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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눈토끼 무리의 습격 (46/144)


46화. 눈토끼 무리의 습격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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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맛이었습니까?”

그때까지 잠자코 지켜보던 그레이안이 넌지시 물어왔다.

나는 나비들과 나눈 대화와 만년설 열매의 맛을 그에게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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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눈 맛이라……. 맛은 어찌 됐든, 정말로 그 열매에 신비로운 효능이 있어 부인의 몸이 튼튼해지면 참 좋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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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을 튼튼하게 해서 뭘 어쩌려고?

여하튼, 우리는 계속해서 미로를 헤쳐나갔다. 나비들이 길을 안내해 주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다소 의심스러웠다.

그도 그럴 게, 녀석들은 이 와중에도 여러 번 쓸데없는 것에 정신이 팔려 촐싹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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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눈사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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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이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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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토끼도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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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되어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에이프릴이랑 똑같이 생겼을걸.}

눈토끼라…… 그건 좀 궁금했다. 내 품 안의 토끼는 따뜻하고 말랑말랑한데, 눈으로 되어 있다는 그 토끼는 차갑고 부슬부슬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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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힘내, 글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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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도 힘내! 비록 편하게 안겨서 가고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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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은 불속성 효녀로구나.}

……이 녀석들은…… 전부터 든 의문인데, 내가 살던 세상의 인터넷 밈을 어떻게 이리도 잘 아는 걸까?

고민하던 나는 슬쩍 미끼를 던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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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로를 만든 정령, 완전 집착광공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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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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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집착광공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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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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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도 알아! 북부대공!}

……그건 분류가 다르지 않냐?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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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다 내가 살던 세상의 인터넷 밈이잖아. 너희가 그런 걸 어떻게 다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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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우리가 말 안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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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했어 바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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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제일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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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말 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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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했으면? 어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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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둘! 조용히 좀 해! 설명하려는데 방해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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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린 말이지…….}

나비 한 마리가 내 얼굴 근처에서 팔랑팔랑 날아다니며 막 설명해 주려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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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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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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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오고 있어!}

나비들이 움찔하며 반응한 것과 동시에, 땅에서부터 미미한 진동이 전해져 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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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뭐가 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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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그레이안도 진동을 감지했는지 긴장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고는, 나와 에이프릴을 두 팔로 보호하듯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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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여럿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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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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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두두두두!

별안간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괴생물체(?)와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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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히익……!’

대체 뭐가 오는 거냐고! 지레 겁먹은 나는 무의식중에 그레이안의 품으로 파고들어 그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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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찔한 그레이안이 머뭇대거나 말거나, 나는 동아줄에 매달리듯 그를 꽉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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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앙.”

한편 에이프릴은 그레이안의 어깨 위에 당당한 자세로 올라서 있었다. 앞발을 들어 올린 채, 뒷발로만 서서 용감하게 정면을 주시한다. 겁쟁이인 나와는 사뭇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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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단해. 역시 용감한 토끼.’

나는 그레이안의 품에 쏙 안긴 채 실눈을 뜨고 정면을 살펴보았다. 도대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게 오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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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두두두―!!

점점 더 거세지는 진동. 그리고 시시각각 가까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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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그 괴생물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수십 마리의 새하얀 토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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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토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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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토끼 무리가 이쪽으로 돌진해 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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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글로리아! 우리가 어떻게든 막아볼게!}

나비들이 눈토끼 무리의 앞을 잽싸게 가로막았다. 그렇지만…… 종잇장처럼 펄럭이는 나비들이 저 어마어마한 토끼 무리를 막을 수 있을 거 같지 않았다! 토끼 무리에 부딪혀 하늘로 날아가지만 않으면 다행일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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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레이안이 늑대로 변해서 위협하면…… 음?’

두두두두―!!!

이제는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거세진 울림. 그리고…….

한순간 시야로 들어온……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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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웬 강아지 한 마리가, 토끼 무리 바로 앞에서 필사적으로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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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앍앍!”

회색 강아지가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이쪽을 향해 짖어댔다.

마치 구조 요청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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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꺄앙!”

강아지를 발견한 에이프릴이 귀를 쫑긋 세우고는 뭐라고 소리쳤다.

두두두두두―!!!

지진을 방불케 하는 진동 속, 토끼와 강아지의 (인간은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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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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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앙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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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앍앍……! 아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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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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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라고들 하는 거지…….’

이럴 줄 알았으면 통역 귀걸이를 가져오는 건데. 그나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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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눈토끼들, 뭐랄까, 좀…….

좀…….

너무 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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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 중세 토끼……?’

두두두두―!! 다닷―!!!

미친 속도로 달려오던 눈토끼 무리가 우리로부터 2m 남짓한 거리에 멈춰 섰다. 그 순간 땅의 진동이 뚝 멎으며 찬바람이 확 몰려왔다.

눈토끼 무리를 피해 도망치던 회색 강아지는 어느 틈엔가 그레이안의 등 뒤로 쏙 숨어 버렸다.

벌벌 떠는 모양새가, 저 눈토끼들을 진심으로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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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할 만도 해.’

그도 그럴 게, 이 토끼들은…….

웬만한 대형견 사이즈인 데다가, 우락부락한 근육질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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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토끼라는 게…… 에이프릴처럼 귀엽고 깜찍한 토끼가 아니었다니!’

에이프릴의 솜방망이는 하찮기 그지없지만, 이 눈토끼들의 솜방망이는…… 맞는 순간 저 멀리 날아갈 것만 같다. 그야말로 맹수 토끼들이었다.

눈토끼들은 가만히 멈춰 선 채로 우리 일행과, 우리를 지키듯 앞을 가로막은 나비들을 훑어보았다.

이 토끼들 모두 새하얀 털(?)을 지니고 있었는데…… 사실, 털인지 눈송이인지 모르겠는 재질이었다.

그리고 토끼들의 눈은 놀랍게도 파르스름한 색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토끼가 아니라 요정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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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중에 몸집이 가장 큰…… 저 토끼가 대장 토끼인가?’

―라고 생각하자마자, 몸집이 가장 큰 토끼의 어깨 위로 조그만 토끼 하나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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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토끼인가?

다른 토끼들에 비하면 크기가 엄청 작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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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웅꺗.”

그 아기 토끼가 몸집이 큰 토끼에게 무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큰 토끼가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기 토끼를 어깨에 태운 채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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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잠시만.’

설마 쟤가 보스야? 저 아기 토끼가?

말도 안 돼! 저렇게나 조그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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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잉낏― 끼야웅 꺗.”

큰 토끼가 우리로부터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멈춰 서자, 아기 토끼가 우리를 보며 무슨 말인가 근엄하게 건네왔다.

……당연히,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레이안도 마찬가지이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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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애웅!”

에이프릴은 알아들을 수 있다. 동족(?)이니까.

어느샌가 그레이안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탄 에이프릴은, 두 앞발로 그레이안의 머리채를 잡고 마치 우주선처럼 그레이안을 조종했다.

머리채를 앞으로 쭉 밀면 ‘전진!’ 뒤로 당기면 ‘멈춰!’인 것 같았다. ……졸지에 탈것이 된 그레이안은 겸연쩍게 웃으며 에이프릴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었다.

탈것 취급을 당하면서도 화내지 않다니, 저 사람은 역시 성인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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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애앵, 꺄앙?”

아기 눈토끼의 앞으로 다가간 에이프릴이 토끼 소리로 물었다. 편의상 ‘토끼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나 참, 내가 토끼 울음소리에 이런 명칭을 붙이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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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우우웅, 끼얏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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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꺗, 꺄잉잇 꺄앙.”

뭐라는 거야 진짜.

그런 알 수 없는 대화가 5분쯤 오갔다. 대화하는 동안 아기 토끼는 씩씩 화를 내다가, 잠시 진정했다가, 다시 화를 내고는 잠시 후 조용해졌다.

토끼어를 알아들을 수 없으니 아기 토끼가 뭐에 화내는지 도통 모를 일이었다. 에이프릴이 화난 아기 토끼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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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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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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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꺗.”

대화는 그것으로 끝난 모양이었다. 아기 토끼를 태운 큰 토끼가 우리로부터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눈토끼 무리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그 둘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래서, 대체 무슨 대화였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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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에게 물어봐야―.’

그리 생각하기 무섭게, 그레이안의 머리 위에서 폴짝 뛰어내린 에이프릴이 모습을 확 바꿨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깃털처럼 나부꼈다. 에이프릴은 분홍 눈을 초승달 모양으로 접어 웃으며 기쁜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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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토끼들이 우리를 출구까지 태워 주겠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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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진짜??”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니, 에이프릴이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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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눈토끼들이 티베리에게 화가 나 있어서…… 그 점은 저희 쪽에서 적절한 사과와 보상을 해 줘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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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리?”

내가 의아함을 내비치자, 에이프릴은 “아.” 하고 외마디를 흘리더니 허리를 굽혀 회색 강아지를 안아 들었다. 그러고는 나 보란 듯이 회색 강아지를 앞으로 내밀며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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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공작 부인께서는 모르시겠네요……. 이 작은 회색 늑대가 바로 티베리예요. 밀턴 부인의 조카요.”

아니, 뭐라고? 밀턴 부인의 조카?

게다가 회색 늑대요?

강아지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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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여기 이…… 얘가 늑대 수인이란 말이지? 지금은 새끼 늑대 모습인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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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티베리는 늑대 모습일 때 몸집이 작은 편이라서요.”

아니, 그냥 작은 정도가 아닌데. 나는 얘가 강아지인 줄로만 알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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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잉…….”

내심 황당해하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회색 강아지…… 아니, 새끼 늑대가 앓는 소리를 냈다. 내가 무서운가? 이 녀석도 글로리아의 악명을 잘 아는 모양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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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털이 부들부들해 보여. 만져보고 싶다.’

손을 뻗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누르며, 나는 짐짓 점잖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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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가 무슨 짓을 했기에 눈토끼들이 화가 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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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요……. 티베리가 눈토끼들의 만년설 열매를 훔쳐먹었다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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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갱, 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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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서 어쩔 수 없었대요.”

그 눈 맛이 나는 열매 말인가……. 그런 걸 훔쳐먹을 정도면 진짜로 배고팠던 모양이다.

하긴, 이 티베리라는 아이가 실종된 지 벌써 며칠째니까…… 그동안 제대로 못 먹고 지냈다면 딱딱한 나무뿌리조차 맛있게 느껴질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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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리, 그동안 고생 많았겠구나. 딱하게도.”

어느샌가 내 곁으로 다가온 그레이안이 티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자 티베리는 더욱 불쌍한 눈을 하며 깨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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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앵……! 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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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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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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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여기서 나갈 수 있을 테니 걱정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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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대화가 통하나?’

같은 늑대 수인끼리는 대화가 통하는 걸까?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그레이안을 쳐다보자, 그가 날 향해 설핏 웃고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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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을 완전히 파악하는 건 어렵지만, 대략적인 뉘앙스는 알 수 있습니다. 같은 늑대 수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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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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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더라면 뜻이 완벽하게 통했겠지요……. 아무튼 간에, 눈토끼들이 태워 준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덕분에 빠르게 출구를 찾을 수 있겠군요.”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말을 돌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의아한 일이긴 했다. 그레이안은 왜 늑대 모습을 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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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봐도…… 흠.’

당장은 대답해 주지 않으리라는, 그런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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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웅잇!”

다시 토끼 모습으로 변한 에이프릴이 커다란 눈토끼의 등에 올라타 용맹하게 외쳤다.

이어서 보스 토끼(예의 아기 눈토끼…….)가 또 뭐라고 소리쳤고, 그 소리가 신호탄이라도 된 듯이 눈토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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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이, 이거 괜찮은 거냐고!’

눈토끼 익스프레스!

그야말로 차가운 눈송이를 만지는 듯한 촉감인, 눈토끼의 등에 올라타 달리는 기분이란……!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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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다.

이놈들은 폭주 토끼였다. 괜히 요란한 땅 울림을 냈던 게 아니라니까……. 지금도…….

두두두두―!!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속도로 질주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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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려―! 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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