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화. 막 나가는 블랙맘바(자칭) (43/144)


43화. 막 나가는 블랙맘바(자칭)
20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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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에야 그레이안은 나를 놓아주었다. 그렇지만 완전히 떨어져 나간 게 아니라, 가까이서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한 손으로 내 뺨을 어루만졌다.

무척 소중한 것을 대하는 듯한 그의 태도에 못내 부담스러워지고야 만 나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그레이안은 설핏 웃고는 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나는 화들짝 놀라 크게 움찔하며 눈을 마구 깜박거렸다. 내 반응에 그레이안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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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군요. 이런 상황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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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뭔……? 뭐가 아쉽다는 건데?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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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의 반응을 지켜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데 말입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멍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이 남자, 다소 짓궂은 면이 있어 보이는데, 내 착각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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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서 아이들을 구출해야겠군요. 곧 들킬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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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올리비에라는 여자를 기절시키고 왔거든. 식당에 방치해 놨으니 금방 들키고 말 거야.}

그레이안의 말에 나비들이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과연, 그렇게 빠져나온 거였군. 어쩐지 너무 일찍 등장했다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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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빌 경, 좀 도와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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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넵!”

단순한 개인 줄 알았던 카빌 경은 알고 보니 마법에도 조예가 있는 모양이었다. 카빌 경이 그레이안을 도와 바닥에 표식을 그렸다.

연결된 이동 마도구만 있다면, 일종의 소형 게이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 표식.

그것을 좌표로 삼아 누군가 이곳으로 단숨에 이동해 왔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아르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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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왔습니다~. 어라? 공작 부인, 그다지 반가워하는 기색이 아니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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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역시 난 이 사람이 조금 불편했다.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건 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또라이는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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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작 각하께서 저에게 친히 부탁하실 일이 있는 모양이라 냉큼 달려왔는데요. 어째 저를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로군요? 아~. 그냥 확 가버릴까 보다.”

대놓고 껄렁대는 아르윈을 보며 기사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기사들도 아르윈을 썩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소 불편해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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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상대가 미친놈이면 누구든 불편해할 수밖에…….’

하지만 아르윈은 남이 뭐라 생각하든 조금도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겉으로만 서운한 척 연기할 뿐, 대범하고 당당한 태도로 방 안을 쓱 살펴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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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기분 나쁜 장소로군요. 누가 설계했는지는 몰라도 제정신은 아닐 겁니다. 여긴 사방에서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말하자면 거머리 같은 장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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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생명력이요?”

내가 묻자, 아르윈은 내 근처를 날아다니는 나비들을 흘긋 보고는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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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부인께서는 성령들의 가호를 받고 계시니 느껴지시는 게 없을 겁니다. 여기 우리 공작님도, 초인이나 다름없는 생명력의 소유자이신지라 아무런 낌새도 느끼지 못하셨겠지요.”

아르윈이 자신을 쳐다보자 그레이안은 눈썹을 쓱 휘며 어깨를 으쓱했다. 말 그대로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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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들은 다를 텐데? 뭔가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나?”

아르윈이 묻는 말에, 기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는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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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러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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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기 같은 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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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힘이 빠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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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손실이 올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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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주먹을 쥐면, 손이 조금 떨립니다. 보십시오.”

한 기사가 자신의 주먹 쥔 손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레이안과 아르윈의 반응은 덤덤했으나, 기사들은 깜짝 놀라 호들갑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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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쥐었는데 손이 떨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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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시험 삼아 나도 주먹을 꽉 쥐어 보았다. 그러자 손이 미세하게 바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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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나도 떨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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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네 근력이 원래 쓰레기라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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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좀 해, 글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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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이랑 산책만 하지 말고 근력 운동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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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만 먹지 말고! 단백질도 많이 섭취하라고!}

나비들이 나를 매도하며 파닥파닥 날갯짓했다. 젠장……. 이 자식들, 진짜 내 편인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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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 오래 있다간 누구든 저 아이들처럼 될 겁니다. 물론 공작 부인은 예외이지만.”

아르윈의 말에 기사들이 소름 돋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안쓰러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살펴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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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아이들이 이렇게 된 건…… 계속 이 방에 머물며 생명력을 빼앗겨서라는 말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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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바닥의 표식을 좀 더 크고 정교하게 고친 아르윈이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다 그 안에 내려놓았다.

이제는 표식이라기보단 마법진이라 봐야 할 듯한 그 정원(正圓)에는 6~7명의 아이가 들어갈 수 있었다.

아르윈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한 아이의 머리를 조금 성의 없이 쓰다듬고는,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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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즈베리 공작성으로 바로 이어지는 이동 마법진입니다. 이걸로 아이들을 대피시키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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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

그레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가하자, 아르윈은 씩 웃고는 마법진 안의 아이들을 곧바로 이동시켰다.

그렇게 수차례 그 일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두 명의 아이만 남게 되었다.

두 아이는 아무런 저항 없이 아르윈의 손에 순순히 이끌려 왔다.

아르윈은 그 아이들의 옷매무새를 대충 가다듬어 주고는 원 안에 세워두었다.

뭐랄까, 다정한 건지, 무성의한 건지 모르겠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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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마지막이네. 그럼, 나중에 또 보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이들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주고는, 아르윈이 곧바로 이동 마법을 시전했다.

그렇게 방 안의 모든 아이를 탈출시키는 데 성공하자마자―

덜컥!

방 밖에서 문을 따는 소리가 들려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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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침입자 놈들!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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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네놈은, 감히 누구 앞인 줄 알고.”

달려드는 경비병들을 아르윈이 마법으로 손쉽게 제압했다. 그가 일당백으로 모든 전투를 도맡아 버린 탓에 기사들은 할 일이 없었다. 그저 머쓱하게 검만 쥐고 있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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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들은 왜 이렇게 무능해? 내가 혼자서 다 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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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댁이 다른 사람들이 활약할 기회를 안 줘서 그런 거잖아요…….’

기사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낯빛들이 썩 좋지 않았다. 남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르윈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고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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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나는 너무 유능해서 탈이라니까.”

……재수 없다.

약 10분 후, 우리에게 달려들던 경비병들은 모조리 바닥에 쓰러져 누운 신세가 되었다.

전부 아르윈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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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아까 그 방 말고 아이들을 가둬둔 방이 더 있나? 이 지하 시설은 몇 층까지 있지? 바른대로 실토해라.”

아르윈이 아직 기절하지 않은 경비병 한 명의 멱살을 잡고 협박했다. 경비병은 그다지 용감한 성격이 아닌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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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몰라……! 우린 모른다고! 출입 제한 구역에 드나들 수 있는 건 ‘인세구원회’의 고위 간부들뿐……! 깩!!”

아르윈의 손이 경비병의 멱살을 꽈악 틀어쥐자 돼지 멱따는 듯한 소리가 났다. 경비병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숨이 막혀 꺽꺽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르윈은 시선을 옆으로 새며 생각에 잠긴 듯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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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 제한 구역……?”

다음 순간, 아르윈이 경비병을 패대기쳤다.

그는 기어서 도망가려는 경비병의 등을 구둣발로 꾹 밟아 누르더니, 위협적인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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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지? 그 출입 제한 구역이라는 게.”

그리하여, 일행과 나는 예의 ‘출입 제한 구역’까지 오게 되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다수의 신도와 경비병들을 마주쳤는데, 전부 아르윈이 제압해 버렸다.

이쯤 되니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 사실은 진짜로 용 수인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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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맘바 수인 어쩌고 했던 건 거짓부렁이었던 거지. 나를 놀리려고 일부러 지어낸 말이었다든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 나는 아르윈의 뒤통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는 예의 경비병A를 앞에 세워 둔 채 협박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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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문 너머가 출입 제한 구역이란 말이지.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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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렇대도!”

아르윈을 연신 힐끔거리며 경비병이 대답했다. 자신을 이대로 보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아르윈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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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네놈은 입이 가벼우니 앞으로도 쓸모가 많겠어.”

―라고 음산하게 읊조린 것과 동시에 경비병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웬 새까만 구덩이 속으로 집어넣은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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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한 거지……?’

내 의문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카빌 경이 당황한 목소리로 아르윈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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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뭘 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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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아공간에 ‘보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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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카빌 경이 멍하니 되묻자 아르윈이 악마처럼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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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좋은 곳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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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로 쓰레기장이라고도 하지.”

그레이안이 덧붙였다. 그리 좋은 곳은 아니라는 게, 지저분해서 그렇다는 의미였나?

아르윈은 그레이안을 말없이 흘겨보더니 ‘출입 제한 구역’의 입구로 천천히 다가갔다.

문에 걸린 여러 마법을 그가 해지하는 것을 지켜보다, 나는 문득 근심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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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문 너머에는 있어야 할 텐데……. 솔즈베리 성의 시녀가 잃어버린 아이가…….’

밀턴 부인의 조카이기도 하다는 그 아이 말이다. 아까 하얀 방에서는 찾을 수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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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이건 좀 성가시겠는데.”

나직이 중얼거린 아르윈이 주먹을 꽉 쥐더니 문을 쾅!!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쳤다.

깜짝 놀란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아르윈은 문을 노려보며 미간을 설핏 찌푸리더니, 곤란하다는 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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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에 걸린 마법은 해지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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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상당히 고위 마법이라는 뜻인가?”

그레이안이 묻자, 아르윈은 한쪽 입꼬리를 쭉 끌어올려 사납게 웃고는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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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봤자 내 손바닥 안이지. 제 실력 잘 아시지 않습니까? 공작 각하.”

확실히, 아르윈은 빈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미친 사람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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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완료. 역시 별거 아니네.”

십여 분쯤 지났을까? 아르윈이 문을 툭툭 치며 말했다. 이어서 그는 문을 발로 걷어차서 여는 막무가내 행동까지 보여 주었다. 왜 굳이 발로 차서 여는 건데? 화풀이인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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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이 시설의 보안 담당 마법사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얼굴 한번 보고 싶군.”

화풀이가 확실했다. 언제나 느긋하게 웃곤 하지만 사실은 한 성깔 하는 사람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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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저 너머가 바로 그 출입 제한 구역인가…….’

뭐가 있을지는 몰라도,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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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그때, 그레이안이 손을 내밀어 왔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그레이안이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는 내 손을 좀 더 힘껏 그러쥐었다.

그냥 손만 잡았을 뿐인데…… 콱 물렸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어김없이,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뛰는 심장의 박동을 느끼며 문을 넘으려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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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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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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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긴 출입 제한 구역인데……! 어서 제압해!!”

야생의 경비병들이 (또) 나타났다! [싸운다/도망친다]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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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레이……! 너……!”

웬 여자, 아니…… ‘올리비에’가 경비병 사이로 나타나 원망스럽게 소리쳤다. 다름 아닌 그레이안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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