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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사나운 토끼의 앞니 자국 (51/144)


51화. 사나운 토끼의 앞니 자국
202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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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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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화재라니, 설마 방화인가요? 범인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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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쳤습니다. 아주 치밀한 자이더군요. 증거조차 남기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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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가…….”

밀려드는 탈력감에 어깨에서 힘을 쭉 뺐다. 그 시설은 몹시 중요한 증거였다. 그게 고스란히 남아 있어야 인세구원회의 배후를 샅샅이 파헤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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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규모는요? 설마 깡그리 다 불타 버린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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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안의 그 침묵이 모든 걸 대신 설명해 주었다.

인세구원회의 시설이…… 전부 불타 버렸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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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넋을 놓은 채 중얼거리는 나를 아르윈이 알 수 없는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난 그가 나를 의심한다는 사실에 화조차 나지 않았다. 시설이 전소하다니! 도대체 누가……. 그런 큰 화재를 일으키려면 마법의 힘을 빌려야 했을 터. 그럴 능력이 있을 만한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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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퍼뜩 고개를 든 나는 아르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와 눈을 마주친 그가 눈썹을 구기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어쩐지 후회하는 기색으로.

이윽고 아르윈이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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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부인의 반응을 보니, 제가 괜한 의심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정말 실례했습니다. 부디 제 무례를 용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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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화재의, 아니…… 인세구원회의 배후로 의심되는 인물이―.”

나는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아 다소 횡설수설했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며 아르윈이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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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친부인 아인스턴 국왕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당신을 의심했던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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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했는데…… 정말로 그 이름이 나와 버렸다. 나의, 글로리아의 친부, 라니에로 아인스턴.

만일 그가 인세구원회의 배후라면, 이 문제는 단순한 납치 범죄 그 이상이 된다.

수년 전 토끼 수인들이 반란을 일으켰던 것처럼, 전란의 불꽃이 세상을 휩쓸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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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무거워져 표정이 저절로 딱딱하게 굳었다. 내가 바라는 건 에이프릴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것뿐인데……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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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나직이 부른 그레이안이 내 손에 깍지를 꼈다. 조용히 나를 응시하는 그의 눈동자가 올곧게 빛나고 있었다.

그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을, 굳건한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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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 막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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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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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압니다.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부디 흔들리지 마십시오. 우리는 우리가 믿는 바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그의 말은 늘 그렇듯 군더더기 없이 오직 진심만을 담고 있어서,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뭉클한 기분이 들게 했다.

사람들이 그를 잘 따르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공작이라서, 또는 우두머리 늑대라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사람이라서일 것이다.

어느 상황에서든 믿을 수 있는 사람.

나는 가슴이 따뜻하게 물드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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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당신 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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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감동적인 분위기에 죄송합니다만, 회의를 마저 진행하죠.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 봐야 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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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할 아르윈이 초를 쳤다. 감동적인 순간이 흩어지고 나니 곧이어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나는 그레이안과 깍지를 꼈던 손을 황급히 거두었다. 그레이안이 못내 아쉬운 기색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으나 모른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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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아르윈…….’

성격 나쁜 블랙맘바를 노려보자니, 그가 내 눈초리를 못 본 체하며 화제를 이어나갔다. 나는 아르윈의 긴 머리를 여러 색의 리본으로 요란하게 땋아 버리는 상상을 하며 그를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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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이 불타 버리는 바람에 너무 짜증이 납니다만, 그래도 그전에 몇 가지 알아낸 사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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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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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푸십시오, 공작 부인. 제가 잘못했습니다. 여하튼 뭘 알아냈냐면…….”

아르윈이 허공에 주머니를 소환하더니, 그 안에 든 것을 조심스럽게 꺼내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다.

그의 행동이 워낙 조심스러웠기에 나도 그것들을 감히 건들지 못하고 가만히 살펴보기만 했다.

그것들은 작은 돌멩이였는데, 아주 뽀얗고 반지르르했다. 바닷가나 강가에서 발견될 법한 매끄러운 조약돌처럼 보였다. 하지만 단순한 조약돌은 아닐 것이다. 나는 슬쩍 시선을 올려 아르윈을 주시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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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뭔가요?”

그러자 아르윈은 분노를 절제하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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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지 말고 들으십시오. 이것들은 전부…… 인세구원회가 아이들에게서 뽑아낸 생명력의 결정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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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의…… 결정체요?”

그리 되묻는 나는 아마 ‘도대체 그게 뭐냐’는 표정이었을 것이다. 그레이안과 기사단장은 이미 알고 있었던 듯, 착잡한 눈으로 예의 ‘결정체’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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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에 있던 그 하얀 방에서 아이들의 생명력을 뽑아내 순수한 결정체로 만든 겁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이물질을, 가령 인간의 정신적 에너지나, 영혼의 아우라 같은 것들, 혹은 마력을 걸러냈지요. 더해서…… 정령 감응력도 걸러냈고요.”

하얀 결정체를 도로 주머니에 넣은 아르윈이 이번에는 다른 주머니를 소환해 냈다.

그 주머니에서 그가 꺼낸 것은, 각기 다른 총천연색을 지닌 돌멩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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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이 아이들이 지닌 정령 감응력의 결정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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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멍하니 그 결정체들을 바라보았다. 설마…… 인세구원회가 저질러온 실험의 목표라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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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은 수인의 정령 감응력을 뽑아내 인간에게 옮기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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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럼, 인세구원회의 배후가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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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 감응력은 정령이 허락하는 것이지요. 인간은 정령 감응력을 잃은 지 꽤 되었습니다. 그 탓에 인세에서는 ‘인간은 정령들과 세계수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말이 떠돌기 시작했지요.”

아르윈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나를 흘긋 보고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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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스턴 왕가에서, 세계수의 성령과 계약한 왕족이 백여 년째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한몫했고요.”

……인간은 버림받았다느니 하는, 그런 말이 떠돌면 가장 곤란해지는 것은 인세의 위정자들일 터였다.

그러니 대책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었을 테지.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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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아이들을 납치해서, 정령 감응력을 뽑아내 인간에게 옮기는 실험을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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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멍하니 중얼거린 혼잣말에 아르윈이 덤덤히 긍정했다. 물론 겉으로만 덤덤해 보일 뿐, 그는 명백히 화가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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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가 누구인지는 너무도 뻔하지요. 하지만 확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인세구원회 놈들을 놓고 자백제까지 써 가며 심문했습니다만, 제대로 아는 놈이 없더군요. 그중 대부분은 그저 일반 신도로, 인세구원회가 정말로 좋은 종교라고 믿는…… 정신 나간 자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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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비에도 그중 하나일까? 왠지 그럴 거 같다. 그 여자는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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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가 아공간에 보관해 뒀던, 그 병사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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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아르윈에게 구타당하고 농락당한 그 병사 말이지. 그 뒤로 얼마나 오래 ‘쓰레기장’이라는 아공간에 갇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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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 알고 보니 아인스턴 왕국에 속한 어떤 귀족 가문의 사생아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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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정말요?”

뜻밖의 이야기에 놀라 되묻자니 아르윈이 간단히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그의 말이 평이한 어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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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정보를 좀 건졌습니다. 그놈이 말하길, ‘나도 확실히 아는 건 아닌데, 아인스턴의 높으신 분이 연관되어 있다. 너희도 조심해라. 이 일에는 깊게 연루되지 않는 편이 좋다. 나도 그냥 용돈벌이나 하려던 거다.’라더군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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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생각하면 할수록 아인스턴 국왕이 가장 의심스러워. 분명 그 작자가 인세구원회의 배후일 거야.’

일개 사이비 종교 따위가 어떻게 그런 시설을 갖출 수 있겠는가. 귀족 가문의 원조가 있어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 그 이상, 왕족쯤은 되어야 말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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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아웅!”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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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토끼가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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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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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훙 꺗.” (겁쟁이들 같으니.)

오늘은 일요일. 현재 시각은 오후 2시 31분. 춥기는 해도 날씨가 맑고 좋다. 에이프릴은 토끼 모습으로 아이들과 놀아주고, 나는 아이들을 순서대로 한 명씩 치료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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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토끼가 너무 사나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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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토끼가 아니라 공녀님이야……. 그리고 공작 부인…….”

아이들 중 대부분은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새끼 오리처럼 졸졸 따라다녔지만, 눈치 좀 빠르고 사회성을 갖춘 아이들은 나를 ‘공작 부인’이라 하며 조심스럽게 대했다.

그리고 에이프릴은, 거의 모든 시간 토끼 모습으로 아이들과 놀아주었는데…… 그 탓에 에이프릴이 솔즈베리 공녀라는 사실을 아는 아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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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내 딸기 뺏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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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나 또 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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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앞발에 뺨 맞았어. 이거 봐. 빨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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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너무 사나워…….”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에이프릴 솔즈베리의 정체성, 평판, 품위, 기타 등등, 이대로 정말 괜찮은가? 저 녀석, 애들이랑 너무 진심으로 놀잖아! 우리는 봉사활동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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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님이 신나셨네요. 아이들이 가고 나면 쓸쓸해하시겠어요.”

내 일을 도와주던 제이드가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에이프릴을 보는 소년의 눈빛에서 풋풋한 애정이 느껴졌다. 참 좋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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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가고 나면 네가 에이프릴과 저렇게 놀아줘. 과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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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셨나요? 전 저렇게 놀아준 지 이미 한참 됐어요. 제 팔뚝에 난 토끼 이빨 자국이 스무 개가 훌쩍 넘어요.”

지, 진짜야? 묻는 눈빛에 제이드가 소매를 걷어 올리고는 팔뚝을 보여줬다. ……진짜로 토끼 이빨 자국이 가득 있었다! 이런 미친! 에이프릴, 너 이러다 얘 책임져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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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큰일이라니까요. 전 장가 다 갔어요. 어쩌면 좋죠, 글로리아 님?”

제이드가 가련한 체를 했다. 제, 젠장……. 이건 자식 교육 똑바로 못 한 내 죄가 크다. 토끼한테 장난으로라도 사람 좀 물지 말라고 해야지. 아주 단단히 일러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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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치료를 마친 후, 나는 에이프릴과 로드리, 그리고 제이드와 함께 별채로 향했다. 별채에 있는 티룸에서 애들에게 간식이나 먹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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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치료가 전부 끝나면 보육원으로 보내지는 거죠? 가족이 있는 아이들은 보호자가 데려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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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렇지.”

제이드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열심히 뛰놀아서인지 조금 피곤해 보이는 토끼는 내 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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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치료하는 게 글로리아 님의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이라는데,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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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너 그 얘긴 어디서 들었어?”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 아니, 있구나. 생각해 보니까. 나와 나비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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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녀석.’

품속의 에이프릴이 우리의 대화를 못 들은 척 몸을 꼬물거렸다. 대정령의 계약자인 에이프릴은 나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깜박했다.

나는 얼마 전에 에이프릴이 있는 자리에서 나비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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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을 잃었던 탓에 쇠약해진 아이들을 네가 치료해 주다가는, 도리어 네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어. 우리의 힘은 만능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만능인 건 아니야, 글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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