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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영혼의 아우라 (55/144)


55화. 영혼의 아우라
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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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 돌아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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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며칠 더 걸릴 것 같다고 합니다.”

내 물음에 안나가 차분히 대답하며 차를 쪼르르 따랐다. 금세 찻잔을 가득 채운 뜨거운 차에서 뿌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내 마음속에서도 걱정이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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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추운데…….’

물론 그레이안이 튼튼하고 강하다는 건 알지만. 추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천지 어디 있겠는가. 그도 따뜻한 보금자리를 더 좋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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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안이 이번에 문제를 해결하러 간 곳이 알폰스 지방이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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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꽤나 골치를 썩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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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내가 한 번 내려가볼까? 내 힘이 필요한 문제일지도 모르니까……. 그렇지만 난 너무 체력이 쓰레기라. 괜히 싸돌아다니는 게 오히려 더 민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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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나도 그레이안처럼 튼튼하면 좋을 텐데.’

푹 한숨을 쉬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일단은, 얌전히 기다려보자. 며칠 더 기다려보고…… 그래도 그레이안이 안 돌아오면 그때는 나도 알폰스 지방에 내려가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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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특산품이, 뭐라더라, 순무라고 했던가.’

순무는 에이프릴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다. 확실히, 순무는 별 맛이 없긴 하지. 순무 샐러드도 맛없어. 건강에는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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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그레이안에게 편지 보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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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이네요. 에이프릴 공녀님도 부르시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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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에이프릴도 같이 쓰자고 해야겠다. 에이프릴 좀 불러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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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님.”

그리하여, 그레이안이 알폰스 지방으로 떠난 지 이틀째. 에이프릴과 나는 그레이안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별로 대단한 내용은 없었지만 진심을 담았다. 잘 지내는지, 식사는 잘 하고 있는지, 내 도움이 필요하진 않은지, 그리고…….

[우리 지난번에 하다 만 이야기 말인데요, 당신이 돌아오면 꼭 다시 해요. 알았죠? 뭔가 중요한 데서 툭 끊긴 느낌이라 기분이 별로예요.]

그래, 중요한 건 바로 그거였다. 내가 그날 밤 그레이안과 키, 키스를 했는데! 그 일이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 버리다니! 그건 내 인생의 첫 키스였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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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각인인가 뭔가에 대해서도…… 제대로 듣지 못했고.’

그냥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레이안과 얘기 중에 나온 말이니 그와 끝장(?)을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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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여보’라고는 불러보지도 못했네.’

하지만 그보다 대단한 걸 했지. 크크큭.

……그레이안도, 키스는 내가 처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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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인 것치곤 제법 능숙했지만…….’

……그건 그 사람이 워낙 다재다능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자. 안 그러면 내 머릿속의 어두운 망상과 오해가 폭주할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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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웅잇, 끼앵?” (딸기는 못 보내겠지?)

그때 에이프릴이 옆에서 물어 왔다. 나는 머쓱하게 뺨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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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무래도 좀 그렇겠지? 도중에 꽁꽁 얼어버릴 테니까. 아마 딸기 셔벗이 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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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잉…….” (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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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상심하지 마, 에이프릴. 그레이안이 돌아오면 잔뜩 먹게 해주자. 그럼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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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꺗.” (그래.)

……그런데 저 녀석, 지금 앞발로 편지를 쓰는 건가?

말도 안 돼. 그게 가능해?

나는 믿기 어려워하며 에이프릴의 편지를 훔쳐보았다.

에이프릴은…… 두 앞발로 만년필을 쥐고 진짜로 글씨를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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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어. 저거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보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 앞발로 만년필을 쥐고 편지를 쓰는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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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은 역시 기적의 토끼로구나…….’

위대한 토끼……. 역시 막 부르면 안 되고 토끼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니까.

나는 에이프릴 옆으로 슬쩍 다가가 간신배처럼 굽신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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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님, 글씨체가 무척 정갈하시군요. 과연 대단하신 토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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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애웅?” (지금 놀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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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옵니다, 소인이 어찌 토끼님을 놀리겠사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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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웅낏!” (그거 놀리는 말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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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요, 소인은 그저 토끼님의 예술적인 필체에 무척 감탄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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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웅…….” (이거 다 쓰고 나서 두고 보자…….)

나는 토끼님이 나를 습격하기 전에 얼른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러고 온실에 숨어 있다가 금세 발각당하고 말았지만. 토끼님이 좋아하는 딸기를 잔뜩 열리게 해주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역시 우리 토끼님은 맛있는 걸로 쉽게 마음이 풀리는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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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애웅!” (뭐라구!)

아니, 미식가 토끼님이십니다. 죄송합니다. 방금 그 말은 내가 실수로 소리 내서 말했나 보다.

화난 토끼 앞발에 결국 한 대 맞고 말았지만, 당연히, 하나도 안 아팠다.

* * *

다음 날.

나는 에이프릴, 로드리를 데리고 도시 구경에 나섰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에이프릴은 무척 들떠 있었다.

들뜬 토끼를 품에 안고서 여기저기 쏘다니며 간식도 사 먹고 길거리 연극도 봤다.

연극의 제목은 《피라모스와 티스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였다. 에이프릴은 너무 몰입했는지 눈물을 뚝뚝 흘리기까지 했다. 과몰입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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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웅, 끼야웅, 끼앙 꺄웅?” (왜 두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는 거지? 왜지?)

진정해라, 과몰입 토끼. 단순한 연극일 뿐이라고. 실제로도 있을 법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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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모스와 티스베는 저승에서 만나 행복해졌을 거야. ……아마도.”

나름 달래주려고 한 말인데, 토끼는 성의 없이 말하지 말라는 눈빛으로 나를 째려봤다. 까탈스러운 토끼 같으니라고. 나는 딴청을 피우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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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나저나 날씨 참 좋다. 원래는 연극만 보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좀 더 둘러보다 갈까?”

당연히, 토끼는 좋다고 찬성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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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부인, 사실은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솔즈베리 성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

공원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논 토끼는 피로에 절어 곯아떨어져 버렸고, 로드리와 나만이 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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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얘기인데?”

나는 고개를 들어 로드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한 손으로는 내 무릎 위의 인절미가 된 토끼를 열심히 쓰다듬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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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부인께…… 말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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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길래 저렇게 심각한 얼굴로 운을 떼나 싶었다. 나는 어서 말해 보라는 표정으로 눈을 깜박거렸다.

로드리는 한숨을 푹 쉬더니, 이내 결심이 선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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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인스턴 왕궁의 경매장에서 공작 부인을 만난 게 처음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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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토끼를 쓰다듬던 손동작이 저절로 뚝 멎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이야기라는 직감이 들었다. 나는 입을 달싹거리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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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럼, 언제 처음 만났는데? 난 기억에 없어서…….”

로드리는 혀를 내밀어 마른 입술을 축이더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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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때 본 것만큼은 선명히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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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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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실 전…….”

사뭇 망설이는 기색으로 두 손을 꽉 주먹 쥐었다가 편 로드리가 이윽고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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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람들의 영혼이 지닌 색을 볼 수 있습니다. 적호 수인 중에는 저처럼 이런 능력을 지닌 이가 드물지만 더 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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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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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영혼의 아우라라고도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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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잠깐만, 전에 들어본 적 있어.”

예전에 아르윈이 영혼의 아우라 어쩌고저쩌고 했었지.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글자 그대로 아닐까? 사람의 영혼이 지닌 고유한 빛깔 같은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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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에 봤을 땐 내 영혼의 색이…… 어땠는데?”

로드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모르는 무엇인가를…… 글로리아의 육신은 기억하고 있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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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때 본 공작 부인의 영혼은…… 몹시도…… 잔혹한 느낌이 드는 핏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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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핏빛?”

예상보다 훨씬 무서운 색깔이 나와 버렸다! 핏빛이라니, 그거 ‘글로리아’와 잘 어울리는 이미지이긴 한데…… 어쩐지 무시무시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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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정말로 섬뜩한 느낌이 드는 아우라여서…… 당시 저는 숨이 막힐 정도의 공포를 느꼈었습니다.”

아니, 그 정도였다니. 글로리아가 저지른 악행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 봤자 조무래기 악역인데? 숨이 막힐 정도의 공포라니, 무슨 최종 보스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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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최종 보스는 따로 있는데 말이지.’

그리고 여기 우리 로드리도 그 최종 보스를 막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할…… 예정이었는데, 작가가 연중을 때려 버렸다.

하지만 뭐, 원작의 결말이 진짜로 세계 멸망이나 그런 건 아니었을 테지. 분명 해피엔딩이었을 거다. 로맨스 판타지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해피엔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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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토끼 공녀의 은밀한 밤》은 엄청 인기 많은 소설이었으니까. 출간하고 나면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을 텐데, 작가가 미치지 않고서야 갑분새드엔딩을 낼 리 없지.’

그런 짓을 했다간 분노한 독자들과 키보드를 함부로 두드리는 악플러들에게 어마어마한 질타를 받을 것이다. 21세기는 무섭다니까.

중세 시대에는 불로 화형을 했다면, 21세기에는 말과 글자로 화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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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때 제가 느낀 공포를…… 아직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 핏빛 영혼의 아우라도, 그것이 주었던 극한의 공포도, 마치 세상 바깥에서 온 미지의 무언가 같았습니다.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그런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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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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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 같은데.’

정확히는 러×크래프트가 창조해 낸 공포의 존재들. 우주 바깥에서 온 헤아릴 수 없는 미지의 괴물들. 로드리가 말하는 게 딱 그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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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람. 조무래기 악역 글로리아 아인스턴이 신화급 괴물이라니요. 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로드리가 겁을 많이 먹었던 모양이다. 그땐 지금보다 더 어렸을 테니, 응, 그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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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공작 부인께서는…….”

해가 질 무렵의 황혼 같은 로드리의 눈동자가 올곧게 나를 직시해 왔다. 과거의 글로리아를 이야기할 때의 두려움과 불쾌감은 사라지고, 대신 나를 향한 호의와 신뢰, 존경심이 그 눈동자 안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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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드넓은 창공을 닮은, 새파란 색을 지니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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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

나도 모르게 바보 같은 소리를 내고 말았다. 하지만…… 멋지잖아! 하늘을 닮은 새파란 색이라고? 완전 마음에 들어! 뭔가 대단한 인물일 것만 같고! 인품도 훌륭한 사람일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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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근데 그거 내 눈이랑 비슷한 색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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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공작 부인의 눈도 새파란 빛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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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진심 200%로 마음에 들어서 입꼬리가 히죽히죽 올라갔다. 보고 있냐, 글로리아? 이게 너와 나의 차이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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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실은, 줄곧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공작 부인이 지닌 영혼의 색이 바뀔 수 있는 것인지…….”

이어진 로드리의 말에 웃음이 뚝 멎었다.

그, 그러게. 그거 어떻게 설명하냐. 젠장, 뭐라고 둘러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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