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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귀염뽀작하지만 함정입니다 (40/144)


40화. 귀염뽀작하지만 함정입니다
2022.04.20.


나는 미지근한 눈으로 마차 밖 풍경을 쓱 둘러보았다.

확실히, 아름답게 잘 조성된 공원이기는 했다. 사철 푸른 상록수가 많아 겨울임에도 싱그러운 분위기가 감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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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내가 살던 세상이었으면, 벌써 사방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잔뜩 달려 있었겠군.’

이 세상에서 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에이프릴의 생일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여기가 정확히 어디냐면, 솔즈베리 성 인근에 위치한 ‘디아만트’ 시(市)였다. 솔즈베리 공작령에서 가장 큰 도시이기도 했다.

지난번에 검술 대회가 열렸던 도시와는 다른 곳이었다. 그 도시도 제법 컸지만, 디아만트시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 도시는 그야말로…… 솔즈베리 공작령에서 가장 호화롭고 번화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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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범죄를 저지르기도 딱 좋지.’

솔즈베리 공작령이 대체로 그렇듯, 이 디아만트시도 치안이 좋은 편이었다.

이곳은 솔즈베리의 가신인 데이비슨 경이 치안을 맡고 있는데, 실력이 뛰어나고 아주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들었다.

덕분에 디아만트시는 살기 좋은 도시로 유명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큰 도시일수록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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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라진 곳도 바로 여기지.’

수인 아동 납치범의 목적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어린아이만 노린다는 점에서 더욱 흉악하게 여겨지고 있을 뿐. 그리고 노예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리라는 추측이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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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꼬리를 잡기 어려웠지만, 그레이안의 계획대로라면…… 근거지나 은신처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계획은 이랬다.

일단 그레이안과 나, 우리 둘이 이 마차 안에서 알콩달콩 데이트를 즐기는 척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레이안은 시가지로 나가 신분을 위장한 채 납치범이 접근해 오기를 기다리고…….

나는 여기서 세계수의 나비들을 풀어 그의 뒤를 쫓아가게 한다. 유사시에 그를 도울 수 있도록.

마차를 모는 마부, 그리고 시중을 들기 위해 따라온 하인들은 사실 모두 실력이 쟁쟁한 기사들이었다.

그레이안이 성공적으로(?) 납치되고 나면, 나는 그들과 함께 그레이안의 뒤를 쫓을 예정이었다.

그레이안이 어떻게 ‘수인 아동 납치범’에게 납치될 수 있느냐고?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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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마시겠습니다.”

크리스털 병의 마개를 똑 따낸 그레이안이 그 안에 담긴 액체를 무표정하게 응시했다.

옅은 노란색의 액체는, 아르윈이 이번 일을 위해 특별히 조제한 마법약이라고 했다.

만드는 데만 1년이 걸렸다나, 뭐라나…….

그레이안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젖히더니, 그 심상치 않은 마법약을 단숨에 삼켰다.

꿀꺽― 그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남성미가 도드라진 두꺼운 목선과 툭 튀어나온 목젖에 저절로 시선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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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슬그머니 눈알을 굴렸다. 나란 인간은…… 이 와중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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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나직이 한숨을 흘린 그레이안이 빈 병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나는 그의 맞은편에서 긴장한 채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약효가 발휘되려면…… 30초쯤 걸린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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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8, 29…….’

길게만 느껴지는 짧은 정적 속.

마음속으로 숫자 ‘31’까지 센 순간, 그레이안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의 몸이 빛에 휩싸여 급격히 쪼그라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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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로 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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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 너무 귀여운 것 같은데.’

몸이 작아진 그레이안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나는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10살이 된 그레이안의 모습은…… 원래와는 다른 의미로 심장에 치명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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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귀여워!!’

나는 두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실수하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너무 귀엽다며 주접 대폭발 했다간…… 나중 가서 창피해 견딜 수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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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그레이안이 어릴 때 초상화를 잘 안 보여주더라니……!’

너무 귀여워서 그랬구나!

자신도 아는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의 이미지와 너무 상반될 정도라, 남 보여주기 쑥스럽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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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 진정하자…….”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쓰는데, 뒤에서 아주 깜찍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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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저 다 갈아입었습니다.”

말투는 그대로인데, 목소리가 어려졌다! 완전히 어린 목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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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

나는 가슴께를 부여잡으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역시 난…… 귀여운 것에 지나치게 약하다. 그래서 늘 계략 토끼에게 휘둘리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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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늑대마저 귀여워지다니……! 이 부녀, 나를 심쿵사로 암살할 셈인가!’

눈을 꾹 감은 채로 있다가 느릿느릿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아니, 정확히는 실눈을 떴다.

자그마한 남자아이의 모습이 가느다란 시야로 들어왔다. 까만 머리카락에 은색 눈.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아직 어리지만 미남이 될 싹이 보이는 미형의 얼굴……!

마치 그레이안 2세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그레이안 본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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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미니미 그레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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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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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아진 그레이안이 나를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 순간 심장이 멎을 뻔한 나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손바닥으로 명치를 쓸어내렸다.

……미치겠네.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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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동그란 눈! 강아지 같아! 빵 반죽 같은 볼살은 또 어떻고? 만지면 말랑말랑할 것 같아! 게다가 약간 발그레해서, 꼭 복숭아 빛깔처럼 사랑스럽고…….’

그레이안에게는 미안하지만 더는 견딜 수 없다! 불쑥 손을 뻗어 그레이안의 뺨을 감싸고 만지작거렸다. ……말랑말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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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으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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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나는 참지 못하고 그를 꼭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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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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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그레이안은 내 품 안에서 뻣뻣이 굳어 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폭주 상태인 나는 그를 꼬옥 끌어안은 채 “귀여워!”를 남발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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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어쩜 이렇게 귀여울 수가! 계속 이 모습으로 있어 달라고 하면 안 되겠죠? 우리 부부 말고, 이모나 조카, 아니면 엄마와 아들 같은 사이가 되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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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헛소리에 그레이안은 침묵했다. 당황한 것 같기도 하고, 어이없어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나직이 한숨을 쉬더니 정중한 어조로 나를 타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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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저를 귀여워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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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렇지, 미안해요!”

나는 황급히 그에게 떨어져 섰다. ……타이를 땐 언제고, 그레이안은 조금 아쉬워하는 기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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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는, 부인의 남편 외에 다른 것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가 내 눈을 직시하며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데 어린아이 모습이라서 하나도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소꿉장난을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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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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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모르게 ‘선생님 미소’를 지으며 그레이안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그레이안은 온도가 낮은 눈으로 나를 응시하더니, 이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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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저는 어린 모습을 했을 뿐이지, 진짜 어린애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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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렇죠. 하하…….”

그를 어린아이 취급했던 것에 못내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너무 귀여웠는걸……. 지금도 너무 귀여워! 말랑한 빵 반죽으로 빚은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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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계획대로 부인은 마차 안에 계시고, 저는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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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어쨌든 오늘 작전은 매우 중요한지라 나도 바짝 정신을 차렸다. 장난을 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조금 들떴던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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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드렸다시피, 부인.”

이동 마도구를 꺼내 만지작거리던 그레이안이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다. 비록 귀염뽀작한 모습이지만, 몹시도 진중한 표정과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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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부인은 제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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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좀 진지해져야 하는데.

하지만 이건 진짜로 어쩔 수 없어! 깜찍한 어린아이 모습이라 자꾸만 인지 부조화가 든다고!

그래도 일단은…… 나 역시 진지한 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듯한 말도 덧붙여 주자. 이왕이면 진심이 담긴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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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당신을 지킬게요.”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뜬 그레이안이 엷게 미소를 지었다. ……뭐랄까, 호감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지는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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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이겠지…….’

나는 왠지 머쓱한 기분에 그의 시선을 슬쩍 피하고는, 곧바로 세계수의 나비들을 불러냈다.

환한 빛과 함께 허공에 쏟아져 나온 나비들이 마차 안을 가득 채웠다. 덕분에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환상적으로 변했다.

나는 나비들에게 긴히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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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중 몇 마리는 그레이안과 함께 가 줘. 사람들에게 들키지 말고,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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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라니? ‘명’으로 세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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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우리가 나비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진짜 나비인 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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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위대한 성령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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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바보 글로리아!}

나비들이 파닥파닥 격하게 날갯짓하며 항의했다. 나는 그런 나비들을 손을 휘저어 치워 버리며 성의 없이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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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았어. 너희 중 몇 명.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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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이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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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미안함을 담아 말해 달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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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찮아 죽겠다. 하지만 나비들의 힘을 빌려야 하니, 원하는 대로 해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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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신 나비님들, 나비님들 중 몇 명은 그레이안과 함께 가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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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놀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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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글로리아가 에이프릴을 놀릴 때의 말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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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을 놀릴 때처럼 우리를 놀리다니!}

……정말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나비들이었다. 상전이 따로 없네. 눈알을 도르륵 굴린 나는 ‘진정성’을 듬뿍 담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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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계약한 세계수의 성령들. 너희의 힘이 꼭 필요해. 도와줘, 부탁할게.’

나비들과 1분 남짓 실랑이한 끝에, 녀석들 중 일부를 그레이안에게 붙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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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 모드~!}

라고 외치며 그레이안에게 붙은 나비들은 유리처럼 투명해졌다. 너희, 스텔스 모드는 어떻게 아는 건데…….

아무튼 간에 그레이안은 나비들과 함께 이동 마도구를 써서 미리 찍어둔 장소로 이동했고, 나는 나비들로부터 상황을 전달받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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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에 아이스크림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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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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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 제발 좀 진지해질 수 없어?! 나비들의 목소리가 그레이안에게는 들리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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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솜사탕 상인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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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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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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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에 수상한 남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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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저 아저씨 수상해!}

아니야. 그 사람은 그냥 우유 장수야. 보아하니 우유가 안 팔려서 얼굴이 험악하게 굳어 있는 것뿐이라고! 부탁인데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조용히 좀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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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엑, 여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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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은 기운이 가득해. 기분 나빠.}

그레이안이 비좁은 골목을 통과해 심상치 않은 거리에 다다르자, 나비들이 질색하며 종알거렸다.

나비들을 통해 내 시야로도 엿보이는 이 거리는, 범죄자들이 단속을 피해 몰래 불법을 저지르는 장소였다.

마약 밀수, 도박, 인신매매, 등등…….

이 도시의 치안을 담당하는 자들이 날마다 단속해도, 곰팡이처럼 끊임없이 증식하는 범죄를 전부 통제할 순 없다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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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곳에는 늘 어두운 측면이 있기 마련이지.’

그레이안은 길을 잃은 어린아이처럼 불안한 척 연기하며 거리를 서성였다. 옷도 소박하고 평범한 것을 입었으니 귀족으로는 안 보일 터였다.

미끼를 던졌으니, 이제 월척이 나타나 물기만 하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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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작전이 통할까?’

긴장한 채로 숨을 죽이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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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야……. 길을 잃었니……?”

누군가 그레이안에게 슬며시 다가와 말을 건넸다.

사뭇 아름답고 부드러운 소프라노 톤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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