

룬 감정이라는 스킬을 얻었다.

‘이 또한 최초겠지?’

아니나 다를까.

업적을 통해 룬 감정 스킬을 얻자 또 하나의 업적을 얻었다.

<최초로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예정된 결과였다.

누가 이 시점에 스킬을 습득할 수 있을까?

정보를 아는 나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얻은 업적이 도대체 몇 개야?’

벌써 여덟 개였다.

이 정도면 원작 주인공도 부럽지 않았다.

물론 업적 개수만 부럽지 않다는 말이었다.

실질적인 무력은 전혀 상대가 안 됐다.

아니, 주인공은커녕 다른 귀환자들도 나 정도는 손가락 까닥하는 것으로 죽일 수 있으리라.

‘그 괴물 같은 귀환자 놈들이 탑에 들어오기 전에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해.’

업적을 수집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직업이란 게 필요하였다.

이왕이면 히든 직업이.

***

“별일 없었지?”

“삼촌! 왜 이렇게 늦게 왔어!”

하윤이 나를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혼자 있는 게 조금 무서웠나 보다.

“말했잖아. 1층은 위험 요소 없을 거라고.”

“사람을 마주칠 수도 있잖아. 만약 그 사람이 나를 위협하면 어떡해?”

“사람 마주치면 싸워야지.”

“내가 어떻게 싸워! 나 살면서 한 번도 싸워본 적 없거든.”

“웬만하면 네가 이겨. 스탯이 높으니까.”

나는 그녀를 온실 속의 화초로 키울 생각이 없었다.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그녀를 절벽으로 내몰 생각이었다.

그래야지만 탑에서 생존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뭘 얻어온 거야? 이스터에그 같은 거 발견한 거 맞지?”

“이거 받아. 근력을 늘려주는 룬이야.”

인벤토리에서 룬을 꺼내 그녀에게 주었다.

고작 0.2의 근력을 늘려주는 룬이었기에 내게는 필요가 없었다.

“근력? 이거 내가 받아도 돼?”

“조금이라도 강해져야지.”

“고, 고마워.”

“바로 다음 층 올라갈 거니까 잘 따라 와.”

룬을 만들었으니 더 챙길 건 없었다.

다른 사람이 2층으로 가기 전에 먼저 2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이게 2층으로 향하는 포탈이야.”

“역시 회귀자라 그런지 다 아네.”

하윤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전히 나를 회귀자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긴 나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모든 걸 아는 듯 행동했으니 얼마나 이상하게 느껴졌을까.

그나마 웹툰 같은 걸 즐겨봐서 그런지 미친놈이 아니라, 회귀자로 생각하는 거 같았다.

***

탑에서 레벨을 올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것.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땅바닥에 그려진 마법진 형태의 그림을 밟는 순간, 내 몸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갔다.

마치 탑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 같은 감각이었다.

2층으로 올라온 것인데,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것은 레벨이 올랐다는 문구였다.

문구는 무려 세 번이나 떴다.

‘원작 주인공도 2층에서는 1레벨밖에 못 올렸었는데···.’

누구보다 신속했다는 점에서 가산점이 주어진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 것은 레벨이 아니었다.

‘이것도 최초겠지?’

최초 보상.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었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최초로 ‘레벨’을 올리셨습니다.>

<업적에 따른 보상이 주어집니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역시 이번에도 내가 최초였다.

‘이번에도 보너스 스탯 10에 올스탯 3이네.’

올스탯이 몇 개 주어지냐에 따라 업적의 등급이 달라졌다.

등급은 네 가지였다.

일반, 희귀, 영웅, 전설.

지금은 올스탯 3을 받았으니 희귀급이었다.

참고로 탑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올스탯 5를 받았는데, 이는 영웅급이었다.

이때 탑과 지구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권리도 얻었다.

남들이 지구로 돌아가려면 카르마 상점에서 비싼 돈 주고 귀환권을 구매해야 했는데, 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자유 이동권으로 언제든 지구와 탑을 오갈 수 있었으니.

그리고 또 하나의 희귀급 업적이 있었다.

<최초로 ‘2층’에 도달하였습니다.>

가장 먼저 2층에 올라왔다는 이유로 업적 보상을 받았다.

나로선 아무것도 안 하고 쉽게 강해진 기분이었다.

“업적 받았지?”

“응? 응. 받았어. 두 개.”

탑 등반 보상은 파티 전체가 공유되었다.

레벨 업도 동시에 했기에 최초 보상을 공유받은 모양이다.

“삼촌. 우리가 최초로 레벨 업 했으면, 우리가 가장 강한 거지?”

“당장은 우리가 앞서 있는 게 맞아. 근데 안심할 수는 없어.”

“그래? 그러면 우리 바로 3층으로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니야?”

나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 순간에도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쫓아오고 있을 터.

최대한 빨리 3층으로 가서 최초 업적을 차지해야 했다.

‘그래도 챙길 건 챙기고 가자.’

2층에도 보물 상자는 있었다.

1층보다 개수는 적어도 그 보상은 훨씬 좋았다.

그리고 그 보상 중에는 ‘업적’을 얻을 수 있는 물건도 존재했다.

***

2층도 1층과 똑같은 구조였다.

즉, 미로였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

바로 함정의 유무였다.

그리고 마침 내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바닥에 웬 하얀 실이 놓여있었다.

“멈춰.”

“어? 왜?”

“함정이다.”

2층부터는 함정이 나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몰랐어도 문제없었을 거 같았다.

감각 스탯이 워낙 높아 함정이 눈에 잘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잘 피해서 움직여.”

“그냥 다른 길로 가는 게 좋지 않아?”

함정을 발견했지만 나는 다른 길로 가지 않았다.

하얀 실이 있는 방향으로 계속 움직였다.

그러자 함정의 개수가 점점 많아졌다.

하얀 실처럼 은밀하게 숨겨진 함정도 있었지만, 아예 버젓이 설치된 함정도 있었다.

일정 시간마다 창이 날아오는데 당장 이 자리에서 꺼지라고 협박하는 듯했다.

“함정이 많은 곳에 제대로 된 보물 상자가 있다.”

작중의 설정은 그러했다.

물론 그렇다고 엄청난 보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겨우 2층에서 그리 거창한 아이템이 나올 리는 없다.

하지만 무기가 하나라도 나온다면 나쁘지 않았다.

3층부터는 ‘몬스터’가 나오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무기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업적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직업 카드’였다.

‘어차피 3층에서 나올 몬스터들은 맨주먹으로도 잡을 수 있으니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자, 방 형태의 공간이 나왔다.

일종의 보물방이었다.

방 중심에는 보물 상자가 버젓이 있었다.

“꺄아악!”

하윤이 비명을 질렀다.

내가 보물 상자에 접근하자 갑자기 벽에서 화살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휘이익!

하윤이 비명을 지르기 전부터 이미 내 눈에 화살이 보였다.

참고로 화살 날아오는 것도 감각 스탯의 영향인지 느릿하게 느껴졌다.

덥썩.

그래서 이런 기행도 부릴 수 있었다.

얼굴을 노리고 날아오는 화살을 맨손으로 잡아낸 것이다.

“사, 삼촌! 괜찮아?”

나는 걱정하는 그녀에게 손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내 손은 멀쩡했다.

“너도 앞으로 조심해. 어디서도 방심할 수 없는 곳이 탑이다.”

“···알았어.”

그녀에게 주의를 주고는 상자를 열어 보았다.

“와!”

“목검이 들어있다니. 운이 좋은데?”

상자 크기가 커서 무기가 들어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목검 한 자루가 상자 안에 들어있었다.

“오!”

하지만 나는 목검보다 상자 구석에 놓여있는 카드 한 장을 보고 더 기뻐하였다.

보물 상자에서 나올 카드라면 대충 알 거 같았다.

‘이게 직업 카드구나!’

덥석 쥐었다.

그러자 카드 앞면에 이상한 문자와 그 아래 한글로 ‘전사’라 적혀있는 게 보였다.

전사 직업 카드라는 의미였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최초로 ‘직업 카드’를 얻었습니다.>

이쯤되면 질리는 기분이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또 하나의 업적을 달성하다니.

‘하지만 업적은 많으면 많을수록 이익이지.’

내 사전에 과유불급이란 단어는 없었다.

오직 다다익선만 있을 뿐.

<업적에 따른 보상이 주어집니다.>

업적에 따른 보상을 보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확고해졌다.

올스탯 3?

그 정도는 예상했던 결과였다.

30칸으로 구성된 인벤토리에서 10번째 칸에 새로 생긴 ‘직업 초기화권’이란 이름의 카드.

나는 그 카드를 보고 환호하였다.

탑에서 직업은 한 사람당 하나밖에 고르지 못했다.

만약 원하는 직업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전사’ 같은 직업을 골라야 한다는 의미였다.

‘물론 이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너무 평범하지.’

직업 초기화권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굳이 원하는 직업을 구할 때까지 막연하게 시간을 버리지 않아도 됐다.

일단 아무 직업으로 최대한 성장하고 원하는 직업 카드를 구하면 그때 직업을 바꾸면 됐기 때문이다.

‘초반에 좋은 직업이 뭐가 있더라?’

전사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사실 어떤 직업도 지금의 내겐 나쁠 것이 없었다.

여러 특전으로 도배된 나의 스탯은 어떤 직업과도 잘 맞았으니까.

심지어 추가 스탯은 아직 찍기도 전이었다.

“이게 뭐야?”

“네 상태창에 직업란이 있지? 그 직업을 얻게 해줄 수 있는 카드야.”

“어떤 방식으로 직업을 얻나 했더니 이런 식이구나. 그럼, 이 카드, 엄청 중요한 거겠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랭커가 되기 위해 필수 조건이 바로 직업이었다.

직업이 없다면 랭커는커녕 10층 보스부터가 난관일 거다.

“그렇게 중요한 거면, 조금 더 찾고 올라가는 게 좋지 않아?”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직업 카드가 중요하긴 했다.

하지만 직업 카드를 이미 선점한 이상, 3층의 업적을 선점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

“한 장만 더 찾고 바로 3층으로 갈 거야.”

“원하는 직업 카드가 안 나오면?”

“그럼 아쉬운 거고.”

감각 스탯이 워낙 높아서 먼 곳에서 나는 발소리도 다 들렸다.

그런데 2층에 오고 단 한 번도 발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그 말은 아직 2층까지 도달한 사람이 없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방심하고 싶지 않았다.

‘최초의 유저’ 중에 괴물이 얼마나 많은지 나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도 빨리 정해야 해. 최초의 직업 습득 업적을 뺏길 수도 있으니.’

방금 내가 얻은 업적은 ‘직업 카드’를 습득한 것에 대한 업적이었다.

분명히 직업 습득 업적도 따로 존재하리라.

그리고 그 업적의 보상은 매우 클 것이 분명했다.

무려 최초의 직업에 관한 보상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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