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아빠는 처음이라2022.01.26.
‘에반젤린의 가든 파티라…….’
으음, 별로 가고 싶지 않은데. 내가 거길 가서 뭘 하겠는가. 수인과 결혼한 공주라며 은근한 비웃음을 살 게 뻔한데. 그러니 마음 같아선 거절하고 싶지만…….
‘거절할 명분이 없네.’
몸이 아프다고 할까? 아니, 그랬다가는 아인스턴 왕국의 공주를 병에 걸리게 했다며 솔즈베리 가문을 문책하려 할 것이다. 그럼 그레이안이 무척 곤란해지겠지. 그렇다고 바쁘다는 핑계를 댈 수도 없다. 내가 바쁘지 않은 거야 지나가는 토끼도 아는 사실이고……. 마찬가지로 아인스턴 왕국의 공주에게 일을 하게 하는 거냐며 난리를 칠 게 뻔하다.
‘원작에서 그런 일이 몇 번…… 아니, 자주 있었지.’
주로 글로리아가 자신의 아버지인 아인스턴 국왕에게 구구절절 편지를 써서 일러바치곤 했다. 솔즈베리 공작가에서 자신을 박대한다며.
‘그 탓에 그레이안이 여러 번 고초를 겪었지.’
그런 식으로 그레이안을 곤란하게 하기 위해 그와 글로리아를 결혼시킨 것일 터였다. 아인스턴 국왕은. 화평은 무슨. 글로리아라는 시한폭탄을 그레이안에게 고의로 안겨준 거라고 봐야겠지.
‘아무튼, 이 초대에는…… 응하는 수밖에 없겠는데.’
아마 에반젤린은 내가 정말로 세계수의 나비들과 계약했는지 확인할 생각인 거겠지. 그럼 나는 에반젤린 앞에서 원작의 그 욕심 많고 멍청한 글로리아를 연기해 주면 그만이다. 만일 누가 세계수의 나비들에 대해 물으면, ‘네? 그게 뭔가요?’ 하고 천진하게 되물어야지. 계속 그런 식으로 모르쇠로 일관하다 보면, 에반젤린도 의심을 거두지 않을까.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에반젤린의 가든 파티에선 아닌 척 잡아떼는 게 좋겠지.’
그래, 좋아. 까짓것, 가보자고. 연기는 별로 자신 없지만…… 연습해 보자고! 에반젤린에게 초대에 응하겠다는 답신을 보낸 후,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금요일. 문제의 가든 파티에 가야 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 * *
“흐아암, 졸려…….”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해서 잠을 얼마 못 잤다. 사람이 체력과 근력이 부족하면 쉽게 피로해지고 잠을 많이 자게 되는데, 글로리아가 딱 그랬다. 그래도 내가 이 몸에 빙의한 후론 산책도 자주 하고 그러고 있는데…….
“왜 이렇게 졸린 거야? 미치겠네…….”
나는 두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 나니 또 하품이 나왔다. 도대체 몇 번째 하품인지 모르겠다.
‘커피…… 커피라도 마실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고 싶다. 시럽 넣는 라떼도 좋지. 커피를 그리워하며 나도 모르게 팔다리를 움직여 체조를 하던 중, 근처에 서 있던 제이드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
“…….”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자세를 바르게 했다. 여기가 사람이 많이 오가는 정원 한복판이란 걸 깜빡했다…….
‘그나저나 제이드, 저 녀석 정말로 솔즈베리 가문의 기사가 될 생각인가…….’
제이드는 아직 13세이니 견습기사가 될 수는 없었다. 견습기사가 되는 것은 14세부터로, 그 전까진 기사들의 잔심부름을 하거나 마구간 일을 하며 지내게 된다. 그런데 그레이안은 이미 제이드를 견습기사로 임명했다고 한다. 비록 나이는 덜 찼지만, 검술 실력이 출중하니 다른 기사들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나, 뭐라나…….
‘제이드가 솔즈베리 공작가의 견습기사가 되다니…… 원작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졌어.’
제이드의 부모님은 알까. 집 나간 후계자가 남의 가문에서 견습기사로 일하게 되었다는 것을…….
“……왜 그렇게 빤히 보세요?”
제이드가 날 향해 의아한 눈초리를 보내며 물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녀석을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그냥, 잠깐 다른 생각 좀 하느라.”
“무슨 생각을 하신 건지 여쭤보면 실례겠죠?”
당연하지, 이 녀석아. 너는 견습기사고 나는 공작 부인인데,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제법 건방진 녀석 같으니라고.’
제이드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나는 말을 돌렸다.
“제이드 경은 여기서 뭘 하나? 견습기사들은 아침 훈련을 준비해야 할 시각일 텐데?”
좋았어, 제법 귀부인다웠다. 목소리도, 어조도 제법 우아했고, 음음, 완벽해. 지난 며칠간 연기 연습을 한 보람이 있군.
“아, 저는 에이프릴 공녀님과 약속이 있어서요.”
“……?”
뭐, 뭣이? 뭔 약속? 무슨 약속? 나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뜨자, 제이드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씩 웃었다.
“무슨 약속인지는, 에이프릴과 저만의 비밀이라 알려드릴 수 없고요.”
“……!”
나는 기막혀하며 입을 딱 벌렸다. 이 녀석이, 이런 잔망스러운 수법을……? 심지어 ‘공녀님’이라는 존칭도 생략하고 이름으로만 불렀어? 마치 에이프릴과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사이인 것처럼……!
‘설마, 요 며칠 사이에 둘 사이가 부쩍 가까워졌다든지, 그런 건 아니겠지? 아, 안 돼……! 에이프릴, 철벽 지켜! 홀랑 넘어가면 안 된다고!’
그때였다. 현관으로 통하는 계단 쪽에서 경쾌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계단을 폴짝폴짝 뛰어 내려오는 에이프릴의 모습이 시야로 들어왔다.
‘아앗, 귀여워……!’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깜찍한 옷을 입은 에이프릴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나는 활짝 웃으며 에이프릴을 향해 다가갔다. 아니, 그러려 했다. 별안간 제이드가 가로막지만 않았더라면.
‘뭐야?’
내게 바짝 다가온 제이드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가 그동안 글로리아 님을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갑자기 뭔 소리래……?’
오해? 무슨 오해? 글로리아가 사악하다는 거? 글쎄, 그건 오해가 아닐걸……. 내가 이 몸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글로리아는 진짜로 사악했으니까.
“……그런데 저를 기억 못 하시는 건 의외네요. 제 머리색을 칭찬하셨었는데.”
“……!”
이런 미친. 글로리아와 제이드가 과거에 만난 적이 있단 말이야? 그야 물론, 아인스턴 왕국의 사교계에서 몇 번 스치듯 보긴 했을 테지만―.
‘설마 대화까지 나눴을 줄이야!’
[제이드는 사교 행사를 싫어해서 짧게 얼굴만 비치곤 했다. 그래서 글로리아와 마주친 적이 얼마 없었다.] 불현듯 원작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그래, 분명…… 그렇게 서술되어 있었지. 그런 제이드가 글로리아와 대화를 나눴고, 심지어는 글로리아가 제이드의 머리색을 칭찬하기까지 했다니?
‘이래서야 빙의자라는 메리트가 하나도 없잖아! 모르는 설정이 자꾸만 튀어나오다니…….’
뭐, 가만히 생각해 보면 소설 속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긴 했다. 내가 읽었던 원작은, 그걸 쓴 작가는…… 대체 뭐였을까…….
‘아무튼 여기선…… 으음, 뭐라고 둘러대지?’
간단히는 ‘내가 사실 기억 상실이야.’ 하고 실토하는 방법이 있지. 하지만 내가 기억 상실이라는 건, 나와 그레이안, 그리고 에이프릴만 아는 비밀이었다. 대외적으로는 아직 알리지 않았고,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숨기게 될 터였다. 알려져 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
‘기억 상실이란 걸 제이드에게 밝힐 순 없어. 그러니까, 그냥…….’
결국 이렇게 대답하는 수밖에 없나? 나는 한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미안. 네가 누구인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네. 내가 만났던 사람이 어디 한둘이어야지.”
세상에, 나 방금 ‘진짜’ 글로리아 같았어. 심지어 생긋 웃으며 말하는 바람에 엄청 재수 없어 보였을 거다. 뉘앙스도 딱 ‘네가 누군데? 너 같은 한낱 조무래기를 이 내가 기억할 리 없잖아?’ 같은 느낌이라서, 원작 속 글로리아의 화법과 똑같았다!
“…….”
아니나 다를까, 나를 응시하는 제이드의 눈빛이 사뭇 서늘해져 있었다. 방금 그 말로 제이드의 호감도를 깎아 먹은 것 같은데.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호감도가 중요한 상대는, 제이드가 아니라…….
“공작 부인!”
우리 귀엽고 깜찍한 에이프릴이니까! 나를 부르며 쪼르르 달려오는 에이프릴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자, 어서 안기렴! 내 앞에 멈춰 선 에이프릴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약간 쑥스러워하는 기색으로 내 품에 포옥 안겨 왔다.
‘으아아아! 사랑스러워!’
내심 폭주하는 주접을 억누르며, 나는 에이프릴을 살며시 감싸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빼꼼 고개를 든 에이프릴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분홍빛의 동그란 두 눈이 초롱초롱 반짝이고 있었다.
“공작 부인…….”
왜인지 불쌍한 표정을 지은 에이프릴이 간절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는 눈을 마구 깜박이며 에이프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얘가 왜 이러지? 혹시…….
“저도 공작 부인과 함께 가면 안 될까요?”
이럴 줄 알았다. 집착 토끼는 늘 예상을 벗어나지 않지! 나는 에이프릴을 떼어내며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돼. 아인스턴 왕국은 네가 가기에는 위험한 곳이야. 나중에 크면…….”
“그럼 그냥 가지 마세요, 공작 부인.”
“……?”
내 손을 덥석 잡은 에이프릴이 간절한 표정으로 매달렸다. 에이프릴의 눈빛에서 영문 모를 불안이 엿보였다.
“공작 부인 말씀대로, 아인스턴 왕국은 위험한 곳이잖아요……. 그러니까 가지 마세요. 네?”
어, 으음, 그건 좀 곤란한데……. 이미 초대장에 답장도 했다고. 이제 와서 안 간다고 무르면, 더 난리가 날 게 뻔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안 간다고 했어야…….
“제가…… 그러니까, 예감이 안 좋아요. 가지 마세요, 공작 부인…….”
“…….”
나는 어쩐지 묘한 기분으로 에이프릴을 바라보았다. 다시 생각해 보면, 에이프릴은 주점에서도 이랬던 것 같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고집을 부리며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지. 마치, 나를 지키려는 것처럼.
‘왜……?’
“부인.”
그때, 그레이안의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상념에 빠져 있던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벌렁거리는 심장을 애써 달래면서 고개를 두리번거리자니, 마침 이쪽으로 다가오는 그레이안의 모습이 시야로 들어왔다.
“준비는 마치셨습니까? 솔즈베리 공작령 외곽까지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각하께서요……?”
뜻밖의 이야기에 당황해 되묻자, 그레이안이 눈썹을 쓱 들어 올리고는 싱긋 웃었다. 몹시도 매력적인 그 표정이 심장을 또 철렁하게 했다.
“부인이 가는 길이니 당연히 제가 동행해야지요. 저는 초대받지 못했으니 아인스턴 왕궁에 함께 가는 것은 무리일 테지만…… 돌아오실 때에도 모시러 가겠습니다.”
사뭇 정중하고도 다정한 어조,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태도. 새삼스럽지만, 원작의 글로리아가 왜 그레이안에게 반했는지 알 것 같았다. 물론 저 잘생긴 얼굴이 50퍼센트는 먹고 들어갔겠지만…… 그 이유 하나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분명히. 멋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못내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바쁘신데……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해요.”
“번거롭다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에이프릴?”
그때까지 나에게 딱 달라붙어 있던 에이프릴이 그레이안의 부름에 움찔했다. 그레이안을 노려보는 에이프릴의 눈빛에 반항기가 가득했다.
“새어머니를 곤란하게 하면 안 되지. 네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만, 너무 고집 부리면 좋지 않단다.”
“…….”
“그리고 걱정하지 마렴. 그녀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내가 최선을 다할 터이니.”
입술을 꾹 깨문 에이프릴이 내 허리를 더욱 힘껏 끌어안았다. 수, 숨 막혀! 전에도 이러지 않았나? 이 토끼는 무슨 힘이 이렇게 세?
“에이프릴.”
“…….”
그레이안이 에이프릴을 재차 만류했다. 에이프릴은 눈물을 글썽이더니, 원망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작님은…… 아무것도 몰라요.”
“그렇지. 네가 알려주지 않으니.”
그레이안이 덤덤하게 받아치자, 에이프릴은 눈을 뾰족하게 뜨더니 눈물을 후드득 떨어트렸다. 그러고는 갑작스럽게 토끼 모습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그에 당황하기도 잠시, 내 품을 쏙 빠져나간 토끼가 정원 한복판으로 잽싸게 도망치고 말았다.
“에이프릴……!”
에이프릴을 놓친 나는 망연히 허공만 그러쥐었다. 그때 불쑥 끼어든 것은 다름 아닌 제이드였다.
“공녀님은 제가 잘 달래 드릴 테니, 두 분은 걱정 마시고 어서 출발하세요.”
“뭐? 아니…….”
“그래, 제이드 경. 에이프릴을 잘 부탁하지.”
“네, 염려 마십시오, 각하.”
깍듯이 묵례한 제이드가 에이프릴이 사라진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덩달아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그레이안이 내 어깨를 부드럽게 잡아 왔다. 적당히 힘이 들어가 있지만, 무례하거나 위협적으로 느껴지진 않는, 딱 그 정도의 억류였다.
“더 지체하다간 약속 시간에 늦으실 겁니다. 에이프릴은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성에는 그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많으니까요.”
“아니, 그래도……. 하아…….”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이제야 알겠다. 에이프릴과 그레이안의 사이가 왜 좋지 않았던 것인지. 12세 소녀의 섬세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엔, 그레이안은 너무 서툴렀다!
* * *
“아 그러니까요, 애들은 알아서 크는 게 아니라고요. 양육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크고 중요하다고요.”
“그렇군요…….”
솔즈베리 공작령 외곽으로 향하는 마차 안. 나는 벌써 한 시간도 넘게 그레이안에게 ‘올바른 양육자의 태도’와 ‘가정 교육 이론’을 강의하는 중이었다. 한편에서는 우리와 함께 동행하게 된 양 수인 마법사가 힐끔힐끔 이쪽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솔즈베리 공작성에 돌아가고 나면, 꼭! 에이프릴과 제대로 대화해 보도록 해요! 알겠죠? 네 마음을 몰라 줘서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고요!”
“네, 알겠습니다…….”
시무룩한 얼굴로 고분고분 대답은 잘 하는데, 정말로 알아들었는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내 얘기를 듣고는 잔뜩 풀이 죽은 모양새가, 아버지로서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된 것 같기는 하다.
‘뭐, 채찍질은 이만하면 됐나…….’
이쯤에서 당근을 줘 볼까 싶어, 그레이안에게 손을 뻗은 순간이었다.
“아, 거의 다 도착했군요. 저기, 저곳이 보이십니까? 바로 성지 히페리온입니다.”
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양 수인 마법사가 자못 감격한 듯이 말했다. 나는 그레이안의 어깨를 토닥이려던 손을 거두고 창가로 바짝 다가갔다. 창문 너머로 시선을 던지자, 과연, 여태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른 풍경이 저 멀리 펼쳐져 있었다. 그 깊이와 크기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호수와, 그 한가운데 떠 있는 신비로운 섬. 그 섬 중앙에 우뚝 솟아오른…… 커다란 보석처럼 빛나는 나무.
‘세계수.’
세계수가 있는 신성한 섬, 히페리온은 상호 불가침의 성지. 그리고…… 모든 생명이 태어난 곳. 내가 이런 걸 왜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현듯 머릿속에 떠올랐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처럼.